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 김소연

한 사람이 불면의 밤마다
살아서 갈 수 있는 한쪽 끝을 향해
피로를 모르며 걸어갈 때에

한 사람은 이불을 껴안고 모로 누워 원없이
한없이 숙면을 취했다.

이 두가지 일을 한 사람의 몸으로 동시에
했던 시간이었다.

i에게/김소연/아침달 20180910 104쪽 10,000원

얼굴은 어째서 사람의 바깥이 되어버렸을까1

나쁜 짓을 이제는 하지 않아
나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지2

식물이 만드는 기척도 시끄럽다며 여전히 복도에서 화분을 기르고 있니3

우리는 서로의 뒷쪽에 있으려 한다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고
다만 등을 보고 있으려고
표정을 숨기며
곁에는 있고 싶어서4

창밖은 똑같고 유리창은 매번 다르다5


시인이 숙면의 밤과 불면의 밤을 보내는 덕분에 누구는 뻔뻔하게 잠을 잤다.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는 걸로 하자.


  1. 바깥
  2. 경배
  3. i에게
  4. 우리 바깥의 우리
  5. 쉐프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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