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아이
모르는 남자가 사진을 내밀며 알아보겠냐고 물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새미 웬트입니다. 이건 새미의 두 번째 생일날 찍은 사진이에요. 3일 뒤 아이는 사라졌습니다." 뒤이어 말했다. "이 아이는 1990년 4월 3일에 사라졌습니다. 저는 당신이 새미 웬트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새미 웬트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는 킴벌리 리미에게 제임스 핀이라는 생판 만난 적도 없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킴벌리가 28년 전에 납치돼 사라졌던 세미 웬트라고 했다. 그날 밤 킴벌리는 온몸이 그림자인 키 큰 남자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남자는 소멸 이론에 대해 말하며 서류 뭉치를 보여줬다. 소멸 이론이란 기억이 형성될 때 뇌에 남겨진 흔적은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볼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기억을 오래 꺼내보지 않으면 그 기억은 뇌 속을 떠다닌다고 한다. 제임스는 결정적 증거라며 DNA 검사 결과를 내밀었다. 킴벌리와 제임스가 형제일 가능성이 98.4퍼센트였다. 그의 진짜 이름은 스튜어트 웬트라고 밝혔다. 킴벌리는 이건 나에게 일어난 일이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빠에게 말하자 불쾌한 깨달음이 밀려왔다. 아빠는 알고 있었다. 결국 킴벌리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조수석 시트에 엉덩이 자국이 또렷하게 남을 만큼 오랜 시간을 돌아다니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게 된다. 온전한 킴벌리 리미도, 온전한 세미 웬트도 아닌, 중간 어디쯤의 이도 저도 아닌 사람처럼 될 때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소설은 무명의 작가를 단박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며 스릴러 독자에게 '숨막히게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종교, 가족, 사랑, 성소수자, 유괴, 기억 등등이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조금씩 사실을 향해 간다. 실타래를 다 풀 때쯤에 마주친 진실은 너무나 뜻밖이다.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도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