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어린 시절 만화 잡지는 여름방학 특별부록으로 물안경을 주곤 했습니다. 새소년, 어깨동무, 소년중앙. 만화가게는 출입금지였지만 만화 잡지는 졸라서 샀습니다. 다달이 사지는 못했지만 특별부록을 주는 달이면 동네책방으로 쪼르륵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책방이라고 해봤자 문방구를 겸하거나 불량식품도 같이 팔았습니다. 동화책을 사려면 중심가에 있는 책만 파는 큰 서점에 가야 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형편이 나은 집에서나 동화책이나 그림백과사전을 전집으로 사던 시절인지라 단행본은 팔리지도 않았으니까요.

방학이면 서울에 사는 사촌 동생이 내려오곤 했습니다. 서울에는 어마무시하게 큰 서점이 있는데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쭈그리고 앉아 맘껏 읽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타고 내려온 1/3쯤 잘린 중앙고속버스표는 부러웠지만 서점 얘기는 믿지 않았습니다. 뻥치지 말라며 그러면 책은 어떻게 파느냐며 면박을 주었습니다. 그 서점이 교보문고라는 건 한참 지난 후에 알게 됐습니다.

동네책방이 20년 사이에 70%가 넘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1994년 5683개에서 1999년 4595개, 2004년 2205개, 2009년 1825, 2015년 1559개1만 남았답니다. 요즘은 개성 있는 책방들이 늘어나지만 형편이 썩 좋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
그래서 민음사와 동네서점이 의미 있는 일을 했습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에서만 파는 특별한 단행본입니다. 인터넷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전국 동네서점 130곳에서만 판다고 합니다. 게다가 각각 2천 부 한정 수량입니다.

앞으로는 출판사와 동네책방이 함께하는 협업이 자주 있기를 바랍니다. 특별 단행본이 쏜살같이 품절되면 더 활성화가 되겠지요. 전국의 애서인이여, 수집합시다!


  1.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 서점 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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