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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with the label 혼잣말

그림자

그림자 없는 존재라며 틀림을 공모하자 사람이 말합니다 나도 그림자가 있어요 사람을 오롯이 보면 존재마다 다른 그림자 차별은 인간이 조직한 가장 질긴 상징

근하신년

여전히 벗어나려다 도로 제자리인 한순간 가만하고 무탈하게 정기적으로 속죄하라는 공전은 인간이 가진 가장 가벼운 업보

낙화

찰나에서 억겁으로 사라지는 순간순간 사연을 부여잡고 짝수로 어울리기도 빠듯한 여운 바람보다 먼저 왔다 바람보다 먼저 간다

가을

바람이 분다 낙엽이 몰려다닌다 의외의 순간마다 손만 잡고 연애하기 좋은 날이다

술타령

술맛은 두 병부터인데 세상은 한 병만 권한다 양은 양은냄비처럼 양털을 잘리고 세월은 팽목을 지나 쌍차를 스친다 자본은 그렇게 지나간다 가만히 있으라며 너 내리라며 술맛은 두 병부터인데 굳이 이차를 가잔다 닭 우는 새벽까지 책임진다며

아주 사소한 겨울

여긴 담배를 몇 갑씩 팔아요? 한 갑만 팔아요 헌재가 정당을 해산했단다. 당연히 짱돌을 던져야 하는 걸 트윗으로 대신한다. 그렇게 상형문자는 시작됐다. 먼 훗날 史家들은 이 시대를 '국민대토막시대'라고 각주를 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개뿔 당장 두 갑 파는 편의점을 검색하고 있다 헌재를 헌재로 만들려고 빡빡 피워대는 담배로 묻히는 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너는 희희낙락하라며 눈이 내린다 여전히 나침반은 북쪽을 가리키며 춥다

익숙함에 대하여

익숙해질 공간도 없이 스쳐 간 것이 첫사랑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변치 않는 것 사랑은 익숙할수록 변한다 지나간 사랑에 미련이 남는 건 새로운 사랑에 익숙해지려고 시간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죽일수록 익숙해진다 내일이 없었던 어제같이 죽이고 또 죽이며 습관처럼 살아진다 그렇게 익숙해지려고

@barry_lee

그렇게 누군가의 희생에 기생하며 또 하루를 맞는다 부끄러워 숨긴 꼬리뼈조차 감추지 못 한 참 누추한 육신은 밤이 길다며 야식을 찾는다 야비한 육신은 걸신대며 연명하지만 그대는 영면하소서 축구 함성이 들리면 생각이 나 멘션하리오 덧. @barry_lee 님의 명복을 빕니다. 몇 번 나누지 못했지만 그 사람 그 맘을 보태려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가로수

도낏날 같은 햇살에 혓바닥처럼 늘어진 그림자 이웃 나무를 가리다 나는 너를 가리고 너는 나를 가리며 높이가 아닌 넓이로 삶이란 그렇게 가로로 커가는 일 세로수라 부르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잡초

없애라며 홀대하지 마라 그나마 자라고 있으니 황무지라 불리지 않는다 그렇게 희망은 모질게 이어간다

솟대 앞에서

어데 있던 뭘 하든 당신은 행복해야 해 금 간 마음은 내가 품고 당신은 어데 있던 뭘 하던 행복해야 해 빈다

일주일

너무 이른 일요일 저녁 낙엽 사이 흘린 기억 주워 담다 당신 몰래 로또를 샀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차차 밝혀지겠지만 아무렴 어때요 설레임과 상상이 들끓는 한 주가 될 테니까요 내 인생의 로또 당신처럼

박석에 내리는 비

여름을 사랑한 눈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없는 사랑이라며 모두들 바보라 불렀습니다 시방 온몸 펄떡이며 울고 있습니다 밤새워 진종일 울 기셉니다 여름이 우는지 눈사람이 우는지 끝내 알 수 없어 담배 하나 태워 뭅니다 부엉이 소리 들리는 박석 1번 노래 흥얼거리며 비 맞은 생쥐 한 마리 지나갑니다

사랑

사랑은 선입선출이거나 혹은 분리수거 단, 첫사랑은 짧게 마지막은 마지막이니까 아주 길게

영원한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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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당신도 바보고 보내는 우리도 바보입니다 바보를 떠나보내는 세상 바보가 하나둘 늘어갑니다 바보도 사람이 되고 사람도 바보가 되는 바보가 득실대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오늘 영원한 바보를 보내며 우리는 영원한 바보를 얻습니다 Goodbye Babo Goodbuy Babo

봄비

나는 비가 되렵니다 화분 하나 비워두시면 온전히 채우며 닮으렵니다 빈 화분 채우는 비가 되렵니다 행여나 엎어져 있으면 담백하게 기다리다 가렵니다 새순이 돋기 전에 들렸다 꽃이 피기 전에 가렵니다 화분 가생이 핀 꽃은 아지랑이 몰래 왔다가 채우지 못해 닮지 못해 울다 간 건 정녕 아니랍니다

내리사랑

어무이 아부지보다 나이를 더 먹은 자식은 없다 이 사실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사랑은 내리사랑이고 끝내 나는 불효자다 어무이 아부지보다 밥을 더 먹는 자식은 있다 이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랑은 내리사랑이고 그제서야 나는 웁니다

만추

가을은 세월을 원심분리시킨다 세상에 난 걸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사는 존재가 있으랴마는 잎사귀 홀랑 떨어진 나무 그 사람을 기다리는 배 새순 들고 올 그이를 그리며 다시 봄을 꿈꾼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봄날은 어여 온다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사랑은 소비적이고 이별은 창조적이야 사랑은 적금과도 같아 사랑이 시작됐을 때 너는 적금을 탄 거야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닳아 없어져 버려 그렇게 사랑은 조금씩 그 적금을 써버리는 거야 얼마나 소비적이니 자꾸 생각이 나고 미련이 남지 그만큼 적금도 남아 있는 거야 얼마나 다행이니 더는 써버리지 않아도 되잖니 이별했다고 미련하게 슬퍼하지 마 이별하는 순간 다시 적금을 들기 시작하는 거야 이번 적금은 무일푼으로 시작하는 건 아니야 아주 오래도록 똑같은 사랑을 만나지 못할수록 적금은 복리로 계속 늘어나잖니 얼마나 창조적이니 그래서 아주 아주 많아지면 그때 다시 적금을 타면 되잖아 먼저 적금보다는 더 많을 거야 그럼 죽을 때까지 써도 아마 다 못쓸 거야 이별에 대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랑은 소비적이고 이별은 창조적이라고 그렇게 세뇌교육을 하렴

일요일

이제 안녕 행복하세요 우리 2월 30일에 만나요 강제견인된 기억들 사이 흘리고 간 추억마저 되돌려 주려 사랑금지라는 빨간 부적을 붙인다 타인의 삶에 철철 넘치던 하루는 아주 잠시 직립보행을 거부하고 잉여기억 뒷전에 매달린 압류된 미래를 되새김질하는 동안 시간은 과거로부터 쌓여 포개진다 오늘 비틀거리는 달력이 부러 기다림을 경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