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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식물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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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가장 먼저 창조한 생물은 식물이었다. (6) 일반적으로 식물은 인간 없이도 잘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식물이 없다면 곧 죽고 말 것이다. (17) 35억년을 1년이라고 치면 20만 년은 겨우 30분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광합성 생물이 1월 1일 0시에 탄생했다면, 현생인류는 12월 31일 밤 11시 30분에 막차를 타고 지구에 도착한 셈이다. (21) 식물이 꽃 이외의 장소에서 당밀을 분비하는 것은 강력한 보디가드를 고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임을 명심하라. 식물은 그리 허술하지 않다. (44) 진화란 '생물이 환경에 서서히 연속적으로 적응해가며 생존에 가장 적합한 형질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모든 종들은 서식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점차적으로 특정한 형질과 능력을 획득하거나 상실한다. 물론 진화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일어나지만 최초의 모습과 최종적인 모습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53) 고착생활을 하는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어 외부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그것은 모듈성이다. 식물의 몸은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필수불가결한 것도 없다. 이러한 모듈 구조는 동물이 흉내 낼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61) 식물은 반복되는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뿌리는 모두 매우 간단한 모듈의 집합체로, 다른 모듈과 독립적으로 몸체에 부착되어 있다. 마치 레고 블럭처럼 말이다. (63) 만약 식물이 내일 당장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은 몇 주, 길어야 몇 달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모든 고등생물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몇 년 후 식물들이 인간의 거주지를 접수할 것이며, 1세기 안에 모든 문명이 식물로 뒤덮이게 될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식물과 인간 중 누가 더 중요한지 판가름

그냥,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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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내가 정말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다.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던 화살표 같은 존재들이 이제 내 곁에 없다는 것도, 나는 화살표 없이 살아본 적이 없고 살아갈 능력도 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그때 절절하게 깨달았다. (12) 야학을 그만두었을 때 나는 그곳에서 가지고 나온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선'이라는 아주 강력한 것이 나를 따라온 것이었다. (24) 2학년 6반 교실의 시계가 8시 45분에 멈춰 있었다. 누군가 8시 50분에 맞춰둔 것을, 뒤에 온 어떤 이가 조금 더 당겨놓은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직은 모두가 따뜻하게 살아 있었던 때. '가만히 있으라'는 죽음의 주술이 울려 퍼지기 전, 그리하여 무언가를 바꿀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시간. 8시 45분 단원고 교실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8시 50분 이후 우리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저 무능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304명의 목숨을 수장시킨 후에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기록을 삭제하는 일이었다는 걸. (33) 나는 죄책감이란 것이 '먼저 달아난 사람'의 감정인 줄로만 여겼는데 그것이 '누군가를 구하려다 실패한 사람'의 것일수록 더욱 고통스럽고 지독할 수 있음을 알았다. 실은 죄에 대한 책임감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지막을 목격한 것에 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51) 사람들은 강자가 사라져야 약자가 사라질 거라고 말한다. 나는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이 아니다. 가장 아픈 곳이다. 이 사회가 이토록 형편없이 망가진 이유, 그것은 혹시 우리를 버려서가 아닌가. 장애인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을 버리고, 병든 노인을 버려서가 아닌가. 그들은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 이 세상의 브레이크 같은 존재들이다. (79) 해마다 300명이 넘는 홈리스와 천 명이 넘는 무연고자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이 거리에서, 집 없는 이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데

