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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with the label 나무로그

구글서치콘솔(Google Search Console)에 URL 등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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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URL 제목을 달기도 귀찮아 발행 날짜로 했더니 구글서치콘솔(Google Search Console)에 블로그 제목이 짧다고 URL 등록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더군요. 현재 발견된 페이지는 921개이지만 페이지 색인이 생성되지 않는 이유로 250여개가 등록이 되지 않습니다. URL 검사에서 하나씩 실제 URL 테스트(TEST LIVE URL)를 한 후 색인 생성 요청을 했지만 250여 개를 포함해서 절반 이상이 등록되질 않더군요. 페이지 색인이 생성되지 않는 250여 페이지를 하나씩 실제 URL 테스트를 한 후 색인 생성 요청도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해결 방법을 검색했지만 유용한 방법은 찾질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모바일 주소(?m=1)로 시도했더니 등록이 잘 됐습니다. 모든 URL을 등록했더니 약 80%가 원활하게 페이지 색인 요청됐습니다. 등록이 되지 않은 페이지는 다시 실제 URL 테스트를 해서 색인 생성 요청을 하고 했습니다. 이 블로그처럼 제목이 영어가 아닌 숫자이거나 짧다면 모바일 주소로 색인 생성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팁1 페이지 색인 생성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모바일 주소로 등록해 보세요. 구글 블로그 모바일 주소 : https://MYBLOG.blogspot.com/2023/12/XX.html ?m=1 팁2 페이지 색인 생성 요청은 하루에 10회 정도 할 수 있지만, 1회 등록(URL 검사〉실제 URL 테스트〉색인 생성 요청) 후 약 1분 뒤 다시 요청하면 하루에 100개를 등록 요청(혹은 URL 검사)할 수 있습니다. (단, 일일 할당량은 구글 맘대로여서 그때그때 다릅니다.) 팁3 모바일로 볼 경우 모바일 주소( https://MYBLOG.blogspot.com/2023/12/XX.html?m=1)로 표시되는걸 방지하려면 아래 코드를 </body> 전 에 붙여넣으면 됩니다. (출처 : stack overflow , Narendra Dwivedi ) <!--  R

김동식, 21세기에 우리네 이솝 우화를 쓰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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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죽을 때가 아니라 태어날 때 평점을 받는 선천적 능력주의 세상을 풍자하는 「인간 평점의 세상」, 「시험 성적을 한 번에 올리는 비법」으로 친구마저 굴러 떨어트리는 냉혹한 현실을 그리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해 이혼이라는 쇼까지 벌이는 부모는 절대 되지 말라는 「두 여학생 이야기」. 약한 사람, 아픈 사람을 배려해준 뒤의 공평함이야말로 인간다운 공평함이라는 「단체 감옥」, 시간을 얻기 위해 시간을 버리는 「레버를 돌리는 인간들」, 간절함보다 재미로 뛰는 사람이 이긴다는 「서울숲 게임」, 젊음보다는 재산이 많은 노인이 좋다는 「노인의 손바닥 안에서」. 자살하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게 되자 부모가 영어 유치원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자살을 권하는 「다시 시작」, 성우보다는 말은 더듬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며 부모가 말더듬증 고치기를 중단하는 「말더듬이 소년의 꿈」, 소수의 사물에 나타난 숫자가 아이로 변하자 숫자를 지우는 건 살인이라던 시위대도 전국에서 숫자가 나타나자 조용히 해산하는 「카운트다운」, 유기물 집합체 즉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90%의 인류가 사회적 기준과 무관하게 영혼을 가진 사람 10%를 노예로 만드는 「영혼 인간」. 같은 인간을 계속해서 보는 건 재미가 없어 유한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신의 「양심 고백」, 동물의 목소리를 바꾸면 반려동물 진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삼성 반려동물 보험이 허용되자 두 반려견이 삼성! 삼성! 하며 반갑게 만나고, 쌍꺼풀 수술을 받은 반려인은 삼성, 수술비도, 삼성, 공짜니까, 삼성, 좋아라하며 대화하는 「동물 학대인가, 동물 학대가 아닌가?」. 예전 국민학교는 이솝 우화를 반강제적으로 읽혔다. 교훈은 대부분 권선징악이었지만, 그나마 재미가 있어 읽었다. 《양심 고백》에 실린 스물여섯 편의 짧은 소설은 우리 현실을 재미있게 풍자하지만, 날카롭고 예리하게 철학적 물음을 던지고 화두를 남긴다. 소설은 유쾌하지만 울림은 묵직하다. 읽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긴 소설집 10권을 다 읽을 것 같다. 김동식 작가는 2

