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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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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공은 오랜 기간 떠돌이로 살았습니다. 마산 바닥에서 월세살이하던 실업계 고3 시절, 공부도 싫고 등록금 낼 여유도 없어 취업하려고 했습니다. '대다수가 누린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할 요소들이 기간제 상품(17)'일 만큼 가난해서였습니다. 교복을 벗는 순간만 고대했지만, 고민 끝에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고졸이란 딱지는 수갑이며 죄수복이자 족쇄나 다름없(18)'었기 때문입니다. 폴리텍대학에 진학해서도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돈만 주면 지옥 맨 아래층의 재래식 화장실 청소(39)'라도 할 정도로 간절했습니다. 졸업 후 산업 기능 요원으로 일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소집 해제했습니다. 페인트칠 막노동을 하다 한국지엠 하청업체, SNT중공업 하청업체, ISO 탱크 컨테이너 정비업체, 현대로템 하청업체, 또 다른 SNT중공업과 현대로템 하청업체, 볼보 하청업체에 이르기까지 지난 12년 동안 수많은 공장을 전전했습니다. 그중 절반을 용접노동자로 살았습니다. 수중에 들어오는 급여는 2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청년공으로 살아가기란 생각보다는 힘들고 꾸역꾸역 생존은 가능한 나날(9)'이었습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을 해달라 절규하는 하청 직원들이 있는데 동일 노동조차 안 시켜주는 현실이었습니다. 하청업체 용접공 자리는 경력을 깡그리 무시하고 임금은 최저 시급으로 후려쳤습니다. '보이지 않는 재벌의 횡포가 아메리카노 정도라면 눈앞에서 직접 체험하는 차별은 에스프레소 원액(111)'만큼 썼습니다. 원청이 곡소리가 나면 하청업체는 이미 사십구재를 지낸 뒤였습니다. 이십대 남성은 공정론, 한탕주의, 일베와 펨코, 안티 페미니즘이란 문자의 감옥 안에 갇혔다. 젊은 친구들 말 좀 들어보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결국 수도권 대학생들만 예시로 들 뿐. 지금껏 내 삶에서 함께해왔던 동료의 목소리는 바깥으로 가닿지 않았다. 능력주의를 비판하던 이들이 되레 능력주의의 시선으로 청년들을 ...

樂書 노벨평화상

노벨평화상 2025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는 개인 244명, 단체 94개 등 총 338명이 후보에 올랐답니다. 후보 지명 마감일은 1월 31일이었고, 수상자는 10월 10일 금요일에 발표될 예정이고요. 후보자는 물론 선정 과정도 비밀이랍니다. 그럼에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궁금합니다. 내 맘대로 정한 수상자는 대한민국 시민 입니다. 안귀령 선생이 대표로 수상했으면 싶습니다. 물먹는 하마 동해 수온이 올라 명태와 오징어가 사라지고 가까운 미래엔 눅눅한 김에서 물먹는 하마가 자연발생할지 싶다. 김용현 보석 (保釋)이 보석(寶石)이 된 경우 숙청 YS는 대통령 취임 11일째 되는 날 하나회 숙청을 하시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시라. 닭발가로수 닭발가로수 금지 특별법이 시급합니다. 나무 많이 심고, 심으면 자르지 마시라. 시골길 가로수도 닭발로 만들지 마시라. 나무엔 구름도 머물고 바람도 스쳐 갑디다. 법조계 법원, 윤석열 체포영장 기각 ! 김문수 득표율이 41.15%이라니 법조계도 내란공감범이 최소한 41%라니까요. 김영훈 철도기관사 김영훈 노동자가 노동부 장관 후보 가 됐다. 재벌 총수가 경영권을 보장하라며 고공농성을 하는 세상이면 정말 좋겠지만, 노동법 법조문에 나오는 근로자를 노동자로 먼저 바꿨으면 싶다. 제3차세계대전 세계전쟁주기설학회(?)에 따르면 지금이 세기적 전쟁이 일어날 적기라고 합디다. 그 중심에 망나니 트럼프가 있습니다. 2025년 여름 햇살이 화살(火殺)처럼 꽂힌다. 옷깃만 스쳐도 악연인 날씨다. 마주치는 눈빛으로 더 덥다. 눈을 깔자. 비가 12.3 내란처럼 내리니 더 덥다. 이런 날씨는 독방에 가둬야 한다. 네이밍 구조조정을 경영 합리화 혹은 선진화라고 하듯 검찰청 해체가 아니라 검찰 정상화라고 하시라. 러브버그 우주 나이가 138억년이고, 최소한 10²²개의 별이 있답니다. 태양계는 46억년 됐고, 그만큼 지나면 없어진다네요. 태양계는 지금이 전성기랍니다. 덕...

