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마가렛은 1959년 12월 한국에 도착했고 마리안느는 1962년 2월 와서 거의 반세기를 이곳에서 살았습니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천막을 쳤지만 이제는 그 천막을 접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2015년 11월 22일, 마리안느와 마가렛 할매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소록도를 떠났습니다. 40여 년 전 왔을 때처럼 가방 하나만 들고 배를 탔습니다. '문둥이'라고 불리던 나병 환자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1934년 4월 24일 태어난 마리안느 스퇴거와 1935년 6월 9일 태어난 마가렛 피사렉은 1950년 마가렛 아버지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간호 견습생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1952년 간호학교에 입학해 3년간 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마가렛은 간호학교를 졸업 후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동양의 어느 가난한 나라에서 간호사를 구한다는 소식에 지원을 합니다. 스물네 살이던 1959년 12월 19일에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해서 경상북도 왜관의 한센인 정착지에서 봉사를 시작합니다. 얼마 후 한국의 또 다른 한센인 정착촌인 소록도에서 봉사할 간호사를 구한다는 이야기에 마리안느는 자원합니다. 1962년 2월 24일 오후에 소록도에 왔습니다. 1964년, 마가렛은 건강에 이상이 생겨 고국으로 귀향을 했습니다. 이듬해 국립소록도병원 사정으로 마리안느도 귀국을 했습니다.

두 간호사는 한센병자 구호단체인 벨기에의 '다미안 재단'의 지원으로 인도에서 6개월 동안 의료현장 체험과 교육을 받습니다. 1966년 10월 16일, 오스트리아로 돌아온 두 사람은 다미안 재단 소속의 전문 의료진으로 다시 소록도에 오게 됩니다. 이때 같이 온 마리아 간호사와 함께 '세마'로 불리게 됩니다. 소록도 개원 56주년인 1972년 5월 17일에 세마 공적비가 세워집니다.

1916년 조선총독부는 '나환자 낙원건설'을 한다며 소록도의 집과 땅을 강제로 매수하여 자혜의원을 설립하고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격리했습니다. 해방 후에도 한센병에 대해 지독한 차별을 했고 지원은 열악했습니다. 회충이 올라와 아기의 폐를 막아 숨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폐렴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물도 부족하고 물자가 열악한 상황에서 각종 치료제와 약들은 해외에서 기부되어 왔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부인회는 1990년 초까지 30여 년을 꾸준히 지원해주었습니다.

칠순이 다 된 나이가 되자 건강에 이상이 왔습니다. 소록도에 처음 왔던 때와 비교하면 소록도병원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병원이 자신들의 도움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2005년 11월 22일 두 할매는 문옥녀 씨를 제외하고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날 준비를 시작합니다.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가방 하나를 들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마가렛은 귀국해서 '이제 자신은 오스트리아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니라'는 '감정시차'를 겪습니다.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돌아왔지만 오히려 소록도에 대한 향수병이 생겼습니다. 치매 초기 단계로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마리안느는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이 되는 2016년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줄거리는 맹물 같습니다. 밋밋합니다. 하루하루를 사랑 혹은 소명으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다 사십여 년을 보냈다는 방증입니다. 소록도 백년사에 수많은 평지풍파가 있었지만 바다 수영이 유일한 낙으로 지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는 훈포장으로 생색을 냈지만 거절하기도 했고, 행사장에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책은 퇴임 후 다큐멘터리를 찍는 걸 동행하며 기록했습니다. 위인전이 아니라 '우리 곁에 사랑이 머물던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려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의인화된 존재가 있다면' 두 사람일 겁니다. 그 뜻을 이어 사단법인 마리안느와마가렛이 두 분의 사랑을 기억하고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천 백만인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곁에 천사들이 다녀가'신 걸 더 오래 기억하려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길 바랍니다.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성기영/예담 20170303 308쪽 14,000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