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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선생님 시대

선생(先生)이란 '먼저 살아가는' 사람이겠는데, 단지 연장자라는 뜻으로 말고,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새기면서 말이다. 당신은, 당신이 살아낸 그 삶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배울 것이 있다. 판사에게 식당 종업원은 선생님이고 의사에게 아파트 경비원은 선생님이다. 누구나 다른 누구에게 선생이다. 일단 선생님이라 부르고 나면, 최소한 반말을 하거나 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신형철, 「누구나 누구에게 선생님」(경향신문 20210125)

누구를 어떻게 부르는 것은 참 애매하고 어렵습니다. 제가 입사한 1990년 초에는 이군, 박군, 미쓰 리로 불렸습니다. 간혹 미스터 박이라고 부르는 상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직급이 없으면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아무개 씨로 불렀습니다. 테레비에서 누군가를 아무개 님이라고 소개할 때입니다. 세기가 바뀌며 기업은 수평문화를 지향한다며 ○○○ 님, ○○○ 프로, 아담, 이브 등등으로 부르자고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조직사회는 '님'자를 붙이든 아담과 이브로 부르든 말든 사회적으로는 무조건 '씨'를 붙여 "대통령 ○○○ 씨, 전직 대통령 ○○○ 씨, ○○○ 씨"로 부르면 좋겠지만, 신형철 평론가가 지적했듯이 "상대를 실제보다 낮추기는 미안하지만 더 높이면서 손해 보기는 싫은 것"이 호칭입니다. '동무'라는 좋은 말로 대동단결하여 부르면 좋지만 이북이 선점하며 빼앗겨 선뜻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관직에서 퇴임하면 그 전 직급(혹은 직책)으로 부릅니다. 일면식도 없는 이를 식당에서는 '이모'로 부르고, 길거리에서는 아저씨, 아줌마로 부르고 있습니다. 신형철 평론가가 제안했듯이 선생이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어떤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새기면 모두가 선생님이 됩니다. 성별, 나이, 인종, 지위와 상관없이 "판사에게 식당 종업원은 선생님이고 의사에게 아파트 경비원은 선생님"이 되듯 누구나 누구에게 선생님이 됩니다. 조금 가까워졌거나 혼인으로 엮인 가족끼리는 '쌤'이라고 부르고요.

누구나 누구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선생님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