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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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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는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입니다. 아홉 살 아들 표도르와 네 살 딸 베라의 엄마이기도 한 저자가 몸소 겪은 전쟁 초반의 참상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새벽 5시 30분. 올가는 폭파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아이들이 깨어나자 팔에 이름,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를 적었습니다. 죽은 후에 식별하기 위해서입니다. 날이 밝자 올가 가족은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미사일이 시내에 떨어지고 도시를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었습니다. 우리집, 우리 마당, 우리 거리는 군대의 사격장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피한 지하실에 분필을 가져오자 아이들은 폭격 소리를 들으며 '평화'라고 적었습니다. 지하 생활 초기의 새로운 만남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하실에는 임신부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신분은 '지하실의 아이'가 되어 작은 케이크 한 조각도 최대한의 쾌락을 느끼며 먹어야 했습니다. 지하실에서 여덟 밤을 보낸 후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기차에 올랐습니다. 기차가 멈출 때마다 여자와 아이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한 엄마가 공책에 이름과 전화번호 리스트를 적어 자기 아이들의 옷 주머니에 쑤셔 넣었습니다. 올가가 전쟁 첫날에 했던 것처럼 혹시 헤어지게 될까 봐 그랬습니다. 남편은 국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남자들은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다음에 만날 때 같이 까먹자며 'Love is' 껌을 주었습니다. 3월 6일 새벽 5시. 바르샤바 시내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도움을 받거나 구걸해야만 생계를 유지하는 난민이 되었습니다. 불가리아 임시 숙소를 제안 받고 3월 16일 불가리아 소피아에 도착했습니다. 올가와 두 남매 그리고 강아지 미키와 함께 도착하며 책은 끝납니다. 현재 올가는 불가리아 소도시에서 임시 난민 자격으로 현지 교회 도움으로 아파트에서 머물고 있다고 합니다. 책 표지는 자화상이라며 "전쟁은 인격이 있는 사람을

樂書 띨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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띨빵하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빵을 사러 가는 인간 을 전문용어로 "띨빵하다"고 한답디다. 헌법1조 그럴 리 없지만, 내가 헌법을 만든다면 헌법 1조는 "모든 생명은 멍때릴 권리가 있고, 모든 존재는 무조건 협조해야 한다"로 할랍니다. 오월 음성사서함에 첫사랑이 안부를 물어보는 듯한 날씨다. 오묘하다. 유월 쓰레빠 끌고 오일장에서 산 허름한 반바지를 입고 막걸리 마시자며 찾아오는 친구가 그리운 날씨다. 다음 시대 기후변화를 극복했다면 그 시대를 어떻게 부르든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일 것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감한다. 굿시대 훗날 사가(史家)들은 Good시대를 지나 굿시대(shamanism days)라 평할지 싶다. 함께 맞는 비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 신영복 RRR 현존하는 영화의 모든 장르가 혼재되어 다채롭고 현란해서 개연성을 따지기도 전에 화타를 능가하는 메디컬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합디다. 나의 해방일지 밥상과 술상에서 해방되고 싶은 여자 와 번번이 밥상과 술상을 추앙하는 남자 이야기... 3인방 니콜라스 케이지, 브루스 윌리스, 멜 깁슨. 말년에 포스터에만 등장하여 명의대여하는 바지사장형 영화인 3인방 처음이라 나에게 일어난 일이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선거 꼰대는 노래방에 가면 남이 노래할 때 번호를 찾느라 듣지를 않습니다. 자기 노래 번호를 찾아 예약하기 바쁘지요. 선거도 비스무리합디다. 다음 번호를 찾느라 쓴소리는 듣지를 않아요. 굥씨네 80일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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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은 1992년 도서출판 눈에서 펴낸 어느 40대 부부의 병상 일기이다. (11)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또는 가족을) 걱정하며 살아가지만, 실은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고. (34) 송년회에 가서 오랜만에 보는 이들과 즐겁게 수다도 떨고, 새해 소원도 빈답니다. 아빠를 잊을 수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슬픔은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외면할 수도 없죠. 하지만 슬픔은 영원히 괴로워해야 할 낙인 같은 것은 아니에요. 당신 아이의 삶에는 기쁨도 정말 많을 거예요. 엄마가 없다고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업는 건 아니잖아요. (38) (돌보는 사람은) 아픈 사람이 회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쁘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이 보상될 만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아팠던 사람은 병을 살아낸 경험에 관해 말할 수 있지만, 돌보는 사람이 살아낸 것을 표현하기는 더 어렵다. 돌봄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이 우리 사회에는 별로 없고, 그래서 돌봄은 인정되지 못한 채로 남겨진다. (47) 궁극의 목표는 환자의 안녕이어야 하겠지만, 그것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는 늘 고민스럽다. 사람들은 의사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사도 종종 혼란에 빠지곤 한다. (54) 말기암은, 아니 모든 질병의 말기는 자율성의 박탈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스스로 움직이고, 대소변을 처리하고, 먹고 자고, 깨어 있는 것이 어렵게 되고 늘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의 인격과 존엄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사실, 이것이 죽음에 임박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69) 인간이 태어나서 3개월, 즉 백일까지를 삶에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한다면, 인간이 죽기 전 3개월은 죽음에 적응하는 시간이다. 암의 경우가 그렇고, 치매나 뇌졸중 같은 질환은 이 시간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죽지도 않은 시간이......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나라는 인간이 아닌 시간이. (70) 아빠가

