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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것이 좋아 - 나만의 보폭으로 걷기, 작고 소중한 행복을 놓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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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책에서 나는 이 동네에 소속감을 느꼈다. 그 새로운 공간들이 모두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느끼면서 나도 그들처럼 이 마을에 익숙해지고 싶었고, 그러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18)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로 빛나는 빛을 그릴 때마다 이 모습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검색해 보니 있었다. 우리나라 말로 '볕뉘'라고 한다. (43) 작게 태어나, 욕심 없이 사는 것 (69) 봄날의 산책은 남은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준다. (85)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 온 세상의 정보를 다 알게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때로는 너무 먼 곳의 소식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가까이 있는 것이 더 믿음직스러울 때가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걸으면 반드시 진정이 된다. 이상하게도, SNS나 미디어 같은 걸 보면 머리가 꽉 막히는데, 그냥 길가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2) 처음이라서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었던 시간이어서, 세상 자체에 대한 첫사랑을 품은 시기여서 그만큼 그때의 모습들이 내 안에 오래 나아 있는 것은 아닌지. (115) 멀리서 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 깊게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 시간을 두고, 거리를 뒀기 때문에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시선으로 내 삶을 보기도 한다. 나는 되도록 멀리서 나를 보려고 한다. 내가 남을 볼 때 그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듯이, 지금 나의 고통을 내가 볼 수 없도록 세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 나에게는 삶의 한 요령이었다. (119) 산책이 내게 준 것은 며칠짜리 희망이었다. 이내 다시 힘들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벌어질지라도. '지금은 괜찮아.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같은 믿음이나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다. 힘듦이 쌓이면 다시 세상을 확인하러 떠났다.

코로나는 기회다 - 위기를 맞은 세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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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가능은 이미 일어났다 -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  코로나가 보여준 각자도생을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들의 민낯 재난은 갑자기 시작되고, 절대 완전히 끝나지 않는 법이다. (8) 희망은 앞으로 닥칠 불확실성 속에서도 명확한 시각을 제공한다. 함께할 가치가 있는 갈등이 있고, 그중 일부는 이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희망의 가장 위험한 면 중 하나는 재난이 닥치기 전에는 모든 것이 괜찮았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실수에 빠지는 것이다. 판데믹 이전의 평범한 삶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과 배척의 시기였고, 환경과 기후의 재앙이자 불평등의 근원이었다. 비상사태가 끝난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 찾고, 결정할 수는 있다. (23) 2. 여행의 종말 - 크리스토퍼스 벨레이그(Christopher de Bellaigue)  관광이 죽자 환경이 되살아난 코로나 시대의 역설 코로나는 관광 산업이 없는 무서우면서도 경이로운 세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관광객들이 자연을 가득 메우고 몰려다니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하고 있다. 협곡만 한 대형 크루즈 선박들이 해안선을 침식하지 않으면서, 바다는 모처럼 한숨을 돌리고 있다. 꼼짝없이 집 안에 갇힌 등산객들은 더 이상 산등성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특색 있고 섬세한 각 지역의 음식 문화는 더 이상 관광객들이 먹는 냉동 피자의 위협을 받지 않아도 된다. (28) 오염자 부담 원칙은 어떤 사업이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면, 해결 비용 역시 원인 제공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41)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는 최근 연구에서 "관광 산업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다른 잠재적인 산업보다 탄소 집약도가 심각하게 높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관광 산업이 전 세계에서 배출한 탄소는 지구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8퍼센트로 증가했으며, 그중 대부분은 항공 여행에서 발생했다.

