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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바다, 차별과 혐오의 파도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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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인과 바다 Young Woman and the Sea, 2024〉는 여성 최초로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넌 트루디 에덜리(Gertrude "Trudy" Ederle)의 실화를 그린 작품입니다. 1905년 10월 23일 뉴욕시 독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트루디는 어렸을 때 홍역으로 청력이 손상되었습니다. 아홉 살까지는 전혀 수영할 줄 몰랐고, 15세 때 정식으로 수영을 배웠습니다. 1921∼25년까지 29개의 아마추어 미국 신기록과 세계신기록을 세웠습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참가해 자유형 계주에서 금메달, 자유형 100m와 400m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아쉬운 결과였습니다. 1925년 6월에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뉴욕만을 수영으로 건넜습니다. 7시간 11분으로 이전 남성 기록을 깼습니다. 트루디는 1925년 8월 18일에 처음으로 영국 해협 횡단을 시도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해서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까지 다섯 명의 남자가 해협을 건넜지만 여성은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8시간 46분이 지난 뒤 코치가 수영을 중단시켜 실패했습니다. 영국 언론은 지원 보트의 누군가가 트루디를 만졌기 때문에 실격되었다고 했습니다. 코치였던 울프(Jabez Wolffe)가 고의로 방해했다는 소문도 났습니다. 겨우내 언니 마거릿과 함께 훈련했습니다. 최초의 비키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영복도 고안했습니다. 이듬해 버지스(Thomas W. Burgess) 코치와 함께 해협 횡단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1926년 8월 6일 아침 7시 5분, 투피스 수영복과 고글 을 착용한 트루디는 돌고래 기름을 온몸에 바르고 춥고 해파리가 가득한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두 차례 돌풍과 해파리를 만나는 위기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근처 예인선의 기자들이 진행 상황을 방송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출발한 지 14시간 31분 후에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영국 도버의 사람들이 해안선으로 몰려들었

이제는 기본소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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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basic income now 인공지능 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시민과 노동자와 소비자가 동의어였던 시대가 끝났다. 일하지 않아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받으며 느긋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원했다. 기본소득만으로는 갑작스러운 병원비를 대거나 침실과 서재가 있는 집을 구할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한 칸짜리 방에 누워 있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하는 쪽은 노는 쪽을 게으름뱅이 기생충이라며 경멸했고, 노는 쪽은 일하는 쪽을 재수 없는 얼간이로 보았다. 그런 와중에도 양측으로부터 사랑받는 부류가 있었다. 에세이스트, 아이돌, 싱어송라이터, 팟캐스트 진행자...... 내면을 기꺼이 드러냄으로써 타인의 정신을 어루만진다고 여겨지는 존재들, 그래서 반대로 열광적인 사랑을 퍼부을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 단요, 《개의 설계사》(아작, 2023), 26~27쪽 기본소득 사회를 빼어나게 상상하며 탁월하게 설명했다.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소득을 받으면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럼에도 일자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노는 사람을 기생충이라고 업신여기고, 노는 사람은 일하는 사람을 재수 없는 얼간이라고 비난한다. 기본소득 사회라고 갈등이 없겠느냐만, 무조건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 시대가 앞당겨지길 바란다. 기본소득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노동을 하지 않도록 해주고, 좀 더 의미 있는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생존 이상의 가치를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

치악산둘레길 거북바우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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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토요일에 치악산둘레길 8코스를 걸었습니다. 원주 시내버스 22번 석동종점에서 출발해서 용소막 성당에 이르는 거북바우길입니다. 이 비는 열녀 정선전씨의 열행을 기리기 위하여 면민이 건립한 것이다. 열녀 전씨는 함경도에서 이곳 신림면 구미통에 이주하여 단란하게 살다가 남편이 병들어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죽었다. 절개가 굳은 전씨는 남편이 죽은 방에서 한 발도 밖에 나오지 않으며 음식을 먹지않고 있다가 9일만에 남편을 따라 죽었다. 열녀 전씨를 기리기 위하여 1920년 5월에 이 비를 세웠다. 거북바우길 삼거리 초입에 있는 〈염신식의 처 정선전씨 열녀비〉입니다. 가당찮은 사연은 차치하고 열녀비에 남편을 따라 죽은 전씨의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30여 분 걸으면 구학산주차장이 나옵니다. 차량 이동을 제공하는 도우미가 있으면 여기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세요. 그늘 없는 경사진 도로여서 무지 덮고 거북바우길 코스에서 제일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구학산주차장을 지나 흙길과 그늘이 시작하는 곳에 놓인 벌통입니다. 여름에는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벌통을 놓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산속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천남성(天南星, arisaema)입니다. 맹독성 식물로서 장희빈에게 내린 사약이 천남성 뿌리로 만든 가루였다고 합니다. 뿌리뿐만 아니라 잎이나 줄기, 열매에도 독성이 있답니다. 열매가 익으면 빨갛게 변합니다. 거북바우길에서 산수국(山水菊, Tea Of Heaven, Mountain hydrangea)을 많이 봤습니다. 거북바우길이 유난히 습해서 그런지 바위에 사는 이끼 는 초록초록하고 싱싱하더군요. 산수국은 한국과 일본이 원산지라고 합니다. 산수국 가장자리에 핀 꽃은 헛꽃(무성화)입니다. 아주 작은 진짜 꽃송이가 벌이나 나비 눈에 잘 띄지 않아 헛꽃으로 유혹한다고 합니다. 드디어 거북바우길 중간지점에 있는 거북바우를 만났습니다. 거북이를 닮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멍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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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는 시간이야말로 삶을 채우는 시간이지. 1 백여 년 전 케인스는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해도 경제적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다 2 고 했습니다. 생활 수준은 몇 배나 높아졌지만 케인스가 말한 세상은 오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상상력이 생깁니다만, 자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개무시합니다. 멍때리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삶은 여유로워집니다. 멍때리는 시간이야말로 삶을 채우는 시간입니다. 졸지에 묘씨맥주점 주인장이 된 16세 고선생은 인간보다 더 현명한 묘르신입니다. 김경, 《묘씨맥주점》(송송책방, 2020), 85쪽 케인스, 〈우리 손자 손녀들이 누릴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 1930

