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달까지 가자
마론제과 브랜드실 스낵팀 정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 강은상과 회계팀 김지송은 B03이다. 비공채 출신 3인방이라는 뜻이다. 공채 출신이 아니어서 졸지에 '근본 없는 애'들이 됐다. '같은 회사에 다녀도, 비슷한 월급을 받아도, 결코 같은 세계를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그 사이에는 투명한 선과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103)'다. 마치 '오리지널과 스타일의 차이(177)'처럼 말이다.

B03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집안에 빚이 있고, 아직 다 못 갚았으며, 집값이 싸고 인기 없는 동네에 살고, 주거 형태가 월세이고 5평, 6평, 9평 원룸에 살고 있다(105)'는 것을 첫날부터 직감으로 알았다. B03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지날수록. 한 살 더 먹을수록 늘 전보다는 조금 나았고 또 동시에 조금 별로였다. 마치 서투른 박음질 같았다. 전진과 뒷걸음질을 반복했지만 그나마 앞으로 나아갈 땐 한땀, 뒤로 돌아갈 땐 반땀이어서 그래도 제자리걸음만은 아닌 그런 느낌으로(98)' 회사에 다닌다.

B03은 '여태까지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내릴 수 있(95)'을 정도로 근본이 없다. 근본이 없다는 건 '평생을 저 작은 돌멩이처럼 아슬아슬한 감각으로 살아왔(330)'고 '추락의 시기를 기약 없이 유예하면서(331)' 살고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방향 키를 아무리 눌러도 발에 모래주머니 단 것처럼 무겁게 천천히 나가(57)'는 시지프스의 삶과 같다.

B03은 '초콜릿무스케이크와 뉴욕치즈케이크가 둘 다 당겨서 고민되는 날에는 두개 다 시(265)'키고 싶고,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흔한 말이지만 그런 자연스러움(196)'을 가지고 싶고, 월급날을 일주일 앞두고도 유기농 목장의 우유랑 프리미엄 세제를 사며 '가격표를 볼 때 십의자리 숫자까지 보(164)'고 싶지 않다. '자기 발목에 매달린 쇠사슬 같은 걸 눈앞에서 툭 끊어내고(106)' 날고 싶다.

B03은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102)'인 가상화폐 투자 혹은 투기에 탑승한다. 투자는 위험을 우려하는 것이고, 투기는 모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위험과 모험 사이 어딘가에(328)' '결코 가닿을 수 없다고 여겼던 아득히 먼 세계. 그런 곳에 운 좋게 발을 살짝 담갔(188)'다. To the Moon. 달까지 가기로 했다. B03은 '달까지 가기로, 그때까지 버티기로 약속했다(121)'.

B03을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193)'으로 끝까지 가슴 졸이고 응원하며 읽었다.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열차 탑승기(350)'는 스낵처럼 경쾌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적 서사와 세태를 장류진이 장류진답게 썼다. 장류진 작가는 여전히 건너지 못하는 육교를 오르고 있다. 괜찮은 한권이었다.

달까지 가자/장류진/창비 20210415 364쪽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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