사막의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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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코 알케트비는 아랍에미리트 남자를 만나 결혼 후 남편의 고향으로 갔습니다. 두바이에서 120㎞ 떨어진 사막입니다. 여름에는 기온이 50도를 넘기도 합니다. 여기서 살기로 하면서 남편과 약속을 했습니다. 절대로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일본에 잠시 다니러 간 사이에 어미를 잃은 갓 태어난 가젤을 남편이 맡기로 했습니다. 젖병으로 키워준 남편을 엄마라고 생각하는지 산책하러 나가면 따라갑니다. 아랍어로 '밤새도록 수다를 떨다'라는 뜻의 '사메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메르가 9개월쯤 됐을 때 암컷 가젤이 왔고,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인 '다마니'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한여름의 사막에서 어린 강아지 2마리와 우연히 만났습니다. 사막에 누군가 버리고 간 강아지였습니다. 다마니가 온 이후로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던 약속은 '동물은 어지간해서는 키우지 않겠다'로 바뀌었지만, 기온이 50도에 가까운 사막에 남겨둘 수 없어 집으로 들였습니다. 티니와 타이니 덕분에 사막이 재미있는 일로 가득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동물은 가능하면 키우지 않겠다'로 바뀌었습니다. 거리에서 날개가 부러진 아기 비둘기를 만났습니다. 집으로 데려가는 길에 빵을 씹어서 주었습니다. 아기 비둘기에게 아랍어로 '빵'이라는 뜻의 '쿠브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부러진 날개도 나았고, 매일 산책 비행을 합니다. 떠날 생각은 없어 보이고, 성격이 드세 아무도 쿠브즈에게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안부 전해줘'라는 뜻의 아랍 말인 '살라미'도 입양했습니다. 사막에도 길고양이는 있습니다. 마당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새끼 고양이와 마주쳤고, 건강할 때까지 보살피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집 고양이가 되어 '초비초비'가 됐습니다. 이 무렵 결심은 '동물은 방법이 없으면 들인다'로 바뀌었

나이애드, 혼자 하는 스포츠처럼 보이지만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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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Nyad, 2023〉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Elizabeth Chai Vasarhelyi)와 지미 친(Jimmy Chin) 부부가 만든 영화입니다. 장거리 수영 전문가인 다이애나 나이애드(Diana Nyad, 19490822~ )가 환갑이 넘어 평생의 꿈인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100마일이 넘는 거친 바다를 종단하는 도전을 그렸습니다. 수영 유망주였던 나이애드는 중고교 지역 대회를 휩쓸며 1968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1966년 심내막염을 앓는 바람에 꿈을 접고 장거리 수영으로 전환했습니다. 1975년 맨해튼 둘레(약 45km)를 헤엄쳐 7시간 57분 만에 도는 데 성공했습니다. 쿠바 여행 규제가 잠깐 풀렸던 1978년 하바나에서 플로리다 수영 종단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약 42시간 동안 122킬로미터를 유영했지만 거친 해류에 체력이 고갈되어 멈췄습니다. 쿠바-플로리다 수영 종단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이애드는 60세가 넘어 다시 도전했습니다. 2011년 8월 두 번째 도전은 29시간 만에 실패했고, 9월 세 번째와 이듬해 8월 네 번째 도전도 해파리떼 공격으로 중단했습니다. 2013년 8월 31일 아침에 쿠나 아바나 헤밍웨이 마리나 바다에 뛰어들었고, 9월 2일 오후 1시 55분 플로리다 키웨스트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나이애드는 다섯 번째 도전 끝에 쿠바-플로리다 수영 종단에 성공했습니다. 165킬로미터의 여정이었지만 격류로 177킬로미터를 수영해 52시간 54분 18초가 걸렸습니다. 다섯 번의 도전, 35년 만에 쿠바-플로리다를 헤엄쳐 종단했습니다. 64세의 나이애드는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게 상어보호용 쇠창살(shark cage) 없이 헤엄쳐 플로리다 해협 종단에 성공했습니다. 쿠바 정부는 2014년 8월 31일 나이애드에게 스포츠 공로상(Cuba's Order of Sporting Merit award)을 수여했습니다. 64세의

