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초세대

택시에서 담배 피우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날 연세 지긋한 백발의 기사님이 담배를 물며 말했습니다. “내가 마누라랑 산지는 삼십오 년이지만 담배랑 산 건 더 오래됐어요. 그러니 어떻게 끊을 수가 있어요. 차라리 마누라를 끊지요. 하하하” 농담이지만 담배 끊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에둘러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담배 끊은 놈은 상종도 하지 말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박장대소하다 맞담배질을 했습니다.

그때는 담배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500원짜리 ‘솔’이 가장 많이 팔렸던 1986년에도 환희(100원), 청자(200원), 한산도(330원) 등등 참 많았습니다. 필터 없는 ‘새마을’은 50원이었습니다. 까치담배를 살 수도 있었습니다. 한 갑을 살 돈이 없거나 담배를 줄이려고 한 개비씩 사서 피우곤 했습니다. 담배 인심도 좋았습니다. 모르는 이에게 담배 하나 빌리자고 하면 언제까지 갚으라는 말도 없이 빌려주곤 했었죠. 정말 한 푼도 없으면 모를까 꽁초를 피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길거리는 지난해보다 꽁초가 줄었다고 합니다. 담배값이 올라 피는 이가 줄어서가 아니라 누군가 꽁초를 줍기 때문이랍니다. 살림이 어려운 노인분들이 꽁초를 주워 피운다고 합니다. 까치담배도 다시 나왔습니다. 예전처럼 아주 싼 담배가 있는 것도 아니니 더 그럴 겁니다. 먹고 살 돈도 없으면서 기호식품을 끊지 못한다며 손가락질을 받는 이른바 ‘꽁초세대’가 시작되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더 암울하고 슬픈 건 88만원 세대의 미래가 꽁초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분노조차 하지 않으면 말이죠. 벽에 대고라도 욕하지 않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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