가난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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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가난의 모습은 늘 변해왔다. (...) 이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건 현재의 노인 세대로, 노인들의 가난은 그 구조가 복잡하게 꼬인 산물이다. 지금의 일부 노인들은 사회보험 제도가 정착하기 전에 노인이 되어버렸다. (9) 재활용품을 주워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일이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근대 자본주의가 등장한 대개의 국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층민의 일이다. (10) 가난이란 '간안(艱難)', 어려울 간과 어려울 난을 합친 두 자를 어원으로 둔다. 이로부터 파생된 건 '가난(家難)'으로 "집안의 재난"이거나 그 상태를 말한다. 빈곤(貧困, poverty)이란 "가난하여 곤한 상태", 다르게 말하자면 "가난하여 살기가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둘은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회과학자들은 이 둘을 다르게 쓴다. 경험적으로 '가난'은 현상을 묘사할 때 사용하며, '빈곤'은 분석에 동원한다. (14) 이제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거주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강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작은 골목을 지나는데, 1㎞가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모두 다른 편인, 재활용품 줍는 노인 무리를 보았다. 물론 그들이 함께 다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경쟁 중이었고 갈림길에 다다르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엔 몰랐지만, 고물은 먼저 발견한 사람의 차지가 되니까 남의 뒤를 따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28) 한국의 노인은 일을 많이 하는데도 빈곤하다는 뜻이며, 이는 현재 노인들 노후 생활의 경제적 기반이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노인이 하는 노동의 대부분은 질 낮은 일자리에서 이루어지며, 따라서 노인의 고용률이 상승한다 해도 빈곤율이 낮아지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45) '재활용품 수집 노인&#