능력주의 - 2034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 계급의 세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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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년 영국은 지능 검사가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 아주 평등한 능력주의 세상이다. 지능 발달을 예측할 수 있는 연령이 점차 낮아져 2020년에는 3세에도 가능해졌다. 지금은 태아 시기까지 검사가 앞당겨졌다. 1990년 무렵에 아이큐 125 이상인 모든 성인이 능력주의 체제에 속하게 되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영국은 재능 있는 사람에게도 육체노동의 굴레를 씌우면서 자원을 탕진했으며, 자기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시도하는 하층 계급 성원들을 가로막았다. 사회주의자들은 유산 상속에서 생겨나는 종류의 불평등에 반대했고, 사회주의자들이 가장 발전시킨 형태의 평등은 기회였다. 교사들은 무의식적으로 같은 계급 출신 아이들을 선호했고, 구식 시험은 교양 있는 가정 출신에 유리했다. 교육의 질과 양이 모두 지능에 따라 결정되지 않으며 영리한 아이들은 학교를 너무 일찍 떠났고, 우둔한 아이들은 학교를 너무 늦게 떠났다. 지능 검사를 포기하면 다시 필기시험 결과에 의지해야 했고, 필기시험을 포기하면 교사가 작성한 내신 성적표에 의지해야 했다. 편향이 적은 지능 검사야말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었고, 사회주의자들조차 이런 결과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사회 변화는 경제에서 먼저 생겼고, 압력은 국제 경쟁에서 나왔으며, 동원된 수단은 교육이었다. 기나긴 투쟁 덕분에 사회는 마침내 지적으로 우수한 사람은 꼭대기로 올라가고 지적으로 열등한 사람은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원리에 순응하게 됐다. 현대 사상의 기본 원리는 인간은 불평등하다는 사실이며, 사람마다 능력에 따라 인생의 지위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역사적 사명은 능력에 따른 선발의 원리를 새로운 인생관으로 신봉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인간들 사이에 우열이 있다는 사고가 받아들여지자 경제적 진보는 육체노동자가 아니라 새로운 기법을 고안하는 발명가와 조직가 덕분이 됐다. 생산 증대에 기여하는 능력을 지능이라고 하며, 사회는 이 척도에 따라 구성원들을 평가한다. 마침내 임금 인상을 받을 주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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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소유하는 것이다. 지혜는 실천하는 것이다. 지혜는 기술이며,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지혜를 운으로 얻으려는 것은 바이올린을 운으로 배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7) 마루쿠스에게는 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다. '사명'이지, '의무'가 아니다. 두 개는 서로 다르다. 사명은 내부에서, 의무는 외부에서 온다. 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놀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 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36) 삶을 성찰하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자기 자신을 더 명확하게 들여다보려면 자신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거리를 둘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철학과 대화는 사실상 동의어였다. (...)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사랑하긴 했지만 그는 대화를 그저 자기 자신이 가진 도구 중 하나로 본 것 같다. 이 모든 현명한 훈수질에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법을 배웠다. (51) 소로는 다르게 생각했다. 아름다움에 익숙한 사람은 쓰레기장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지만, "흠잡기 선수는 낙원에서도 흠을 찾아낸다." (130) 소로는 월든에서 자유롭게 떠돌면서 스스로를 봄 seeing 에 민감하게 만들었다. 소로는 어디에도 매여 있지 않을 때, 자신과 빛 사이에 아무것도 없을 때 가장 잘 볼 수 있음을 알았다. 소로는 본인을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비본질적인 것들을 다 쳐내고 문제의 핵심으로 치고 들어가는 수학자에 비유했다. (137) 쇼펜하우어는 염세적이었던 첫 번째 철학자도, 마지막 철학자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매우 독보적인 염세주의자였다. 쇼펜하우어의 강점은 우울함이 아니라 우울을 설명하기 위해 쌓아 올린 철학적 체계, 고통의 형이상학이었다. 여태껏 염세

시가렛 걸과 인도네시아 1965년 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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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부끄러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상처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을 교훈이라고 부른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거울로 삼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모습까지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분명히 그곳에는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인도네시아 드라마 〈시가렛 걸 Cigarette Girl, 2023〉을 봤습니다. 담배 조향사를 꿈꾸는 가내수공업 담배공장의 장녀 디시야(디안 사스트로와르도요 Dian Sastrowardoyo 扮)와 사업 수완이 뛰어난 수라야(아리오 바유 Ario Bayu 扮)가 첫눈에 반해 사랑하다 헤어지고 그리워하다 다시 찾는 내용입니다. 두 연인이 헤어지는 결정적 사건이 되는 드라마 배경이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1965년 10월1일 인도네시아 장군 6명과 장교 1명이 반란군에게 납치·살해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9·30 쿠데타'로 부르는 사건입니다. 군부 실력자였던 수하르토 당시 육군참모차장은 공산당 소행이라고 선전하며 역쿠데타를 일으켜 순식간에 좌익 군인들을 숙청하고 권력을 잡았습니다. 10월부터 대대적인 공산당 숙청을 시작했습니다. 군부와 무장한 극우 무슬림 민간 조직은 학살과 숙청을 자행했습니다. 공산주의자, 좌익민족주의자, 중국계 화교는 물론 지주, 농민, 교사, 노동자, 빚쟁이, 경쟁 사업가 등을 빨갱이로 지목하여 재판도 없이 고문하거나 죽였습니다. 1965~1966년 사이에 살해당한 사람들이 50만 명이라고 하지만, 100만 이상 300만 사이로 추정합니다. 쿠데타를 일으킨 수하르토는 1967년 대통령이 되어 1998년까지 독재 정치를 했습니다. 당시 집권층은 지금도 영웅 대접을 받습니다. 쿠데타와 대학살 배후에는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있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 2012〉은 1965년 대학살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19