커피와 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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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종용받던 이종익 사장은 우연히 산책 끝에 달마암에 오른다. 암자에서 큰 바보라는 대우(大愚) 스님을 만났다. 목적지와 시간을 정해 놓지 않은 산책을 했다. 산책은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곳이어야 한다는 첫 깨달음을 얻는다. 달마암을 찾아 스님에게 물으며 불교를 처음 배운다. '종교는 하나의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조용하고 아득한 시간을 거쳐 오며 서서히 정립된 무엇(65)'이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존중하고 최선의 행동을 하는 것(93)'이 불교의 핵심이다. 작은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불교는 정신주의에도 물질주의에도 치우치지 않는 현실주의에 입각한 사상'이어서 '행동주의, 현실주의로 이해한다면 불교는 결코 난해한 사상도 또 불가한 사상(101)'도 아니라고 스님은 말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행복한 현실로 바꾸는 것이 불교(111)'이다. 이런 불교의 목적을 이해하는 중요한 원칙인 중도(中道)란 '순간순간 올바르게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137)'이다. 스님이 풀을 뽑으며 물었다. 자네가 행동할 수 있는 시간, 선택할 수 있는 시간, 자네가 진정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냉정히 말해 지금 한순간뿐이야. (...) 묻겠네. 삶이 지금 이 순간뿐이라면 자넨 무엇을 하겠나? 음... 스님과 함께 풀을 뽑아야죠. 그렇지!(159) 이 사장은 커피를 사 들고 달마암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며 참선의 세계로 접어든다. 큰 바보 스님은 이 사장에게 작은 바보라는 뜻으로 소우(小愚)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스님은 입적하기 전에 좌선은 즐거운 여행이라는 것을 되새기는 편지와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입적 소식을 들은 이 사장 손바닥에는 '보일 듯 말 듯 스님의 낡은 두루마기에서 꺼내 온 선물이 놓여 있었다(280)'. 소설이 중반을 넘길 때쯤

도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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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진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바라며 살지만, 권력과 자본은 아주 영리하게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판다. (6) 시민들은 '살기 좋은 도시'를 원하는 반면, 기업은 '팔기 좋은 도시'를 원한다. 기업은 목숨 걸고 자기들이 원하는 도시를 향해 달려가는데, 먹고사는 일에 바빠 시민들이 자기 삶에만 몰두해 살아간다면 결국 도시는 누구의 뜻대로 변하게 될까? (32) 이제 마음만 먹으면 100층 건물도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한때는 '전체'였고 인간을 품어주는 '삶터'였던 도시가 한순간에 '객체'이자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비유하자면 '엄마' 같던 도시가 도마 위의 '생선'처럼 달리 보이게 되었다고 할까?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게 바로 도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드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37) 생명체 도시의 핏줄 같은 거리거리에 쉼 없이, 막힘없이 피를 돌게 해줄 당신만의 묘약을 무엇인가? 거리가 핏줄이라면, 굵고 얇은 핏줄 안을 힘차게 돌아야 할 피는 바로 사람이다. 거리에 사람을 늘 오가게 하는 것, 그것이 답이다. (76)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 혹은 기억에 남는 인상은 무엇인가? 나는 산이라고 생각한다. (87) 재개발 지역 선정은 사업성이 기대되는 곳, 재개발사업을 통해 이익이 발생되는 곳이 우선순위다. 가장 열악한 곳이 아니라 가장 돈이 되는 곳에서 재개발이 시작된다. (105) 자본은 절대 강자이고, 아주 세고 지독한 놈이다. 자본이라고 하는 이 강자는 돈이 되는 일은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 한다. 자본이 우리가 사는 마을과 도시로 밀고 들어와 제 뜻대로 군림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눈 똑바로 뜨고 지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30) 진보적

달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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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론제과 브랜드실 스낵팀 정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 강은상과 회계팀 김지송은 B03이다. 비공채 출신 3인방이라는 뜻이다. 공채 출신이 아니어서 졸지에 '근본 없는 애'들이 됐다. '같은 회사에 다녀도, 비슷한 월급을 받아도, 결코 같은 세계를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그 사이에는 투명한 선과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103)'다. 마치 '오리지널과 스타일의 차이(177)'처럼 말이다. B03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집안에 빚이 있고, 아직 다 못 갚았으며, 집값이 싸고 인기 없는 동네에 살고, 주거 형태가 월세이고 5평, 6평, 9평 원룸에 살고 있다(105)'는 것을 첫날부터 직감으로 알았다. B03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지날수록. 한 살 더 먹을수록 늘 전보다는 조금 나았고 또 동시에 조금 별로였다. 마치 서투른 박음질 같았다. 전진과 뒷걸음질을 반복했지만 그나마 앞으로 나아갈 땐 한땀, 뒤로 돌아갈 땐 반땀이어서 그래도 제자리걸음만은 아닌 그런 느낌으로(98)' 회사에 다닌다. B03은 '여태까지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내릴 수 있(95)'을 정도로 근본이 없다. 근본이 없다는 건 '평생을 저 작은 돌멩이처럼 아슬아슬한 감각으로 살아왔(330)'고 '추락의 시기를 기약 없이 유예하면서(331)' 살고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방향 키를 아무리 눌러도 발에 모래주머니 단 것처럼 무겁게 천천히 나가(57)'는 시지프스의 삶과 같다. B03은 '초콜릿무스케이크와 뉴욕치즈케이크가 둘 다 당겨서 고민되는 날에는 두개 다 시(265)'키고 싶고,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흔한 말이지만 그런 자연스러움(196)'을 가지고 싶고, 월급날을 일주일 앞두고도 유기농 목장의 우유랑 프리미

