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산

아무튼, 산
첫 산행이 지리산 종주였다니 타고났습니다. 한 달을 일한 대가로 월급을 받고 주말에 산에 올랐지만 아메리카노 같은 삶이었습니다. '잠시는 잊을 수 있고 벗어날 수 있지만 그저 그때뿐인 것들(33)'이 두려워 퇴사하고 네팔행을 택했습니다. 히말라야 설산에서 6개월을 보내고, 그 인연으로 산악 잡지사에 취업하는 성덕을 이뤘습니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가벼워질수록 가격은 무거워지는 현실(95)'에서 산에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산은 나를 낮춥니다. '누군가가 산에서 전성기를 맞았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됐을 때 산으로 향했을지도 모(46)'릅니다. '산행의 본질은 정상을 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다(92)'고 합니다. 산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라고 말한 앨버트 머메리(91)'.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머메리즘이란 '어떤 방법을 택하든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닌 매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등반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101)'를 뜻합니다. 점점 탐험이나 모험 너머의 가치와 윤리를 지향하는 산행인이 늘어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산행은 From Home to Home(집에서 집으로)이라는 말'처럼 '살아 있는 동안 늘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삶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삶(105)'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아무튼, 산/장보영/코난북스 20200615 148쪽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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