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수업 -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왜 나무들은 사회적 존재가 되었을까? 왜 자신의 영양분을 다른 동료들과, 나아가 적이 될 수도 있는 다른 개체들과 나누는 것일까? 이유는 인간 사회와 똑같다. 함께하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는 숲이 아니기에 그 지역만의 일정한 기후를 조성할 수 없고 비와 바람에 대책 없이 휘둘려야 한다. 하지만 함께하면 많은 나무가 모여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고 더위와 추위를 막으며 상당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이 유지되어야 나무들이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다. 그런데 그러자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공동체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개체가 자신만 생각한다면 고목이 될 때까지 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나무가 몇 그루 안 될 것이다. 계속해서 옆에 살던 이웃이 죽어 나갈 것이고 숲에는 구멍이 뻥뻥 뚫릴 것이며 그 구멍을 통해 폭풍이 숲으로 밀고 들어와 다시 나무들을 쓰러뜨릴 것이다. 또 여름의 더위가 숲 바닥까지 침투하여 숲을 말려 죽일 것이다. 그럼 모두가 고통을 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나무는 한 그루 한 그루 전부가 최대한 오래 살아남아 주어야 하는 소중한 공동체의 자산이다. (14) 나무들은 서로 협력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무턱대고 바람만 믿을 수는 없다. (...) 뿌리를 이용하는 쪽이 훨씬 더 확실하다. 뿌리는 모든 개체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날씨와 관계없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 나무의 뿌리는 아주 멀리까지 뻗어 있다. 수관(樹冠) 너비의 두 배까지 뻗어 나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하에선 서로의 뿌리가 겹치게 되고, 그렇게 뒤엉켜 자라면서 상호 협력을 하는 것이다. (22) 아헨 공과대학의 바네사 부르셰(Vanessa Bursche)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너도밤나무 숲에서 광합성과 관련하여 매우 특별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모든 나무가 동일한 성과를 올리도록 나무들이 서로서로 보폭을 맞추는 것이다. (29) 모든 나무는 통계적으로 볼 때 정확히 한 그루의 자손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