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인간실격
가수 요조 덕분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우연히 들은 노래가 좋아서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이라는 독서 일기나 책방을 운영한 이야기 〈오늘도, 무사〉도 읽었습니다. 요조는 책방 무사도 개업했고,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도 진행합니다.

요조라는 예명이 궁금했는데 《인간실격》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랍니다. 소설이 궁금하던 차에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되어 냉큼 샀지요. 차일피일 미루다 읽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요조는 찌질합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첫 구절부터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라는 말미 고백까지 한결같이 '진정한 폐인'이자 얼간이였습니다. 공감은커녕 흠씬 패주고 싶습니다.

읽는 내내 요조가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젊은이로 보였습니다. 요조는 내 생각의 틀 안으로 들어오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나약함이 순수함보다 더 크게 보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니 당연하네요. 독자인 나는 오염됐고 불량스럽고 타협했으니까요. 만약 요조 나이 때 처음 읽었다면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로 보였고, 요조라는 닉네임을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요조를 너무 늦게 만나 요조를 이해하지 못한 건 순전히 내 탓입니다.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김춘미 역/민음사 20170719 126쪽 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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