미래의 교육, 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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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의 소도시 니덤에 자리한 올린 공대 (Olin College of Engineering)는 2002년에 개교했습니다. '올린에는 5개의 전공 트랙만 존재하고 별도의 학과는 없(18)'습니다. 교수가 40명이고 학생은 350명으로 교수 1인당 학생수는 9명 정도입니다. 올린은 협력과 소통을 교육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21세기 엔지니어에게 협력과 소통의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25)'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있는 사람이 아니라 존재하는 사람이 돼라. 있는 사람과 존재하는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그냥 있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반면 존재하는 사람은 주변에 영향을 주면서 상호 작용을 한다(28)."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협업과 소통을 강조하며 하는 조언입니다. '교육은 학생들의 머리에 정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일(42)'이 올린의 교육 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올린에서 교수의 역할은 '가르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교육자에서 배움을 돕는 코치(58)'입니다. 교수의 역할을 조력자로 규정합니다. '교수는 학생들이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통제와 규제로 학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움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수의 역할(59)'입니다. '학점이 아니라 배움에 중점을 두도록,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주체적인 배움이 일어나도록 학생들을 변화'시키야 합니다. '협력과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108)'도록 교육 혁신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교육이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올린이 추구하는 경험 중심의 교육은 온라인으로 전달할 수 없(115)'고, 지식을 얻고 싶은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를 들으라는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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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7월, 교육부 장관이던 울로프 팔메가 고틀란드섬에서 휴가 중에 정책 간담회 요청을 받았습니다. 간담회장인 광장에 서 있는 덤프트럭 위에서 즉석연설했습니다. '트럭 연설이 열린 작은 마을 알메달렌이 스웨덴식 열린 광장 정치의 메카가 되는 순간(18)'이었습니다. 1982년 주요 정당들이 참여하는 알메달렌 주간이 공식 출범했습니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7월 초, 여야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 콘텐츠는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휴가와 정치 그리고 언론의 결합은 이렇게 출발(19)'했습니다. 알메달렌 주간 은 이웃 국가로 수출이 되어 덴마크의 보리홀름, 노르웨이의 아렌달, 핀란드의 뵈네보리에서 정책 박람회를 개최합니다. '알메달렌은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작은 지역의 정치 행사였지만, 모든 정당이 참여하고 정당 대표들이 직접 찾아와 연설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인의 행사가 아니라 국민의 행사(29)'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면서 성장했습니다. 세미나는 4000여 개로 늘었고, 방문객은 4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정치인의 연설과 정책 토론도 내용과 재미가 적절하게 섞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예술이 될 수(56)' 있다는 걸 알메달렌 주간은 보여줍니다. '정치는 약점을 파헤쳐 상대를 파멸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철학과 그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밝히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치하는 행위(57)'입니다. 낮에는 경쟁했던 정치인들이 밤에는 여야 전·현직 장관들이 댄스팀을 만들어 댄스 배틀을 합니다. '알메달렌에서 정치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 편안한 것, 신나는 것, 배려하는 것(57)'임을 보여줍니다. "눈이 나쁜데도 경제적인 이유로 안경을 쓰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48)" 총리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어린이 기자가 던진 질문입니다. '어린이 기자

나로 웅크리고 있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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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거실 넘기지 못한 달력이 있다. 손때 묻은 시간이 엉켜 있다. (30) 사방 방향을 제시해준다 견고하게 친절하다 그래도 우린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 (93) COVID-19 지루한 일상이 이어진다. 우리는 하얀 방패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닌다. (138) 달 애써 풍경을 만들었다 우리는 즐거워야만 했다 (161) 오해 떠날 사람은 창밖을 보지 않는다 난 떠났고 넌 보냈나 (187) 나로 웅크리고 있는, 너에게/김지연/아마존의나비 20210315 198쪽 17,000원 시화집 덕분에 너무 익숙해서 무심했던 일상 풍경이 따스해집니다. 아직 살만합니다.

파타고니아, 환경에 투표하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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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THE ASSHOLES OUT 1990년, 파타고니아가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에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불매운동을 시작하고 항의 시위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콜센터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여느 기업이라면 시위대를 달래려고 했을 겁니다. 파타고니아는 달랐습니다. 콜센터 담당자에게 다음과 같이 응답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항의 전화가 대폭 줄었습니다. 고객님, 소중한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런 전화가 올 때마다 가족계획연맹에 추가로 5달러씩을 기부하기로 했음을 고객님들께 알려드립니다. 1 2020년 9월, 파타고니아는 라벨 뒤에 새겨 넣은 문구가 트위터에 등장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VOTE THE ASSHOLES OUT'이라고 적힌 태그가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표로 멍청이를 날리자'라는 문구에 진위 논란이 벌어지자 10월 16일 파타고니아는 사실이라며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수년 동안 기후 위기를 부정하고 모른척하는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며, 이번에 주목받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Vote The Assholes Out"은 이본 쉬나드가 2020년 4월 22일 1% for the Planet 에 보낸 편지 속 추신에도 있습니다. 추신. 기억하세요. 기후 변화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모든 정치인들, 그 멍청이들을 투표로 몰아내세요. 지구를 위해 투표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사람들을 반대하세요. 우리는 힘이 있고 지금이 사용할 때입니다. 2 "Vote The Assholes Out"이라는 정치 운동은 2006년경에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 온 파타고니아 의류에서 발견되어 새삼 화제가 됐습니다. 파타고니아가 기후 위기를 외면하는 정치인들을 11월에