경마장에 말이 없어졌다면

매일 기후변화 를 알려주며 경고한다. 이를 대하는 대부분의 인간은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거나 기후변화는 있지만 재난은 없을 것이라거나 재난은 있겠지만 극복할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는 부류 가운데 하나다. 자본주의가 만든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를 지나 기후재난으로 다가온다. 본성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는 한, 우리는 인간이 멸망하기 하루 전에 재난을 막자는 합의를 할 것이다.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고, 동물권이 보편적 권리가 되면 경마장에는 퇴역한 수동 자동차들이 경주하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더는 말이 없는 경마장 시대가 오면 동물원과 수족관을 만들었던 역사에 대해 반성할 것이다. 단, 자본주의를 버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경마장에 말이 없는 시대라면 기후변화를 극복했을 것이고, 그 시대를 어떻게 부르든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일 것이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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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녠(十年)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고아 출신으로 대낮보다는 달밤에 걷는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살인마 집단 'JACK'의 조직원을 밥 먹고 물 마시는 일만큼 자연스럽게 죽이는 남자이기도 하다. 살인 집단 잭은 잭 더 리퍼의 전설을 광적으로 숭배하고 계승하는 살인마 조직으로 오른쪽 가슴에 알파벳 J를 새기고 있다. 납치한 피해자의 복부를 절개하고 다크웹에 영상을 올리는 집단이다. 중증 결벽증 환자인 스녠은 청소도구가 가지런히 정리된 가방을 메고 다닌다. 잭의 조직원을 죽인 후 더럽혀진 살인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위해서다. 스녠은 잭의 조직원이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흘릴 때까지 기다리며 말한다.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큰 실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군요." 특별히 착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는 샤오쥔. 사축(社畜) 1 신세인 샤오쥔은 살인마에게 진부한 드라마 같은 납치를 당한다. 잭의 조직원을 해치우는 스녠과 처음 만나며 엮이게 된다. 스녠의 살인 방법은 야무지면서 잔혹하고 생생하다. 목표물이 즉사하지 않았다면 항상 유용한 청소지침을 알려준다. 그런 스녠의 오른쪽 가슴에도 알파벳 J가 새겨져 있다. 잭의 조직원을 죽이는 연쇄살인마가 되어 잃어버린 기억을 좇는 스녠의 살인은 정당할 수 있을까? 타이완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된 글이어서 진행 속도가 거침없이 빠르다. 다만 전개 과정이 상투적이고 놀랄만한 대반전이 없어 아쉽다. 묻지마식이나 혐오 살인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가해자 정보를 알아내 스녠에게 넘겨주고 싶다. 그럴 때 읽으면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獻給殺人魔的居家清潔指南, 2018 /쿤룬 崑崙 /진실희 역/한즈미디어 20210108 372쪽 15,000원 '회사에서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박봉과 긴 노동시간, 고용불안 등의

K-성장에 관한 지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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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콜리어는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자본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했던 마지막 시기는 1945년부터 1970년 사이였다. 이 시기에 정책을 이끌어간 지침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였고, 정치권의 주류 정당들이 모두 이러한 형태의 사회민주주의를 수용했다." 1 고 평가했다. 슬라보예 지젝은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에서 "브란트 전 총리는 공산권의 붕괴를 용납한 고르바초프를 용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소련의 공산주의를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공산권이 붕괴하면 서구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브란트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대안적인 시스템 및 근로자의 권익을 약속하는 다른 생산 체계의 심각한 위협이 있어야만 근로자와 빈곤층에 상당한 배려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빈곤층에게 더 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대안이 사라질 경우, 복지국가의 해체도 가능하다." 2 고 밝혔다. 안젤름 야페는 《파국이 온다》에서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등장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의 일탈 행동 같은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또한 그것은 "급진" 좌파들이 가끔 주장하듯 기세등등한 정치가들과의 공모 아래 벌어진 쿠데타 같은 것도 아니었다. 요컨대 신자유주의는 위기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티도록 만들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 돌파구였다. 그리하여 상당히 오랫동안 금융 내지 신용 분야가 많은 기업과 개인들에게 번영이라는 환상을 좀 더 심어주었으나 그 목발마저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2008년 가을의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 이후 지금도 계속되는 전 세계적 혼란이 바로 그 증거다)." 3 라며 신자유주의로 변신한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신자유주의는 "1979년에 영국에서 노동당 정권이 실각하고 민영화, 탈규제, 반복지, 시장화를 주창한 마거릿 대처가 수상으로 선출되었고, (...

