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 바로 이곳이 충청북도 괴산군 산골 마을에 자리한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이다. 가정식 백반, 가정문고까지는 들어봤어도 가정식 서점은 우리가 최초 아닐까 생각한다. (10)
  • 공간은 사람을 닮는다. 한 발짝 들어서면 꿈꾸고 채우고 지켜가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말을 거는 공간이 있다. 작은 책방의 단골들은 단지 책을 사기 위해 책방을 찾는 것이 아니다. 문을 여는 순간 훅 온몸을 감싸는 책 특유의 냄새처럼 책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의 향기가 있다. 살아 있는 공간에는 언제나 좋은 책방지기가 있다. (59)
  • 땡스북스의 스테디셀러 중에는 내가 읽은 책이 별로 없고, 북바이북의 스테디셀러 중에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다는 것 또한 내게는 재미있는 점이다. 땡스북스나 북바이북의 셀렉션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과 나는 서로 다른 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을 뿐이다. 넓은 우주,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우리들 모두가 각자 자기 별을 빛냄으로써 서로가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토록 다양한 동네서점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죽 이어져야 하지 않겠나. (110)
  • 이 아름다운 그림책 세상을, 긴 인생 가운데 고작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별해야 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아이가 글자를 알고, 여덟 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만 하면 그림책은 던져버리고 두꺼운 동화책을 쥐어주는 세상의 많은 엄마 들이여 (...) 부디 내 인생의 그림책 한 권씩 가슴에 품는 행복을 누리길 기도한다. (124)
  • 도서관과 서점은 기록을 보관함으로써 기억을 불러내고 그리하여 나아갈 미래를 견인한다. 도서관과 서점이 제자리를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180)
  • 우리를 시민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어느 시점엔가 이것이 바뀌어 우리는 모두 소비자라고 불린다. 나는 이 변화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 시민권은 권리와 책임을 암시하지만 소비주의는 대부분 쇼핑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53)
  • 봄날의책방이, 숲속작은책방이,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많은 작은 책방들이 지금 팔고 있는 건 책 한 권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이데올로기다. 우리들의 추천도서 코너는 그래서 핵심이다. 우리는 대형 베스트셀러, 자본주의에 헌신하는 인간형을 만들기 위한 자기계발서는 팔지 않는다. 대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향한 생태 가치를 담은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하는 마음 불편한 책, 함께 살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가르치는 책을 판다. (295)
  • 책이란 삶의 다른 말이다. 다른 이의 삶의 역사와 흔적 없이 오늘 우리들의 삶이란 없다. 오늘 우리가 걸어간 이 길은 내일의 또 다른 역사를 준비하는 초석이다. 책만 읽는 바보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책도 읽지 않는 가난한 영혼이란 또 얼마나 초라한가. (297)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백창화, 김병록/남해의봄날 20170525 312쪽 16,500원

출장이 사흘을 넘어가면 한 끼는 가정식 백반집을 찾습니다. 화려하고 비싼 음식이 질리기 때문이죠. 서점도 그렇습니다. 교보문고에 책은 많지만 정작 뚝배기 같은 정이 없습니다. 가정식 서점이 그리운 이유겠지요.

추억이 이어지는 가정식 서점이 있어 반갑고 고맙습니다. 가정식 서점에 들러 책 쫌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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