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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테크, 지구가 허락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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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투가 처음 나왔을 때는 가볍고 오래 쓸 수 있던 신소재 혁신상품이었다. 나무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며 열광했다. 코끼리 상아로 만들던 당구공을 대체하려고 플라스틱을 만들었다. '동물과 식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동식물은 물론이요, 사람에게까지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역설(93)'이 되었다. '육류에 대한 열렬한 선호 탓에 현재 600억 마리가 넘는 동물이 사육되고 있으며, 그 동물들을 위한 식량과 목초지 확보에 농지의 거의 절반이 할애되고 있다(25)'. '2050년이면 지구에 100억 명이 살고 있을 것이고, 고기의 수요는 지금보다 70퍼센트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33)'된다. 지금처럼 동물성 단백질 생산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인간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굳이 2020년을 지구사의 한 변곡점으로 획정한다면 그것은 2020년이 인공물의 무게가 자연물의 무게를 넘어선 첫 번째 해라는 점일 것이다. 인류가 생산하거나 건설한 인공물의 무게가 1.1테라 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듣보 보도 못한 '1테라 톤'은 1조 톤을 일컫는다. 그간 인류가 만들어 낸 사물의 무게가 1조 1천억 톤에 육박한 것이다. 자연적 진화의 소산으로 지구에 번성하고 있는 생물의 총 무게는 1테라 톤에 그친다. (...) 인공물의 무게는 21세기, 지난 2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백 년 전, 20세기 초반에는 인공물의 무게가 자연 생명체의 고작 3퍼센트에 그칠 뿐이었다. 불과 한 세기 만에 사물과 생물의 비중이 역전된 것이다(88)'. '태양 에너지가 지구까지 닿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8분이다. 단 15분간 내리쬐는 태양 에너지가 전 세계 모든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다. 매일 지구로 보내지는 태양 에너지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대형 화력 발전소 1억 7,300만 개가 필요하다(144)'. '자연을 보

1950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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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만 챙겨 어디론가 떠나는 피난민 가족. 대부분의 성인 남자는 남한이나 북한 어느 한쪽으로부터 징집을 당했고, 이는 피난민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깍지 낀 두 손으로 막내를 끌어안은 아이의 시선이 애처롭다. 한 소년이 추락한 북한 전투기의 잔해 위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한 한국군 병사는 6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 13만 7899명이 전사했고, 45만 742명이 부상을 당했다. 7월 1일 최초의 미군 부대가 부산에 상륙한 이래로 총 178만 9,000명의 병력이 한국전에 파병되는데, 이 중 3만 6940명이 전사, 9만 2134명이 부상, 3737명이 실종, 4439명이 포로가 된다. 유엔연합군으로 참전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에티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룩셈부르크다. 한국전쟁 동안 10만여 명의 아이들이 고아가 되었는데, 그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물자나 시설은 거의 없었다. 1951년 7월 초 개성에서 정전 협상을 시작하고, 그 후 장소를 판문점으로 옮겨 2년여 동안 무려 159차례의 본회의와 500여 회를 넘는 소위원회를 연다. 남대문시장의 여인들.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 문산역에서 (좌)존 리치 (우)NBC 어빙 레바인 존 리치(John Rich 19170805~20140409) 종군기자는 '이 사진을 보는 독자들이 한국전쟁을 과거의 역사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 사진들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그것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 그리고 강인한 소생의 의지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한다. 1950 한국전쟁 70주년 사진집/존 리치/서울셀렉션 20200615 320쪽 20,000원

혐오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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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유령도, 영화 속 등장인물도 아니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그림자가 생기며, 길을 막아설 수도, 시야를 가릴 수도 있는 육체를 지닌 존재. (31) 무슬림에 대해서는 이중적 관용이 적용되는데, 이는 흔히 무슬림들이 여기에 사는 것은 괜찮지만 이슬람교를 종교로 갖는 것은 탐탁지 않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그러고 보면 종교의 자유란 꼭 집어 기독교에게만 인정되는 개념인 모양이다. (21) 요즘에는 적대감을 과시적으로 표출하는 행위에 이른바 공적인 의미, 심지어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에 편승해 내면의 모든 천박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결코 문명인이라 할 수 없다. (22) 혐오와 증오는 느닷없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고 양성된다. 