뉴노멀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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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대 안전'이라는 근대적 대립 도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안전 속 인원'을 모색해야 한다. 한 사람의 반칙은 모두를 위협하기 때문에 그 한 삶이 반칙하지 않도록 미리 배려해야 한다. (6) 인류는 코로나19와 함께 포스트-근대를 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이 그 전조라면, 코로나19는 근대의 끝을 알려주는 징조의 막내이자 마침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이 삼각편대는 근대를 산산조작 낸 진정한 다이너마이트다. '포스트모던'이라는 말이 유의미하게 제시된 건 40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상황과 맥락에서 진정 포스트-근대, 탈근대가 논의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근대와 적절하게 거리를 두면서 인류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7) '코로나 혁명'이 일어났다. 인공지능과 기후위기에 이은 대격변의 마침표다. (17)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민낯을 드러낸 것 중 하나는 각국 정부의 성격, 또는 그 정부를 구성한 인민의 성격이었다. (21) 실험은 안전의 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실험이 안전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으나, 실험 없이는 안전이 확장되지 못한다. 이런 피드백 고리 안에서 실험이 곧 자유라는 점이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한 사회가 실험을 감내하는 정도가 그 사회의 자유도(自由度)다. (31) 불평등과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분열과 갈등은 커지고 영토는 흔들린다. 우리는 서로 보호해야 하며, 공동의 안전망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진정한 자유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의 자유도다. (35) 사방에 화약이 뿌려져 있지만 불씨를 운반하는 건 자유의 문제라고 오도하는 것과도 같다. 자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토의 문제다. 영토가 망가지면 개인의 자유도 없다. (59) 공동체 수준에서 이 위험을 지켜내는 수단은 민주적 거버넌스가 유일하다. 민주주의를 오래 지키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라는 얘기

樂書 완전체가 나타났다

완전체 외람 되오나 삼박자 를 다 갖춘 완전체가 나타났다. 덕담 다음 대선은 10월에 했으면 싶다. 완전체 에게 건네는 덕담이다. 위로의 외주화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틀린 생각이 옳은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 동조이론 (conformity theory)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장관의 자격 민주는 0에서 시작하고, 국힘은 100에서 깎는다. 봄과 산책에 대한 최고의 예찬 봄날의 산책은 남은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준다. - 반지수 공항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나라에 공항 이 너무 많지요. 글쓰기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은 안 좋은 글을 쓴 다음에 고치는 것이다. 최애 과자 우표값이 430원 인 시대, 당선 전후가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며 분통이 터진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먹는다. 고소 하다. 정치 언어 조국은 표창장 위조라 하고 한동훈 등등은 부모찬스라 한다. "한동훈 딸 입시비리 의혹"이 정확한 표현이다. 언론이라는 흉내라도 낸다면 똑같이 집앞에서 진을 치고 취재를 하시라. 왜 이쪽은 위조고 저쪽은 찬스라고 하는가. 정치적 언어와 받아쓰기 기사는 이렇게 물타기를 한다. 개념 언어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으로 바꿨듯이 이제는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성다수자가 아니라 비성소수자로 부를때지 싶다. 언어는 개념을 바꾸고, 개념은 차별을 없애지요. 국가 국가(國家)는 바꾸지 못하지만 국가(國歌)는 진작 「 님을 위한 행진곡 」으로 바꿨어야 한다. 「임」이 아닌 「님」으로... 부모찬스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누구의 자식인가가 중요하다. 창당 국민의힘을 대적할 강력한 야당으로 황금축구화를 상징으로 하는 국민의흥 을 창당할 때지 싶다. 투표 칼이 짧으면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싸우시라. 당신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이길 수 있답니다. 투표가 당신의 칼입니다.