시인의 말 - 유진목

당신이 죽고 난 뒤로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거기에는 당신의 물건들이 놓여 있다 어떤 것은 나대로 사용할 것이고 어떤 것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은 끝내 찾지 못해서 방에 앉아 울었다 내가 죽고 난 뒤로 방은 완전히 비어 있다 이 책은 돌아와 마저 쓰인 것이다 연애의 책/유진목/삼인 20160515 108쪽 8,000원 엄마는 내가 제일 처음 떠나 온 주소입니다 1 전말은 알 수 없고 절망이 길어진다 가망이 없더라도 희망의 용법을 구한다 2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이 하나의 문장이었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3 어디로 가야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모든 게 다 당신이야 나는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고맙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내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4 갓 지은 창문에 김이 서리도록 사랑하는 일을 5 그래도 삶은 사랑은 낡아진 속옷 모양 푹 푹 뜨거워지니 너무 오래 붙들었나요 6 어제는 사랑이 처음 배운 단어인 것처럼 고백이 하고 싶었어요 7 질문이 많은 자는 살인을 할 수 없으니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8 불행한 사람에게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9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이 시집을 "한국 최고의 연애시집"이라고 평했다. 최고의 연예시집은 아닐지 모르지만 열 몇 권쯤 되는 사랑을 잘라내고 도려냈을 사연이 선명하다. "당신이 있고 쉼표가 있고 그 옆에 내가 있는 문장 나와 당신 말고는 누구도 쓴 적이 없는 문장을 더는 읽을 수 없는 곳에서 나는 깜빡이고 있습니다. 10 "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절망에게 지는 것이다. 반송 타전의 전말 당신, 이라는 문장 첩첩산중 잠복 부재중 통화 어제 매장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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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뜨거운 별에 탄산음료 회사가 운영하는 금성 탐사선에 탄 엄마와 반항적인 딸이 계획한 탈출은 성공할 것인가? 인간은 싸고, 무게도 150파운드밖에 나가지 않는 비선형 다목적 시스템이다. 그것도 비숙련 노동자가 대량생산할 수 있는. (32) 다른 사람이 답안을 알려준 정답과 자신이 선택한 오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62) 2. 외합절 휴가 외합절 휴가 기간에 일어난 돌발상황에 휘말려 고군분투하는 화성 토박이 여성 공무원의 마지막 결정은? 중심이란, 경계선이 명확한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어디가 됐든 자신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84) 평생 지구 구경은 못 하겠네. 이제 누가 봐도 반역자로 보이겠지. (158) 3. 얼마나 닮았는가 인간과 합일한 인공지능이 묻는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여자 말 안 듣는 사내놈들은 쌔고 쌨어. (246) 야만이 그 정신의 반이라면, 그 야만을 다스리는 데에 나머지 반을 쓴다. 인간이란. (265) 4. 두 번째 이모 아버지와 어머니로 나눠 싸우는 인공지능도 인간을 닮았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어머니들의 불가해성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순수한 거대 인공지능의 초연함은 오히려 안심이 됐다. 진짜로 두려운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아버지들이었다. 그들은 이성과 광기가 최악의 방식으로 결합된 존재들이었다. (286) 이 거대한 신들의 놀이터에서 자유인이란 것이, 스스로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342) 네 작가가 태양계 행성을 배경으로 쓴 인류 미래사. 사인사색의 소설인데 여성이 세상을 구한다는 공통된 메시지가 읽혔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을까?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장강명, 배명훈, 김보영, 듀나/한겨레출판 20170815 356쪽 13,000원

