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드라면 삽시다

예전 무지랭이 신입사원 시절. 펌프를 돌리는 모터가 고장이 나 새로 사야 했습니다. 고장 난 모터는 미제였는데 돈 좀 아낀다며 국산으로 견적을 받았습니다. 견적금액이 예상보다 높아 미제 모터랑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견적을 잘못 넣었나 싶어 업체에 전화했습니다.

  • 모터가 왜 이리 비싸요?
  • 사양이 방폭모터잖아요.
  • 예. 그런데요.
  • 방폭모터는 값이 두 배입니다.
  • 아니, 왜요?
  • 똑같은 걸 두 대 만들어 하나는 시험을 해봐야 하거든요.

모터를 설치할 곳이 방폭지역(폭발성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해 위험 분위기가 조성되는 장소)인데 미제는 UL(Underwriters Laboratories Inc) 인증으로 품질이 보장되지만, 당시 국산은 기술력이 모자라 하나 더 만들어 방폭시험을 했었나 봅니다. 결국 납품기일이 더 걸리더라도 미제 모터로 구매했습니다.

사소한 물건도 유효기간을 따지고 품질보증을 했는지 확인하고 삽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진 물건일 때는 몇 곱절 더 신중합니다. 공인기관이 인증하였어도 제작과정이나 성능시험을 구매자가 직접 확인하기도 합니다.

방탄조끼는 납품업체 사장에게 직접 입히고 총을 쏴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방탄조끼를 규격대로 만들었다면 사장이 자신 있게 입을 테니까요. 이런 식으로 성능시험을 한다면 불에 타는 소방복이나 방탄기능이 없는 방탄복을 납품하지는 못하겠지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마찬가집니다. 성능을 보증할 기관이 없으니 방폭모터처럼 시험하면 됩니다. 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개발이 완료돼 명중률이 90%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본토에서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는 조건으로 시험하는 겁니다. 사드 배치론자나 예찬론자는 공격용 미사일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참관하면 되고요. 성능 확인이 되면 두 배 값으로 사 옵시다. 기꺼이 방위성금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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