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On Bullshit, 2005
영어 'bullshit'을 헛소리나 빈말로 옮기면 무의미하기 때문에 '개소리'로 번역했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를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7)'.

개소리와 거짓말하기는 어떻게 구분할까. '본질적으로 거짓말쟁이는 참이 아닌 것을 계획적으로 퍼뜨리는 사람(49)'이라서 '불가피하게 진릿값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거짓말이란 것을 지어내기 위해서 거짓말쟁이는 무엇이 진실인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54)'. 반면에 개소리쟁이는 '자기 말이 맞든 틀리든 그 진릿값은 그에게는 중심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57)'.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편도 아니고 거짓의 편도 아니다. 정직한 사람의 눈과 거짓말쟁이의 눈은 사실을 향해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사실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58)'.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63)'.

개소리쟁이는 '게으른 장인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어떤 종류의 부정확함이 있어서, 객관적이고 엄격한 규율의 요구에 저항하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한다(27)'. 개소리는 '정확성이라는 이념에 대한 헌신이 요구하는 규율'을 후퇴시켜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심없이 노력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66)'을 약화시키고 무너트린다.

'우리는 개소리와 거리를 두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짓말은 종종 모욕감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개소리에 대해서는 불쾌하거나 거슬린다는 표시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52)'. '어떤 거짓말이 거짓말임이 판명되었음에도 거짓말쟁이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다. 지금 우리는 거의 모든 말이 개소리화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76)'. 특히 정치와 언론의 영역에서 어디까지가 개소리인지 어떻게 응징해야 하는지가 숙제인 세상이다.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 2005/해리 G.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이윤 역/필로소픽 20161031 92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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