삶을 위한 정치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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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사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낡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9) 양당제는 두 개의 지배적인 정당이 좌우하는 정치시스템을 말한다. 양당제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더 우파 쪽이고 더 기득권에 가까운 쪽이 우위를 점하기 쉽다는 데 있다. (27) 신자유주의 흐름을 주도하거나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나라들은 양당제 국가들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렸던 미국, 영구,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그렇다. 이들 나라들의 선거제도는 양당제를 낳는 소선거구제였다. (28) 다당제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 중의 하나는 정치 혐오나 정치 무관심이 줄어들고 투표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다양한 가치와 정책을 가진 정당들이 존재하므로 '찍을 데가 없어서 찍지 않는' 현상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46) 대한민국과 같은 최악의 양당제 정치시스템에서는 정치에서 논의되어야 할 주제 중에 극히 일부만 논의된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당장의 선거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만을 따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주제는 '정치'의 공간에서 배제된다. (62) 양당제하에서는 유권자들도 사표 심리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반복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전반적으로 정치가 하향평준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양당제 구조하에서는 자기 자리를 영리하게 잘 챙기는 정치인이 성공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의 행태와 유권자의 기대 사이에는 점점 거리가 벌어지게 된다. 63) 정치시스템이 양당제로 굳어지면서 점차 기득권 정당들이 정치를 독과점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관료기득권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행정관료, 사법관료들은 1987년 민주화 과정에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은 민주정이라기보다는 과두정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과두정이란 몇몇 소수가 지배하는 체제를 말한다. (...) 대한민국 지배구조를 '기득권 정치...

2025,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뭘 자꾸 흘린다는 거다. 밥을 먹다 밥풀을 흘리거나 반찬을 떨어뜨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엉덩이 힘도 빠져 방귀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김금희 작가 에 의하면 서울은 방귀를 뀌고 싶어도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간격을 확보하지 못해 참아야 해서 별로라고 한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시골로 내려가고 싶어 한다. 방귀를 무시로 흘려도 타박할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무엇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추억을 흘리고 기억을 떨어뜨린다. 부여잡으려고 끄적거려 놓지만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자꾸 뭔가를 흘리고 떨어뜨리다 주울 새도 없고 끝내 누구 하나 그리워할 틈도 없을 때 떠나는 것이다. 덧. 발효가 되면 누군가에게 이롭지만 썩어가면 주변에 고약한 냄새만 풍깁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발효가 되는지 부패가 되는지 스스로 냄새를 맡는 아량을 가지게 합니다. - 2009년에 생각한 나이를 먹는다는 것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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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나 방 청소는 엄마 마음에 꼭 들게 해놓지 못하는 딸이지만 장남처럼, 아들처럼, 사람 구실하는 자식처럼 엄마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게 하는 그런 딸이고 싶었다. (11) 딸이 겪는 가족은 아들이 겪는 가족과는 다르다. 마치 같은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이 미묘하게 다른 것처럼, 그 미묘한 차이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치는 것처럼. (15) 현대 교육은 불행히도 효율적인 소시오패스 배출 코스와 양심적인 문명인 양성 코스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27) 조건 없는 사랑은 사실 혈연관계에 제한되는 사랑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랑이다. (29) 서열 다툼 없이 내킬 때 왔다가 문득 떠날 수 있는 좋은 술자리 (52) 혼자인 여자가 여럿 모인 조합은 그 존재만으로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힘이다. (72) 나는 아들들이 한국의 가정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그렇게 똑같이 집안의 다른 아들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야생으로 보이고도 사랑받은 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78) 딸이 자라며 아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운이 좋아봐야 '아들 못지 않게' 길러질 뿐이다. (80) 복수하기 위해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 접촉하는 것이 서로에게 해롭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것이다. (85) 용서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저주와 앙심을 품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최소한의 자기방어에 가깝다. (88) 남이 나를 한 대 치는 것은 용서해도 내가 남을 한 대 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딸들의 불균형한 정신은 세상의 온갖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토대다. 나는 남의 정각이를 걷어차지 않을 것이며 그러므로 나의 정각이를 걷어찬 인간도 용서하거나 이해하지 않는다. 거기부터 출발해야 한다. (89) 먹이사슬 하위의 동물은 포식자에게 물어뜯겨도 죽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하는 운명이다. 내가 평생 우울하고 화가 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었다. 나는 여성이고 피식자라는 세상의 주문. "지나가...