Tiger mouth

윤석열과 배우자가 주말에 반려견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에 나타났단다. 나름 진보적이라는 매체도 ' 댕댕이 나들이 '라고 했다. 그 시간 경북 울진에서는 산불 진화작업이 한창이었다. 만약 문재인이 그랬다면 어땠을까. 명약관화하다. 온갖 악평으로 적어도 일주일 내내 도배했을 것이다. 전두환 집 앞에서 소리를 쳤다가는 시비가 붙어 뒷수갑 에 채워진 채 끌려갔지만, 문재인 사저 앞에서는 연일 입으로 총질하고 있다. 공권력은 손을 놓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 자유와 시민의 행복추구권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라는 매우 합리적인 변명을 한다. 왜 그럴까. 업계 전문용어로 민주 진영을 Tiger mouth로 보기 때문이다. 호구(虎口)라는 말이다. 극우친일적폐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권력기관은 알아서 긴다. 민주 진영은 결론 난 수사도 다시 들추고, 없는 혐의도 만들 기세다. 극우 진영은 있는 혐의도 차일피일 미루다 흐지부지 만든다. 이런데도 기레기는 찬양 일색이다. 언론이 누구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다. 기계적 균형, 자로 잰 듯한 균형을 보이려는 척이라도 하라는 말이다. 하긴 구제불능이 된 기레기를 고쳐 쓰려고 하다니 참으로 얼척없고 멍청한 생각을 했다. 모든 권력은 공포가 내재 돼 있지만, 민주 진영이 권력을 잡으면 공포가 없다. 호구로 보이지 않으려면 점잖은 척하는 샌님이 아니라 매섭고 톡 쏘는 맛을 보여줘야 한다. 이 맛을 천재지변이 없는 한 오 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벌써 답답하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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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꾼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할 뿐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 (29) 한마디로 개소리는 주요 미디어 없이는 뜨기 어렵다. 매체는 개소리를 막으려고 애쓰면서도 이를 전파한다. 객관성을 중시하는 매체들은 진실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과 캠페인을 다루거나 요즘 대중에게 친숙한 소통 방식을 택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어떤 매체들은 그들이 선정한 정치적 의제나 그들이 처한 재정 상태 때문에 스스로도 미심쩍은 기사와 담론을 적극적으로 퍼뜨린다. (108) 트래픽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히 해당 사이트의 수익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제목은 나중에 바꾸더라도 일단 기사부터 올리면 트래픽이 올라가지만 시간을 들여 사실을 확인한 후 아무 기사도 올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112) 미디어에 대한 신뢰 하락이 곧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122) 기존 보도 관행은 트럼프의 개소리에 맞서고 그에게 책임을 묻기에 무기력할지 몰라도 회사의 순익에는 큰 도움이 된다. 이럴 때는 뭐든 순익에 가장 이로운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므로 기존 틀이 그대로 유지된다. (131)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뉴스 미디어와 허위 사이트 둘 다 소비하는 대중이 있으니 그런 정보를 만든다. 정치인은 유권자가 반응한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소비자이자 유료 독자이자 유권자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제 우리도 전통적인 매체와 거의 대등하게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156) 우리에게는 개소리 확산에 일조하는 나쁜 습관이 또 있다. 소셜 미디어에 있는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심지어 링크된 기사를 열어보지도 않고 공유하는 버릇이다. (165) 확증 편향 하나만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보다 훨씬 강력한 심리적 편향이 있다고 한다. 내가 굳게 믿는 신념

보통의 것이 좋아 - 나만의 보폭으로 걷기, 작고 소중한 행복을 놓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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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책에서 나는 이 동네에 소속감을 느꼈다. 그 새로운 공간들이 모두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느끼면서 나도 그들처럼 이 마을에 익숙해지고 싶었고, 그러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18)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로 빛나는 빛을 그릴 때마다 이 모습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검색해 보니 있었다. 우리나라 말로 '볕뉘'라고 한다. (43) 작게 태어나, 욕심 없이 사는 것 (69) 봄날의 산책은 남은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준다. (85)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 온 세상의 정보를 다 알게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때로는 너무 먼 곳의 소식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가까이 있는 것이 더 믿음직스러울 때가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걸으면 반드시 진정이 된다. 이상하게도, SNS나 미디어 같은 걸 보면 머리가 꽉 막히는데, 그냥 길가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2) 처음이라서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었던 시간이어서, 세상 자체에 대한 첫사랑을 품은 시기여서 그만큼 그때의 모습들이 내 안에 오래 나아 있는 것은 아닌지. (115) 멀리서 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 깊게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 시간을 두고, 거리를 뒀기 때문에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시선으로 내 삶을 보기도 한다. 나는 되도록 멀리서 나를 보려고 한다. 내가 남을 볼 때 그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듯이, 지금 나의 고통을 내가 볼 수 없도록 세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 나에게는 삶의 한 요령이었다. (119) 산책이 내게 준 것은 며칠짜리 희망이었다. 이내 다시 힘들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벌어질지라도. '지금은 괜찮아.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같은 믿음이나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다. 힘듦이 쌓이면 다시 세상을 확인하러 떠났다.

