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패닉

Pandemic!: COVID-19 Shakes the World 2020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란의 보건부 차관 이라즈 하리르치는 이렇게 발표했다. "이 바이러스는 민주적입니다. 그래서 빈자와 부자를 가리거나 정치가와 일반 시민을 구분하지 않습니다.(58)" 우리는 '신이 당신의 지혜로 이 땅에 심어놓았던 가장 미천한 존재들에게 위협받고 있다. (...) 멍청한 바이러스들에게 말이다(30)'.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 자연의 우연성이 가장 순수하게 발현한 결과요, 그냥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아무 숨겨진 의미도 없다는 사실이다. 더 거대한 사물의 질서 한가운데 인간은 특별히 아무런 중요성도 없는 한갓 종에 불과하다(31)'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잠재적으로) 병원체가 될 수 있는 바이러스 메커니즘, 산업화된 농업, 전 지구적 경제의 급속한 발전, 문화적 관습들, 국제적 소통의 폭발적 증가 등의 집합체(142)'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를 두 계급으로 나눴다. 이러한 계급 구분은 새로운 차원을 만들었다. '우리는 집에서 안전하게 격리된 채 일을 하라는 요구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집단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 바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어떤가? 이들에겐 많은 일들이 안전하지 않은 외부에서 벌어지며, 또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사적 격리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게 된다(43)'. 이제 공공서비스는 '책임이 아니라 투자로 보아야 하며, 노동시장을 덜 불안하게 만드는 길을 모색(169)'해야 한다. 재분배, 특권의 문제나 특이한 것으로 취급된 기본소득과 부유세를 논의할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최우선 원칙은 경제 원리를 따지지 말고 조건 없이, 비용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109)'해야 한다. 코로나19 앞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혼란과 기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서 '공산주의적으로 보이는 조치들이 전 지구적(28)'으로 진행될 것이다. 봉쇄 조치, 거리두기나 강제로 마스크 쓰기는 이미 실현됐다.

공산주의적 조치로 인해 '바이러스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보다 더 많은 목숨을 구했다(112)'면 올바른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인류 중 노인, 약자, 병자를 제거해서 전 지구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이로운 감염병(90)'이라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엄청난 타락의 여지가 열리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절차들은 우리가 적자생존이라는 논리를 가장 잔혹하게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또다시, 우리 앞의 선택은 야만이냐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재발명된 공산주의냐다(91)'.

'공산주의라고 부르든, 페터 스로터 다이크의 말대로 바이러스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조직된 면역 체계라는 뜻으로 공면역주의라고 부르든 핵심은 마찬가지다(171)'. 잉여가치의 착취에서 잉여존재의 착취로 바뀐 시대에 지젝은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바이러스라는 자연적·우발적 존재가 아니라 차별과 배제의 논리로 바이러스의 창궐과 확산을 악화시키는 우리의 사회적 시스템(190)'이라고 강조한다.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 부자를 위한 재난자본주의가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할 해독제로 쓰일 새로운 사회체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곳에 들어가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훨씬 쉬운 장소에 주거지를 만들며, 그러고 나서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겼다고 놀라워한다(112)'. 코로나바이러스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총연습(135)'이다. '자연이 바이러스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메시지를 돌려주는 일이란 사실이다. 그 메시지는 이렇다. 네가 나에게 했던 짓을 내가 지금 너에게 하고 있다(104)'.

'우리는 인류를 자기파괴에서 구하려는 노력을 통해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이 치명적 위협을 통해서만 통합된 인류를 그려볼 수 있다(130)'.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에게 관점을 통째로 바꾸는 새로운 세계를 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

팬데믹 패닉Pandemic!: COVID-19 Shakes the World, 2020/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강우성 역/북하우스 20200701 200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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