그것을 자발적이거나 개인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모든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 감정들이 계속 양성되는 일에 기여하는 셈이다. (23) 증오의 표적이 되거나 목격자가 되면 우리는 대개 간담이 서늘해져 입을 다물어버리기 일쑤이고, 쉽게 겁먹고 기가 죽거나, 포악함과 공포에 대처할 방법을 몰라 자신이 무방비 상태라고 느껴 마비된 것 같은 상태가 되어 공포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바로 그런 것이 증오가 가진 힘이다. (24) 증오와 폭력을 고찰할 때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도 함께 고찰해야 한다. 이 말은 증오와 폭력이 번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전 정당화와 사후 동의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보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사례들에서 증오나 폭력에 자양분을 공급한다는 다양한 원천을 고찰한다는 것은, 증오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며 엄연한 사실에 근거한다는 잘못된 통념에 맞서는 일이다. 그 통념은 증오가 마치 존경심처럼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진짜 감정이라고 우긴다. 그러나 증오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폭력 또한 단순히 거기에 있는 게 아니다. 준비되는 것이다. 증오와 폭력이 어

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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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층, 인구 50만 명, 높이는 대략 2킬로미터, 「잭과 콩나무((Jack and the beanstalk)」 이야기에 나오는 거대한 콩 줄기에서 따온 빈스토크라는 타워형 도시국가는 바벨탑을 연상시키지만 정작 입주민들은 그 별명을 죽어도 싫어한다. 주변국 사람들은 빈스토크를 암세포로 생각한다. 빈스토크 22층에 국경층이 그어져 있을 뿐 비인간적이고 무분별하게 상업화된 부분이 모두 빈스토크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빈스토크는 원래 국가가 아니라 건물일 뿐이었지만 65년 전 국가로 인정받았다. 주변국과 버스로 겨우 20분 거리에 있지만 비자 발급이 깐깐하다. 건물 전체가 주변국 영토에 얹혀 있는 주제에 주변국 사람들에게조차 비자 면제 혜택을 주지 않을 정도이다. 주변국 사람들은 빈스토크를 바벨탑이라고 비웃지만, 그 바벨탑에 입성하고 싶은 이들 만큼 바벨탑을 노리는 적들도 많다. 27층에 있는 미세권력연구소에서는 부정한 화폐로 활용되는 술을 통해 권력장(權力場)을 연구한다. 권력에 따라 술이 흐르고 모이는 것을 추적하여 권력이 집중되는 정도를 3차원 권력 분포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술병이 흘러 들어가기만 하고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권력자이거나 술꾼, 둘 중 하나다. 그런데 487층 A57 구역에 많은 술이 모였다가 다음 단계로 움직이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집주인은 영화배우 P였다. 무슨 이유로 사람들은 술을 보냈을까? 술을 통해 본 권력장 얘기를 다룬 〈동원 박사 세 사람〉, 비정한 정치 논리와 인간적인 연대가 대치하는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자 변절(?)하여 자연주의 작가가 된 K의 사연을 다룬 〈자연 예찬〉, 빈스토크에만 있는 부자들 이념인 수직주의자와 가난한 사람들 이념인 수평주의자 사이에 얽힌 사연을 얘기하는 〈엘리베이터 기동 연습〉, 생불이 되려는 코끼리를 죽게 만드는 〈광장의 아미타불〉, 바벨탑을 붕괴시키려고 잠입하여 65년 전 건설 초기에 숨겨 둔 폭탄을 가동하는 〈샤리아에 부합하는〉 등 여섯

20 VS 80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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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상위 20퍼센트의 가구 소득(세전) 총합은 1979년에서 2013년 사이에 4조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위 80퍼센트의 소득 총합은 3조 달러가 약간 넘게 증가했다. 하위 20퍼센트와 중위 20퍼센트 사이의 격차는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하위 80퍼센트 사이에서는 불평등이 증가하지 않았다. 불평등은 모두 그 80퍼센트 선을 기점으로, 혹은 그 위쪽으로 벌어졌다. (20) 미국은 빈곤이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 나라이면서 극단적인 부자들이 존재하는 나라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이야기가 있다. 맨 꼭대기 1퍼센트의 바로 아래에 있는 19퍼센트와 그 아래 80퍼센트 사이 경제적 분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적 분리의 정도는 최상류층으로 갈수록 심하고, 특히 상위 1퍼센트에서 가장 크다. (...) 상위 20퍼센트와 나머지 80퍼센트 사이의 격차는 미국의 경제와 사회 모두에서 드러나는 '대격차(Great Divide)'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43)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은 부모 잘못 만나는 것을 "가장 큰 시장 실패"라고 불렀다. 중상류증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 '시장 실패'를 성공적으로 피한 셈이다. (53) 철학자 애덤 스위프트는 "어떤 부모를 갖게 될지는 전적으로 운이지만 어떤 자녀를 갖게 될지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중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대체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한다. 그 결과 소득 상위 계층에 새데 간 경직성이 생긴다. 중상류층 지위사 사실상 세습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쪽의 경직성이 바닥 쪽보다 심하다. (65) 우리는 부모(parent)라는 명사가 동사로도 쓰이게 만드는 첫 번째 계급이다. 이제 우리는 '부모이다'라고 말하기보다 '부모 한다'라고 말해야 할 듯하다. (69) 부모의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 두 가지 모두 자녀가 커서 높은 학력과 높은 소득을 갖게 될 가능성을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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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과학 탐사가 끝난 후에야 고향을 잠시 돌아보는 위험한 응시가 허락되었다. 