사냥꾼, 목동, 비평가 - 디지털 거대 기업에 맞서 인간적 삶을 지키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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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구상한 이상 사회는 훨씬 더 유명하다. 1845년 브뤼셀 망명 시절 두 사람은 공통된 이상과 인간적인 호감, 그리고 포도주에 흠뻑 취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렸다. 즉 각자가 오늘은 이 일을 하고 내일은 저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 다시 말해 직업적으로 사냥꾼이나 어부 목동, 비평가가 되지 않고도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낮에는 고기를 잡고, 저녁에는 가축을 몰고, 저녁 식사 후에는 비평을 하는 것이 가능한 사회가 공산주의라는 것이다. (8)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 연구자〉들은 여전히 단상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예언을 늘어놓겠지만,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어떻게 살게 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으냐이다. (17) 테크놀로지가 임금 작업을 대체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테크놀로지가 통제에서 벗어나 지극히 비윤리적인 목적에 사용될 경우이다. 이러한 현상은 안타깝게도 현재의 강력한 사업 모델들에서 이미 자주 볼 수 있다. 섬뜩한 일이다. 작금의 정보 공학자, 프로그래머, 네트워크 디자이너는 더 나은 미래가 아니라 소수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과 공동생활을 정당한 민주적 절차 없이 바꾼다. (39) 20세기 인간들이 살았던 시간과 공간의 좌표는 해체되었다. 인간이 거기서 공유했던 경험과 동질성은 빠른 속도로 지나간 것과 떨쳐 버린 것이 되었다. 지금껏 우리가 알아 왔던 것처럼 디지털화의 열렬한 대변인들은 우리가 취하는 것들이 좋고 옳은지 묻지 않았다. 우리의 기존 가치와 부합하는지도 묻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대의 흐름에 늦지 않게 제때 접속하는 것뿐이다. 이로써 도덕의 문제는 시간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미래 사회를 결정하는 것은 판단력이나 가치 평가, 동의가 아니라 외부에 의한 강제이다. 이런 의미에서 속도는 도덕성을 뒷전으로 밀어 놓는다.

겨울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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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근식 시인 호롱불이 춤을 추는 웃풍 센 방안 화로에서 끓고 있는 청국장을 이제나저제나 새벽같이 일 나간 식구들을 기다리며 할미가 들었다 놨다 하는 사이 가을 국화꽃을 붙인 창호지 넘어 소복소복 눈 쌓이는 소리가 들리고 문풍지는 어제처럼 요란하지 않고 조용할 때 보리밥 묻어둔 아랫목 이불에서 대굴빡만 쏙 내민 철없는 손주 놈은 설에 먹었던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자며 칭얼댑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능력주의와 불평등 -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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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지위 세습에 대해 크게 반발하면서도, 막상 세습과 다르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능력주의 시스템에 대해선 지나치게 옹호적이다. 신분제와 세습제라는 것이 절대 악처럼 묘사될수록 능력주의는 절대 선인 양 오인되었던 것이다. (8) 능력주의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같은 인류의 오래된 비례적 정의관에 닿아 있기 때문에 강렬한 호소력을 지닌다. 능력주의에 대한 연구들 중 상당수가 능력주의를 가장한 세습주의, 사이비 능력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결론에 가서 '진정한 능력주의'를 요청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은 그만큼 떨쳐 내기가 쉽지 않다. (9)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내부에서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체제를 정당화한다. 능력주의가 평등을 대체하면서 불평등에 대해 분노하는 운동도 능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능력주의는 분명히 차별이지만 차별로 인식되지 않고 오히려 '평등', 더 정확히 말하면 '공정'으로 인식된다.(19) 능력주의의 대표적인 비유는 달리기 등의 경주이다. 이때 우리는 출발선(기회)이 같았는지, 규칙(과정)은 공정한지, 이로부터 도출된 서열과 승패(결과)가 정당한지를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나 삶은 개개인이 참가하는 경주나 시합이 아니다. 경주나 시합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부일 뿐이다. 사회와 삶 전체를 경주로 보면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속도와 기록을 재기 위한 시험과 평가로 생애를 채워 나가야 한다. 불필요한 경쟁과 무의미한 고통이 다수에게 요구된다. 이에 집중하다 보면 평가와 차별의 룰을 만들고 시행하는 권력은 가려지게 된다. (31) 능력의 현실태인 점수는 인간을 오직 하나의 비교 값으로 투명하게 만든다. 한 인간을 둘러싼 가문, 경력, 사상 같은 온갖 요소들을 제거하고 오직 점수로 본인 자신과 혹은 타인과 비교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사람들은 점수를 보면 한 개인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안다고 생각하고

