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차별은 수치나 공신력 있는 근거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수치로도 명백히 입증되고 있으나, 당사자가 직접 느낀 고통이 먼저이며 그게 더 중요합니다. 그게 쌓여 수치가 되고 기록이 되는 거니까요. (27)
  • 차별이란 애초에 설득의 문제가 아닙니다. (29)
  • 평등이란 하나밖에 없고, 불평등은 그 나머지를 전부 포괄합니다. 상대의 태도가 얼마나 바람직한지 아닌지는 당신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게 할 뿐입니다. 태도에 따라 틀린 말이 맞는 말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질문만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완전히 평등한가? (38)
  • 페미니즘이 쟁취하고자 하는 권리는 기본권입니다. 밥 몇 끼 얻어먹으려고 페미니스트가 되는 이는 없습니다. 기본권은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가져야 할 권리로, 무언가를 해야 주어지는 보상이 아닙니다. 페미니스트는 가부장제가 제시하는 '틀'을 거부하고 기본권을 위해 싸웁니다.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의 틀 속에서 남성들에 의해 주어지는 알량한 배당금을 누리는 데 관심이 있기는커녕, 배당금을 포함한 틀 자체를 부수고 바꾸고자 합니다. (55)
  • 남성은 가부장제를 유지하고 싶은지, 유지하기 싫은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많은 수의 남성이 유지는 하고 싶은데 그냥 징징대고 싶었음을 인정해야 할 겁니다. 아무리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 한들 설마 가부장제를 페미니스트가 만들었겠습니까? (56)
  • 예쁜 말씨로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일 위험한 게 바로 이런 예쁜 헛소리입니다. (79)
  • 여성혐오와 남성혐오가 이렇게 쉽게 대등한 문제 취급을 받는 상황은, 성별 간 권력 차를 또 한 번 실감케 합니다. (...) 여성의 목숨을 해치는 죄와 남성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죄는 대등한 것인가 봅니다. 사회가 남성 가해자의 심증을 헤아려주고 여성 피해자의 허점을 들춰내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그의 기분과 나의 목숨이 같은 값인가 싶어 절망감이 듭니다. (115)
  • 가부장제 + 남성의 억울함 = 이제는 남녀평등
    그러나 이런 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평등은 차별이 사라져야 오는 것이지, 남성도 억울하다고 해서 여성이 겪는 차별이 상쇄되지는 않습니다. (132)
  • 가부장제하의 여성은 남성보다 모자란 존재입니다. 여성은 0부터 시작하고 남성은 100에서 깎는다는 말은, 여성이 '모자란 존재'로 치부되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여성은 성적을 잘 받고 외모를 열심히 가꾸어도 부족한 점부터 지적을 받고 실수를 하면 바로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안게 됩니다. 외모만 봐도 여성에겐 '너는 뭐만 고치면 되겠다'고 하지만 남성에겐 '너 정도면 준수하다'고 합니다. (177)
  • 저에게 필요했던 건 잠재적 우군도 위대한 스승도 아닌, 저 자신을 위로하고 보호해줄 언어였습니다. (187)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봄알람 20160802 192쪽 12,000원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책임이 있다, 이렇게 갈등을 일으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페미니즘이라는 극단적인 말 대신 양성평등으로... 예쁜 헛소리가 제일 위험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응원이 아니라 아프면 환자라는 빈정거림을 낳았는지 알았습니다.

여성혐오는 인류와 태초부터 함께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예쁜 헛소리를 집어치우고 차별을 금지하는 언어를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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