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Truth, 2019
  •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는 말에 어폐가 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면 이전에 언젠가는 '진실 시대'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17)
  • 거짓말이란 진실이 무엇인지 본인이 안다고 확신해야만 할 수 있다. 개소리는 그런 확신이 전혀 필요치 않다. (31)
  • 거짓은 진실보다 수적으로 우세할 뿐 아니라,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로 진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계속 확인하게 되겠지만, 허위 사실이 퍼져나가고 굳어지는 이치는 크게 보아 일곱 가지가 있다.

    노력 장벽
    '노력 장벽'이란 어떤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그것의 진위 확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를 가리킨다.

    정보 공백
    어떤 주제에 관해 좋은 정보가 없을 때에는 언제나 형편없는 정보가 몰려들어 공백을 메우기 마련이고, 그런 식으로 우리 뇌리에 각인된 정보는 나중에 더 질 좋은 정보가 출현해도 꿈쩍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개소리 순환고리
    뭔가 수상쩍은 정보가 반복하여 출현할 때, 누군가의 주장이 검증 없이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 정보가 옳다는 확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
    우리가 무언가를 참이라고 믿고 싶으면, 우리 뇌는 그 진위를 가리는 일에 굉장히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이유는 우리의 정치관과 잘 맞아서일 수도 있고, 우리가 가진 편견에 들어맞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소망을 충족해줘서일 수도 있다.

    자존심의 덫
    우리는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정말 싫어한다. 우리 뇌가 그걸 질색한다. (...) 구라의 마수에 일단 걸려들고 나면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잃기 쉽다.

    무관심
    우리는 허위 사실을 몰아낼 기회가 있어도 그 기회를 꼭 택하지는 않는다. 진위 자체가 중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상상력 부족
    거짓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다종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는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42 ~ 47)

  • 1734년 《크라프츠먼》은 벌써 언론의 구조적 문제점 한 가지를 간파하기에 이른다. 언론이란 서로 마구 베끼는 습성이 있어, 앞서 설명한 '개소리 순환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릇된 정보가 한번 어느 신문에 실리면,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신속히 반박하지 않는 한 나머지 신문에도 모두 실리는 게 보통이다." (72)
  • 어쩌면 다 세월이 약일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오늘 신문은 내일 튀김 포장지일 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한번 언론을 탄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옛말에도 '저널리즘은 역사의 초고'라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세월이 흘러도 그 초고를 고쳐 쓸 생각을 아무도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111)
  • 인간은 기나긴 역사를 통틀어 그저 '세상에서 일어났던 일'을 날조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세상' 그 자체에 대해서도 허튼소리를 잘 지어냈던 것이다. 상상의 산맥부터 철저한 허구의 나라와 황당무계한 이국땅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의 구라꾼들은 잘도 구라를 쳤으니, 그 비결은 간단했다. 누가 세상 반대편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한들, 직접 가서 확인해보기는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었다. (125)
  • 탐험가들은 지도에 산이 있다고 하니 산이 있다고 상상했고, 지도 제작자들은 탐험가들이 봤다고 하니 지도에 또 반영해 넣었을 뿐이다. 그리하여 가공의 산맥은 오래도록 건재할 수 있었다. (132)
  • 진짜 그럴듯한 거짓말은, 그래서 문제다. 한번 세상에 내보내면 소기의 목표를 이루고 나서 조용히 소멸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좀비와 같다. 절대 죽지 않고, 사람의 뇌를 노린다. (210)
  • 게이츠와 잡스가 오늘날 전 세계의 경영대학원 수업 자료에 꼭꼭 이름이 올라가는 이유는, '우긴' 다음에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직감적으로 결단을 했는데, 실제로 해낸 것이다. (217)
  • '가짜 뉴스' 담론의 제일 우려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269)

진실의 흑역사Truth, 2019/톰 필립스Tom Phillips/홍한결 역/윌북 20201029 300쪽 15,800원

프랭크퍼트는 《개소리에 대하여》에서 "거짓말이란 진실이 무엇인지 본인이 안다고 확신해야만 할 수 있다. 개소리는 그런 확신이 전혀 필요치 않다."며 "진실에 관한 무관심이야말로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평했다.

거짓말, 가짜 뉴스, 허위 정보, 정치인의 기만, 장사꾼의 사기는 '개소리 순환고리(bullshit feedback loop)'를 가지고 있어 언제나 진실보다 유리하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뭔가 잘못된 정보를 전하고, C에게도 전한다. C는 의심하고 있다가 어느 날 B도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이 사람도 같은 말을 하네' 하면서 믿는 쪽으로 돌아선다. C는 D에게 그 흥미진진한 소식을 전하고, D는 다시 A에게 같은 소식을 전한다. A는 '역시 내 생각이 옳았군' 하고 더욱 확신한다. 그러는 동안 E, F, G, H, I도 똑같은 얘기를 복수의 사람에게서 들으면서 그 정보는 상식이 되기에 이른다(44)".

저자가 알려주는 역사 속 구라쟁이들과 개소리에 관한 역사는 재미있다.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고, 항상 개소리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정보유통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금은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최선인 시대는 지났다. 개소리 혹은 개소리 유통을 규제하기 위한 미국식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획기적 대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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