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수준

군수과 시절 일화 하나.

매년 반드시 실탄을 사용하도록 수량이 정해졌지만 탄약고에서 불출하기 귀찮아 연말에 대량으로 소진하곤 했다. 불출 수량만큼 탄피를 회수해 다시 탄약을 청구해 채워 놓는다. 대량으로 불출한 탄약으로 연발사격을 하기도 한다.

워낙 많은 양이어서 그런지 총알 박스가 개봉도 안 하고 들어오는 일도 있다. 그러면 군수과 담당은 물려받은 탄피로 소비량 개수를 맞춘다. 남은 총알은 부대에서 가장 으슥한 곳에 묻는다. 그날도 남은 총알을 묻으려고 땅을 파다 깜짝 놀랐다. 언제 묻었는지 모르는 총알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겠지 했는데 아니다. 울산 군부대 폭발도 이와 비스무리하지 않았나 추측한다. 저 일화는 삼십 년 전 일인데 말이다. 군대도 딱 정부 수준에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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