그림자

그림자 없는 존재라며 틀림을 공모하자 사람이 말합니다 나도 그림자가 있어요 사람을 오롯이 보면 존재마다 다른 그림자 차별은 인간이 조직한 가장 질긴 상징

코로나는 기회다 - 위기를 맞은 세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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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가능은 이미 일어났다 -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  코로나가 보여준 각자도생을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들의 민낯 재난은 갑자기 시작되고, 절대 완전히 끝나지 않는 법이다. (8) 희망은 앞으로 닥칠 불확실성 속에서도 명확한 시각을 제공한다. 함께할 가치가 있는 갈등이 있고, 그중 일부는 이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희망의 가장 위험한 면 중 하나는 재난이 닥치기 전에는 모든 것이 괜찮았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실수에 빠지는 것이다. 판데믹 이전의 평범한 삶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과 배척의 시기였고, 환경과 기후의 재앙이자 불평등의 근원이었다. 비상사태가 끝난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 찾고, 결정할 수는 있다. (23) 2. 여행의 종말 - 크리스토퍼스 벨레이그(Christopher de Bellaigue)  관광이 죽자 환경이 되살아난 코로나 시대의 역설 코로나는 관광 산업이 없는 무서우면서도 경이로운 세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관광객들이 자연을 가득 메우고 몰려다니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하고 있다. 협곡만 한 대형 크루즈 선박들이 해안선을 침식하지 않으면서, 바다는 모처럼 한숨을 돌리고 있다. 꼼짝없이 집 안에 갇힌 등산객들은 더 이상 산등성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특색 있고 섬세한 각 지역의 음식 문화는 더 이상 관광객들이 먹는 냉동 피자의 위협을 받지 않아도 된다. (28) 오염자 부담 원칙은 어떤 사업이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면, 해결 비용 역시 원인 제공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41)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는 최근 연구에서 "관광 산업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다른 잠재적인 산업보다 탄소 집약도가 심각하게 높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관광 산업이 전 세계에서 배출한 탄소는 지구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8퍼센트로 증가했으며, 그중 대부분은 항공 여행에서 발생했다.

왜 촛불정부는 실패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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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실패했다. 아무리 성공으로 포장해도 다음 정부를 물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을 키운 건 8할이 문재인이다. 검란 을 진압하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허약한 후보에게 0.7퍼센트 차이로 정권을 내줬다. 박빙으로 패한 것이 아니라 박빙으로 차이가 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혁명은 빈곤, 부정부패, 변화 열망이 있으면 일어난다. 무려 부정부패와 변화 열망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 만든 촛불 혁명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새로운 시대란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혁명 전과 혁명 후가 확연히 달라야 한다. 적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아니었다. 둘은 위법했다. 문재인은 그 뒤에 숨은 적폐를 단죄는 고사하고 드러내지도 않았고 그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마르쿠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에서 "진정한 문제는 민중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 게 아니라, 장면 정권이 민중의 변화 염원을 배신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자신을 지지한 민중의 개혁 요구를 배신하면서 지지 기반을 상실해 결국 의회 쿠데타에 직면했던 노무현이 있다." 1 고 했다.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노무현은 의회 쿠데타로 실패했고, 문재인은 사법 쿠데타로 실패했다. 또 당하면 당한 당사자가 바보다. 장면 정부가 혁명의 염원을 배신할 때 5.16쿠데타가 일어나자 진보 진영에서도 박수를 쳤다고 한다. 왜 정권교체라는 여론이 절반을 넘었는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한다. 문재인은 최고와 최악의 시기를 동시에 보내며 확고한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검사, 판사, 의사에 굴복했다. 슬그머니 자본에 기생하는 기득권층과 편을 먹었다. 확고한 지지자는 학습을 통한 성장이라고 부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촛불에 대한 배신이라고 부른다. 장면 정부를 위해 피를 흘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지지율에 안주하며 촛불을 든 사람의 염원을 배신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 국가보안법, 부동산법에서 보인 태도가 그 증거다. 촛

