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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사랑에게

그냥 이 지구상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증거 하나만 던져주길 바란다

양심

나는 심장이 하나랍니다 외심이랍니다 그래서 무척 외롭답니다 한심하기도 하지요 나는 양심도 없는 놈이랍니다 심장이 세 개인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요? 세심한 사람이니까요 네 개면 너무 많아요 사심이 생기잖아요 나는 시방 외로운 심장 하나를 기다립니다 만나면 내 심장을 떼 주겠어요 나는 무심한 사람이 되겠지만 우리는 그제야 양심 있는 인간이 되겠지요

햇살

건조한 시간 사이로 미소 지으며 다가온 햇살에 차마 눈을 뜨지 못했지 만남은 원래 그런 거 설레는 만큼 눈부시다 빛바랜 가로등 아래 낯가림하는 손끝이 마주치다 시나브로 끌어안은 입술 사랑은 원래 그런 거 어색한 만큼 익숙해진다 미안해요 안녕 기별 없이 가 버린 햇살은 마저 못다 준 미래를 놓고 갔다 이별은 원래 그런 거 더 사랑할 만큼 슬퍼진다 널 놓아주지 않는 계절은 찢어 놓고 덮어 버릴수록 어김없이 돌아오곤 한다 기억은 원래 그런 거 지우면 지운만큼 생각난다 이제는 익숙해진 가로등과 만날수록 어색해지는 그림자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서 있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 기다린 만큼 또 만날 수 있겠지

이별

사랑한 만큼 사랑할 만큼 시방 그들은 돌아서서 걷는다 찰나의 기다림 억겁의 만남 그 한 점에서 다시 만나려고

진달래

영취산에 진달래가 만발했어요 남녘이 전한 봄소식 그는 아직 겨울 보충수업이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입춘과 같이 날아든 문자 불량문자가 아니길 빕니다. 모퉁이를 돌아앉은 파전집 지글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허벌나게 매운 닭발들 그미에 맞는 안주 쓰러진 소주병 죽이 맞는 대화는 과거로 흐르고 그나저나 괜찮은 사람 사람들 습격당한 키스와 별을 보는 눈동자 지루한 침묵이 흐르는 눈빛 꿈이 아니길 바랍니다. 우린 정말 사랑했나요? 모서리마다 비치는 단편들 모자이크처럼 기억을 채운다. 미안해요 아듀 과거로 보낸 마지막 문자 가위로 싹둑 끊은 인연들 영취산에 진달래가 만발했어요 돌아서는 마지막 말처럼 피어난 진달래 굽이굽이 헤치며 오른 산등성이 떨어진 꽃잎마다 꼬박꼬박 사랑을 밟고 그 자국 자국마다 눈물 흘리는 사연 밟을수록 떠오르는 추억들 우리 정말 사랑했나요? 떨어진 꽃잎은 그냥 웃고 있지요. 사랑 혹은 추억처럼

나무

기다림은 삶의 시작 모두들 그를 墮落者라 비웃다 삶의 난민과 난민들 사이 기다리는 자 기다리게 하라 기도하는 자 기도하게 하라 술 마시는 자 술 마시게 하고 노래하는 자 노래하게 하라 사시사철 햇귀를 바라보며 환절기에도 물 흐르듯 가게 하라 나무이고 싶다 벌거벗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나무이고 싶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르게 돌아간다는 믿음으로 남고 싶다 너나들이로 남고 싶다 시방 타락자는 자기의 哲學 위에서 방황하고 있다 나무는 지금 기다리고 있다

너를 위한 변명 몇가지

모두 색안경을 끼고 있다 당신만 하얀 안경을 끼고 있다 그럼 너는 비정상인가? 그곳에서는 모두 네 발로 걷는다 당신만 두 발로 걷는다 그럼 너는 비정상인가? 51:49 당신은 49에 있다 그럼 너는 비정상인가? 그 후로 당신은 네 발로 걷기 시작했고 검은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럼 너는 정말 비정상적으로 돼 가고 있지는 않나? 거울을 보면서 너에게 얘기하고 있다

