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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도시, 서울

착취도시, 서울
쪽방과 서울 아파트의 평균 평당 월세 중 어느 곳이 더 비쌀까? 서울 전체 아파트의 평균 평당 월세는 3만 9400원인데 비해 쪽방의 평균 임대료는 18만 2550원이다. 쪽방 주민들은 4배가 넘는 임대료를 내면서도 난방, 취사, 세면은 물론 화장실도 갖추어지지 않은 주거공간에서 생활한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 가뜩이나 돈 없고 오갈 데 없는 이들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마땅한 노력 없이 불로소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는 행태(58)'인 빈곤 비즈니스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쪽방촌에서 재현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서울시 소재 전체 쪽방 현황 자료를 토대로 쪽방 실소유주를 추적했다. '쪽방 건물주 중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거 단지에 거주하는 인물이 적지 않았으며, 강남 건물주의 가족들, 중소기업 대표 등 재력가가 다수 포착됐다(99)'.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집에 사는 재력가가 종로에 소유한 허름한 건물'은 닭장에 가깝다. '제대로 된 직업도 없어 인력사무소에서 소일을 하며 매달 방세를 마련한 사람이 낸 그런 돈은, 흘러 흘러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도곡동 타월팰리스 옆에 있는 그 아파트로 흘러가(33)'고 있었다.

그렇다고 '안전을 문제 삼아 자치단체가 쪽방을 강제적으로 폐쇄하는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많은 쪽방 주민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돼,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적극적인 단속을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104)'. '주거비 지불 능력이 없는 쪽방 주민과 노숙인들에게는 낮은 임대료만큼이나 '보증금이 없는 것'과 '유연한 계약 기간'이 중요한데, 쪽방은 매월 계약을 하고, 또는 일세(日貰)(59)'를 현금으로 내며 살기 때문이다.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아래 쪽방이 있다. 건물주는 돈벌이를 위해 재개발이나 복지를 막는다. 빈곤의 늪에 빠진 빈자들은 언제나 쪽방을 채우기 때문이다. 주거 복지를 기본권으로 지향하는 시대에 살아서 들어가는 관(棺), 쪽방이 있다.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답답하고 난감하다.

착취도시, 서울/이혜미/글항아리 20200207 208쪽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