시인의 말 -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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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죄목으로 부산구치소 0.7평 독방에 갇혔을 때 비로소 자유의 참맛을 알았다. 하루 세끼 변기통에서 식기를 세척하다보면 마음이 한없이 소박해지고 깨끗해졌다. 하루 사십분 창살 틈으로 들어왔다 가는 '다람쥐 꼬리'만 한 햇빛에 얼굴을 내밀어 해바라기하는 일이 놀라운 일이었다. (...) 악독하고 비참한 일들도 많은 세상이지만 그보다 더 존엄하고 아름다운 일들로 가득찬 게 이 생명의 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살아가며 배우지 말아야 할 말 중 하나는 '절망'일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송경동/창비 20160222 176쪽 8,000원 가장 가파른 곳에 서본 사람들은 안다 관념보다 귀한 게 물질임을 노동이 사람을 얼마나 사람답게 하는 것인지를 1 신고만 받고 AS는 단 한 번도 안하는 저 국가에는 항의도 못해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낡아간다 2 이기고 지는 것만이 무엇을 이루고 못 이루고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는 삶의 시간들 3 더이상 이 모욕적인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4 사랑은 한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5 이 위대한 국가가 오늘 기를 쓰고 밀어내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내일임을 고마워하자 6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의 자리를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넣었다 7 제국주의가 포탄으로 이룬 세계화를 우린 사랑과 연민이라는 아주 오래된 재래식 무기로 이룰 것이다 8 내 삶의 저작권도 실상은 내게 있지 않다 9 일을 할수록 더 빈곤해지는 나이도 먹기 전에 쓸모없어지는 죽어서도 생계나 공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동물들 이야기 10 다시 돌멩이를 들지 않고 다시 스크럼을 짜지 않고 천국으로 가는 길은 어디 있나요 11 세월이 흘러도 양철북처럼 키가 자라지

지구에 대한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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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전 세계에서 3억 4000만 톤의 플라스틱 제품이 생산된다. (8) 플라스틱이 어디에나 사용되는 까닭은 그것이 대체한 천연 물질보다 품질이 좋아서가 아니라 가볍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 강철이 건축의 지평을 넓힌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플라스틱은 이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저렴한 일회용 문화를 가능하게 해줬다. (11) 유리, 철, 알루미늄은 거의 무한정 녹이고 개조해도 처음과 똑같은 품질의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반면 플라스틱은 재활용을 할 때마다 품질이 뚝뚝 떨어진다.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도 같은 품질의 플라스틱병을 만들 수가 없다. (31)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1995년 1억 6000만 톤에서 2018년 현재는 3억 4000만 톤으로 치솟았다. (32) 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기름야자나무의 열매를 이용해 만드는 이 오일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팜오일이다. 2050년이 되면 다시 네 배가 더 늘어 2억 4000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팜오일 생산에 이용되는 대지 면적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팜오일 재배 면적은 지구 전체 농경지의 1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50개국에서 30억 명의 사람들이 팜오일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1인당 매년 8킬로그램의 팜오일이 소비되고 있다. (38)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의 팜오일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연간 생산량은 1520만 톤에서 6260만 톤으로 네 배가 늘어났다. (39) 야자를 다른 오일로 대체하게 되면 오히려 삼림 파괴만 가속될 뿐이다. 단위 면적당 산출량에 있어서 야자를 따라올 만한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61) 에어컨은 현재 세계 3위의 탄소 배출국 인도와 같은 수준인 연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을 것이다. (...) 더워질수록 더 많은 에어컨을 만들고, 에어컨이 많아질수록 온도는 더 올라간다. (68) 이상적인 실내온도로 알려진 기준은 오랫동안 에어컨 기술자들이 결

아무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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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산행이 지리산 종주였다니 타고났습니다. 한 달을 일한 대가로 월급을 받고 주말에 산에 올랐지만 아메리카노 같은 삶이었습니다. '잠시는 잊을 수 있고 벗어날 수 있지만 그저 그때뿐인 것들(33)'이 두려워 퇴사하고 네팔행을 택했습니다. 히말라야 설산에서 6개월을 보내고, 그 인연으로 산악 잡지사에 취업하는 성덕을 이뤘습니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가벼워질수록 가격은 무거워지는 현실(95)'에서 산에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산은 나를 낮춥니다. '누군가가 산에서 전성기를 맞았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됐을 때 산으로 향했을지도 모(46)'릅니다. '산행의 본질은 정상을 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다(92)'고 합니다. 산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라고 말한 앨버트 머메리(91)'.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머메리즘이란 '어떤 방법을 택하든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닌 매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등반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101)'를 뜻합니다. 점점 탐험이나 모험 너머의 가치와 윤리를 지향하는 산행인이 늘어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산행은 From Home to Home(집에서 집으로)이라는 말'처럼 '살아 있는 동안 늘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삶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삶(105)'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아무튼, 산/장보영/코난북스 20200615 148쪽 9,900원