커피와 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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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종용받던 이종익 사장은 우연히 산책 끝에 달마암에 오른다. 암자에서 큰 바보라는 대우(大愚) 스님을 만났다. 목적지와 시간을 정해 놓지 않은 산책을 했다. 산책은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낯선 곳이어야 한다는 첫 깨달음을 얻는다. 달마암을 찾아 스님에게 물으며 불교를 처음 배운다. '종교는 하나의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조용하고 아득한 시간을 거쳐 오며 서서히 정립된 무엇(65)'이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존중하고 최선의 행동을 하는 것(93)'이 불교의 핵심이다. 작은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불교는 정신주의에도 물질주의에도 치우치지 않는 현실주의에 입각한 사상'이어서 '행동주의, 현실주의로 이해한다면 불교는 결코 난해한 사상도 또 불가한 사상(101)'도 아니라고 스님은 말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행복한 현실로 바꾸는 것이 불교(111)'이다. 이런 불교의 목적을 이해하는 중요한 원칙인 중도(中道)란 '순간순간 올바르게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137)'이다. 스님이 풀을 뽑으며 물었다. 자네가 행동할 수 있는 시간, 선택할 수 있는 시간, 자네가 진정으로 살아가는 시간은 냉정히 말해 지금 한순간뿐이야. (...) 묻겠네. 삶이 지금 이 순간뿐이라면 자넨 무엇을 하겠나? 음... 스님과 함께 풀을 뽑아야죠. 그렇지!(159) 이 사장은 커피를 사 들고 달마암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며 참선의 세계로 접어든다. 큰 바보 스님은 이 사장에게 작은 바보라는 뜻으로 소우(小愚)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스님은 입적하기 전에 좌선은 즐거운 여행이라는 것을 되새기는 편지와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입적 소식을 들은 이 사장 손바닥에는 '보일 듯 말 듯 스님의 낡은 두루마기에서 꺼내 온 선물이 놓여 있었다(280)'. 소설이 중반을 넘길 때쯤

소나무는 억울합니다

우리 민족은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매달았고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다가 솔떡을 해먹으며 보릿고개를 넘겼다. 송홧가루로는 다식을 만들었고, 솔잎으로는 술을 빚었으며, 송진은 약으로 썼다. 솔갈비(마른 솔잎)는 불쏘시개로, 마른가지와 삭정이는 땔감으로, 둥치는 오래 지나도 휘거나 벌레가 생기지 않아 집을 지을 때 기둥과 서까래로 사용했다. 그리고 종내는 소나무 관속에 누워 솔밭에 묻혔고 무덤 속에서 은은한 솔바람을 즐겼다. - 박수용,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김영사, 2011년, 48쪽 봄이면 꽃이 지천으로 피지만 실상 산에는 꽃이 드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꽃은 눈에 잘 띄게 울긋불긋하게 핀 꽃을 말하지요. 매화, 진달래, 철쭉 등등 꽃은 군락을 이루면 장관입니다. 꽃으로 군락을 이룬 경우가 드물어 봄이면 진달래 축제나 철쭉제를 하지요. 산에 가면 소나무가 정말 많습니다. 송화가루는 다식을 만드는 소중한 재료였지만 요즘은 불청객 취급을 받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식목일에는 소나무를 많이 심고요. 소나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와 함께 한 나무라서 그런가 봅니다. 소나무는 예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우리나라를 우점(優占)한 수종이었다고 합니다. 근래 산불이 나면 크게 번지곤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 가뭄과 함께 소나무가 재난의 주범으로 등장했습니다. 숲가꾸기 사업으로 소나무만 남기고, 산불이 난 곳에 또 소나무를 심으니 반복된다고 합니다. 한편, 산불을 억제하는 활엽수 위주로 숲가꾸기를 하자는 주장에 생태계 흐름에 역행한다는 반론과 함께 소나무를 심어 송이버섯도 생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산림청이 숲을 가꾸는 산에서는 대형 산불이 나고, 숲가꾸기를 하지 않는 국립공원에서는 산불이 상대적으로 작고 적다는 것입니다. 대형 산불이 지나간 산림지역을 복구하는 방법으로 자연회복이냐 인공조림이냐로 의견이 팽팽합니다. 절반은 기존 방식으로 하되 절반은 그냥 놔두고 숲이 자생적으로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보자는 절충안도 있습니다. 지난 동

