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필요한 노동은 누구의 노동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의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이므로 현재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건 취업제한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다름이 없는 괴변이다.

6년 전 최태원에 대한 가석방 논란 때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과 명백히 달랐다.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경제정의라는 관점에서 더 분명한 원칙이나 기준들을 세워야 경제정의가 살면서 기업도 발전하고 국민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단 하나의 유령이 지배하고 있다. 세상은 신자유주의와 혐오주의가 득세하고 있지만, 한국은 오직 삼성이 지배하고 있다. 촛불로 만든 문재인 정부마저 자처해서 증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을 국익으로 포장하여 가석방함으로써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돈이 먼저라며 변절했다.

신자유주의는 사람의 가치를 시장에서의 성과에 따라서만 평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오로지 기업 소유자와 천민자본주의만 지지한다. 신자유주의는 팬데믹을 만나자 오랜 기간 누적된 불평등과 양극화를 노골적으로 심화시켰다. 고임금 노동자는 재택근무로 소득이 줄지 않았지만, 저임금 노동자는 일을 계속하지 못해서 소득이 줄었거나 없어졌다.

지금 시민의 삶을 지속시키는 수많은 서비스 활동을 한 노동자는 누구인가? 돌봄 종사자, 환경미화원, 택배 종사자, 편의점 알바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성이 더 높다. 신자유주의가 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부도덕하고 잘못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건의료노조는 신념과 사명감만으로 노동력을 갈아 넣는 상황이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하며 136개 의료기관이 동시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 처우 개선을 내걸고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9월 2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를 적극 지지한다.

여전히 사람을 갈아 넣으며 겨우 땜빵이나 하는 처사가 한심하다. 겪어보지 못한 팬데믹이라면 경험하지 못한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재용과 간호사.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가장 필요한 노동은 누구의 노동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덧. 20210828
보건의료노조는 8월 27일 기자회견에서 "총파업 투쟁 찬반투표는 투표율 82%에 90% 찬성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면서 오는 9월 2일 오전 7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덧. 20210902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2일 오전 2시 15분 주요 쟁점 현안에 합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예고한 총파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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