내가 만난 북유럽 - 신화가 살아 숨 쉬는 북유럽 인문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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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과 함께 오딘, 토르, 트롤이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를 둘러본 느낌입니다. 덴마크의 사랑도 못 해본 안데르센, 노르웨이의 인형의 집에 사는 입센과 절규하는 뭉크, 핀란드의 국민 음악가 시벨리우스 등 수많은 예술가의 흔적을 엿본 것은 덤이었습니다. 스칸디나비아는 덴마크,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지칭하지만 아이슬란드와 핀란드를 포함해서 노르딕 국가라고 부릅니다. '핀란드를 제외하고 모두 똑같은 북유럽 신화를 건국 설화로 삼고 있(6)'습니다. 노르드 신화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소재로 쓰였습니다.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으로 얽히고설킨 역사적 사실은 흥미로웠습니다.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사미인들의 아픔도 알았습니다. '덴마크는 휘게, 스웨덴은 피카 그리고 핀란드는 휘바라는 말로 자국을 홍보하고(228)' 있는데 우리나라도 '새참'이라는 말을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가 주소를 쓰지 않고 산타에게 편지를 보내면 도착하는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은 산타 마케팅을 오래 해온 덕분에 핀란드를 산타 종주국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은 의외였습니다. 방구석에서 '신화가 살아 숨 쉬는 북유럽 인문학 여행'을 하다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상상을 했습니다. 내가 만난 북유럽/박종수/황금부엉이 20190313 354쪽 16,500원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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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 대한 현대의 태도는 인류가 대자연을 더 이상 신성시하지 않고 기계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였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집단적 결정은 최근 여러 각도에서 재평가되고 있는데, 어쨌든 그 당시 인류는 과학기술을 신봉하기 시작했고, 기이하거나 불가사의한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아예 절대적 신념으로 삼았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기이하거나 불가사의한 것에는 악의까지 있다고 믿게 되었다. 따라서 기이하게 생긴 곤충을 보면 의심을 품고 자기방어를 위해 무장하려드는 우리의 반응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31) 모든 곤충을 익충 아니면 해충으로 구분해놓고, "이 곤충은 어떻게 유익한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 곤충을 바라보는 눈이 되고, 해충으로 판명된 곤충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보는 즉시 죽임을 당하는 표적이 된다. (39) "좋은 벌레는 죽은 벌레밖에 없다"고 선전하는 조직의 가르침만 따른다면,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곤충 유령과 싸우는 데 진을 뺄 것이다. 곤충과의 전쟁이 35억 달러에 이를 거대 산업이 되어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44) 파리의 역할 중에 하나가 가루받이, 곧 꽃가루를 옮기는 일이다. 그 밖에도 파리는 죽은 동식물이 잘 썩게 해주고 많은 생물의 먹이가 된다. 파리는 또한 여러 곤충을 잡아먹는데, 파리가 없으면 이런 곤충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동물과 식물의 균형을 깨트리게 될 것이다. (84) 구더기는 대개 쓰레기, 똥, 동물 시체 같이 죽은 것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것을 먹는데, 인간을 포함한 살아 있는 동물의 방치된 상처나 죽은 표피도 구더기에게는 좋은 먹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추잡한 식성 때문에 구더기를 혐오하지만, 썩은 살이나 오물을 효율적으로 분해하고 순환시키는 바로 그 식성 때문에 구더기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구더기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갖 썩은 오물의 악취에 질식해 장미 향기는 맡지도 못할 것이다. (84) 거대한 하나됨

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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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는 말에 어폐가 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면 이전에 언젠가는 '진실 시대'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17) 거짓말이란 진실이 무엇인지 본인이 안다고 확신해야만 할 수 있다. 개소리는 그런 확신이 전혀 필요치 않다. (31) 거짓은 진실보다 수적으로 우세할 뿐 아니라,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로 진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계속 확인하게 되겠지만, 허위 사실이 퍼져나가고 굳어지는 이치는 크게 보아 일곱 가지가 있다. 노력 장벽 '노력 장벽'이란 어떤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그것의 진위 확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를 가리킨다. 정보 공백 어떤 주제에 관해 좋은 정보가 없을 때에는 언제나 형편없는 정보가 몰려들어 공백을 메우기 마련이고, 그런 식으로 우리 뇌리에 각인된 정보는 나중에 더 질 좋은 정보가 출현해도 꿈쩍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개소리 순환고리 뭔가 수상쩍은 정보가 반복하여 출현할 때, 누군가의 주장이 검증 없이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 정보가 옳다는 확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 우리가 무언가를 참이라고 믿고 싶으면, 우리 뇌는 그 진위를 가리는 일에 굉장히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이유는 우리의 정치관과 잘 맞아서일 수도 있고, 우리가 가진 편견에 들어맞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소망을 충족해줘서일 수도 있다. 자존심의 덫 우리는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정말 싫어한다. 우리 뇌가 그걸 질색한다. (...) 구라의 마수에 일단 걸려들고 나면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잃기 쉽다. 무관심 우리는 허위 사실을 몰아낼 기회가 있어도 그 기회를 꼭 택하지는 않는다. 진위 자체가 중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상상력 부족 거짓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다종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는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4