너무 멀어지기 직전에 건진 사진 속 단 하나의 픽셀에, 지구라는 '창백한 푸른 점'이 찍혔다(153)'. 1977년 9월 5일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 오전 4시 48분, 약 64억㎞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창백한 푸른 점'을 찍는 장면을 상상하니 찡해집니다. 지금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227억㎞ 떨어진 곳을 시속 6만㎞ 비행 중이라고 합니다. 팀을 옮겼다는 표현을 연구실의 경·위도 좌표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하는 건 천문학자들의 농담인가요. 재미있습니다. 연구실에 밤늦게 있는 저자에게 당직자가 '그럼, 즐기세요!(74)'라고 인사를 한다거나, 일이 그렇게 많냐는 물음에 여기가 좋다고 답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다만, 연구원들이 연구할 시간에 물건 영수증을 챙기는 일이 사소하지 않은 현실이 씁쓸합니다. '부모 노릇도 연구자 노릇도 절반쯤만(77)' 하게 만드는 여성이 겪는 차별이 과학계도 여전해 서글픕니다.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 이 짧은 문장 속에는 너무도 많은 한숨이 응어리져 있(105)'는 사회가 바삐 변했으면 좋겠습니다. '의심하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의심하고, 그 답을 구하려 애쓰며, 답을 찾은 뒤에도 과연 답이 하나뿐인지 또다른 측면에서의 답은 없는지 계속해서 의심하는 것, 그것이 과학자가 하는 일이며 해야 하는 일이다(96)'.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원이나 미국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인 것이다(265)'. 과학자의 본분을 새기는 말이지만 누군가도 다시

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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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은 생태학이란 말을 일상적인 용어로, 살충제란 말을 나쁜 단어로 자리잡게 만든 녹색 선언이다. (7) 파울 헤르만 뮐러는 1948년 "여러 절지동물에게 작용하는 접촉성 독성물질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DDT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학 및 의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 이유는 DDT의 원래 개발 목적인 농작물 해충 박멸이 아닌 전쟁 기간과 그 후에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구한 공로 때문이었다. (26) 미국에서 DDT 같은 합성 살충제의 생산량은 1947년에 5만 5800톤이었으나 1960년에는 28만 7천 톤으로 무려 다섯 배나 증가했다. (41) 카슨은 새들이 살충제에 직접 접촉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경로로 죽는다고 설명했다. DDT로 오염된 낙엽을 먹는 지렁이의 몸 속에 DDT가 축적된다. 봄에 지렁이를 잡아먹는 새가 40여 종이나 되는데, 그중에 울새도 포함된다. 1958년 미시간 주립대학 본교 캠퍼스에서는 새끼울새가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64) 《침묵의 봄》이 장기적으로 미친 효과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이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환경도서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계속해서 더 만은 살충제가 사용되고 있고, 살충제 매출액은 더 늘어나고 있으며, 《침묵의 봄》이 쓰여지던 시절보다 오늘날 더 많은 사람이 살충제 중독으로 죽어가고 있다. (124) 카슨이 사망할 당시 미국에서 사용된 '유효 성분'(실제로 벌레를 죽이는 화학물질)의 양은 27만 7천 톤이던 것이 1979년에는 51만 3천 톤으로 거의 두 배나 증가했다. 그 후로 전체 사용량은 약가 줄어들어 1999년에는 41만 톤으로 떨어졌지만, 1964년에 비하면 아직도 3분의 1이나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126) 농민과 일반 주민은 사용량이 최대치에 이르렀을 때보다는 살충제를 적게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살충제는 훨씬 더 강력해졌고 값도 더 비싸졌다. (127) 레이

시인의 말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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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춤을 춥니다. 시 속에서는 모든 게 허용되어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도 숨을 쉬고, 주소와 번지가 다른 감정들이 서로 어울리고, 나도 모르는 먼지들이 스며들어 노래가 되었지요. 시를 버릴까, 버려야지, 버리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어이하여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지. 그동안 저를 먹여 살려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공항철도/최영미/이미출판사 20210512 108쪽 10,000원 제 임무를 다하고 잊혀진 3월은 아픔을 참으며 겨울과 싸우느라 다치고 터진 생살을 꿰매고 다음 전투를 위해 제 몸을 추스르며 또 1년을 기다린다 1 눈을 감았다 떠 보니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2 적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3 아주 작은 것에도 만족하는 불평쟁이가 되었다 4 두터운 겨울 코트를 벗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나이가 되었다 5 완벽해 보이는 것들이 제일 위험해 6 사랑과 분노가 있어야 큰일을 한다 이제 분노할 힘도 없다 분노할 열정이 있다면 연애를 하든가, 맛있는 거 찾아 먹겠다 7 세상이 갖고 놀다 버린 햇빛 한줌 도망치듯 유리문을 빠져 나간다 8 시와 생활을 감히 섞으려 했으니 혼 좀 나거라 9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진실을 다 말하지는 않았지만...... 10 틀린 시간과 싸우는 것이 되풀이되는 역사는 진작 끝났어야 한다. 두꺼운 겨울 코트를 벗고 봄에 한없이 행복하다 못해 심심해서 이를 닦는 세상이 바삐 와야 한다. 