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장학금을 주어야 할까요?

여기 성적이 좋은 학생과 가난한 학생이 있다고 칩시다. 장학금은 누구에게 주어야 할까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생 가운데 51%가 연소득 1억 1천만원 이상인 소득구간 8~10구간 가정의 자녀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구간 자녀 비율의 경우 2016년 41.4%에서 지난해 51%로,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연 소득 1억7000만원이 넘는 10구간의 비율도 25%에 달해 전체 대학 평균 10.3%에 비해 2.4배 높았고, 기초 차상위 가정은 5.8%에 불과했습니다.1

장학금은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가난한 학생에게 주어야 한다. 그것이 원래 장학금의 취지이고, 교육경제학에서 확립된 이론이며, 선진국 대학의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장학금은 의례히 성적 좋은 학생들에게 주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운영되어 왔다.2

성적이 좋은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면 이견이 없겠죠. 이 경우가 아니라면 공정과 공평을 따지며 갑론을박이 이어질 겁니다. 공정과 공평 문제로 따따부따하기 전에 장학금을 끼니로 생각하면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더 명확하지 않을까요.

기본권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기본권은 시대마다 변해왔지만, 차별적으로 적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끼니가 선택권이 아니라 기본권입니다. 장학금은 가난한 학생이 학업을 이어갈 끼니입니다. 그렇다면 장학금은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가난한 학생에게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살아온 세월이 50년이 넘어서야 장학금을 끼니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집도 끼니로 생각합니다.


  1. MBC, 2020.09.28, 이탄희 "서울·연세·고려대생 중 고소득층 가정 비율 증가"
  2. 이정우, 《약자를 위한 경제학》, 개마고원, 2014년, 302~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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