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기본소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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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시민과 노동자와 소비자가 동의어였던 시대가 끝났다. 일하지 않아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받으며 느긋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원했다. 기본소득만으로는 갑작스러운 병원비를 대거나 침실과 서재가 있는 집을 구할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한 칸짜리 방에 누워 있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하는 쪽은 노는 쪽을 게으름뱅이 기생충이라며 경멸했고, 노는 쪽은 일하는 쪽을 재수 없는 얼간이로 보았다. 그런 와중에도 양측으로부터 사랑받는 부류가 있었다. 에세이스트, 아이돌, 싱어송라이터, 팟캐스트 진행자...... 내면을 기꺼이 드러냄으로써 타인의 정신을 어루만진다고 여겨지는 존재들, 그래서 반대로 열광적인 사랑을 퍼부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 단요, 《개의 설계사》(아작, 2023), 26~27쪽
기본소득 사회를 빼어나게 상상하며 탁월하게 설명했다.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소득을 받으면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럼에도 일자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노는 사람을 기생충이라고 업신여기고, 노는 사람은 일하는 사람을 재수 없는 얼간이라고 비난한다.
기본소득 사회라고 갈등이 없겠느냐만, 무조건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 시대가 앞당겨지길 바란다. 기본소득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노동을 하지 않도록 해주고, 좀 더 의미 있는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생존 이상의 가치를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