성조기를 든 이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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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즈음 부시가 물었다. "사람들이 왜 우리를 미워하지?" 펜타곤 조사단이 답을 찾았다.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건 우리가 그들에게 한 일 때문"입니다. 그리 보면 북한 사람들은 왜 저렇게 미국을 미워할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그들에게 한 일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한 사람들은 왜 저렇게 미국을 사랑할까? 이 역시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자신들에게 한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 이혜영 1 그렇습니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전에는 모든 비극의 배후에는 영국이 있고, 1945년 이후에 일어난 거의 모든 전쟁, 테러, 내란과 비극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습니다. 금세기 최고의 공공 지식인 노엄 촘스키는 미국을 '불량국가'이며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 국가'라고 부릅니다. 미국이 힘을 행사하는 방식은 마피아와 같다며 "미국의 이데올로기에는 미국 예외주의라고 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국은 자애롭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는 개념이지요. 이 개념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폭력과 야만으로 점철된 실제 역사적 기록이지요. 또 하나는 예외주의가 미국의 독특한 산물이라는 생각입니다. 과거의 모든 제국주의 중심부는-영국에서 프랑스, 네덜란드에 이르기까지-폭력을 행사하면서 자신은 자애롭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2 라고 비판합니다. "전쟁은 하나님이 미국인에게 지리를 가르치는 방식이라고 한다. 전쟁은 미국인의 지리 수업 시간이다. 그래서 이 나라는 전쟁 없이는 살 수 없다. 베트남, 라오스,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 이렇게 이 책의 순서를 그냥 따라가면 된다. 아주 쉽다. 그러면 나온다. 우크라이나!" 3 그리고 지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나옵니다. 집회에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를 나란히 들고나오는 이들에게 미국이 우리에게 한 일을 찾아보라고 권합니다. 개구리 겨드랑이에 털이 나는 게 빠를 정도로 쇠

시인의 말 -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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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새벽빛 그리고 허황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밤의 입국 심사/김경미/문학과지성사 20140825 186쪽 9,000원 왜 그러는가 별은 또 내게 왜 주는가 언제 무엇으로 다 갚으라고 무한대의 빚부터 안기우고 시작하는가 1 이별은 그녀가 사랑을 유지하는 유일한 자세 멀리 떨어지는 것은 누군가를 얻는 유일한 방식 2 아직도 시킨다고 따라나서는 것도 아직도 청춘이 시키는 일이라고 믿는 청춘이 있다는 것도 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3 너무 재미있어도 고단하다 잦은 서운함도 고단하다 4 누가 누구와 헤어지는 건 언제나 전대미문의 일정이다 5 밤의 입국심사서를 써야 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6 음력은 음력대로 양력은 양력대로 충격이어서 피곤한 날은 입술 대신 달력이 부르튼다 7 이목구비에 직업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8 땅 위의 국경들 끝없는 듯해도 발밑은 언제나 같은 물속입니다 9 당신 몰라? 인생은 안 바꿔주는 거요 10 바늘이 무던함을 배워 열쇠가 되었다는데 11 살아온 날의 절반보다 시를 쓴 날이 더 많은 시인에게서만 나는 느낌이 있다. 밤, 청춘, 그리움, 기다림, 자책, 슬픔, 첫사랑, 애인, 이별, 상처, 중년, 실패 그리고 '지나온 날짜들 너무 쓰라리고 갖고픈 날짜들 너무 멀었던'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간이 있다. 시 한 편 한 구절마다 왕성한 청춘까지 반추했지만 끝내 환불을 못 한 중년만 남았다. 지구의 위기가 내 위기인가 자세와 방식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오늘의 결심 전대미문(前代未聞) 연애의 횟수 그의 달력 공부 마흔 세상의 기척들 다시 쓰다 불량품 소사(小史) 열쇠

