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오늘 뭐 먹지?
입맛이 비슷한 이를 책으로 만났습니다. 삼겹살을 구우면 비계를 떼고 먹었고, 닭은 통닭만 먹었던 유년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땡초랑 호박잎이랑 만두를 좋아하는 식성도 비슷합니다. 삭힌 홍어나 순대를 처음 먹게 된 사연도 닮았고요.

순대와 닭도리탕은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먹었습니다. 물론 술안주로 먹었습니다. '음식 뒤에 '안주' 자만 붙으면 못 먹을 게 없'더군요. 그러고 보니 '내 입맛을 키운 건 팔 할이 소주'였습니다. 떡볶이에서 오뎅만 집어먹고 먹지 않았던 떡은 마흔이 넘어 자발적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입맛이 변해도 만두, 국수와 두부는 여전히 좋아합니다. 세계 어떤 음식도 고추장만 있으면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고요.

'안주 일체'라는 진리의 술안주 시절이 그립습니다. 냉장고에서 잡히는 대로 꺼낸 음식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하게 만듭니다.

오늘 뭐 먹지?/권여선/한겨레출판 20180523 248쪽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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