내가 쐈다

我请客
총을 쏜 건 아니고요, 어제 외식을 했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밤에 아파트에 붙어 있는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같이 동숙하는 회사 동료와 함께요. 보통 회사 식당에서 세끼를 해결하는데 저녁 식사시간에 일이 생겨 둘이 끼니를 못 때웠답니다. 퇴근하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먹자고 손짓 발짓을 하며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여기는 점심에 요기를 할 게 아니면 보통 사람 머릿수대로 음식을 시킵니다. 비록 둘이 왔지만 푸짐하게 먹어야 한대서 요리 셋을 주문했답니다. 둘이 먹기에 많아 보이나요?

오른쪽 양푼에 나온 건 물고기로 만든 겁니다. 맛도 생김새도 반도에 있는 백김치와 비슷한 것도 들어가 있더군요. 왼쪽 아래는 우리가 흔히 마파두부라고 부르는 건데 발음도 비슷합니다. 그 위 사각 접시에 담긴 건 양고기로 만들었다네요. 마파두부는 약간 매운맛이 나서 제 입에 딱 맞더군요. 다른 요리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른쪽 귀퉁이에 보이는 컵에 담긴 건 음료수가 아니라 35도짜리 고량주입니다. 작은 병 두 개를 시켜 각자 컵에 따라서 음식을 먹으며 마셨습니다. 반도처럼 잔을 돌리는 건 없고, 그렇게 하면 큰 실례라 하더군요. 대신 담배를 권합니다.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자마자 담배를 하나 주며 피우라고 합니다. 지난번에는 그렇게 받은 담배가 순식간에 셋이나 되더군요.

많아 보이지만 밥까지 시켜서 같이 알뜰하게 먹었습니다. 동료가 계산하려고 일어나길래 내가 쏜다고 했습니다. 물론 중국말로요. 114원이 나왔는데 4원을 깎아줬습니다. 음식을 먹으며 둘이 서로 영어와 중국말을 섞으며 손짓 발짓하는 걸 보더니 식당 주인아줌마가 한국에서 왔냐며 묻더니 저 보고 잘 생겼다고 하더군요. 웬만해선 에누리가 없는 대륙인데 그 덕을 본 거 같습니다.

상하이에서 아가씨가 길을 물어 본 거나 이번 식당 주인아줌마가 한 말로 보아 제가 대륙 체질인가 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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