지금은 선생님 시대

선생(先生)이란 '먼저 살아가는' 사람이겠는데, 단지 연장자라는 뜻으로 말고,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새기면서 말이다. 당신은, 당신이 살아낸 그 삶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배울 것이 있다. 판사에게 식당 종업원은 선생님이고 의사에게 아파트 경비원은 선생님이다. 누구나 다른 누구에게 선생이다. 일단 선생님이라 부르고 나면, 최소한 반말을 하거나 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신형철, 「 누구나 누구에게 선생님 」(경향신문 20210125) 누구를 어떻게 부르는 것은 참 애매하고 어렵습니다. 제가 입사한 1990년 초에는 이군, 박군, 미쓰 리로 불렸습니다. 간혹 미스터 박이라고 부르는 상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직급이 없으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아무개 씨로 불렀습니다. 테레비에서 누군가를 아무개 님이라고 소개할 때입니다. 세기가 바뀌며 기업은 수평문화를 지향한다며 ○○○ 님, ○○○ 프로, 아담, 이브 등등으로 부르자고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조직사회는 '님'자를 붙이든 아담과 이브로 부르든 말든 사회적으로는 무조건 '씨'를 붙여 "대통령 ○○○ 씨, 전직 대통령 ○○○ 씨, ○○○ 씨"로 부르면 좋겠지만, 신형철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상대를 실제보다 낮추기는 미안하지만 더 높이면서 손해 보기는 싫은 것"이 호칭입니다. '동무'라는 좋은 말로 대동단결하여 부르면 좋지만 이북이 선점하며 빼앗겨 선뜻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관직에서 퇴임하면 그 전 직급(혹은 직책)으로 부릅니다. 일면식도 없는 이를 식당에서는 '이모'로 부르고, 길거리에서는 아저씨, 아줌마로 부르고 있습니다. 신형철 평론가가 제안했듯이 선생이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 으로 새기면

에세이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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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살아온 대로, 경험한 만큼 쓰이는 글이 에세이다. 삶이 불러 주는 이야기를 기억 속에서 숙성시켰다가 작가의 손이 자연스레 받아쓰는 글이 에세이다. (13) 잘 팔리는 에세이와 좋은 에세이 사이에는 때론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 둘 사이에 분명한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접점을 만들고 찾아내는 일을 나는 편집자로 일하는 동안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4) 책 제목을 뽑아야 하는 이 결정적 순간에는 편집자가 아니라 순수하게 독자로 돌아가야 한다. 에세이 속 문장과 단어를 천천히 즐기고 필사하듯 메모하며, 각각 다른 페이지에서 발견한 단어들을 자유자재로 연결해 보는 이 본문 탐험의 여정은 제목의 역역을 확장해 준다. (37) 누가 훔쳐볼까 무서운 그 실패한 제목들을 볼 때마다 제목은 편집자가 어느 날 번뜩이는 영감을 받아 일필휘지로 짓은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삽질 끝에 겨우 찾아내고 발견하는 것이란 생각을 자주 한다. (43) 띠지 문안은 편집자의 간판이다. 독자의 눈에 '띄지' 않으면 띠지가 아니라는 말은 그저 출판계에 떠도는 말장난이 아니다. 띠지 문안을 쓰는 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든 이 책이 눈에 띄게끔, 팔리게끔 쓰는 것이다. (46) 책을 파는 일, 특히 에세이를 판다는 것은 과격하게 말하자면 '작가가 제 삶의 일부를 파는 일'이다. 작가의 경험과 삶 가운데 가장 예민하고 잊을 수 없는 부분을 내다 팔아야 한다. 나는 책 만드는 과정에서 그 두려움과 무게감, 그로 인한 파장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작가가 삶의 일부를 떼어 내 만든 책이 외면받지 않고 잊히지 않도록, 어떻게든 독자에게 선택받는 에세이를 만들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편집자가 힘주어야 할 일이 바로 띠지 문안 만들기다. (53) 좋은 데는 이유가 없어도 되지만, 싫은 것, 불가능한 것, 심지어 디자인을 다시 해야만 하는 상황에는 반드시 근거와 방향

가을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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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걷기연맹에서 인증하는 제29회 원주국제걷기대회(The 29th Wonju Two Days Walk)가 28∼29일 열렸습니다. 출발 전에 몸풀기 체조를 합니다. 완보한 참가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쯤 공연도 했습니다. 참가자 중 고고학적으로 최연소이지만 어떤 휴먼보다 진지하게 걷기를 준비하는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였습니다. 완보 후 유모차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눈빛으로 다른 휴먼들을 관찰하더군요. 옛 강원감영터에 있는 600년 넘은 느티나무에 가을이 한창이었습니다.