매혹하는 식물의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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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가장 먼저 창조한 생물은 식물이었다. (6) 일반적으로 식물은 인간 없이도 잘 살 수 있지만, 인간은 식물이 없다면 곧 죽고 말 것이다. (17) 35억년을 1년이라고 치면 20만 년은 겨우 30분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광합성 생물이 1월 1일 0시에 탄생했다면, 현생인류는 12월 31일 밤 11시 30분에 막차를 타고 지구에 도착한 셈이다. (21) 식물이 꽃 이외의 장소에서 당밀을 분비하는 것은 강력한 보디가드를 고용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임을 명심하라. 식물은 그리 허술하지 않다. (44) 진화란 '생물이 환경에 서서히 연속적으로 적응해가며 생존에 가장 적합한 형질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모든 종들은 서식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점차적으로 특정한 형질과 능력을 획득하거나 상실한다. 물론 진화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일어나지만 최초의 모습과 최종적인 모습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53) 고착생활을 하는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어 외부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그것은 모듈성이다. 식물의 몸은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필수불가결한 것도 없다. 이러한 모듈 구조는 동물이 흉내 낼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61) 식물은 반복되는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의 가지, 줄기, 잎, 뿌리는 모두 매우 간단한 모듈의 집합체로, 다른 모듈과 독립적으로 몸체에 부착되어 있다. 마치 레고 블럭처럼 말이다. (63) 만약 식물이 내일 당장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은 몇 주, 길어야 몇 달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모든 고등생물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몇 년 후 식물들이 인간의 거주지를 접수할 것이며, 1세기 안에 모든 문명이 식물로 뒤덮이게 될 것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식물과 인간 중 누가 더 중요한지 판가름

그냥,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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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내가 정말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다. 나에게 방향을 알려주던 화살표 같은 존재들이 이제 내 곁에 없다는 것도, 나는 화살표 없이 살아본 적이 없고 살아갈 능력도 없는 인간이라는 것도, 그때 절절하게 깨달았다. (12) 야학을 그만두었을 때 나는 그곳에서 가지고 나온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선'이라는 아주 강력한 것이 나를 따라온 것이었다. (24) 2학년 6반 교실의 시계가 8시 45분에 멈춰 있었다. 누군가 8시 50분에 맞춰둔 것을, 뒤에 온 어떤 이가 조금 더 당겨놓은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아직은 모두가 따뜻하게 살아 있었던 때. '가만히 있으라'는 죽음의 주술이 울려 퍼지기 전, 그리하여 무언가를 바꿀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시간. 8시 45분 단원고 교실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8시 50분 이후 우리에게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저 무능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304명의 목숨을 수장시킨 후에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기록을 삭제하는 일이었다는 걸. (33) 나는 죄책감이란 것이 '먼저 달아난 사람'의 감정인 줄로만 여겼는데 그것이 '누군가를 구하려다 실패한 사람'의 것일수록 더욱 고통스럽고 지독할 수 있음을 알았다. 실은 죄에 대한 책임감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지막을 목격한 것에 대한 책임감일 것이다. (51) 사람들은 강자가 사라져야 약자가 사라질 거라고 말한다. 나는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이 아니다. 가장 아픈 곳이다. 이 사회가 이토록 형편없이 망가진 이유, 그것은 혹시 우리를 버려서가 아닌가. 장애인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을 버리고, 병든 노인을 버려서가 아닌가. 그들은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 이 세상의 브레이크 같은 존재들이다. (79) 해마다 300명이 넘는 홈리스와 천 명이 넘는 무연고자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이 거리에서, 집 없는 이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데

