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연대기 - 제국주의, 세계화 그리고 불평등한 세계

18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세계는 놀랄 만큼 부유해졌고 그와 동시에 부의 불평등 역시 지속적으로 심화되었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상위 1퍼센트의 부유층이 전 세계 부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빈곤층이 전 세계 부의 1퍼센트만을 소유한다. 부의 불평등 정도를 국가별로 비교하면 그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 같은 해 기준으로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세계 부자의 80퍼센트 이상이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주요 10개국에 몰려 있다. 그러나 사하라이남 지역이나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은 1800년대나 지금이나 번영의 수혜를 입지 못한 채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5) 일반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포함해 대륙 간 경제적·문화적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15세기 말 이후를 '최초의 세계화' 혹은 '1차 세계화'로 간주한다. 그리고 정보화에 따른 현대적 의미의 세계화를 2차 세계화라 한다. '최초의 세계화'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후 스페인이 이 대륙을 식민지배하면서 시작되었다. (31)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경우 주로 무력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이윤을 빼앗는 약탈의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영국이나 네덜란드는 약탈 자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교역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스페인이 포토시에서 은을 자국으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면 네덜란드의 경우 아시아의 어느 지역에서 물건을 사서 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가서 처분하고 그 돈으로 다시 그곳의 상품을 사서 다른 곳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방식이었다. (59) 영국이나 네덜란드는 16세기의 스페인처럼 금이나 은을 강탈하는 방식으로 식민지를 경영하지 않았지만 군사력을 이용해 다른 나라들이 강제로 교역에 참여하도록 하였다. 이들 국가는 식민지를 원자재와 노동력의 공급지로, 그리고 완제품의 판매시장으로 활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