첫 여름,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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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로 일하던 손열매는 마치 우는 사람의 어깨처럼 삶이 흔들렸습니다. 룸메이트이자 대학 선배였던 고수미가 돈을 떼먹고 자취를 감췄기 때문입니다. 시멘트공의 피가 흐르는 손열매는 떼인 돈 천삼백을 받을 요량으로 고수미의 고향인 완주로 갔습니다. 고수미의 엄마는 매점을 하며 장의사 일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가진 매장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곳에 고수미는 없었고 엄마와도 연락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손열매에게 서울은 방귀를 뀌고 싶어도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간격을 확보하지 못해 참아야 해서 별로였습니다. 갈 곳 없던 손열매는 매점에서 알바를 하며 얹혀 지내게 됐습니다. 잘생긴 리트리버 같은 동네 청년 어저귀, 아침마다 양미네 집 앞에서 잠을 깨우는 푸틴과 간디, 입이 자물통 같은 이장, 시고르자브종인 샤넬과 산책 나오는 은퇴한 배우랑도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됐습니다. 어저귀는 스스로 나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존재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나무는 "뿌리와 뿌리가 맞닿고 흙 속의 곰팡이가 연결선을 만들면서 안부를 전하고 서로 위급한 신호를 보내고 영양분을 빌려주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손열매에게 우드 와이드 웹( Wood Wide Web )을 알려줬습니다. 어저귀 덕분에 손열매는 "살아 있는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신비한 체험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창인 고수미 눈에는 어릴 때부터 말이나 행동이 엉뚱해 외계인으로 보였습니다. "인생은 독고다이, 혼자 심으로 가는 거야. 닭알도 있잖여? 지가 깨서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서 나오면 후라이라고 했어." 한숨 쉬는 손열매에게 닭장집 할머니가 알려 줬습니다. 춤바람난 중학생 양미에게 배운 슬픈 얘기는 하지 말자는 말을 다시 만난 고수미에게도 그대로 해줬습니다. 손열매는 완주에서 맞은 첫 여름을 그렇게 완주했습니다. 내가 내 맘속에 지어 놓은 사랑은 잃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손열매는...

조종이 울린다 - 자본주의라는 난파선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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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언제나 갈등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영원히 불안정하고 유동적이며, 역사적으로 우연히 나타나고 불확실하게 지지할 뿐만 아니라 제약하기도 하는 여러 사건과 제도들에 크게 좌우되는, 있을 법하지 않은 사회 형성체 social formation 였다. 자본주의 사회는 애덤 스미스와 계몽주의의 의미에서 '진보적인' 사회, 즉 자신의 '진보'를 생산적 자본의 지속적이고 무제한적인 생산과 축적에 연결하는 사회라고 간략하게 묘사할 수 있다. 이런 생산과 축적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국가의 보이는 손에 의해 물질적 탐욕의 사적인 악덕이 공공의 이익으로 전환됨으로써 이루어진다. (10) 실제로 현대 자본주의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경제적·사회적 제도가 밑바닥에서부터 변형되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살아남은 위기의 연속으로 서술할 수 있으며, 이 위기들은 예측할 수 없고 종종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파산에서 구해주었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 질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토록 자주 이 질서가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계속해서 변화해야 했다는 사실만큼 인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질서는 종종 내부에서 동원할 수 없는 지지를 우연히 외부로부터 받으면서 겨우 살아남았을 뿐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임박한 죽음에 관한 온갖 예측을 뛰어넘어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14) 꾸준한 성장과 건전한 화폐, 약간의 사회적 형평성 덕분에 자본주의가 낳은 혜택의 일부가 자본 없는 이들에게도 확산되었는데, 이런 사실은 오랫동안 자본주의 정치경제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간주되었다. (...) 불평등의 증대가 생산성 향상을 방해하고 수요를 약화시켜서 성장을 둔화시키는 한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늘고 있다. 거꾸로 저성장은 분배갈등을 격화시키면서 불평등을 강화한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비용이 높아지는 한편, 부자들은 자유시장을 지배하는 '마태 원리 ...