樂書 굥교롭다

이두나 일곱시간 동안 담배 피우다 술 마시다 키스하다 담배 피우다 술 마시다… 더문 쏴도 쏴도 총알이 떨어지지 않던 독립군 신파를 달까지 가져가야 했나요. 근무 원래 조물주는 하루 만에 천지창조를 하고 6일 동안 쉬었는데 훗날 휴먼 권력자들이 왜곡하지 않았을까. 조물주라도 6일 연속 근무는 무리였을 거라는 건 휴먼 빼고 다 알고 있을 거라는 가설을 진지하게 증명할 때지 싶다. 비건 풀빵은 비건, 붕어빵은 안비건으로 정리합시다. 가을 독서의 계절이 아니라 독감의 계절입니다. 사부작사부작 건사합시다. 김행랑 저도 부끄럽고 이게 지금 대한민국 ▨▨ 현실입니다. 유인촌 전원일기를 쓰려면 金行지나 流人村으로는 가지 말고 사부작사부작 빙 돌아가세요. 어용교수 80년대 어용교수 물러가라 훌라훌라 하면 어용교수는 쪽팔려서 얼굴을 숙이며 자숙하는 척이라도 했답니다. 그때 훌라훌라하며 데모했던 학생 중 몇몇은 지금 교수가 됐고, 그중 몇몇은 어용교수보다 더 뻔뻔한 어용교수가 됐습니다. 변한 걸까요 아니면 원래 종자가 그랬던 걸까요. 참말로 궁금합니다. 서열 식사를 끝마치기 전인데도 반찬통 뚜껑이 하나둘 덮인다면 당신의 서열은 꼬래비일 겁니다. 꼰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보다 말았다. 예전처럼 재미가 없더이다. 《레이더스》를 극장에서 엄청 재밌게 봤던 소년은 늙은 꼰대가 됐습니다. 노동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며 기웃기웃할 때 음지에서 노동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겨우겨우 지탱하고 있는 걸 체감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절을 되새겨 보세요. 간호, 택배, 돌봄, 청소 등등 노동자 중에 아주 밑에 있는 노동자(자기도 노동자이면서 하대하는)들이 사회를 겨우겨우 돌렸잖아요. 또다시 하는 얘깁니다만 당신은 재벌이 아닙니다.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인 줄 자각하지 못하고 자본가(이익집단)에게 투표하면 영원히 당신은 자본가들이 반기는 호구입니다. 약 30%에 당신이 있답니다. K-

우리가 꿈꾸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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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촛불 이전에 태어났지만 촛불 이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촛불이 세상을 바꾸었고, 촛불이 변화의 첫 단추를 끼워놓은 상황이지요. 촛불이 우리에게 준 과제는 촛불이 일어났던 원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불평등을 평등으로, 불공정을 공정으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평화의 정착으로, 이 세 가지가 우리에게 떨어진 시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촛불 후 시대라지만 여전히 함께 살려고 하기보다 우월한 지위와 강한 힘을 이용해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습니다. 공정의 문제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 드러난 아주 큰 문제입니다. 공정하지 않은데 뭐하러 노력을 합니까? 편법을 쓰지요. 불공정을 공정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촛불이 우리에게 부여한 역사적 과제인 불공정의 해소, 그 첫걸음은 법원과 검찰을 개혁하여 권력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와 처벌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불평등을 평등으로 바꾸는 과제에 대해 알아보지요. 제가 지금 이야기한 평등이란 사회적 격차의 해소를 가리킵니다.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면 적어도 완화해야 합니다. 불평등은 다른 말로 '기회의 불균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과의 불균등'과는 다릅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회를 받아야 합니다. 적어도 기회는 균등해야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격차입니다. 불평등의 해소란 바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는 것, 일자리에서 차별받지 않고 일한 만큼 제대로 받는 것, 그래서 모두가 스스로 노동해서 먹고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불평등의 문제 전부를 최저임금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강자와 약자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은 될 수 있습니다. 호주는 1년에 한 번씩 최저임금을 발표합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호주에서는 정규직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최저임금이 따로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정규직 최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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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혈질이고 매 순간 자기감정에 충실한 손 여사. 고봉밥을 먹는데도 살이 안 찌는 손 여사. 작정하고 한풀이를 할 수 있었던 건 노동의 순간뿐이었던 손 여사. 전라도 사위는 안 된다는 손 여사. 손 여사는 보수다. 정의롭지는 못해도 불의와는 싸울 수 있는 인간 악바리인 딸. 손 여사가 얌체, 똑똑이, 잘난척쟁이라고 하는 딸. 아담과 바라라는 고양이와 십여 년을 함께 사는 딸. 계절의 이름 봄이 아니라 '보다'에서 가져온 '봄'이라는 이름의 딸은 진보다. 자식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절대 무심해질 수 없는 부모의 마음 덕에 딸은 진보의 가치를 접했고, 진보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다르지만 다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 관계는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면 놓쳐버린 관계에 대한 후회가 밀려든다. 딸이 빨갱이라서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준다는 손 여사가 보수라고 해서 엄마 취급을 안 할 것인가? 손 여사 역시도 딸이 진보라고 해서 딸 취급을 안 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보수 엄마와 진보 딸 사이에 생기는 충돌 사이에서 가족이기 때문에 보듬어야 하는 마음이 있다. 졸지에 아담과 바라가 빨갱이 좌파 고양이가 됐지만 손 여사는 오랫동안 돌봐줬다. 생활형 좌파와 우파는 그렇게 공생한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걷는사람 20200810 176쪽 13,000원