혼자 사는 이유

우유를 마셔도 더 크지 않는 첫번째 나이 때 그 여인이 물었지요 언제 결혼하고 싶으세요? 저녁 식사 후 담배를 피워 물었는데 재떨이가 방 한구석에 있을 때랑 술 마신 다음 날 시원한 북어국이 그리울 때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지요 그 여인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더군요 당신은 평생 혼자 살 거예요 가난할수록 더 높은 곳에 산다는 것을 안 첫번째 나이 때 그 여인이 물었지요 나는 어떤 존재인가요? 당신은 라이터 같은 사람이다 담배를 피울 때 꼭 너를 찾으니까 그 여인은 내 뺨을 때리며 말하더군요 나는 당신의 마지막 여자일 거예요 한 물체의 질량은 다른 물체들의 존재 혹은 그 역사에 대한 표현이다 일상이 상형문자가 돼 가는 나이 때 수화기 저 너머로 그 여인이 물었지요 아직도 혼자 사세요? 당신의 예언처럼 돼 가고 있지요 그것 보세요 기차는 기다리지 않아요 무채색 같은 내 일상에 대해 몇 마디 더 묻고는 행복하세요 마지막 대답도 없이 과거로 갔다 그 여인의 예언과 함께 모퉁이집에 들러 그렇고 그런 추억을 생각하며 佛子보다 못한 삶을 버틸 인연과 그리움 연줄처럼 나를 땅에 붙들어 매는 존재 가 그리워진다

당신이 만약 발걸음을 멈추신다면

저녁해는 가난한 연인에 지고 이름 없이 고운 계절 속 거닐다 홀로 비워진 카페에 앉아 당신을 생각합니다 한 잔의 커피도 마셔보지 못하고 나는 사랑을 얘기하고 한 잔의 술에 취해보지 못하고 나는 인생을 얘기합니다 수많은 사람은 기억의 재가 되지만 당신 모습만은 태울 수 없고 갈대숲 사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가슴에 한 아름 번져옵니다 오늘도 행여나...... 가로등 밑에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지마는 당신 먼 발자욱 소리 시나브로 가로등 뒤에 있습니다 당신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은 알 수 없는 힘에 무너지고 인생은 일장춘몽이라 뇌깔이면서도 당신이 만약 발걸음을 멈추신다면 나 영원히 꿈꾸겠소

손금

높디높은 이상을 꿈꾸는 것은 그대로 그 위 하늘을 우러르는 것과 같으니 난파한 배 상어가 에워싸면 먼저 뛰어들 것 같던 때 내 손금은 번뜩이는 이상이 득실되다 그 명제는 거짓이다 라는 에피메니데스 역설 한 옥타브 가득 쌓인 술병과 꽁초들 사이 흰 쌀밥 먹으려 가만히 내 손 못 박고 멍에 하나 쓰고 상형문자로 긴 이력서에 끝이라고 또 쓰고 우체국으로 달려가며 노을 진 하늘을 손등으로 가리다 이상이 없으면 추억 속에 살고 이상을 가진 자는 추억을 만들며 산다 우연히 펴본 일기장 갈피에 붙어 있는 꽃잎과 영양실조에 걸렸던 지적재산권 속 추억의 육신을 빌려 복원되는 존재 굳은살 없는 내 손금을 보다 저 손은 얼마나 세상의 잡음에 담갔기에 보이지 않는 손금을 만들었을까? 네 손금의 색깔도 나와 같을까? 마지막 노을진 하늘 보며 시퍼렇게 녹슨 못 빼던지고 나 지금 끝없는 한 몸으로 서다 높디 높은 이상은 그대로 그위 하늘을 우러르는 것과 같으니 내 손금에 번뜩이는 이상이 득실되다

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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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만난지 백일입니다 기쁜날 장미꽃 백송이 드리옵니다 다음엔 천송이 만송이 드리겠어요 그꽃이 시들기 며칠전 저는아마도 백만개 장미를 키우고 있을겁니다 그래서 그꽃을 드리고 싶은날이면 우리는 하늘위 아니면 몇번을다시 태어난 그때에 웃으며 드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