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하지 않겠다

고용승계 약속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하라
LG트윈타워엔 청소노동자가 '산다'

정화조가 가득 차면 배변조차 불가능해진다. 쓰레기가 쌓여 거리에 발 디딜 틈이 사라진다.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우리는 이동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생시몽은 "산업사회가 고도화되고 규모가 커질수록 각 구성원이 맡은 유기적 일 중 하나만 펑크가 나도 사회가 피곤해진다"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나는 생시몽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하나가 펑크 나면 사회가 피곤해지는 수준이 아니라 이 도시는 거의 붕괴될 것이다.

이 위험을 자본주의가 방치할 리가 없다. 자본주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전략이 실업과 저임금 전략이다. 그 누구도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 종사 노동자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을 막기 위해 자본주의는 늘 일정 수준의 실업자를 만들어낸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아져야 누군가 이런 일을 기꺼이 하겠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이 힘든 일에 자원하면 자본주의는 가능한 한 가장 낮은 임금으로 이들을 혹사한다. 혹사에 지쳐 이들이 "나 도저히 이 일 못하겠어요"라고 버티면 잽싸게 다른 누군가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시스템이 맞물리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청소 노동은, 가장 힘들고 돈도 되지 않는 하찮은(?) 노동으로 전락했다. (...)

몇 달 전 시급 50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던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도 해고의 구렁텅이로 내몰렸다. 그들은 그 건물을 무려 10년 동안이나 청소해 온 이들이었다. 자본주의는 말한다. "시급을 올려달라고? 당장 꺼져! 너희들 대체할 사람 많아!"라고 말이다. 자본에게 청소 노동자들은 시급 얼마짜리 청소 도구일 뿐이다. (...)

깨끗이 치워진 거리와 건물을 '단가 얼마짜리 노동'으로 볼 것이냐, 소중한 이웃들의 노동의 총체로 볼 것이냐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결정한다. 이 추위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당당히 나선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 7년째 천막에서 고독한 농성을 계속 중인 울산과학대 청소 노동자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그냥 아주머니라 불렸던, 오늘도 이른 새벽 6411번 버스를 타야 하는 그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뜨거운 연대의 손실을 보낸다.

당신들이 있어서 오늘 우리가 있다. 우리는 당신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의 투쟁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외면하지 않겠다

이완배 기자의 〈경제의 속살〉을 애청했던지라 대단원의 막을 내려서 무척 서운했다. 방송은 막을 내렸지만 〈민중의소리〉와 〈평화나무〉에서 좋은 글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꾸준히 경제의 민낯을 약자의 시선으로 알기 쉽게 들려준다.

청소 노동자들은 건물관리 하청업체로부터 12월 31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상태다. 인화의 LG, 다른 애들보다 덜 나쁘다고 착한 애는 아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마음 깊이 지지하고 응원한다.


덧.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자)이 지난해 12월 30일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청와대를 향해 걷기 시작한 희망뚜벅이 행진이 430여 킬로미터를 걸어 2월 7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도착했다. 그는 외쳤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 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그러나 청와대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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