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트위터

 아무튼, 트위터
바흐의 평균율과 무반주 첼로는 트위터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을 몰랐을 겁니다. 트위터에서 알게 되어 가끔 즐겨듣고 있습니다. 요즘은 서초동 촛불집회에 출몰했던 티라노를 찾아보며 울화통을 삭히곤 합니다.

트위터는 '공을 물고 달려와 던져 달라는 시늉을 하면서도 정작 가져가진 말라며 공을 입에서 놓지 않는 개를 닮은 마음들이 가득한 곳(29)'입니다. '사람이 없어 쾌적하면서도 사람이 없어 외로운(90)' 곳이기도 합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당신이 무엇을 사랑하고 열광하든, 그것으로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다면 무조건 응원하겠다는 마음들이 가득한 세계(117)'이기도 합니다.

트위터에는 무릎을 탁 치는 띵언도 있고, 생활 체험형 상품 후기는 요긴합니다. 트위터를 하며 여자 속옷이 무척 불편한 줄 알았고, 생리휴가 뒤에 엄청난 고통이 숨어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트위터를 하지 않았다면 미투운동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한남충으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트위터에서 만나는 댕댕이와 냥이는 꼴통을 향한 저주와 사악한 마음을 정화시켜줍니다.

트위터의 익명성이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나의 영역을 존중받는 것(50)'입니다. '1년에 한 번 만나지만 어제 만난 것 같은 친근함. 하지만 실제로는 1년에 한 번만 보는 무심함. 그리고 그 무심함도 괜찮은 편안함(37)'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 애매한 마음들이 남겨놓는 넉넉한 거리가 좋아서' 오늘도 트위터를 기웃거립니다.

아무튼, 트위터/정유민/코난북스 20180831 140쪽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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