경마장에 말이 없어졌다면

매일 기후변화 를 알려주며 경고한다. 이를 대하는 대부분의 인간은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거나 기후변화는 있지만 재난은 없을 것이라거나 재난은 있겠지만 극복할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는 부류 가운데 하나다. 자본주의가 만든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를 지나 기후재난으로 다가온다. 본성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소멸시키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는 한, 우리는 인간이 멸망하기 하루 전에 재난을 막자는 합의를 할 것이다. 운전대가 없는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고, 동물권이 보편적 권리가 되면 경마장에는 퇴역한 수동 자동차들이 경주하는 곳으로 변할 것이다. 더는 말이 없는 경마장 시대가 오면 동물원과 수족관을 만들었던 역사에 대해 반성할 것이다. 단, 자본주의를 버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경마장에 말이 없는 시대라면 기후변화를 극복했을 것이고, 그 시대를 어떻게 부르든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일 것이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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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녠(十年)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고아 출신으로 대낮보다는 달밤에 걷는 모습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살인마 집단 'JACK'의 조직원을 밥 먹고 물 마시는 일만큼 자연스럽게 죽이는 남자이기도 하다. 살인 집단 잭은 잭 더 리퍼의 전설을 광적으로 숭배하고 계승하는 살인마 조직으로 오른쪽 가슴에 알파벳 J를 새기고 있다. 납치한 피해자의 복부를 절개하고 다크웹에 영상을 올리는 집단이다. 중증 결벽증 환자인 스녠은 청소도구가 가지런히 정리된 가방을 메고 다닌다. 잭의 조직원을 죽인 후 더럽혀진 살인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위해서다. 스녠은 잭의 조직원이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흘릴 때까지 기다리며 말한다.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큰 실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군요." 특별히 착한 일을 한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준 적도 없는 샤오쥔. 사축(社畜) 1 신세인 샤오쥔은 살인마에게 진부한 드라마 같은 납치를 당한다. 잭의 조직원을 해치우는 스녠과 처음 만나며 엮이게 된다. 스녠의 살인 방법은 야무지면서 잔혹하고 생생하다. 목표물이 즉사하지 않았다면 항상 유용한 청소지침을 알려준다. 그런 스녠의 오른쪽 가슴에도 알파벳 J가 새겨져 있다. 잭의 조직원을 죽이는 연쇄살인마가 되어 잃어버린 기억을 좇는 스녠의 살인은 정당할 수 있을까? 타이완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된 글이어서 진행 속도가 거침없이 빠르다. 다만 전개 과정이 상투적이고 놀랄만한 대반전이 없어 아쉽다. 묻지마식이나 혐오 살인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면 가해자 정보를 알아내 스녠에게 넘겨주고 싶다. 그럴 때 읽으면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다.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獻給殺人魔的居家清潔指南, 2018 /쿤룬 崑崙 /진실희 역/한즈미디어 20210108 372쪽 15,000원 '회사에서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박봉과 긴 노동시간, 고용불안 등의

K-성장에 관한 지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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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콜리어는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자본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했던 마지막 시기는 1945년부터 1970년 사이였다. 이 시기에 정책을 이끌어간 지침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민주주의였고, 정치권의 주류 정당들이 모두 이러한 형태의 사회민주주의를 수용했다." 1 고 평가했다. 슬라보예 지젝은 《자본주의에 희망은 있는가》에서 "브란트 전 총리는 공산권의 붕괴를 용납한 고르바초프를 용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소련의 공산주의를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공산권이 붕괴하면 서구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브란트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대안적인 시스템 및 근로자의 권익을 약속하는 다른 생산 체계의 심각한 위협이 있어야만 근로자와 빈곤층에 상당한 배려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자본주의가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빈곤층에게 더 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대안이 사라질 경우, 복지국가의 해체도 가능하다." 2 고 밝혔다. 안젤름 야페는 《파국이 온다》에서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등장은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의 일탈 행동 같은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또한 그것은 "급진" 좌파들이 가끔 주장하듯 기세등등한 정치가들과의 공모 아래 벌어진 쿠데타 같은 것도 아니었다. 요컨대 신자유주의는 위기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티도록 만들기 위한 유일한 현실적 돌파구였다. 그리하여 상당히 오랫동안 금융 내지 신용 분야가 많은 기업과 개인들에게 번영이라는 환상을 좀 더 심어주었으나 그 목발마저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2008년 가을의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 이후 지금도 계속되는 전 세계적 혼란이 바로 그 증거다)." 3 라며 신자유주의로 변신한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신자유주의는 "1979년에 영국에서 노동당 정권이 실각하고 민영화, 탈규제, 반복지, 시장화를 주창한 마거릿 대처가 수상으로 선출되었고, (...

