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속초
속초에 관한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다. 1970년대 중반, 초딩 여름방학에 속초에 계신 고모님 집에 놀러 갔을 때다. 사촌 형은 놀러 가자며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갔다. 호수인지 바닷가 옆인지는 모르지만 소나무가 군데군데 있는 곳에서 작대기로 조그만 공을 때려 구멍에 넣는 게임을 했다. 그런 경기가 골프라는 건 후에 알았다. 나무로 만든 갯배도 탔다.

지금 내게 속초에서 유명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닭강정과 동아서점이다. 속초 닭강정은 워낙 유명하고 동아서점은 책 좀 좋아하는 이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1956년에 처음 문을 열어 3대째 운영하는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책은 지금 동아서점을 운영하는 이가 쓴 속초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책장을 넘기다 정말 반가운 제목을 만났다. 보광미니골프장. 유년시절에 쳤던 골프장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보니 손으로 만든 공구리 코스가 그대로다. 코스는 17개이고 마지막 홀은 감자전과 막걸리를 먹을 수 있는 휴게소라고 한다. 소나무를 해치지 말라는 선대의 신념으로 솔밭은 유년시절보다 더 울창하겠다.

언젠가 부킹해놨다며 사촌 형을 꼬드겨서 보광미니골프장에 가는 속초 여행을 계획해야겠다. 갯배를 타고 가서 아바이 순대도 먹고, 동아서점에 들러 책 몇 권 고르면 좋겠다. 훗날 동아서점이 백년서점이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속초/김영건/21세기북스 20190917 248쪽 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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