자연의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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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대칭 : 왼쪽과 오른쪽이 닮은 듯 다른 이유 도대체 패턴이란 무엇일까? 보통 우리는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대칭성의 수학은 이러한 반복이 어떤 모습인지 기술한다. 또한 왜 어떤 모양이 다른 모양보다 더 질서 있는지 이야기해 준다. 그렇기에 대칭성은 패턴과 형태를 설명하는 근본적인 과학 '언어'인 것이다. (14) 2장 프랙탈 : 산이 두더지가 파 놓은 흙 두둑처럼 보이는 이유 들쭉날쭉한 해안선을 척도(scale) 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것이 1킬로미터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10킬로미터, 100킬로미터를 뻗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서로 다른 척도에서 구별할 수 없는 배열의 성질을 프랙탈(fractal)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연의 패턴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48) 프랙탈 연결망은 정확히 말해서 '사이 차원(between dimension)'이므로 어떤 생물의 몸 전체를 채우지 않으면서 몸 전체에 퍼질 수 있어 특히 좋다. 또한 이러한 분지망은 에너지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라는 것이 밝혀졌다. (54) 3장 나선 : 달팽이와 해바라기의 비밀 수학 자연의 도처에서 나선을 볼 수 있다. 앵무조개의 껍데기에서부터 소용돌이치는 기체, 나선 은하의 별들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그것들이 서로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전체적으로 그렇다. 자연의 나선 대부분은 로그 나선이라 불리는 모양을 가진다. 이것은 프랙탈처럼 작은 부분이 큰 부분과 똑같아 보인다는 뜻이다. (...) 이것은 자연의 보편적인 디자인 중 하나이다. (80) 4장 흐름과 혼돈 : 숨은 질서를 찾아서 우주는 역동적이다. 항상 움직이고 있다. 기체와 먼지 구름이 휘돌아 뭉쳐 별들이 탄생한다. 물은 큰 고리를 그리고 소용돌이치면서 바다를 순환한다. 이것은 온도와 염도의 차이가 만드는 움직임이다. 대류 흐름이 공기를 휘저어서 구름과 제트 기류를 일으킨다. 강은 상류에서 하류로 흐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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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 대선 역사상 트럼프는 가장 충격적인 블랙 스완 1 이었다. (32) 트럼프는 이 문명 충돌론의 시대 분위기를 타고 과거로 가는 역주행의 대변자에 불과하다.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적 정치와 문화, 타자에 대한 폭력적 정서가 강화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와 서구 문명의 배타적인 블록이 강조된다. 1930년대의 미국은 자신감을 가진 상승기였기 때문에 파시즘이 아니라 뉴딜을 택했다. 하지만 오늘날 하강하는 미국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더 나아가 지구 환경 파괴 문제는 경쟁의 격화 및 새로운 파시즘의 토양이다. 트럼프의 파시즘에 대한 충동은 이러한 시대 분위기를 배경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34) 사실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미국 체제의 누적된 위선을 더 잘 드러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44) 미국 체제의 작동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미국이 때로는 엘리트들의 음모와 때로는 엘리트들의 바보 같은 착각으로 움직인다는 거을 깨닫게 된다. (45) 나는 트럼프를 포퓰리즘의 유형 이론에 근거해 '반동적 포퓰리즘'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반동적이란 시대의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담론이란 의미다. (47) 애런 제임스는 2016년 출간한 《개자식-도날드 트럼프 이론》에서 트럼프의 성격 유형을 개자식 이론으로 개념화했다. 이는 저속한 비난이 아니라 진지한 학문적 개념 정의다. 제임스에 따르면 개자식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아주 일관되게 자신의 특권을 추구한다. 둘째, 자신은 애초부터 특별한 자격을 지닌 인간이라는 왜곡된 관념에 의해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고 사과할 줄 모른다. (56) 남성 사춘기의 충동성과 폭력성에 자본주의의 부정적 기질이 결합한 셈이다. 제임스는 이를 '개자식 자본주의'라 명명한다. (58) 당적을 떠나 클린턴, 부시 2세가 제국의 번영에 대한 낙관주의 계보라면 오바마, 트럼프는 제국의 퇴조에 대한 비관주의 계보다. 전자가 현상 유지파라면 후자

