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헨리 키신저 박사는) 미국의 전략을 서양장기(체스)에, 중국의 전략을 바둑에 비유했다. 미국은 체스를 두듯이 상대방의 왕(중국 공산당 정권)만 무너뜨리면 승리할 수 있다는 단기 속도전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중국은 바둑처럼 장기적 포석에 따른 세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기적 전투에서 지더라도 장기적인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서양 장기에서는 제로섬 형태의 승패가 분명하지만, 바둑에서는 공존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추론을 편다. (259)

국제정치의 대가이자 현실주의 이론의 창시자인 한스 모겐소 교수는 "2000년 이상 한반도의 운명은 한반도를 통제하는 패권국의 지배력이나 그 통제를 위해 경쟁하는 강대국들 간의 세력균형에 의해 결정됐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사실이 그러하다. 한반도는 오랫동안 중국 패권 아래 있다가 19세기 말~20세기 초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었고, 1905년 러일전쟁 이후 일본 패권 아래에서,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경쟁 속에서 분단의 비극을 맞았다. 그리고 미소 냉전 구도에서 한국은 패권국 미국의 세력권에 속했다. 강대국 결정론과 진영 외교의 불가피성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나왔다. (285)

미중 신냉전 시대에 한국의 전략적 선택으로 5가지를 제시한다. ①미국과 같이 중국을 견제하자는 한미동맹 강화론 ②중국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중국 편승론 ③독자적 핵 보유 또는 중립화 선언을 통한 홀로서기 ④미국과는 동맹,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를 유지하는 현상 유지론 ⑤초월적 외교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진영 외교의 굴레에서 벗어나자는 초월적 외교. 우리가 선택할 슬기로운 외교는 무엇일까?


헨리 키신저가 2011년에 미국과 중국을 체스와 장기로 비유한 혜안은 절묘하다. 책은 각각 〈차이나는 클라스〉와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길을 묻다〉의 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힌다. 성장도 양극화, 분배도 양극화, 외교도 양극화인 3K-양극화 시대, 팬데믹 이후에 전개될 미래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문정인/청림출판 20210324 368쪽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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