상식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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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선진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어놓았다. 한국은 선진국을 무조건 배우고 따라잡으며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 배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또한 우리를 따라 배우는 나라들에게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이 주어지기도 하는 때가 온 것이다. (19) 국민소득 3만 불이라 해도 공사장에서 떨어져 죽는 일이 흔하다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또한 부모에게 맞아 죽는 아이가 있는 한 복지국가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생활고로 자살하는 일가족이 있는 한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은 위선이라는 것이다. (78) 〈기생충〉이라는 한국영화에 세계가 환호한다는 것, 그런데 그 작품이 한국 사회 계급갈등의 깊고 어두운 골을 비춘다는 것, 통쾌하면서도 떨떠름한 이 기분은 한국인이라는 이 신나고도 괴로운 신분이 제공하는 아이러니다. (82) 갈등 자체는 강도가 높지 않지만 체감하는 갈등의 강도는 높다는 것. 실제 사회불안요인에 비해 불안심리가 훨씬 과장돼 있다는 것. 그것이 미디어 과밀 사회의 심리적 환경이다. (95) 개화기 이래 우리 역사에서 기자들은 처음엔 '몽매한 민중을 계몽하는 지식인'이었다. 그리고 사회의 지능은 언론과 함께 진화해왔다. 정치가 그렇듯 언론도 그 사회의 수준과 같이 간다. 기자의 질이 떨어지면 사회의 질도 떨어진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유행하는 시대는 기자들뿐 아니라 한 사회로서도 좋지 않다. 기자가 '기레기'라는 말을 들어도 되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거대한 쓰레기장이라는 얘기다. 오랫동안 신문기자들은 정치권력에 순응하든 저항하든 월급이 많든 적든 엘리트 집단이었는데 좋은 의미의 엘리트 의식이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다. (128) 정치권력이 부드러운 얼굴을 갖게 되고 절대권력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을 때 공포는 애정이 아니라 혐오와 무시로 바뀐다. 일종의 보복 내지 보상심리다. (151) 군부가 무력화된 시대에 검찰이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검찰에 대한 견제

우리에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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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언어가 판을 친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변혁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거짓 언어로는 현상을 파악할 수 없고, 현상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5) 불안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본원적인 힘이며, 사회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숨은 지배자다. 불안은 인간을 길들이고, 소진시키며, 예속시킨다. 불안은 비인간적인 체제를 유지시키고 강화하며, 변혁을 차단하고 저지한다. 불안은 무한 경쟁의 논리 속에서 심화되고 일상화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불안은 생명을 죽인다. (27) '인간에 대한 예의'는 우리 사회가 가장 결여하고 있는 품성인 것 같다. 인간을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너무도 모자란다. 특히 사회적 약자는 온전한 인격체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감정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비인간적, 비인격적 대우는 상상을 초월한다. 난생처음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에게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사회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회다. (30)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네 개의 체제를 기축으로 작동해 왔다. 첫째는 정치 영역의 '수구-보수 과두 지배체제'이고, 둘째는 경제 영역의 '재벌 독재 체제'이며, 셋째는 사회 영역의 '권위주의 체제'이고, 넷째는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 체제'이다. 바로 이 네 요소로 구성된 '구체제'가 이 나라를 '헬조선', '절망사회'로 만든 주범이다. 촛불의 외침은 바로 이 구체제를 변혁하라는 것이다. (44) 불안을 통해 지배하는 자는 일상의 미시권력이다. 그들은 공론장의 거시권력보다 힘이 세다. '박근혜 시위'에서 볼 수 없었던 가면이 '조양호 시위'에서 등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대통령은 내놓고 비판할 수 있어도, 시장은 그럴 수 없다. 광장의 거시권력보다 일상의 미시권력이 더 무서운 것이다. 힘겹게 쟁취한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