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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 세대 생존법 - 40대 여성 직장인의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

낀 세대 생존법 - 40대 여성 직장인의 솔직 담백한 인생 이야기
  • 난 밀레니얼 세대에도 끼지 못하고 그렇다고 기성세대가 누리던 온갖 권력(?)도 누리지 못하는 낀 세대이다. 내가 보아온 기성세대는 사무실 청소를 지시하고, 커피 심부름을 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력자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위치에 도달하니 이젠 밀레니얼 세대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내 쓰레기통을 비워달라고, 커피를 타달라고 부탁하지 않으며 부탁할 수도 없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겪었던 '라떼' 시절과 현재 직장 모습의 간극으로 인해 나와 같은 낀 세대들은 조금 외로운 느낌이랄까. 위로도 아래로도 소속될 곳이 없기에 그냥 홀로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 위로는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세대로 낙인찍혀 그들의 권력 남용을 계속 받아주어야 하고(지금 와서 밀레니얼 세대인 척 거부하기도 어색하니까), 아래로는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성심성의껏 경청해야 한다. (21)
  • 조직 내 막내이기 때문에 모든 험난한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듯, 조직 내 연장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나이가 가장 많다는 이유만으로 '옛날 사람'이나 '꼰대'로 놀림받고 선 긋기를 당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 늙어간다는 것은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Being'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난 그대로인데 주변인들이 나를 늙은이로 '만드는 것Making'이라는 걸 깨닫게 될 때 그 충격은 꽤 크다. (30)
  •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섣부르고 어설픈 리딩 Leading과 '선배감'(내가 만든 단어인데 선배라고 느끼는 감정, 을 말한다)은 "라떼는 말이야" 또는 "나만 따르라”로 해석될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다. (38)
  • 당신의 브랜드는 당신이 자리를 비웠을 때 사람들이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43)
  • 어찌 보면, 세대라는 것은 태어난 출생연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로를 잘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부분까지 모두 드러내 놓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같은 세대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76)
  • 그러니 우리도 회사한테 너무 정 주지 말자구요. 회사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애사심이 넘쳐흘러 새벽 달 보고 출근해서 새벽 달 보고 퇴근하는 그런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하지만 그 사랑과 열정을 인격을 가진 사람에게 쏟아보면 어떨까요? 회사는 당신의 그러한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무생물입니다. 애사심을 가지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다만, 적당한 애사심으로 맡은 업무는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어야겠죠. (133)
  • '행복이 무엇일까요? 행복하다는 건 어떤 걸까요?' 그때 난 이렇게 대답했다. '불행하지 않은 상태요. 그게 행복한 게 아닐까요?' (150)
  • 고전인문학자 배철현이 쓴 『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을 보면 '수련'이야말로 훈련으로 인해 갈고 닦고 덧입혀지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다. 즉 입은 다물고 귀는 열고 머리는 생각하고 필요 없는 말이나 생각 등을 더하지 않고 비우는 거였다. 지금 당장 할 말은 꼭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꾹꾹 눌러버리고, 길고 깊은 한숨으로 옆을 온통 뿌옇게 전염시켜서라도 입을 다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수련인 거다. (160)
  • 아무렇지도 않게 슈퍼맨은 영화 속에서나 찾으면서 현실 슈퍼우먼은 꼭 필요하다 강요하는 일종의 무뢰한들에게 '어라, 자긴 딸 안 키워? 나처럼 사는 딸 괜찮겠어?' 하며 씩 웃으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여유롭게 맞짱 뜰 수 있는 그릇, 마흔이 넘어 이제야 온전히 내 것으로 빚어가고 있는 중이다. (186)
  • 결국 물, 칼슘, 각종 유기분자들로 이루어진 인간은 바깥에 우뚝 서 있는 나무랑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린 과거의 나무, 바위, 물, 동물에서 나온 후손인 셈이다. 이거 참 멋진 일이지 않은가? (214)
  • 진정한 사랑은 지루한 게 정상이다. 관계가 지루해졌다고 해서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사랑의 속성이 지루한 것이다. (238)
  • 젊은 시절엔 모든 것에 확신이 차서 말과 행동에 힘을 주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40대에 접어드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에 분명한 건 없다는 걸.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늘 가지고 산다는 것. 이런 태도가 사람을 조금은 겸손하게 그리고 둥굴둥굴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257)
  • 나물에 소주 마시는 '으른'이 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각양각색의 도구들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괜찮은 어른으로 농익어가고 싶다. (269)

낀 세대 생존법/서서히, 변한다/헤이북스 20211122 276쪽 14,800원

"겉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속은 코코아 같은 여자"와 "겉은 데낄라, 속은 막걸리 같은 여자"가 "설거지 좀 하라는 남편의 절규를 뒤로한 채 책상 앞에서" "아사리판에서 묵묵히 진득하게 살아가며" 겪은 40대 여성들의 낀 세대 이야기입니다. 위로도 아래로도 속하지 못한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마흔이 되며 어깨에 힘을 빼고 나물에 소주를 마시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입니다.

행복은 불행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았고, 인간은 나무랑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게 멋진 일이라는 것도 깨닫습니다. 출생연도만으로 꼰대 취급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애사심은 적당히, 인생은 비우며 살라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