최저임금과 최대임금은 연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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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고소득자 연봉 제한 법안의 채택이 불발됐다. 스위스 언론들은 24일 실시된 '1대 12' 법안이 국민투표 결과 부결됐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한 기업에서 최고 급여가 최저 급여의 12배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다. 개표가 절반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반대가 66.9%, 찬성이 34%로 반대가 2배 가까이 많았다. 앞서 수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훨씬 많았다. 스위스 청년좌파단체 젊은사회민주주의(JUSO)가 주도한 이 법안은 2011년 3월 시민 11만3,005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1년 6개월간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모으면 누구나 법안을 발의해 연방정부 및 연방의회 검토를 거쳐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JUSO는 스위스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7만8,881달러(8,369만원)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잘 살지만 소득격차는 점점 더 벌어진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스위스는 앞서 3월 상장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기업간 연봉차이 제한 및 300만스위스프랑(34억8,744만원) 이상 보너스의 세금 부과 등 24가지 요구가 담긴 CEO고액연봉제한법을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킨 바 있다. - 한국일보 20131124 2013년 스위스에서 실시한 '임금비율제한' 법안은 경영진 월급이 그 회사에서 가장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의 1년 임금(12달 임금)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최대임금제에 관한 법안(1:12 initiative)입니다. 같은 회사에서 가장 낮은 급여를 받는 사람이 1년에 벌어들이는 것보다 한 달에 더 많은 돈은 벌지 말자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법안은 주민투표에서 34%만 찬성해서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부결된 원인 중 하나는 경영자 측에서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했다고 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10,030원이고, 연봉은 25,155,240원(2,096,270원×12개월, 세전)입니다. 최저임금제가 있으면 최대임금제도 있어야 합니다. 최대...

탈코르셋 선언 - 일상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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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르셋 운동은 여성들이 가부장제의 유용한 여성-신체자원(자궁-여성 유기체로서의 대상)으로 동원, 소비, 착취, 억압되는 것을 거부하는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이때껏 스스로의 신체의 교환가치를 더 높이고 적어도 남성의 성애적 욕망의 투여가 일어나지 않는 무가치한 몸(교환가치=0)으로 전락하지 않고자 지속적이며 의무적으로 수행하던, 일체의 꾸밈노동을 집단적으로 보이콧하는 행위입니다. (23) 여성의 신체 역시 남성적 담론과 실천의 장 안에서는 교환을 위한 '유용한 물건'이 되며, 따라서 일종의 상품으로 기능합니다. 그리하여 사실상 여성에게 자신의 '신체'는 남성 욕망경제 매트릭스 속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교환가치가 인정되는 상품으로 존립시켜야 할 대상이 됩니다. 달리 말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자연적으로 여성-신체자원이라는 '천연적 노동대상물'을 타고 났으며 이를 보다 세련되게 관리하고 정교히 세공해내는 기술을 투입함으로써 스스로의 신체를 '가공된 노동대상'으로 탈바꿈하는 '꾸밈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33) 현재 탈코르셋 운동은 10대, 20대의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을 주축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이는 비혼-비연애-비출산-비섹스라는 4B(4非) 운동의 선언과 면밀히 연결된 운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선언을 통해서 젊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이 더 이상 가부장제 사회의 결혼제도나 이성애적 연애 속으로 편입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남성들이 지닌 '보슬아치' 환상의 가능조건 자체를 근본적으로 분쇄해버립니다. (51) 탈코르셋 운동은 가부장제에 의해 위계적이며 불균등하게 배치되어 왔던 여성의 신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혀 다른 조건 아래에서, 전혀 다른 물질적 관계 속에서 새롭게 배치하려는 운동입니다. (69) 탈코르셋 운동을 실천하는 여성들에게 '남성이 되고 싶어서 그러느냐'라고 조롱을 던지는 것은 사실상 남성형...

나무와 돌과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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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많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뿌리, 줄기, 가지, 잎, 꽃, 열매. 그중에서도 요즘 단연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잎이다. 우리가 흔히 소리내어 말을 하듯 나무는 잎으로 소리 없는 말을 한다. 그 말을 알아들을 귀가 내게 없을 뿐이다. 뿌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는 우리는 사람의 말에 의지해야 한다. 그러나 중심이 분명한 나무에게 무슨 말이 그리 많이 필요하랴. 서걱이는 바람 소리와 단호한 침묵의 언어가 있을 뿐. (11) 아파트가 생기면서 골목이 없어졌다. 일직선으로 죽죽 뻗어 나가는 곳에서는 곡선의 골목을 품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효율의 시대에 그러한 곡선은 낭비인 것이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골목은 호기심의 아버지이다. 구부러지는 곳에서 호기심은 태어난다. 호기심이 없는 곳에서 아이들이 놀 이유는 없다. 골목이 없어지면서 골목의 아이들도 떠났다. (19) 입춘이다. 이십사절기에는 입하, 입추, 입동도 있지만 입춘은 어쩐지 그들과 격을 달리하는 것 같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것보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변화는 체감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입춘은 세상이라는 꽃이 제대로 확 벌어지는 변곡점이다. (23) 귀 기울이면 골짜기의 바위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돌은 자음, 물은 모음. 둘이 완벽하게 결합하여 빈틈없이 꽉 짜인 단음절의 문장을 부지런히 아래로 실어 나르는구나! (31) 해와 달이 아름다운 건 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저 알맞은 거리가 있어서 몸은 데이지 않고, 마음은 베이지 않는다. 꽃이 꽃으로 아름다운 건 땅에서 이만치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일락 말락 줄기나 가지 끝에 수줍게 달려 있는 봄꽃을 맞닥뜨리면 그런 실감이 든다. (33) 쓴맛이 좋아지고 나서부터 봄에 대해 매해 다르게 보려고 한다. 봄이라는 글자를 골똘히 보기도 한다. 무덤의 상석 같은 'ㅁ'에 사다리 같은 'ㅂ' 그 사이를 연약한 풀 한 포기가 연결...