역사는 스스로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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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세상이다. 모두가 자본 앞에 무릎 끊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자본의 위세에 감히 덤벼들 엄두조차 못 내는 듯하다. 하기는 자본이 세상에 나온 이후 제대로 도전을 받아 본 적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자본은 인간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면서 힘을 보여 주었다. 짧은 시간에 이토록 세상을 변화시킨 자본은 대단한 '괴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자본은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니 따라잡기도 벅차다. 자본의 역사를 들여다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본이 여기까지 오는 데 신세(?)를 진 것이 있다면 바로 맑스주의와 공황이다. 맑스의 지적처럼 자본은 세상에 나올 때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억압과 착취를 먹고 산다는 게 알려졌다. '자본 사냥꾼'이 나타난 것은 당연하다. 바로 맑스주의다. 사냥꾼은 무기를 살피고 신발 끈도 단단히 맸다. 자본이 어떤 녀석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밤새워 공부도 했다. (...) 자본은 경쟁하면서 살기 때문에 매일매일 단련된다. 또 변신에도 귀신이다.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경쟁하고 변신하기 때문에 자본 스스로도 숨이 턱턱 막힐 것이다. 하지만 자본은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편 사냥꾼과 몰이꾼에게 항상 쫓기는 형편이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자본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허점이 보이면 사냥꾼에게 발견되기도 전에 동료들에게 잡아먹히거나 산 아래로 쫓겨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자본을 강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계기는 주기적으로 체력을 보강해 주는 공황이다. 유기체가 생명을 이어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가끔 몸져누워서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골골 팔십이라더니, 주기적으로 폭발하는 공황은 자본이 숨기고 싶은 고질병이지만 공황 덕분에 몸도 추스리고 군더더기도 정리하게 된다. 공황이 폭발한다고 자본 때문에 사냥꾼이 신날 것은 없지만, 자본의