나무가 나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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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이 달라도 어울려 사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무가 나무에게 간청하며 간곡히 한참 동안 기도했습니다. 나무는 나무를 닮고 싶습니다.

아서, 함께 정글을 가로지른 떠돌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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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서 Arthur The King, 2024〉는 실화를 바탕으로 사이먼 셀란 존스(Simon Cellan Jones) 감독이 만들었습니다. 마이클(마크 월버그 扮)은 19년간 어드벤처 레이싱팀의 주장으로 활동한 베테랑이지만 번번이 우승컵을 놓쳤습니다. 우승을 위해 마지막으로 팀을 꾸려 다시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열리는 극한 경기에 참여합니다. 여기서 팀을 따르는 떠돌이 개를 만나 아서왕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아서는 마스코트이자 5번째 멤버가 되어 팀원들을 따르고 지켜주며 어드벤처 레이싱을 완주합니다. 영화 〈아서〉는 2014년 에콰도르에서 열린 챔피언십 어드벤처 경주(2014 Adventure Racing World Championship)에 참가했던 스웨덴의 익스트림 운동선수 미카엘 린드노드( Mikael Lindnord )가 떠돌이 개 아서와의 실화를 바탕으로 2016년에 쓴 《아서, 정글을 가로질러 집을 찾은 개 Arthur: The Dog Who Crossed the Jungle to Find a Home 》를 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경주 4일차에 떠돌이 개가 린드노드에게 다가왔습니다. 등에 큰 상처가 있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린드노드는 미트볼을 몇 개 줬습니다. 그 후로 떠돌이 개는 계속 따라왔고 팀원들은 아서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서와 동고동락하며 700km(430마일)를 동행했습니다. 린드노드 팀은 54개 팀 중 12위를 차지했습니다. 대회를 마친 후 린드노드는 아서를 스웨덴으로 데려와 정식으로 입양해 가족이 되었습니다. 미카엘의 아내 헬레나 린드노드는 "인연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아서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린드노드는 아서를 입양하고 아서재단( Arthur Foundation )을 만들어 동물 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아서는 6년간 린드노드 가족과 함께 지내다 2020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IT ALL STARTED WITH A MEATBALL... 아서

용수골에 가면 꽃양귀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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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7회째인 용수골 꽃양귀비축제 (20240517~20240606)는 일만여 평 규모의 정원에 꽃양귀비, 금영화, 수레국화, 청보리 등 50여 종의 식물을 주민들이 직접 가꾸고 참여하는 주민자치형 지역축제입니다. 입장하며 초등생이 양귀비로 지은 삼행시를 찬찬히 읽으면 시나브로 미소가 번집니다. 깡통열차와 그네도 있습니다. 꽃말이 '망각, 휴식, 위안, 덧없는 사랑'인 꽃양귀비 Papaver Rhoeas 는 아편 양귀비 Papaver Somniferum 와 달리 관상용 개양귀비로 '우미인초(虞美人草)'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당나라 양귀비(楊貴妃)는 아편 양귀비꽃에 이름을 남겼고 항우(項羽)만 사랑했던 초나라 우미인(虞美人)은 꽃양귀비에 이름을 남겼답니다. 금영화 California Poppy 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꽃말은 '감미로움, 나의 사랑을 받아주세요'입니다. 수레국화 Centaurea Cyanus 는 독일의 나라꽃으로 꽃말은 '행복'입니다. 귀농한 예비역 대령(김용길 풍차꽃 농장 대표)이 2005년에 300여 평의 작은 밭에 관상용으로 심은 꽃양귀비가 입소문으로 관람객이 몰리자 2007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지역축제로 만들었습니다. 매년 약 3만여 명 이상이 방문하여 축제를 즐긴답니다. 제발 꽃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애걸복걸하며 방송하는 이는 김정윤 이장으로 용수골 꽃양귀비축제추진위원장입니다. 주차관리부터 청소까지 남녀노소 모든 주민들이 참여하고 입장료(3000원/인)는 마을공동기금으로 활용한답니다. 꽃밭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어도 꽃보다 예쁘지 않으니 길 따라가며 양귀비를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고개를 숙였던 백만송이 꽃양귀비는 이번 주말에 만개하여 꽃밭을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룰 겁니다. 해마다 이맘때 용수골에 가면 꽃양귀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