뉴노멀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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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대 안전'이라는 근대적 대립 도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안전 속 인원'을 모색해야 한다. 한 사람의 반칙은 모두를 위협하기 때문에 그 한 삶이 반칙하지 않도록 미리 배려해야 한다. (6) 인류는 코로나19와 함께 포스트-근대를 대비해야 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이 그 전조라면, 코로나19는 근대의 끝을 알려주는 징조의 막내이자 마침표다. 기후위기와 인공지능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이 삼각편대는 근대를 산산조작 낸 진정한 다이너마이트다. '포스트모던'이라는 말이 유의미하게 제시된 건 40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때와는 많이 달라진 상황과 맥락에서 진정 포스트-근대, 탈근대가 논의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근대와 적절하게 거리를 두면서 인류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7) '코로나 혁명'이 일어났다. 인공지능과 기후위기에 이은 대격변의 마침표다. (17)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민낯을 드러낸 것 중 하나는 각국 정부의 성격, 또는 그 정부를 구성한 인민의 성격이었다. (21) 실험은 안전의 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실험이 안전 자체를 목표로 삼지는 않으나, 실험 없이는 안전이 확장되지 못한다. 이런 피드백 고리 안에서 실험이 곧 자유라는 점이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한 사회가 실험을 감내하는 정도가 그 사회의 자유도(自由度)다. (31) 불평등과 격차가 큰 사회일수록 분열과 갈등은 커지고 영토는 흔들린다. 우리는 서로 보호해야 하며, 공동의 안전망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진정한 자유란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의 자유도다. (35) 사방에 화약이 뿌려져 있지만 불씨를 운반하는 건 자유의 문제라고 오도하는 것과도 같다. 자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토의 문제다. 영토가 망가지면 개인의 자유도 없다. (59) 공동체 수준에서 이 위험을 지켜내는 수단은 민주적 거버넌스가 유일하다. 민주주의를 오래 지키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라는 얘기

樂書 완전체가 나타났다

완전체 외람 되오나 삼박자 를 다 갖춘 완전체가 나타났다. 덕담 다음 대선은 10월에 했으면 싶다. 완전체 에게 건네는 덕담이다. 위로의 외주화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틀린 생각이 옳은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 동조이론 (conformity theory)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장관의 자격 민주는 0에서 시작하고, 국힘은 100에서 깎는다. 봄과 산책에 대한 최고의 예찬 봄날의 산책은 남은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준다. - 반지수 공항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나라에 공항 이 너무 많지요. 글쓰기 좋은 글을 쓰는 비결은 안 좋은 글을 쓴 다음에 고치는 것이다. 최애 과자 우표값이 430원 인 시대, 당선 전후가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며 분통이 터진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먹는다. 고소 하다. 정치 언어 조국은 표창장 위조라 하고 한동훈 등등은 부모찬스라 한다. "한동훈 딸 입시비리 의혹"이 정확한 표현이다. 언론이라는 흉내라도 낸다면 똑같이 집앞에서 진을 치고 취재를 하시라. 왜 이쪽은 위조고 저쪽은 찬스라고 하는가. 정치적 언어와 받아쓰기 기사는 이렇게 물타기를 한다. 개념 언어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으로 바꿨듯이 이제는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성다수자가 아니라 비성소수자로 부를때지 싶다. 언어는 개념을 바꾸고, 개념은 차별을 없애지요. 국가 국가(國家)는 바꾸지 못하지만 국가(國歌)는 진작 「 님을 위한 행진곡 」으로 바꿨어야 한다. 「임」이 아닌 「님」으로... 부모찬스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누구의 자식인가가 중요하다. 창당 국민의힘을 대적할 강력한 야당으로 황금축구화를 상징으로 하는 국민의흥 을 창당할 때지 싶다. 투표 칼이 짧으면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싸우시라. 당신이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이길 수 있답니다. 투표가 당신의 칼입니다.