개의 사생활 - 우리 집 개는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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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관점을 이해하려면 개가 사는 낯선 세상의 인류학자가 되어야만 한다. 으르렁대는 소리나 꼬리치는 행동 모두를 완벽하게 해석하지는 못할지라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 의미를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다. (44) 개 훈련 교본은 대개 '개는 동물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한 진실도 아니다. 개는 '가축화된' 동물이다. '가축'이라는 단어에는 '집에 속하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개는 집에 속한 동물이다. 가축화는 자연 대신 인간이 개를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이겠다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진화 과정의 변주라 할 수 있다. (49) 개와 함께하는 생활은 서로를 알아가는 기나긴 과정이다. (81) 개는 우리가 그들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우리를 통해 학습한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인간은 개와 마찬가지로 가축화된 존재다. (83) 우리가 꽃잎이 시들어 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개는 그 부패와 시간의 흐름을 냄새로 맡을 수 있는 것이다. (93) 당신 개가 당신에게 코를 킁킁거린다면 지금 그는 당신 냄새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당신이 당신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그런 그만의 방식으로 개는 세상을 이해한다. (96) 개의 의사소통 범위와 규모가 경이로울 만큼 다양함에도 우리는 개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 때문에 개가 더 사랑스럽다. 그들의 침묵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특징이다.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인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다. 개와 조용히 방구석에서 나를 바라보는 개의 시선을 느낄 때도, 나란히 누워 꾸벅꾸벅 졸 때도 우리 사이에는 어색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언어가 멈췄을 때 우리는 가장 온전히 연결되니까. (151) 개는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지금 이 순간 눈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에 훨씬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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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반려견은 약 660만 마리로 추산된다. 연간 46만 마리의 반려견이 생산·유통된다. 2018년 발생한 유기동물은 12만 마리가 넘고 이 가운데 44퍼센트는 안락사당하거나 자연사했다.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 마리였지만 9만여 마리가 다시 버려진다. 매일 200여 마리가 넘게 다시 유기되고 있다. 2018년 구조된 유기동물 가운데 반려인에게 분양된 비율은 27.6퍼센트로 매해 줄어들고 있다. 2018년 전국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된 개는 2만 2,635마리였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동물생산업 등록업체는 1,477곳이다. 생명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번식장에서 개들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20일만 젖을 먹이거나, 밥알을 세어서 주며 몸집을 작게 만든다. 합법과 불법의 차이는 있지만 반려견 농장이건 식용견 농장이건 개들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철장에 갇혀 태어나고 길러진다. 번식장은 208년 3월 이전에는 자진등록을 통해, 이후에는 허가의 방식으로 합법화되었지만, 동물단체들은 전국의 번식장이 3~4천여 곳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무허가 업체가 적발되더라도 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부다. 유기견이 많은 나라의 특징은 개 번식장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강아지 경매장은 열여덟 곳이다. 매주 전국에서 출하되는 반려동물은 약 5천 마리에 이른다. 대규모 경매장에서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200여 마리의 강아지를 사고판다. 작고 어린 개를 선호하는 구매자에 맞춰 더 좋은 가격을 받으려고 어리고 작은 강아지를 팔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판매업자는 생후 2개월 미만의 개와 고양이를 팔아서는 안 되지만, 생후 40~45일에 경매장에서 팔려야 팻숍에서 생후 2개월경에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누군가 낙찰받아 강아지를 데리고 가지만 몇 차례 유찰 또는 반품이 반복되면 강아지는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고 그새 몸집만 자란다(90)'. 가치 없는 개에게 내일은 없다. '생후 5~7개월이 되도록 팔리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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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9월 9일 중국 혁명을 이끌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이 83세로 사망했다. (20)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은 맞춘다. (46) 1978년 3중전회를 시작할 때의 GDP는 1,5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덩샤오핑이 죽은 다음 해인 1998년 GDP는 1조 달러를 넘겼다. 덩샤오핑이 죽은 지 20년이 지난 지난 지금 중국의 GDP는 12조 달러가 넘는다. 역사상 이렇게 장기간 정치 안정을 제공하면서 밑바닥부터 거대한 성장을 이루어낸 나라는 없었다. (60) 요즈음 중국 정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찾을 수 있는 주제는 세 가지다. 첫째, 당국이 제시하는 매우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대책'이다. 둘째, 당 중앙에서 제시하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공식 노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대책과 공식 노선 뒤에서 어떤 거래가 오갈지 살펴보는 '추측성 기사'다. 하지만 중국 정치인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혹은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의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104) 시진핑 시대는 덩샤오핑 시대와의 단절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가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국의 지도부가 하나의 목표와 전제를 공유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유해져야 하며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룩할 능력을 갖춘 유일한 세력이자 정당성을 갖춘 유일한 세력은 중국공산당이다." (138)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거대한 코끼리인 중국을 각자의 시각에서 만져본 장님들의 활발한 대화다. 그래야만 집단사고의 함정을 피하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객관적인 모습의 중국을 재구성할 수 있다. 결국 코끼리 옆에서 잘살기 위해서는 코끼리가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군더더기 없이 알아야 한다. (222) 거대

기본소득 시대 - 생존 이상의 가치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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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궁핍에 처한 이들을 사회가 돕는다는 도덕 경제(moral economy)의 원리를 배경으로 한 공공 부조(public aid)와 분명히 다르며, 수혜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미래에 당하게 될 각종 리스크를 공유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사회보험(social insurance)과도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 혹은 미래의 불안에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것 등의 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확장하는 것 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정책 범주이다. (22) 현재의 기술혁신은 2차 산업혁명 당시 만들어지고 정착한 자본-노동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새로운 일자리들을 양산하였다. 종신 고용은커녕 하루 단위로 고용계약이 갱신되고, 고용의 주체도 애매하며, 업무의 성격이나 일하는 사람의 지위도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상태인 데다 심지어 피고용자로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못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7) 보통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구의 대다수는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노동을 행하고, 그 반대급부로써 얻는 임금으로 자신과 가족의 재생산을 책임진다.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표준적 모형은 기계화와 자동화의 극단적인 진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 관계가 다변화하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나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 그 증거다. (58)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 기본소득론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자본주의 이전의 소농적 기반의 해체였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반이 필요했다. 보편적 임노동 체제가 그것이다. (...) 임노동 체제 안에서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노동자들은 스스로 조직을 결성함으로써 자신들의 소득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갔다.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임금이야말로 '기본소득'이었던 셈이다. (73) 오래된 담론인 기본소득이 최근에 부상하는 이유는 크게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