도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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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진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바라며 살지만, 권력과 자본은 아주 영리하게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판다. (6) 시민들은 '살기 좋은 도시'를 원하는 반면, 기업은 '팔기 좋은 도시'를 원한다. 기업은 목숨 걸고 자기들이 원하는 도시를 향해 달려가는데, 먹고사는 일에 바빠 시민들이 자기 삶에만 몰두해 살아간다면 결국 도시는 누구의 뜻대로 변하게 될까? (32) 이제 마음만 먹으면 100층 건물도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에 대한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한때는 '전체'였고 인간을 품어주는 '삶터'였던 도시가 한순간에 '객체'이자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비유하자면 '엄마' 같던 도시가 도마 위의 '생선'처럼 달리 보이게 되었다고 할까?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는 게 바로 도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물을 짓고 도시를 만드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37) 생명체 도시의 핏줄 같은 거리거리에 쉼 없이, 막힘없이 피를 돌게 해줄 당신만의 묘약을 무엇인가? 거리가 핏줄이라면, 굵고 얇은 핏줄 안을 힘차게 돌아야 할 피는 바로 사람이다. 거리에 사람을 늘 오가게 하는 것, 그것이 답이다. (76)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 혹은 기억에 남는 인상은 무엇인가? 나는 산이라고 생각한다. (87) 재개발 지역 선정은 사업성이 기대되는 곳, 재개발사업을 통해 이익이 발생되는 곳이 우선순위다. 가장 열악한 곳이 아니라 가장 돈이 되는 곳에서 재개발이 시작된다. (105) 자본은 절대 강자이고, 아주 세고 지독한 놈이다. 자본이라고 하는 이 강자는 돈이 되는 일은 물불 가리지 않고 뭐든 한다. 자본이 우리가 사는 마을과 도시로 밀고 들어와 제 뜻대로 군림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이 눈 똑바로 뜨고 지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30) 진보적

달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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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론제과 브랜드실 스낵팀 정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 강은상과 회계팀 김지송은 B03이다. 비공채 출신 3인방이라는 뜻이다. 공채 출신이 아니어서 졸지에 '근본 없는 애'들이 됐다. '같은 회사에 다녀도, 비슷한 월급을 받아도, 결코 같은 세계를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그 사이에는 투명한 선과 보이지 않는 계단이 있(103)'다. 마치 '오리지널과 스타일의 차이(177)'처럼 말이다. B03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집안에 빚이 있고, 아직 다 못 갚았으며, 집값이 싸고 인기 없는 동네에 살고, 주거 형태가 월세이고 5평, 6평, 9평 원룸에 살고 있다(105)'는 것을 첫날부터 직감으로 알았다. B03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지날수록. 한 살 더 먹을수록 늘 전보다는 조금 나았고 또 동시에 조금 별로였다. 마치 서투른 박음질 같았다. 전진과 뒷걸음질을 반복했지만 그나마 앞으로 나아갈 땐 한땀, 뒤로 돌아갈 땐 반땀이어서 그래도 제자리걸음만은 아닌 그런 느낌으로(98)' 회사에 다닌다. B03은 '여태까지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내릴 수 있(95)'을 정도로 근본이 없다. 근본이 없다는 건 '평생을 저 작은 돌멩이처럼 아슬아슬한 감각으로 살아왔(330)'고 '추락의 시기를 기약 없이 유예하면서(331)' 살고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방향 키를 아무리 눌러도 발에 모래주머니 단 것처럼 무겁게 천천히 나가(57)'는 시지프스의 삶과 같다. B03은 '초콜릿무스케이크와 뉴욕치즈케이크가 둘 다 당겨서 고민되는 날에는 두개 다 시(265)'키고 싶고,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고 흔한 말이지만 그런 자연스러움(196)'을 가지고 싶고, 월급날을 일주일 앞두고도 유기농 목장의 우유랑 프리미