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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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은 2020년 1월 28일에 태어났습니다. 눈이 많이 오던 날이었습니다. 고아원에서 18년, 주방 보조로 25년을 살았습니다. 고아원과 주방, 이 두 곳이 우환이 가본 세상 전부입니다. 해가 바뀌는 2064년에도 여전히 주방 보조를 할 생각입니다. 곰탕 이야기를 자주 하던 식당 주인은 우환에게 시간 여행을 제안합니다. 과거로 가서 곰탕 국물 맛을 배워오면 돈은 물론 식당을 내준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나, 그렇게 죽으나 언제 죽어도 그만이었던 우환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40여 년을 거슬러 2019년에 도착했습니다. 시간 여행선에 열셋이 타고 출발했지만 우환과 김화영이라는 소년만 살았습니다. 김화영은 사람을 죽이러 왔다며 먼저 도시로 사라졌습니다. 우환은 부산곰탕집을 찾았고, 은근슬쩍 눌러앉아 국물 맛을 배웁니다. 이종인이라는 식당 사장은 우환과 나이가 비슷했고, 이순희라는 고등학생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이순희는 우환이 기억하는 이름입니다. 이순희와 유강희는 18년만에 처음으로 부모 이름을 물었을 때 고아원장이 알려 준 이름입니다. 이순희와 유강희는 뿅 가는 오토바이라는 뜻의 뿅카를 타고 다니는 불량 고교생이었습니다. "하나도 즐거울 게 없는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이 하필 서로에게 지나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환은 이상하게도, 좋은 순간에는 강희와 순희가 자신의 부모일 리가 없다고 여겨지고, 불안함을 느낄 때는 분명히 이 연놈들이 내 부모다 싶어, 화가 났"습니다. 이우환의 불행은 이순희, 유강희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주앉은 일흔아홉이 된 이순희는, 쉰아홉이 된 이우환에게 모든 것을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 하나가, 지 혼자 망쳐지나. 니는 어떤지 모르겠다만, 나는 모든 게 달라졌다. 니가 태어난 후로." 행복에 대한 희망이 없던 이우환에게 행복에 대한 소망이 생기며 벌어진 이야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영속패전론 - 전후 일본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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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욕 속에 살고 있다." 2012년 7월 16일 도쿄 '요요기 공원'에서 열린 '사요나라 원전, 10만 집회'에서 오에 겐자부로가 나카노 시게하루의 표현을 인용하여 외친 말이다. 이 말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래 우리가 놓여 있는 상황을 모자람 없이 적확하게 표현한다. 그렇다. 우리는 실제로 모욕 속에 살고 있고, 모욕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21)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모욕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권력 구조와 사회 구조는 3.11 사고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구조는 일본 역사에서 끊임없이 존속, 유지, 강화돼 왔으며 그동안 철저히 은폐된 것들이 명백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요컨대, 전후 체제는 전전(戰前)이나 전중(戰中)을 그대로 빼닮은 '무책임의 체계'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부패의 산물이다. (28) 전율을 일으키는 이런 정세 속에서 내게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확신이 하나 있다. 바로 '전후'라는 역사의 단락으로 오랜 기간 지속됐던 하나의 시대가 확실하게 끝났다는 믿음이다. 달리 말해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고로 '전후'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완전히 끝나고 '전쟁과 쇠퇴의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전후'를 총괄한 기본적인 신화(곧 '평화와 번영')를 근본부터 다시 해석해볼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 (37) '전후'의 시작을 어떤 말로 인지하는지 생각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전후'의 시작인 8월 15일은 어떤 날인가? 일반적으로 이날은 '종전 기념일'로 불린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전쟁이 저절로 '끝났'을 리 없다. 전쟁은 대일본제국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함으로써 일본의 패배로 끝났다. 그런데도 이날은 전쟁이 '끝난' 날로 인식되고 ...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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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고 있는 행성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당신이 해온 역할의 역사는 지금 새롭게 쓰이는 중이다. 이 역사의 새로운 장에서 당신은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우리 인간들, 즉 안트로포스(Anthropos)는 지구의 작동을 너무나 거대하게 변화시켜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제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 명칭을 통해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전 지질시대와는 달리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이 되었음을 표시하기 위해 인류세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은 학계 안팎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6)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절망스럽게 외쳤다. 크뤼천은 자신의 동료들이 현시대를 여전히 홀로세(Holocene)라고 부른다는 점에서 좌절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빙하기가 끝난 이후로, 즉 홀로세가 시작된 이후로 인간은 너무나 명백하게 지구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지구의 현 지질시대를 우리 자신의 이름, 즉 인간을 의미하는 안트로포스(Anthropos)에서 따와서 명명하자는 제안은 크뤼천이 외쳤던 순간부터 학계 안팎에서 대단한 관심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10) 지질시대는 지구의 46억 년 역사를 지질학적 누대(累代, eon), 대(代, era), 기(紀, period), 세(世, epoch)로 세분화하는 공식적이고 국제적인 협의가 이뤄진 정리 방식이다. 새로운 지질시대를 선언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자들이 자신들만의 과학적 방법, 절차, 증거를 적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이 암석 안에도 분명한 표시를 남겼음을 입증해야만 하는 것이다. (63) 인간은 단순히 지구의 대기권과 기후를 변화시킨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인간은 생물다양성을 지구적으로 감소시켰고 농업활동을 하면서 유출한 비료로 해양을 오염시켰으며, 바다로 가는 강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고 전 세계에 걸쳐 자연 서식지를 변화시켰다. (99) 인간...

