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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What Is History?, 1961
  • 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에서, 그리고 동시에 그 선택을 이끌어 준 잠정적인 해석-그 해석이 그 자신의 것이건 다른 사람의 것이건 간에-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 선택 및 정돈, 이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하고도 얼마간 무의식적일 수 있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이다. 자신의 사실을 가지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역사가를 가지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하다. 따라서 '역사라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다. (46)
  • 역사가는 역사의 일부이다. 그 행렬 속에서 그가 있는 그 지점이 과거에 대한 그 시각을 결정한다. (53)
  •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64)
  • 역사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전투를 벌이지도 않는다.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은,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다. - 마르크스 (71)
  •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과정, 즉 내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불렀던 그 과정은 추상적이고 고립적인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 사이의 대화이다.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사의 이중적인 기능이다. (79)
  • 사회로부터 유리되고 역사로부터 유리된 추상적인 기준이나 가치는 추상적인 개인만큼이나 일종의 환상이다. 진정한 역사가란 모든 가치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조건 지어진 것임을 인정하는 사람이지,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야말로 역사를 초월하는 객관성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삶이 아니다. 우리가 가진 신념과 우리가 설정하는 판단의 기준은 역사의 일부이며, 따라서 인간 행위의 모든 다른 측면들과 똑같이 역사적 탐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116)
  • 역사가와 자연과학자는 설명을 추구한다는 근본적인 목적, 그리고 질문하고 답변한다는 근본적인 절차의 측면에서는 똑같다. 역사가도 여느 다른 과학자처럼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동물이다. (119)
  • 역사가가 원인을 다양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단순화하는 작업도 해야만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역사도 과학과 마찬가지로 이렇듯 이중적이면서 명백히 모순적인 과정을 통해서 전진하는 것이다. (126)
  • 역사가가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역사적 사실로 만드는 것에서 역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사실이 역사적 사실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 비역사적 사실 사이의 구별은 엄격한 것도 아니고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어떠한 사실도 일단 그것의 적절성과 중요성이 밝혀지면 역사적 사실의 지위로, 말하자면 승진할 수 있는 것이다. (141)
  • 원인은 역사과정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을 결정하며, 그의 해석은 원인의 선택과 배열을 결정한다. 원인의 등급화, 즉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어느 일련의 원인들 혹은 또 다른 일련의 원인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가려내는 것이 역사가의 해석의 본질이다. (142)
  •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이다. (145)
  • 우리가 어떤 역사가를 객관적이라고 말할 때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 역사가에게는 사회와 역사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로 인해서 제한되어 있는 시야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그 역사가에게는 자신의 시야를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런 만큼 그는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위치에 전적으로 속박된 사고방식을 가진 역사가들보다 과거를 더 심원하고 더 지속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69)
  • 역사가의 과거에 대한 해석, 중요한 것과 적절한 것에 대한 선택은 새로운 목표들이 서서히 출현함에 따라서 발전하게 된다. (170)
  • 역사가는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이다. 그는 그것들을 분리시킬 수 없다. (...) 역사는 정적인 세계에서는 무의미하다.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며, 혹은 진보이다. (180)
  • 변화가 더 이상 성취로, 기회로, 진보로 생각되지 않고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된다는 사실이다. (...) 그래도 그것은 움직인다. (211)
  • 카는 '역사란 인간의 합리성을 구성하고 있는 것에 대한 특정한 관념이다. 모든 역사가는 인식하건 인식하지 않건 간에 그러한 관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217)
  • 역사에서의 객관성이란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어떤 고정불변의 판단기준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미래에 남겨진 그리고 역사과정이 전진함에 따라서 발전하게 되는 그런 기준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수 있는 것 (220)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 1961/에드워드 H. 카Edward Hallett Carr/김택현 역/까치 20150316 264쪽 12,000원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며, 진보이다. 변화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진보한다.

에드워드 H. 카가 1978년 9월에 세운 가설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경고를 넘어 오래된 미래로 보인다.

나는 (볼셰비키 혁명이) 그 첫 번째 단계였던 세계혁명, 그리고 자본주의의 몰락을 완성시킬 세계혁명은 제국주의의 탈을 쓴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식민지 민중들의 저항이 되리라는 가설을 진지하게 고찰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