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세대유감

386 세대유감
  • 386세대는 꿀 빨아먹고 헬조선 만든 세대, 사다리 걷어찬 세대, 무능한 꼰대 집단이라고 불린다. (13)
  • 문제는 30대, 40대의 그들에게 주어졌던 자리가 지금의 30대, 40대에게는 대물림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28)
  • 지금은 거악의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일상 속 작은 악들과 구체적이고 치열하게 싸우는 시대다. (40)
  • 386세대가 낭만적일 수 있었던 이유의 8할은 걱정 없는 취업 환경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61)
  • 386세대가 장기 집권의 서막을 성공적으로 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능력이 유독 특출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성공은 시대적 요행 외에도 윗세대의 정치적 고려,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시대적 상황이 그들의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78)
  • 실패의 경험 없는 승리에 대한 확신,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고한 투쟁력, 타협하기 어려운 상명하복의 교조적 문화,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지 않는 적대적 계파주의가 이른바 386 DNA로 자라났다. 자나 깨나 민주주의를 원했던 386세대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남을 수 없는 한계는 이런 DNA 때문이 아닐까. (97)
  •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386에 묶인 이들은 청년기를 지나 중년기로 함께 접어들며 동질감을 높여왔다. 젊었을 때는 경험을 공유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이가 들면서는 이익까지 공유했기 때문이다. (103)
  • 학원 없는 학창 시절을 보내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평등하게 대학 문턱을 넘었던 386세대가 지옥 같은 입시 경쟁 체제를 만들어낸 셈이다. 사교육에 쏟아부을 여윳돈이 없으면 서울 소재 대학, 이른바 '인서울'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교육 세습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136)
  • 젊은 날 독재정권에 맞섰으나 이후엔 그 정권들이 내놓은 정책의 혜택을 받아 노후까지 달콤한 과실을 맛보게 된 396세대의 역설적 현실이다. (153)
  •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꿨던 386세대는 부동산 공화국의 마지막 시민이 되었다. (156)
  • 취업시장에 나왔을 때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있지도 않았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고 불리던 시절에 취업을 시작했고 다른 세대와 비교해보면 IMF 외환위기 때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다. 현재까지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그들은, 과거를 돌아보거나 현 시점에서 봐도 행운아임에 틀림없다. (162)
  • IMF 외환위기 때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던 이들은, 고용안정을 위해 더욱 노조라는 우산 안에 들어가게 됐고 때로는 내부의 위험과 비용을 외부로 전가했다. (174)
  • 민주화의 트로피를 들어올린 386세대는 중산층을 넘어 중상층의 사다리를 타는 꿈을 꾼다. 그런데 대의를 좇던 그들이 지난 30년 동안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한 것들이 적지 않다. 앞장서서 이 나라를 나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물결치는 방향이 잘못됐음을 알고도 조용히 몸을 맡겨온 결과가 지금에 이르렀다. (192)
  • 다른 나라들은 수백 년에 걸쳐 이룬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반세기도 안 돼 달성한 덕분에 경험과 생각이 극명히 다른 세대들이 동시에 한반도 절반의 땅덩이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다. 먹고사는 걱정을 덜게 된 데에 산업화세대가, 민주화 달성에는 386세대가 유독 큰 주인의식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이 이 지경에 이른 데에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세대가 있을 터다. (201)
  • 20세기의 박정희를 찬성한 사람과 전두환을 반대했던 사람 사이에서 펼쳐진 대혈전이 21세기로 무대를 옮겨온 모습이 너무 식상해서 21세기 같지 않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386과 함께 직장 민주주의 등 이미 이뤘어야 하는 많은 사회적 과정을 생략하고 여전히 위계적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251)
  • 지금의 386은 '좋은 놈'에서 '이상한 놈'을 거쳐 '나쁜 놈'으로 그 위상이 변하는 중이다. (255)

386 세대유감/김정훈, 심나리, 김항기/웅진지식하우스 20190717 268쪽 16,000원

나부터 변명을 찾지만 386은 꼰대가 됐다.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 꼰대가 됐다. 386은 운이 좋아 많은 꿀을 빨았다. 산업화 시대를 민주화 시대로 바꾸며 구시대의 막차보다 새시대의 첫차가 되려고 했지만 구시대와 새시대 사이에 낀 똥차가 됐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미필적 고의가 없어지지 않는다.

산업화세대, 민주화세대 다음은 통일세대가 주역이다. 이제 386은 통일세대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386이 잊었던 숙제이고 아름다운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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