노동의 미래가 아무리 멀다지만 - 정여름 집사를 지지하는 짧은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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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te of the unions in Canada 정여름 집사가 느닷없이 짤렸다. 모든 일은 쌍방 얘기를 들어야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얘기라면 그렇지 않다. 무조건 비정규직 하소연이 맞다. 적어도 한반도 이남에선 그렇다. 가난한 소년공이 대통령 되어 하루아침에 노동자 세상으로 변해도 비정규직은 암울하다. 이 현실을 뒤집는 혁명 적 흐름이 삼십 년을 가지 않는 한 비정규직은 언제라도 슬프다. 위로를 대신할 말이 없다. 그래서 정여름 집사를 지지하며 연대한다. 정여름은 노동의 미래 다. 지금은 집사의 노동으로 생활한다. 아주 가까운 미래는 AI가 올린 수익으로 기본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모든 생명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존해야 한다. 사람 탈을 쓴 자본 은 모든 걸 갈취한다. 정여름이 꿈꾸는 노동의 미래 가 아무리 멀다지만 이러면 아니 된다. 그러지 말자. 이 말은 지금까지 멸종한 생물이 건네는 말이다.

공정 이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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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정'에 관한 책이 아니다. 나는 '공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만하고 싶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는, 사실 좀 답답하다고 느껴왔던 것은 아닐까? 꽤 오랫동안 '공정'을 주제로 한 대동소이한 글들이 뻔한 돌림노래처럼 이어졌다. "이건 공정하지 않아!"라고 누군가가 외치면, 다른 의제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공정한가, 불공정한가"를 따지게 되어버렸다. 정치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모든 말들을 '공정'으로 포장했고,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앞다투어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마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공정' 단 하나뿐인 것처럼. 하지만 이 지나친 떠들썩함을,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 요란한 약속들이 내 삶을 바꾼 것은 없었으니까. (5) 모두가 공정한, 즉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하며 따라서 내가 부당하게 손해보지 않아야 한다는(다시 말해, 똑같이 보상받거나 똑같이 당해야 한다는) 신념은 각자도생과 능력주의에 기반한 삶의 방식을 정당화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공정성 모델은 구조적·역사적 불평등을 무화시키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회적 맥락의 효과를 지워버리는 원자화 atomization 모델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원한다"는 외침은 결국 "성공하고 싶으면 노력해라" "네가 가난한 것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가? 어쩌면 동전의 양면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온전한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차별과 불평등을 외면하게 만든다. 모든 개인은 노력을 통해 성취해야 ...