세상은 시인이 뒤로 가는 열차에 다시 오르지 않게 하시라. 3월에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시를 쓰니 3월이게 하시라. 3월 공항철도 최영미 육십 세 사랑의 종말 센티멘탈 sentimental 낙서 My Bed 죄와 벌 최후진술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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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은 상처를 남긴다(14)'. 팬데믹의 결과로 경제와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해도 인간은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이다. 1.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어야 할 때 어떤 체제에서든 '개방' '신속' '안정'이란 세 요소 가운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은 두 개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처럼 열려 있고 빠르게 움직이는 체제는 본디 불안하게 마련이다. (...) 이런 트라일레마들은 다소 공부벌레 냄새가 나긴 하지만 모두 하나의 단순한 개념, 즉 열려 있고 빠르게 움직이는 체제는 위험천만한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개념에 도달한다. (28) 우리는 언제나 오버드라이브(과속) 상태에 있는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어떤 의미에서건 인류의 발전은 지난 200년에 걸쳐 극적으로 속도를 높여 왔고, 최근 몇십 년 동안은 그 페이스가 한층 더 빨라졌다. (29) 성장, 개방성, 혁신 같은 전통적인 발전 요소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전, 회복 탄력성, 위기에서 강해지기(anti-fragility) 같은 새로운 요소를 강조하는 등, 발전 과정에 접근하는 수백 가지의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43) 2. 중요한 건 정부의 크기가 아니라 능력이다 수백 년에 걸쳐 정치조직을 좌우해 온 것은 좌파와 우파의 분열이었다. 좌파는 경제에 대한 정부의 좀 더 커다란 역할을 옹호해 왔다. 우파는 자유시장주의를 고집스럽게 주창해 왔다. 20세기 최대의 정치 논쟁은 정부의 크기와 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역할, 그러니까 정부의 양(quantity)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서 가장 중요해 보였던 것은 정부의 '질(quality)'이었다. (55)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니라, 훌륭한 정부란 무엇이냐를 배워야 한다. (78)

북한 녀자 - 탄생과 굴절의 7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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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탈북 여성을 만나면 두 번 놀라게 된다. 한 번은 강한 자기주장과 억척같은 생활력에, 또 한 번은 가정이나 지역으로 돌아갔을 때 보이는 그 순종적인 모습에 말이다. 일할 때에는 억척스럽고, 남편이나 국가 앞에서는 순종적인 모순된 태도의 연원은 어디일까? 북한 여성들은 대체 어떠한 삶을 살아왔기에 오늘날과 같은 역설적인 존재가 되었을까? 이 글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우리의 또 다른 반쪽에 대한, 오래됐으나 아무도 속 시원히 답해 주지 않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5) 북한 정권은 '혁신적 노동자-혁명적 어머니'라는 생산 및 재생산 영역을 아우르는 젠더 전략을 수행하였다. 이 이중노동은 경제적 위기로 인한 생활 세계의 침식 상황에서 북한 여성을 능동적 행위주체로 드러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47) 지난 20여 년간 선군정치를 고수한 북한 정권은 체제 존속을 위해 북한 주민의 '성적 정체성 sexunality '을 군사주의 정책에 따라 구성했다. (...) 선군시대 북한 체제에서 남성은 전방의 전사로, 여성은 후방의 전사로 살아야 하는 젠더정책이 강제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군사주의 권력이 병영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젠더 위계가 극명해졌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전체를 젠더 위계적인 군사적 남성지배 담론에 종속시켜 양성 불평등한 사회체제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강제했다. (118) 해방 후 북한의 인구구성은 직업적으론 농민이, 성별로는 여성이 다수였다. 역사 속에서 여성은 물리적으로는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론 언제나 '소수자'였으며, 권력의 시야에서 가려져 있었다. 여성은 권력의 지반을 지탱하고 있었으나, 농업문화에 기반한 배타적이고 대규모적인 혈연 공동체 질서 하에서 정치경제적 지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여성이 해당 공동체를 관리 및 유지하는 생활관리자였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권력자는 남성과 노인이었으며, 여성과 어린이는 공동체를 유지하며 재생산하는 역할을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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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배적 서사는 유한한 지구, 무한한 물적 발전을 골자로 지구와 자연은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줄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고 가정했다. 이 서사는 우리가 '큰 지구(big planet)'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세계(small world)'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별 탈 없이 통용되었다. 이런 세계에서는 지구가 제게 사하는 인간의 갖은 모욕을 질끈 눈감아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그런 시대는 이미 25년 전에 끝났다. 오늘날 우리는 '작은 지구(small palnet)' '큰 세계(big world)'에서 살아가고 있다. 