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독종설

먹이사슬에서 호모 속이 차지하는 위치는 극히 최근까지도 확고하게 중간이었다.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은 자기보다 작은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취해왔으며 지속적으로 대형 포식자에게 사냥을 당해왔다. 인간의 몇몇 종들이 대형 사냥감을 정기적으로 사냥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40만 년 전부터였고, 인간이 먹이사슬의 정점으로 뛰어오른 것은 불과 1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부터였다.

중간에서 꼭대기로 단숨에 도약한 것은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던 다른 동물, 예컨대 사자나 상어는 수백만 년에 걸쳐 서서히 그 지위에 올랐다. 그래서 생태계는 사자나 상어가 지나친 파괴를 일으키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사자의 포식 능력이 커지자 가젤은 더 빨리 달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하이에나는 협동을 더 잘하도록 진화했으며, 코뿔소는 더욱 사나워지도록 진화했다.

이에 비해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랐기 떄문에,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는 대부분 당당한 존재들이다. 수백만년간 지배해온 결과 자신감으로 가득해진 것이다. 반면에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에 가깝다.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치명적인 전쟁에서 생태계 파괴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참사 중 많은 수가 이처럼 너무 빠른 도약에서 유래했다.

- 사피엔스/유발 하라리/조현욱 역/김영사 20151123 30쪽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아마존 열대우림 산불은 건기를 맞아 되살아나 타고 있습니다. 호주 남동부는 지난해 9월 6일부터 올해 2월까지 산불이 이어졌습니다. 북극권에 속한 시베리아 동토 지역은 40도가 넘는 폭염이 나타나며 산불이 났습니다. 한반도 여름은 54일이라는 최장 장마를 기록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동물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생물분류표에 의하면 북극점에서 남극점까지 분포하는 종을 독종이라 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독종은 인간뿐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너무 빨리 생태계의 정점에 올라 인간도 생태계도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작이 산업혁명부터인지 1945년 일본 원폭 투하 이후부터인지 의견이 다양하지만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마다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고, 지금의 최상위 포식자는 인간입니다. 인간은 너무 일찍 독종이 돼서 너무 빨리 멸종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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