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 -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 겨울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 겨울
이 세상의 모든 집은 '그의 집'임과 동시에 '우리들의 집'이어야 한다. 벌레나 새의 집처럼 말이다. 자기 집만 생각하고 자기 집만 잘 짓고 홀로 잘 살면 그처럼 무서운 집도 없겠기에 말이다. (42)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은 인사를 잘 하라는 말과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는 말이었다. (...) 나는 이 두 마디 말 중에서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는 말을 내 삶의 지침으로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했다. 그 말은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세상 사는 일이 팍팍해도 절대로 사람으로서 도리를 어기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64)

짐승만도 못하다고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아무 죄 없는 짐승을 들먹이지 말라. 소가, 개가, 돼지가, 산토끼가, 강물 속 쉬리가, 큰 산 호랑이가 어디 가만히 있는 사람을 물어뜯던가, 배가 터지게 부른데도 다른 짐승의 밥을 빼앗아 가고, 남의 밥통을 깨뜨리던가. 세상에서 가장 포악한 동물은 사람이다. (74)

雪(설) -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 겨울/김용택/늘푸른소나무 20041105 136쪽 8,000원

벌레나 새처럼 스스로 집도 짓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포악하다. 짐승들을 욕되게 하며 살았는지 뒤돌아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