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 게싸움 그리고 부활한 선조 후예들
안개 자욱한 바닷가에서 남정네들이 칼싸움한다. 이를 비웃듯 게가 지나간다. 영화 〈전,란Uprising, 2024〉에서 내 맘대로 꼽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인간들 싸움은 게싸움(=개싸움)만도 못한 걸로 읽혔다.
백성을 버리고 피란한 선조는 훗날 한강 다리를 끊은 이승만으로 태어났다. 10·29 참사가 일어나자 애도를 강요한 윤석열로 또 태어났다. 부활한 선조는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다. 좀비처럼 죽지 않는 수많은 선조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하고 소녀상을 철거하자고 한다. 게싸움만도 못 하지만 박멸은 못 해도 활보는 못 하게 해야 한다.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진(것으로 추정하는) 선조로 분한 차승원 배우를 볼 때마다 평창에 사는 복구가 생각나서 몰입이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