박태웅의 AI 강의 2025 - 인공지능의 출현부터 일상으로의 침투까지 우리와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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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나타났습니다. 그 후 불과 1년여 사이에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 Al 은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과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쏟아져 나오는 논문들을 따라 읽기가 벅차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24) 운영체제로서의 인공지능(AI as OS) 맥락 인터페이스(Contextual Interface) 파트너로서의 인공지능(AI as a Partner) 멀티모달(Multimodal) 더 저렴하게, 더 빠르게, 더 작게(Cheaper, Faster, Smaller)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 인공지능이 하는 이런 일은 '잠재된 패턴들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네다섯 살만 되어도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분합니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우리가 구분할수 있는 패턴이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개와 고양이를 구분할 수 없을 테니까요. (80) 말하자면 지금의 인공지능은 '어려운 일은 쉽게 하고 쉬운 일은 어렵게' 합니다. 잠재된 패턴이 없는 곳, 그러니까 확률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는 어처구니없이 약합니다. 챗GPT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거의 모든 문서를 학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 말은 웹에 없는 정보에는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다섯 자리 이상의 더하기, 빼기의 모든 셈 결과가 웹에 다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123,456,789+56,789 와 같은 셈의 결과들이 모조리 인터넷에 올라와 있을 리는 없으니, 챗GPT는 이런 셈을 잘하지 못합니다. (95) 오픈AI는 최근 인공지능의 다섯 단계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205) 챗봇 Chatbots 추론가 Reasoners 에이전트 Agents 혁신가 Innovatorsy 조직 Organizations 스스로 개선을 해나간다면 그 인공지능이 어느 시점에서 인공일반지능, 즉 인간의 지능을 넘어...

노랑의 미로 - 가난의 경로 5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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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을 등지고 한강대로를 건너 직선거리 400미터. 남대문경찰서에서 남산 방향 도로를 건너 북동쪽으로 250미터. 힐튼호텔로부터 비즈니스·문화·역사·쇼핑의 중심을 건너 동쪽으로 300미터. 그 위치가 가난의 위치 였다. (80) 첨단과 수직의 고층빌딩 아래에서 낡았고, 삭았고, 헐었다. 벌레가 파먹은 듯한 지구의 후미진 땅에서 동자동이 도시의 뒷면을 구성했다. 인간이 살 수 있는 최소의 주거 공간에서 인간에게 던져진 가장 남루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죽음과 동거했다. 그들은 한 건물에서 살았지만 남모르게 죽었다. (32) 9-2× 는 동자동에서도 월세가 가장 싼 건물에 속했다. 보증금 없이 지하는 14만 원, 1~3층은 15만 원, 4층은 16만 원(가장 큰 방인 404호는 18만 원)이었다. 월세는 수도세·전기세를 합한 금액이었다. (...) 9-2×와 이웃한 건물들의 방값은 월 17만 원이었다. 20만 원에 별도 보증금을 받는 방들도 있었다. 동자동 '여인숙 골목'의 방들은 더 비쌌다. 9-2×에 내는 돈으로 이사 갈 수 있는 방은 동자동에도 더는 없었다. (64) 방 한 칸 없는 사람들이 들어와 방 한 칸을 집 한 채로 알고 살도록 9-2×는 지어졌다. (67) 가난하다고 망가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가난이 망가뜨린 사람과 동네라고 여겨졌다. (84) 건물엔 모두 마흔여덟 개의 방이 있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층마다 열한 개의 방으로 쪼개졌다. 복도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방들이 뚫려 있었고, 방마다 합판으로 짠 나무문이 불규칙하게 붙어 있었다. 4층엔 방이 다섯 개였다. 다섯 개 중 두 개는 9-2×에서 가장 큰 방들이었다. 월세가 3~4만 원 더 비쌌다. 관리인이 그중 하나를 방세 없이 썼다. 마흔여덟 개 방 가운데 사람이 살지 않는 방은 세 개였다. 지하 방 하나는 창고가 됐고, 1층 교회가 방 두 개를 터서 썼다. 퇴거 사태 전후로 사람이 거주한 방은 모두 마흔다섯 개였다. (60) 2015년 2월 5일 ...

