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버드

Moonbird: A Year on the Wind with the Great Survivor B95, 2012
B95는 1995년 2월 20일 과학계에 데뷔했다(27). 몸무게가 겨우 113그램인 붉은가슴도요 아종(亞種) 루파. 남미의 끝 파타고니아에서 북미의 끝 캐나다 북극권까지 왕복 29,000킬로미터를 매년 오간다. 20년 가까이 비행한 거리를 다 합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반쯤 돌아오는 거리이다. 그래서 B95를 ‘문버드(Moon bird)’라 부른다.

'B95라는 이름과 명성은 그의 왼발에 동여맨 오렌지색 플라스틱에 새겨진 문자와 숫자 조합에서 왔다. B95는 부리가 길고 가슴이 탄탄한 완벽한 몸매의 수컷이다. 그가 이례적으로 긴 약 20년의 인생을 사는 동안 과학자들은 그를 네 번 붙잡아서 검사(10)'했다. B95가 오랜 비행을 하며 들리는 '장소들의 공통점은 특정 시기에 먹이가 있다는 점, 그리고 B95가 최대한 오래 먹을 수 있도록 해가 충분히 길다는 점(163)'이다.

붉은가슴도요 루파는 B95가 태어났을 때 약 15만 마리였지만, 현재 80퍼센트 이상이 사라져 2만 5,000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 남미에서 두 달간 11,000킬로미터를 날아 도착한 '최대의 연료 보충 정거장(78)'인 델라웨어 만에서 투구게 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B95는 부드럽고 소화하기 좋은 알을 하루에 8,000개 넘게 먹을 수 있다. 찾을 수만 있다면 먹는 것은 문제없다. B95는 착실히 먹으면서 두 주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불리'고 '북극으로 가는 3,200킬로미터 여정을 주파하기에 충분한 연료를 채(67)'워야 한다. 사람들이 비료나 사료, 미끼, 의학용으로 쓰려고 투구게를 멸종시킬 듯 잡아서 '암컷 투구게 개체수는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만 86퍼센트가 줄었(76)'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같은 시기에 루파의 개체수도 감소하였다.

'인간은 현재 지구 민물의 절반 이상과 땅에서 자라는 산물의 절반 가까이를 소비한다. 인간이 땅을 개간하고 작물을 심은 지는 수천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충격은 너무나 크고 그 속도가 너무 빨라지고 있어서 수천 종의 동식물이 사라(154)'지게 하는 여섯 번째 멸종의 물결이 진행되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한 종이, 즉 호모 사피엔스가, 우리 인간이, 지구의 거의 모든 자원을 소비하고 변형시킴으로써 무수히 많은 생명 형태를 쓸어버리고(153)' 있다.

B95(혹은 그 후손들)는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의 시대를 날고 있다. 위대한 비행이다.

문버드Moonbird, 2012/필립 후즈Phillip Hoose/김명남 역/돌베게 20150518 204쪽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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