넘쳐나는 환경적 고난이 사상 최초로 세계경제에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으며, 기상이변 사태들에 따른 비용 상승과 세계 식량 및 자원 비용의 불안전성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다. (15) 장기적인 지속가능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인류의 능력이 지구에 미치는 4대 압박으로 위협받고 있다. 4대 압박이란 1) 인구 증가와 풍요로움, 2) 기후변화, 3) 생태계 악화, 그리고 4) 느닷없는 변화 혹은 생태계의 문턱값을 넘어서는 놀라운 사건의 발발 위험이다. 이 네 가지는 인류 발전을 위한 운용 공간을 축소시킨다. (54) 우리는 더 이상 세계적 발전을 위해 지역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 거꾸로 지역적 발전을 위해 세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갈라파고스 제도, 서뉴기니 산호초, 혹은 북극 같은 장소에서 환경 정책을 제아무리 멋들어지게 시행한다 해도 그것이 끝끝내 성공하려면 다른 국가, 지역과 경제 부문의 행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환경보호는 오직 협력을 통한 범지구적 관리에 의해서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59) 이론에 명기된 것보다 변화가 더 빠르게 일어난다면 일정 정도의 조바심이야말로 합당한 반응이다. (82) 더보기... 여름에는 대체로 빙상의 밝은 표면이 태양에서 유입되는 열기의 85퍼센트를 우주로 반사한다. 그러나 빙상 표면이 녹아내린 이 전례 없는 짧은 기간 동안, 빙상

미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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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로 정의한다면, 학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네모난 건물, 칸칸이 나뉜 교실, 칠판을 자라보고 줄지어 앉는 책상 같은 물리적인 공간,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한 방향으로 앉아 수업을 '듣는' 것처럼 학교라는 마을 들었을 때 떠올리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학교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14) 우리는 이 책에서 변화의 요소 Learning Formula 와 촉매 Catalyst 라는 두 개의 틀로 미래 학교에 필요한 재료를 설명하고자 한다. 변화의 요소가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원칙이라면, 촉매는 그 배움의 방식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 운영 방식이다. 미래 교육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국내외 학교의 사례들에서 발견한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19) 흥미로운 경영학 서적을 펴내고 있는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 Seth Godin 은 미래 사회의 경쟁력이 "흥미로운 문제를 푸는 것 solve interesting problems "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흥미로운 문제란 아무나 쉽게 떠올릴 수 없고, 기술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해결책을 탐구하는 방법까지 차별화된 상상력이 필요하다. (26) 학교는 학교를 떠나야 한다. 학교 안에 갇힌 학생은 배우는 콘텐츠나 방식과 무관하게 절대로 변하지 않는 환경에서 매시간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를 강요받는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학교는 외부 요소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학생은 어떠한 자극도 없이 개인기에 의존해야 한다. (40) 교육의 방향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54) 배우는 방식은 이미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앞선 세대가 규정한 대학의 전공, 직업 기준과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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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는 최악의 경우 아르헨티나처럼 국부가 소실되는 붕괴 상태로 나아가고, 최선의 경우조차 일본처럼 제로 성장이 계속되는 '잃어버린 시대'로 진입한다. 《자본》이 예측하는 자본주의의 종착지는 아르헨티나와 일본 사이의 어떤 상태이다. 경제학자들은 《자본》의 이런 결론을 종교적 종말론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경제학의 세계는 경제가 영원한 균형 위에서 지속해서 성장하는 것이다. 심지어 경제학은 장기간에 걸쳐 균형이 깨져 있어도 그것을 붕괴가 아니라 새로운 정상-뉴노멀 new normal 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것을 포함해 우주 만물 중에 불멸의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구적 작동 체계야말로 오히려 종교적 발상이다. 현실의 체계는 잘 작동하다가도 내적 결함이 어느 순간 임계점에 다다르면, 작동이 중지된다. 《자본》은 '모순의 전개'라는 변증법을 이용해 내적 결함이 어떻게 체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6) 변혁이란 변화의 속도 이전에 방향을 지칭하는 것이다. 점진적 개혁을 통해서든 아니면 급격한 교체를 통해서든,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그 변화가 어디를 향해서 가는지다. 우리가 자본주의의 결함을 집요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함을 제대로 알아야 변화의 방향도 정확히 알 수 있다. (8) 어려움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10) 아제모글루는 기술진보의 형태를 두 가지로 나눈다. 인간의 작업 능력을 증진시키는 기술 enabling technology 과 인간의 작업 능력을 대체하는 기술 replacing technology 이 그 둘이다. 증진기술과 대체기술의 중요한 차이점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증진기술은 작업자의 직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만, 대체기술은 직무 자체를 없애버린다. 그는 20세기가 증진기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대체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19) 더보기... 자본주의적 소유의