Tiger mouth

윤석열과 배우자가 주말에 반려견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에 나타났단다. 나름 진보적이라는 매체도 ' 댕댕이 나들이 '라고 했다. 그 시간 경북 울진에서는 산불 진화작업이 한창이었다. 만약 문재인이 그랬다면 어땠을까. 명약관화하다. 온갖 악평으로 적어도 일주일 내내 도배했을 것이다. 전두환 집 앞에서 소리를 쳤다가는 시비가 붙어 뒷수갑 에 채워진 채 끌려갔지만, 문재인 사저 앞에서는 연일 입으로 총질하고 있다. 공권력은 손을 놓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 시위 자유와 시민의 행복추구권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라는 매우 합리적인 변명을 한다. 왜 그럴까. 업계 전문용어로 민주 진영을 Tiger mouth로 보기 때문이다. 호구(虎口)라는 말이다. 극우친일적폐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권력기관은 알아서 긴다. 민주 진영은 결론 난 수사도 다시 들추고, 없는 혐의도 만들 기세다. 극우 진영은 있는 혐의도 차일피일 미루다 흐지부지 만든다. 이런데도 기레기는 찬양 일색이다. 언론이 누구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다. 기계적 균형, 자로 잰 듯한 균형을 보이려는 척이라도 하라는 말이다. 하긴 구제불능이 된 기레기를 고쳐 쓰려고 하다니 참으로 얼척없고 멍청한 생각을 했다. 모든 권력은 공포가 내재 돼 있지만, 민주 진영이 권력을 잡으면 공포가 없다. 호구로 보이지 않으려면 점잖은 척하는 샌님이 아니라 매섭고 톡 쏘는 맛을 보여줘야 한다. 이 맛을 천재지변이 없는 한 오 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벌써 답답하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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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꾼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한 발언을 할 뿐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개의치 않는다. (29) 한마디로 개소리는 주요 미디어 없이는 뜨기 어렵다. 매체는 개소리를 막으려고 애쓰면서도 이를 전파한다. 객관성을 중시하는 매체들은 진실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과 캠페인을 다루거나 요즘 대중에게 친숙한 소통 방식을 택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어떤 매체들은 그들이 선정한 정치적 의제나 그들이 처한 재정 상태 때문에 스스로도 미심쩍은 기사와 담론을 적극적으로 퍼뜨린다. (108) 트래픽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히 해당 사이트의 수익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제목은 나중에 바꾸더라도 일단 기사부터 올리면 트래픽이 올라가지만 시간을 들여 사실을 확인한 후 아무 기사도 올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112) 미디어에 대한 신뢰 하락이 곧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122) 기존 보도 관행은 트럼프의 개소리에 맞서고 그에게 책임을 묻기에 무기력할지 몰라도 회사의 순익에는 큰 도움이 된다. 이럴 때는 뭐든 순익에 가장 이로운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므로 기존 틀이 그대로 유지된다. (131)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미디어를 얻는다. 뉴스 미디어와 허위 사이트 둘 다 소비하는 대중이 있으니 그런 정보를 만든다. 정치인은 유권자가 반응한다고 판단하고 그렇게 행동한다. 소셜 네트워크는 우리가 서로 교류하게 해줄 뿐이다. 개소리가 기승을 부리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도 소비자이자 유료 독자이자 유권자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제 우리도 전통적인 매체와 거의 대등하게 정보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156) 우리에게는 개소리 확산에 일조하는 나쁜 습관이 또 있다. 소셜 미디어에 있는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심지어 링크된 기사를 열어보지도 않고 공유하는 버릇이다. (165) 확증 편향 하나만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이보다 훨씬 강력한 심리적 편향이 있다고 한다. 내가 굳게 믿는 신념

