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모험

The Wisdom Of Trees, 2014
  • 인류 문명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로 쇠가 나무를 앞지른 것은 불과 250년밖에 되지 않았다. 인류 문화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무와 숲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베풀었고 무지를 일깨웠다. (16)
  • 나뭇잎 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녀석은 아마도 은행나무 잎일 것이다. 은행나무 종은 2억 7000만 년 정도 된 살아 있는 화석이다. (...) 그런 곳에서 자생하는 은행나무들은 2000년 넘게 살 수도 있다. 실제로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은행나무는 폭발지에서 불과 1.6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나무였다. (59)
  • 홍수가 나면 산사태나 침수로 숲이 망가질 수 있다. 역으로, 나무가 있는 땅은 일반적으로 홍수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 위쪽의 잎 부분에서 땅까지 물이 떨어지는 시간을 지체시킴으로써, 땅에 물이 흡수되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자연 혹은 인공 배수 체계의 과부하를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119)
  • 나무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들이 얼마나 대단하지 실감하게 된다. 애석하게도 과학자들은 어떻게 나무들이 그토록 높은 곳까지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229)
  • 이론상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최대 높이는 126~130미터 정도다. 현재까지 세계 최장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나무는 캘리포니아의 해안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Sequoia sempervirens)로, '하이페리온(Hyperion)'이라는 애칭이 붙여졌다. 이 나무의 키는 약 115미터로, 높이가 113미터인 런던 세인트폴 성당 돔 지붕보다 높다. 그다음으로 큰 나무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태즈메이니아의 가대판 숲에서 발견됐다. '센튜리언(Centurion)'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유칼립투스나무는 101미터나 되는 키를 자랑하는데, 일부 손상된 흔적으로 보아 원래는 훨씬 더 컷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견목이자 꽃을 피우는 식물로 기록되어 있다. (235)
  • 숯은 구조적으로 내부 표면적이 매우 커서 필터 기능도 뛰어나다. 숯의 세포벽 1그램을 납작하게 편다고 가정할 때, 500제곱미터나 되는 면적을 덮을 수 있다. 그래서 마스크나 정수 필터 등에 잘게 부순 숯이 들어가기도 한다. 한 번 쓴 숯을 또 가열하면 다시 기능이 활성화된다. (250)
  •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마도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100퍼센트 목조 건물은 러시아 오네가호 안에 있는 키시 포고스트 (Kizhi Pogost)섬의 예수의 변모 교회당일 것이다. 1714년 이후에 지어진 이 교회당은 높이가 30미터가 넘고 22개의 야파처럼 생긴 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을 때 못을 한 개도 쓰지 않고 자재는 유럽소나무만 사용했다. (277)
  • 목재는 새로운 상상을 끊임없이 이끌어내는 재료다. 우리가 멍청한 짓을 하지 않는 한, 지구에서 나무가 동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생각과는 달리 목재는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불에 더 잘 견딘다. 충분히 두터운 목재, 특히 둥근 통나무는 화재를 만나면 겉은 숯처럼 타지만 현대식 건축 자재보다 더 오래도록 무너지지 않는다. (278)
  • 주목나무는 2000세까지 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높은 산악 지역에 사는 강털소나무인데, 그중에는 성장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무려 1만 년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도 있다. (308)
  • 나는 종이를 더 많이 소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성냥을 사고, 참나무와 물푸레나무, 단풍나무로 만든 가구도 들이고, 유리가 이중으로 들어간 나무 창호를 달자. 나무를 때는 난로도 설치하자. 숲은 유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종이와 성냥을 만들기 위해 조성된 숲에는 베어지는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가 새로 심어진다. 숲이 돈이 되면 숲의 생존이 보장된다. 나무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보지 못하고 나무의 경제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감상적으로만 나무를 대하고 숲을 갈아엎어 특용 작물을 기르거나 초원으로 바꾸는 순간, 숲의 운명은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며 펄프가 된 나무를 위해 눈물 흘리지 말자. 책 한 권을 더 사는 것이 숲을 구하는 길이다. (345)

나무의 모험The Wisdom Of Trees, 2014/맥스 애덤스Max Adams/김희정 역/웅진지식하우스 20190703 388쪽 16,000원

나무가 어떻게 뿌리에서 그 높은 곳까지 물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 인간은 아직도 모른다. 나무의 신비로운 영역이다. 저자는 종이와 나무를 더 많이 소비하라고 한다. 나무가 베어질수록 숲이 유용하다는 걸 알게 된다는 역설적 주장이다. 물론 베어지는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때까지 나무들은 참고 기다려 준다. 책의 원제는 나무의 지혜(The Wisdom of Trees)이다.

과거도 목기시대에 살았고, 미래도 여전히 목기시대에 살아야 한다. 부지런히 나무를 심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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