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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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들어왔던 창문을 통해 다시 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 레이먼드 카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강간은 빛을 앗아갑니다. (15) 아무리 정성껏 치유해도 죽지 않는 한 강간을 당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강간은 나를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로 만든 사선들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30) 인도에서는 아직도 강간당한 사람을 '진다 라시 zinda laash'(살아 있는 시체)라고 부릅니다. (54) 남자들은 여자들이 비웃을까 봐 두려워한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죽일까 봐 두려워한다. - 마거릿 애트우드 (66) 차는 마시기 싫다고 하면 강요하지 않는데, 왜 섹스는 강요할까요? 차를 마시고 싶다고 하여 끓여서 건넸는데 갑자기 마시기 싫어졌다고 하면 차를 목구멍에 강제로 들이붓나요? (67) 어느 때가 되었든 그녀의 마음이 바뀌었다면 거기가 끝입니다. 그녀가 더 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동의 없이 종착역까지 갈 수 있는 티켓 따위는 없습니다. (76) '여자가 동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피해자를 성급하게 비난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우리 여성에게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지금의 굴욕과 나중의 굴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짧은 치마와 긴 치마를 선택할 수 있고, 떠날 때와 머무를 때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예스'를 선택하는 것은 적어도 그 순간에는 '노'라고 말하기보다 더 쉽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택은 동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79) 우리는 지구상 생명체로서 꽤 그럴싸합니다. 그런데 페니스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어디에 두면 안 되는지를 구별하기가 왜 그렇게 힘들까요? 누구도 강간당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91) 변화는 집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강간범이 유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 들어간다고 해도, 법은 생존자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 없습니다. 법은 여러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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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국가가 정기적으로 선거를 치른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다른 형태로 죽어간다. 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붕괴는 대부분은 군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뤄졌다. (...) 오늘날 민주주의 붕괴는 다름 아닌 투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1)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극단주의자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13)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돌아가고 오랫동안 이어지기 위해서는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헌법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까지 두 가지 기본적인 규범이 오늘날 당연시 여기는 미국 사회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 두 가지 규범이란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mutual toleration)과 이해(understanding), 그리고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forbearance)를 말한다. (15) 전제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네 가지 주요 신호 ①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혹은 규범 준수에 대한 의지 부족) ②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③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④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32) '집단적 포기(collective abdication)', 다시 말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물에게 권력을 넘기는 행동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잠재적 독재자를 통제하거나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이다. 둘째, 사회학자 이반 에르마코프(Ivan Ermakoff)가 '이념적 공모(ideological collusion)'라고 부른 개념으로, 이는 집단적 포기를 택한 주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잠재적 독재자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경우에 해당된다. (86) 선출된 독재자는 심판을 포획하고, 정적을 매수하거나 무력화하고, 게임의 법칙을 바꿈으로써 권력 세계에서 중요하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