보통의 것이 좋아 - 나만의 보폭으로 걷기, 작고 소중한 행복을 놓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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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책에서 나는 이 동네에 소속감을 느꼈다. 그 새로운 공간들이 모두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를 느끼면서 나도 그들처럼 이 마을에 익숙해지고 싶었고, 그러기 시작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18)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로 빛나는 빛을 그릴 때마다 이 모습을 표현하는 단어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검색해 보니 있었다. 우리나라 말로 '볕뉘'라고 한다. (43) 작게 태어나, 욕심 없이 사는 것 (69) 봄날의 산책은 남은 일 년을 살아갈 힘을 준다. (85)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 온 세상의 정보를 다 알게 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때로는 너무 먼 곳의 소식은 불필요하다. 오히려 가까이 있는 것이 더 믿음직스러울 때가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걸으면 반드시 진정이 된다. 이상하게도, SNS나 미디어 같은 걸 보면 머리가 꽉 막히는데, 그냥 길가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92) 처음이라서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잔뜩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었던 시간이어서, 세상 자체에 대한 첫사랑을 품은 시기여서 그만큼 그때의 모습들이 내 안에 오래 나아 있는 것은 아닌지. (115) 멀리서 봤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 깊게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있다. 시간을 두고, 거리를 뒀기 때문에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시선으로 내 삶을 보기도 한다. 나는 되도록 멀리서 나를 보려고 한다. 내가 남을 볼 때 그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듯이, 지금 나의 고통을 내가 볼 수 없도록 세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 나에게는 삶의 한 요령이었다. (119) 산책이 내게 준 것은 며칠짜리 희망이었다. 이내 다시 힘들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벌어질지라도. '지금은 괜찮아.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같은 믿음이나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다. 힘듦이 쌓이면 다시 세상을 확인하러 떠났다.

그림자

그림자 없는 존재라며 틀림을 공모하자 사람이 말합니다 나도 그림자가 있어요 사람을 오롯이 보면 존재마다 다른 그림자 차별은 인간이 조직한 가장 질긴 상징

코로나는 기회다 - 위기를 맞은 세상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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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가능은 이미 일어났다 -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  코로나가 보여준 각자도생을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들의 민낯 재난은 갑자기 시작되고, 절대 완전히 끝나지 않는 법이다. (8) 희망은 앞으로 닥칠 불확실성 속에서도 명확한 시각을 제공한다. 함께할 가치가 있는 갈등이 있고, 그중 일부는 이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희망의 가장 위험한 면 중 하나는 재난이 닥치기 전에는 모든 것이 괜찮았고,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 실수에 빠지는 것이다. 판데믹 이전의 평범한 삶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과 배척의 시기였고, 환경과 기후의 재앙이자 불평등의 근원이었다. 비상사태가 끝난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 찾고, 결정할 수는 있다. (23) 2. 여행의 종말 - 크리스토퍼스 벨레이그(Christopher de Bellaigue)  관광이 죽자 환경이 되살아난 코로나 시대의 역설 코로나는 관광 산업이 없는 무서우면서도 경이로운 세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관광객들이 자연을 가득 메우고 몰려다니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목격하고 있다. 협곡만 한 대형 크루즈 선박들이 해안선을 침식하지 않으면서, 바다는 모처럼 한숨을 돌리고 있다. 꼼짝없이 집 안에 갇힌 등산객들은 더 이상 산등성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특색 있고 섬세한 각 지역의 음식 문화는 더 이상 관광객들이 먹는 냉동 피자의 위협을 받지 않아도 된다. (28) 오염자 부담 원칙은 어떤 사업이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면, 해결 비용 역시 원인 제공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41)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는 최근 연구에서 "관광 산업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다른 잠재적인 산업보다 탄소 집약도가 심각하게 높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관광 산업이 전 세계에서 배출한 탄소는 지구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8퍼센트로 증가했으며, 그중 대부분은 항공 여행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