시인의 말 - 유진목

당신이 죽고 난 뒤로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거기에는 당신의 물건들이 놓여 있다 어떤 것은 나대로 사용할 것이고 어떤 것은 그대로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은 끝내 찾지 못해서 방에 앉아 울었다 내가 죽고 난 뒤로 방은 완전히 비어 있다 이 책은 돌아와 마저 쓰인 것이다 연애의 책/유진목/삼인 20160515 108쪽 8,000원 엄마는 내가 제일 처음 떠나 온 주소입니다 1 전말은 알 수 없고 절망이 길어진다 가망이 없더라도 희망의 용법을 구한다 2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이 하나의 문장이었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3 어디로 가야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모든 게 다 당신이야 나는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고맙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내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4 갓 지은 창문에 김이 서리도록 사랑하는 일을 5 그래도 삶은 사랑은 낡아진 속옷 모양 푹 푹 뜨거워지니 너무 오래 붙들었나요 6 어제는 사랑이 처음 배운 단어인 것처럼 고백이 하고 싶었어요 7 질문이 많은 자는 살인을 할 수 없으니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8 불행한 사람에게 어떻게든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9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은 이 시집을 "한국 최고의 연애시집"이라고 평했다. 최고의 연예시집은 아닐지 모르지만 열 몇 권쯤 되는 사랑을 잘라내고 도려냈을 사연이 선명하다. "당신이 있고 쉼표가 있고 그 옆에 내가 있는 문장 나와 당신 말고는 누구도 쓴 적이 없는 문장을 더는 읽을 수 없는 곳에서 나는 깜빡이고 있습니다. 10 "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절망에게 지는 것이다. 반송 타전의 전말 당신, 이라는 문장 첩첩산중 잠복 부재중 통화 어제 매장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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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뜨거운 별에 탄산음료 회사가 운영하는 금성 탐사선에 탄 엄마와 반항적인 딸이 계획한 탈출은 성공할 것인가? 인간은 싸고, 무게도 150파운드밖에 나가지 않는 비선형 다목적 시스템이다. 그것도 비숙련 노동자가 대량생산할 수 있는. (32) 다른 사람이 답안을 알려준 정답과 자신이 선택한 오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후자다. 사람은 오답을 선택하면서 그 자신이라는 한 인간을 쌓아가는 것이다. (62) 2. 외합절 휴가 외합절 휴가 기간에 일어난 돌발상황에 휘말려 고군분투하는 화성 토박이 여성 공무원의 마지막 결정은? 중심이란, 경계선이 명확한 지역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어디가 됐든 자신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84) 평생 지구 구경은 못 하겠네. 이제 누가 봐도 반역자로 보이겠지. (158) 3. 얼마나 닮았는가 인간과 합일한 인공지능이 묻는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여자 말 안 듣는 사내놈들은 쌔고 쌨어. (246) 야만이 그 정신의 반이라면, 그 야만을 다스리는 데에 나머지 반을 쓴다. 인간이란. (265) 4. 두 번째 이모 아버지와 어머니로 나눠 싸우는 인공지능도 인간을 닮았다.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어머니들의 불가해성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순수한 거대 인공지능의 초연함은 오히려 안심이 됐다. 진짜로 두려운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아버지들이었다. 그들은 이성과 광기가 최악의 방식으로 결합된 존재들이었다. (286) 이 거대한 신들의 놀이터에서 자유인이란 것이, 스스로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342) 네 작가가 태양계 행성을 배경으로 쓴 인류 미래사. 사인사색의 소설인데 여성이 세상을 구한다는 공통된 메시지가 읽혔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을까?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장강명, 배명훈, 김보영, 듀나/한겨레출판 20170815 356쪽 13,000원

자본과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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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뢰로 인해 불구가 된 아프가니스탄 어린아이 자본은 착취를 통해 이윤을 만든다. 자본은 지뢰에서도 이윤이 나오는 걸 알게 됐다. 자본은 지뢰를 상품으로 둔갑을 시켜 지구 구석구석에 팔아먹었다. 그리하여 어린아이의 몸을 산산조각이 나게 했다. 부도덕한 이윤을 남기는 자본이라는 괴물을 단박에 척결할 방법은 아직 없다. 이것이 우리의 업보이자 풀지 못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