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와 함께

Gathering Moss: A Natural and Cultural History of Mosses (2003년)
  • 이끼는 가장 단순한 식물이며 그 단순함에 우아함까지 깃들어 있다. 몇 안 되는 기초적인 줄기와 잎으로만 된 구조이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진화한 이끼 종은 약 2만 2천 개에 달한다. 종마다 개성이 다른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에 거의 어떠한 생태계에서도 미세한 틈새를 찾아 성공적으로 생존한다. (31)
  • 대부분의 이끼는 건조하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이끼에게 건조함은 삶의 일시적인 중단일 뿐이다. 이끼는 몸속 수분 중 98퍼센트까지 잃더라고 다시 물이 공급되면 깨어날 수 있다. (69)
  • 이끼는 단체로 활동하기 때문에 햇빛이 물을 당기는 힘에 저항하고 비가 내릴 때 물을 가둘 수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곳에 모여 지상부와 가지가 서로 얽혀야만 물을 보관할 장소를 마련할 수 있다. (78)
  • 숲 바닥에서 채취한 이끼 덩어리 1그램은 크기가 대략 머핀 한 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반적으로 원생동물 15만 마리, 완보동물 13만 2천 마리, 톡토기 3천 마리, 담륜충 800마리, 선충 500마리, 진드기 400마리, 파리 유충 200마리가 서식한다. (98)
  • 척박한 환경에서 이끼는 대부분 죽기 때문에 오염된 도심에서는 이끼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끼는 산업화 직후 사라지기 시작했고 여전히 대기오염이 심각한 곳에서 개체수가 계속 줄고 있다. 한때 도시에 번성하던 30종의 이끼가 대기오염으로 모두 사라졌다. (167)
  • 이끼 낀 가로수는 대기질에 좋은 신호이고 이끼가 없는 가로수는 안 좋은 신호다. (168)
  • 물이끼가 자신의 무게보다 20~40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성능이 팸퍼스 기저귀에 버금가는 이끼는 최초의 일회용 기저귀였다. (181)
  • 죽은 세포로 채워진 물이끼는 자신의 몸무게보다 스무 배까지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양으로 저장하는 능력 덕분에 물이끼는 원하는 대로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 물이끼가 있으면 토양 입자 사이에 공기 대신 물이 차기 때문에 토양은 축축해진다. (191)
  • 코스타리카의 한 숲에서는 한 번 비가 내릴 때마다 이끼가 흡수하는 물의 양이 1헥타르당 5만 리터에 달한다. 삼림이 파괴된 경사에서 물이 세차게 흐르는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더라고 이끼가 낀 나무줄기는 지난주 내린 비를 서서히 내보내기 때문에 촉촉하다. (236)
  • 이끼가 숲 공동체를 결합하는 호혜의 패턴을 통해 우리는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이끼는 필요한 만큼만 적게 갖고 크게 보답한다. 이끼는 존재함으로써 강과 구름의 삶, 나무, 새, 조류, 도룡뇽을 부양하지만, 우리는 존재함으로써 이 모두를 위험에 빠트린다. (247)
  • 식물은 우리가 필요할 때 찾아온다고 했다. 우리가 식물을 활용하고 그 재능에 감사하면 식물은 존중받고 그 결과 강하게 성장한다. 존중받는 한 우리 곁에 머문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떠난다. (265)

이끼와 함께Gathering Moss, 2003/로빈 월 키머러Robin Wall Kimmerer/하인해 역/눌와 20200221 276쪽 13,800원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끼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끼는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북미 원주민들은 기저귀와 생리대로 널리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끼는 척박한 환경에서 다른 생명이 사는 숨은 배경이 되어 줍니다.

광산에서 카나리아를 키웠다면 일상의 카나리아가 이끼입니다. 이끼에게 좋다면 숲에도 좋고, 숲에도 좋다면 당연히 인간에게도 좋습니다. 우리가 잊으면 이끼는 떠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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