코로나19 자본주의의 모순이 낳은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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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추구를 최고의 행동 원리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지배자들은 이윤과 대중의 목숨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는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알려진 노인들은 제물로 바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 대규모 식품 산업은 더 전통적인 육류 시장과 희귀 음식의 소비와 나란히 자리한다. 삼림 파괴를 통한 농업 생산의 확대 탓에 와일드푸드 생산자들은 더 깊은 오지로까지 밀려 들어가야 했고, 이 과정에서 윌리스의 표현처럼 "알려지지 않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감염병 병원체 원형을 건져 올렸다." (31) 공업화된(축산업에서 길러지는) 가축은 치명적인 병원체가 자라나는 데에 이상적인 개체군이다. 유전적 단일 품종 사육은 감염병의 전염을 늦출 수 있는 면역 장벽을 없애 버린다. 개체 수가 많고 밀도가 높아지면 전염 속도는 더 빨라진다. 붐비는 환경은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가축의 회전율이 빠르다는 것은 질병에 취약한 숙주가 계속 새로 공급된다는 뜻이다. (35) 면역력을 획득할 잠재력이 있는 동물이 도살되면서, 바이러스 감염이 반복된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내재돼 있을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50년 동안 세계화되고 집약화된 산업 관행 때문에 저점 더 치명적인 병원체가 번식되고 있다. 이런 감염병 유행의 패턴은 우연하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낳은 결과다. (36)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산림을 파괴하고 토양에서 천연 영양소를 침출시키는 공업화된 농업과 공장형 농장을 철폐하고, 계획적이고 집산화된 안전하고 인도적인 농축산업, 지속 가능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는 농축산업으로 대체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식이 부족하거나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식품을 만드는 생산수단을 엄청 부유한 극소수의 자본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37) 자본은 전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원시림과 소농 경작지까지 남김없이 정복하려 합니다. 이들의 투자는 삼림 파괴와 개간을 추동하면서 새로운

아무튼, 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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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를 술집에서 자란 이가 있습니다.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지만 뱃살과 내장지방만큼은 분명히 자랐 (11) "다고 합니다. 백팩에 "언제 어디서 쓰러져도 출근할 수 있도록 여벌의 속옷과 셔츠 (99) "를 두 벌씩 챙기고 다녔다고 합니다. "위(胃)로 가는 것들은 위로가 된다 (12) "며 술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마시는 거라는 간증(간에 새겨진 증거의 줄임말)을 유쾌하게 풀어놨습니다. "술 당기는 건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만이,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선뜻 응대해준 (37) " 술친구는 "밥 때든 잘 때든 마시자고 연락했던 역사 (37) "가 있어 애틋합니다. 술친구는 "각종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곳. 모든 증인이 취해 있어 원인도 경과도 알 수 없는 곳.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수록 내가 진상이었다는 사실만 드러나기에 미제 사건으로 종결시켜버리고 싶은 일들이 가득한 곳. 바로 술집 (27) "의 흑역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술집에 가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면, 꼭 그래야만 한다면, 그건 집에 갈 수 없기 때문 (161) "입니다. 특히 "집과 술집 사이에 이물질처럼 회사가 껴 있 (127) "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듯이 술집에 가는 거지"요. "해장을 할 수 있는 집이야말로 진정한 술집 (67) "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칼국숫집이 "칼국술집 (70) "이 되고, "알코올로 마비된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국물"이 "사우나에 입만 담근 (102) " 것처럼 시원한 우동집이라면 "기억도 마음도 신발도 놓고 나오는 (36) " 술집이 됩니다. 쿠바에 있는 '올인클루시브 비치'라는 곳에 꽂혔습니다. 수영을 하고 "카리브해의 바닷물이 입술에 남

불복종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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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세기에 걸쳐 군주, 성직자, 봉건 영주, 산업계 거물, 부모들은 복종이 미덕이고 불복종은 악덕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기 위해 이 입장의 맞은편에 다음의 언명을 놓아보자. 인간의 역사는 불복종의 행위로 시작되었으며 복종의 행위로 종말을 고하게 될지 모른다. (9) 계속해서 인간은 불복종의 행동을 통해 진화해왔다. 양심과 신념의 이름으로 권력자에게 감히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인간의 영적 발달이 가능했다. 그뿐 아니라 인간의 지적 발달 또한 불복종을 감행할 수 있는 역량에 달려 있었다. (...) 불복종의 역량이 인간 역사의 시발을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면, 앞에서 말했듯 복종은 인간 역사의 종말을 가져올 요인이 될지 모른다. (11) 어떤 사람이 오로지 복종만 할 수 있고 불복종은 할 수 없다면 그는 노예다. 오로지 불복종만 할 수 있고 복종은 할 수 없다면 그는 반항꾼이다. 혁명가와 반항꾼은 다르다. 