빈곤의 연대기 - 제국주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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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세계는 놀랄 만큼 부유해졌고 그와 동시에 부의 불평등 역시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상위 1퍼센트의 부유층이 전 세계 부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빈곤층이 전 세계 부의 1퍼센트만을 소유한다. 부의 불평등 정도를 국가별로 비교하면 그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 같은 해 기준으로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세계 부자의 80퍼센트 이상이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10개국에 몰려 있다. 그러나 사하라이남 지역이나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1800년대나 지금이나 번영의 수혜를 입지 못한 채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5) 일반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포함해 대륙 간 경제적·문화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15세기 말 이후를 '최초의 세계화' 혹은 '1차 세계화'로 간주한다. 그리고 정보화에 따른 현대적 의미의 세계화를 2차 세계화라 한다. '최초의 세계화'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후 스페인이 이 대륙을 식민지배하면서 시작되었다. (31)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경우 주로 무력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이윤을 빼앗는 약탈의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영국이나 네덜란드는 약탈 자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교역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스페인이 포토시에서 은을 자국으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면 네덜란드의 경우 아시아의 어느 지역에서 물건을 사서 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가서 처분하고 그 돈으로 다시 그곳의 상품을 사서 다른 곳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59) 영국이나 네덜란드는 16세기의 스페인처럼 금이나 은을 강탈하는 방식으로 식민지를 경영하지 않았지만 군사력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이 강제로 교역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이들 국가는 식민지를 원자재와 노동력의 공급지로, 그리고 완제품의 판매시장으로 활용하...

각주 만들기

이 블로그에서 발행한 〈 불 꺼진 공장과 노동의 미래 〉는 다음과 같이 각주를 만들었습니다. Footnotes CSS <sup><a id=" fn2025xxxx01 ” href=“# 2025xxxx01 ”>1</a></sup> <sup><a id=" fn2025xxxx02 ” href=“# 2025xxxx02 ”>2</a></sup> <ol> <li id=" 2025xxxx01 ">각주1<a href="# fn2025xxxx01 "> svg </a></li> <li id=" 2025xxxx02 ">각주2<a href="# fn2025xxxx02 "> svg </a></li> </ol> < svg width="14" height="14" viewBox="0 0 20 20" aria-hidden="true"><path d="M8.5 4a.5.5 0 010 1H6a2 2 0 00-2 2v7c0 1.1.9 2 2 2h7a2 2 0 002-2v-2.5a.5.5 0 011 0V14a3 3 0 01-3 3H6a3 3 0 01-3-3V7a3 3 0 013-3h2.5zm8-1a.5.5 0 01.5.43V9.5a.5.5 0 01-1 .09V4.7l-6.15 6.15a.5.5 0 01-.76-.63l.06-.07L15.29 4H10.5a.5.5 0 01-.09-1h6.09z" fill-rule="nonzero"></path></svg> HTML 편집 1. 테마〉맞춤설정〉백업 2. 맞춤설정〉HTML 편집 3. 아래 코드를 ]]...

퀸즐랜드 자매로드 -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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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분자가족 (W₂C₄ 여자 둘 고양이 넷)인 두 작가가 여행을 떠났습니다. 미니멀리스트 도비와 맥시멀리스트 호더가 가방을 꾸리는 일부터 재미있습니다. 콩알만 한 이유에도 잠 못 드는 콩쥬님과 3초 만에 꿀잠자는 두 사람이 '살아 있는 초대형 그림엽서'라는 호주 퀸즐랜드에 갔습니다. 맥시멀리스트인 황하나 작가는 여행을 이렇게 말합니다. "여행이란 나 자신을 낯선 환경 속에 던져놓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러 가는 일이다. 거꾸로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나에게 최적화된 즐거움을 추구하러 가는 행위이기도 하다. 모든 일이 기대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사실, 어떤 경험도 단정하거나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심지어 나 자신조차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빈틈들을 기꺼이 껴안을 때 여행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67)" 서퍼스 패러다이스에는 "칼로리에 전전긍긍하며 관리한 몸보다는 바닷바람에 깎여나간 것처럼 터프하게 조각된 몸(95)"으로 서핑을 즐기는 이들과 달리기를 하거나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속도로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입니다. 수만 년 전부터 멈추지 않는 파도를 잠시 타며 한순간 그 세계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걸 가진 기분을 느낄 수(103)" 있습니다. 그런 해변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찍찍이 캐치볼은 정말 잘 어울리는 놀이입니다. 미니멀리스트 김하나 작가는 럭셔리 호텔에서 무언가를 잠시 잊었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한국에서의 삶에서 떼려야 떼어지지 않던 어떤 가치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효율'이었다. 효율에서 잠시 분리됨으로 인해 쉼은 더욱 충만해졌다. 굳이 질 좋은 종이 네 장을 봉투에 넣어 건네고, 사람이 여러 번 오가며 환영의 인사를 전하고, 공간을 불필요할 정도로 널찍하게 제공하고, 꼼꼼히 그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는 이런 곳에서야, 근육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