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부해야 할 것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최저임금 일만원1'과 '노동회의소 설립'을 눈여겨봤다. 최저임금 공약은 지키지 못하겠다며 진작에 사과했고, 노동회의소 설립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는다. 후보 시절에는 친노동을 표방했지만, 당선 후의 행보는 노동을 지우고 친재벌로 기울었다.

코로나19로 양극화는 더 심해졌는데 빈자와 약자에게만 가혹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했지만 서민의 삶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재벌개혁, 노동문제에서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 양극화는 역대 최악이다. 문재인 정부의 숫자로 본 경제 성과를 차치하고 최악평을 한마디로 하면 이렇다. "정권 전반기는 김정은과 악수만 했고, 후반기는 마스크만 착용했다."2

21대 총선에서 시민은 민주당에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줬다.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준 이유는 눈치를 보지 말고 개혁하라는 촛불의 명령이었다. 개혁하는 민주당을 바랬지만,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법률 앞에서는 합의처리를 핑계로 우물쭈물하거나 타협하며 개악을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차선도 아니고, 이렇게 개판을 쳐도 저쪽은 찍지 못할 거라며 배짱을 튕기고 있다. 이렇게 무능하면서 바쁜 정당은 사회공적(社會公敵)이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꼬라지를 봐서는 저쪽과 별반 차이가 없는 오른쪽이 다수로 보인다. 민주당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쪼개져야 한다. 오른쪽 민주당이 건전한 보수를 표방하며 저쪽과 차악과 최악을 다투어야 한다. 저쪽은 저절로 불량 보수가 되어 쪼그라들다 자민련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순리이다. 넓어진 왼쪽은 더 많은 진보정당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종자가 원래 그런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서 하는 쓴소리가 더 아프겠지만,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정확하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우리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는 것은 정치를 단지 최악의 선택을 피하고 차악을 선택하는 것으로 전락시키는 피해의식에 가득 찬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이다. 우리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생존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3

더는 꽁초 가득한 재떨이에서 장초를 고르고 싶지 않다. 이제는 차악이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겠다.


  1. 2022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결정됐다.
  2. 그럼에도 저쪽에서 문재인 같은 인물이 나왔다면 동상을 세우자고 난리를 쳤을 것이다.
  3. 이의엽, 《민주에서 진보로》, 공감, 2021년,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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