반항꾼은 분노와 실망, 억울함에 추동되어 행동할 뿐 신념이나 원칙의 이름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13) 불복종하는 것, 권력자에게 감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 까닭이 또 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복종은 미덕과, 불복종은 악덕과 동일시되어 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기간 동안 소수가 다수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18) 역사의 현 시점에, 의심하고 비판하고 불복종하는 능력이야말로 인류의 미래냐 문명의 종말이냐를 가를 모든 것일지 모른다. (20) 사상(꼭 새로운 사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을 설파하면서 동시에 그 사상을 몸소 살아내는 사람을 예언자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5) 현실을 보여주고 대안들을 보여주고 저항의 목소리를 밝히는 것이 예언자의 역할이다. 큰 소리로 외쳐 사람들을 반쯤 잠든 관습적인 상태에서 깨우는 것이 예언자의 역할이다. 누군가를 예언자로 만드는 것은 역사적인 상황이지 예언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아니다. (26)

사회적 유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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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화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 권력이 더 광범위한 인간의 행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제와 공공정책을 통해 세계화를 인간의 통제 아래 두기를 요구해야 한다. (10) 팬데믹은 어떤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러한 대립들이 제시한 선택들을 더욱 심화시키고 뚜렷하게 만들었다. (16) 두 개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외국인 혐오 민족주의다. 이 둘은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유럽을 배회하고 있었으며, 유럽의 사회와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쳤다. 가능한 한 다른 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이 인간사를 지배해야 한다는 교리인 신자유주의는 사리사욕에 대하 집착을 부추기고 분배에 대한 요구를 외면하는 방법으로 불평등을 증가시켜왔다. 신자유주의는 우리에게 2008년의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인위개변적인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집단행동을 무산시켰다. 외국인 혐오 민족주의는 서로 다른 민족 집단 및 국가 구성원 간의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21) 신자유주의는 기껏해야 자원만 갖춘 공공 서비스만 용납했고, 개개인에게는 각자도생의 이기적인 철학이 퍼지도록 부추겼다. (22) 사람들은 역사가 그들을 지나간다고 믿을 때, 대담하고 진취적인 대의명분을 받아들이는 대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불안정한 이점에도 도전자들을 배제하기로 약속한 협소하고 방어적인 운동에 의존한다. 따라서 외국인 혐오적 권리뿐만 아니라 낮은 세금을 약속하는 신자유주의 권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번성한다. (42) 우파든 좌파든 유럽 정책 결정자들은 시장과 공공정책 조치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더 많은 시장을 원한다면, 더 적은 사회정책을 가져야 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역사는 우리에게 그 반대가 진실이며 둘 다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51) 팬데믹은 또한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오랜 기간 널리 퍼져 있는 불평등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켰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고임금

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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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깻잎을 싸게 먹을 수 없습니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깻잎 농장에 이주노동자들이 단기로 와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일종의 공식처럼 하루 '근로 시간 11시간, 휴게 시간 3시간'이 명시 (69) "되어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씩 일합니다. 휴게 시간이 3시간이 있지만 "1일(8시간) 작업량 15BOX(상자)"로 작업 할당량을 정해놓았기 때문입니다. 1일(8시간) 작업량 15BOX는 "깻잎 한 상자에 보통 1천 장이 들어가기에 하루에 깻잎 1만 5천 장을 따라는 의미 (73) "입니다. "아무리 능숙한 솜씨로 깻잎을 따더라도 물리적으로 8시간 안에 15상자, 즉 1만 5천 장을 따기는 쉽지 않"아서 이주노동자들은 "오전 6시 30분에 밭에 나가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깻잎을 따야 1만 5천 장을 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간단한 빵과 두유를 허겁지겁 먹고 밭에서 걸어서 5~10분 걸리는 간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 말고는 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 (76) "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보통 근로계약서에 적힌 휴게 시간을 제외한 노동 시간(8시간)에 실제 일한 일수와 최저 시급을 적용한 금액만 달마다 받"는 "시급제이지만 실제 일한 시간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늘 축소되 (69) "어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이주노동자는 월급에 비례해서 기숙사비를 내기에 매년 최저임금이 올라도 월급 인상 액수가 그리 크지 (33) " 않습니다. 그들이 사는 기숙사는 좁고 더러울 뿐만 아니라 여럿이 함께 살면서 어마어마한 월세를 사업주에게 냅니다. 그래서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을 노예로 비유합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