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

2031년 대한민국, 80세 이상 노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하자는 시위가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명이 보통 100세이다 보니 정년퇴직은 70세에 하고 9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합니다. 94세의 할머니가 122세의 부친을 간호하는 세상입니다. 그 부녀가 받는 국가노령연금을 비롯한 보조비와 의료비 할인을 합하면 젊은이 셋의 월급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청년 세 명이 수입의 반을 내놔 노인 일곱 명을 부양하는 꼴입니다. 때마침 노인 투표권 박탈을 공약으로 내건 이제 갓 마흔을 넘긴 젊은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노인차별주의자들은 자기 세대가 겪는 모든 궁핍을 전부 늙은이들 탓으로 돌립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벌충하기 위해 젊은이들 지하철 요금은 밥 한 끼 값이 넘었고, 값싼 고령 인력 때문에 직장이 없는 젊은이들은 정작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하철은 온통 노인들뿐입니다. 젊은이들은 영혼이 떠나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게 전부인 노인들이 왜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냐며 분노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고, 노인들은 아이들한테서 잠시 빌려 살고 있다면서 말입니다. 장길도는 70세가 되어 국민연금공단에서 이제 막 퇴직했습니다. 장길도는 퇴직하기 전까지 국민연금공단 연금이사 산하 기금합리화 지원실 소속 노령연금TF팀의 외곽 공무원이었습니다. 납입액을 상회하는 노령연금 수급자들은 적색 리스트에 오릅니다. 외곽 공무원은 연금 과다수급자를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조기 사망할 수 있게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 즉 본인의 부주의나 불운해서 죽은 것처럼 꾸미는 일입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강제로 처리합니다. 노화라는 국가적 동맥경화를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외곽 공무원이 암약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장길도는 죽은 노인은 착한 노인이고, 자살한 노인은 우리 사회의 동지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요양병원에서 요양을 하는 아홉살 연상인 아내 한수련은 9년 전부터 노령연금 수급자입니다. 장길도가 퇴직하자마자 한수련은 노령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