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1968년 7월, 교육부 장관이던 울로프 팔메가 고틀란드섬에서 휴가 중에 정책 간담회 요청을 받았습니다. 간담회장인 광장에 서 있는 덤프트럭 위에서 즉석연설했습니다. '트럭 연설이 열린 작은 마을 알메달렌이 스웨덴식 열린 광장 정치의 메카가 되는 순간(18)'이었습니다. 1982년 주요 정당들이 참여하는 알메달렌 주간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7월 초, 여야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 콘텐츠는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휴가와 정치 그리고 언론의 결합은 이렇게 출발(19)'했습니다.

알메달렌 주간은 이웃 국가로 수출이 되어 덴마크의 보리홀름, 노르웨이의 아렌달, 핀란드의 뵈네보리에서 정책 박람회를 개최합니다. '알메달렌은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작은 지역의 정치 행사였지만, 모든 정당이 참여하고 정당 대표들이 직접 찾아와 연설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인의 행사가 아니라 국민의 행사(29)'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면서 성장했습니다. 세미나는 4000여 개로 늘었고, 방문객은 4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정치인의 연설과 정책 토론도 내용과 재미가 적절하게 섞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예술이 될 수(56)' 있다는 걸 알메달렌 주간은 보여줍니다. '정치는 약점을 파헤쳐 상대를 파멸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철학과 그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밝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치하는 행위(57)'입니다. 낮에는 경쟁했던 정치인들이 밤에는 여야 전·현직 장관들이 댄스팀을 만들어 댄스 배틀을 합니다. '알메달렌에서 정치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 편안한 것, 신나는 것, 배려하는 것(57)'임을 보여줍니다.

"눈이 나쁜데도 경제적인 이유로 안경을 쓰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48)" 총리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어린이 기자가 던진 질문입니다. '어린이 기자의 질문은 어린이가 어른에게 도움을 구하는 차원의 질문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당 차원의 대책을 묻는 질문(48)'이었습니다. 스웨덴 어린이들은 12살 전후에 정당 청년회에 가입하면서 정치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청년 당원으로서의 활동은 지방 정치인이 되는 과정이고, 지역 정치인이 중앙으로 진출해 국회의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민당 청년회장인 가브리엘 빅스트룀은 '정치가 부패하는 이유는 대체할 사람이 없어 문제가 되어도 계속 출마하도록 놔두는 구조 때문(77)'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빅스트룀 회장은 29세였던 2014년 보건체육부 장관을 지냈던 인물입니다. 스웨덴 정치는 신진 정치인을 발굴하고 현장에 투입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지만, 청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큰 권력을 위해 정치에 뛰어드는 일이 일상화되어(79)' 있어 부럽답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은 제도다. 합의를 했다고 해도 모두가 만족하는 해법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95)'는 조언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정책 장마당, 정치 학습장, 카페 정치가 열리는 알메달렌은 정치 축제입니다. '특권을 내려놓은 사람들의 정치 향연(100)'입니다. 시민이 먼저 변해야 정치인이 변합니다. 스웨덴 선거 투표율은 85퍼센트 수준입니다. 축제의 정치가 열리는 알메달렌이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최연혁/스리체어스 20180523 112쪽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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