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Showing posts with the label 다보기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Image
루왁(luwak)은 사향고양이과 동물의 서식지인 인도네시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루왁 커피는 18세기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가난한 농장 일꾼들이 커피를 맛볼 수가 없어 사향고양이 배설물에 섞인 커피 열매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는데 소문이 나면서 네덜란드인들까지 마시게 되었다. 1990년대 초 서구사회에 알려지면서 사향고양이를 따라다니며 분변에서 커피를 채취하는 방법 대신 사향고양이를 포획해 가두고 강제로 커피 열매를 먹이는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루왁 커피가 점점 인기를 끌자 소규모 농장이 점점 대형화되었고, 베트남에서는 사향고양이 대신 족제비를 사육해서 커피를 생산한다. 닭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처럼 사향고양이는 철창에 갇혀 강제로 커피 열매만 먹고 배설하는 일만 한다. 인도적인 기준에 맞는 사향고양이 농장이나 이를 인증하는 인증마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야생 사향고양이는 평균 17제곱미터(500만 평)의 영역에서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광대하고 다양한 서식환경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는 북극곰은 코끼리, 유인원, 돌고래와 함께 인공시설에서 사육하기에 가장 부적절한 야생동물로 꼽힌다. 북극곰을 사육하는 동물원의 공간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공간의 100만분의 1 크기다. 영하 40도의 기온에 적응하도록 태어난 북극곰이 영상 40도가 넘는 아르헨티나의 동물원에서 사육되다 죽었다. 쓸개즙을 얻으려고 곰 농장이 합법인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다. 쓸개즙을 쉽게 착취하기 위해 작은 철장에 수년 동안 갇힌 곰은 쓸개즙을 빼기 위해 사람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배를 쇠창살에 갖다 댄다. 방송에서는 방사한 반달곰이 건강하다는 소식을 전한다. 야생에서 돌고래는 하루에 100킬로미터 이상을 헤엄치고 무리를 이루며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서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돌고래가 재주를 부리는 것은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서이다. 돌고래를 가둔 수족관은 돌고래에게는 욕조만도 못한 크기다. 숲을 불태우며 만드는 팜유

페멘 선언

Image
페멘은 반라의 몸에 슬로건을 쓰고 머리에는 화관을 쓴 정치 활동가들의 국제 운동 단체이다. 우리의 슬로건은 간결하고 자극적이며, 우리의 가슴은 우리의 깃발이다. 투쟁의 필요로부터, 강력하고 도발적이나 언제나 비폭력적인 행동의 실천이 완수된다. (37) 정치의 자각으로부터 참여가 생겨나고, 참여로부터 행동이 생겨나며, 행동으로부터 혁명이 생겨난다. (40) 페멘은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에 대해 투쟁하는 여성주의, 즉 인간주의 운동이다. 권력관계가 주어지고 그것이 정당화되는 즉시, 폭력적인 힘의 관계가 생겨나 견딜 수 없는 불평등을 불러온다. (41) 우리가 간절히 부르짖는 정치적 자각을 통해 이러한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우리는 투쟁해야 할 세 가지 대상을 확정하였다. 그것은 바로 독재, 성 산업, 종교이다. 또한 '대리모 출산' 문제를 투쟁의 대상에 추가하기로 한다. (45) 독재는 사회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며 폭력적인 위계 구조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최초의 힘의 관계에 기반한 독재는 무엇보다 가부장제 이념 덕분에 그 정치적 힘을 뿌리내리게 된다. (46) 성 산업은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간에 한쪽 성이 무력과 협박, 조작을 통해 다른 한쪽 성을 착취하는 도구이다. (50) 종교가 시작되는 곳에서 페미니즘이 중단된다. (56) 대리모 출산은, 그것이 돈을 주고받는 행위라면, 착취이다. (...) 반면 우리는 자유의 원칙에 따라 그것이 기증의 형태, 즉 장기 기증으로서 고려되는 경우에는 대리모 출산에 반대하지 않는다. (60) 우리는 가부장제가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것을 가지고 맞서 투쟁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여성이다. 우리를 향한 억압이 몸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이제 몸은 우리의 투쟁의 도구가 될 것이다. (66) 페멘 운동이 주로 사용하는 상징인 우리의 로고는 키릴 자모의 F에 해당하는 Ф를 변형한 형상이다. 이것은 여성의 가슴 형태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 조직의 확고한 상징이다. (75)

재벌은 풀고 노동은 가두다

Image
문재인 정부는 8월 9일 이재용의 가석방을 허가했고, 8월 13일 풀려났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형 집행률 60%라는 가석방 최소 기준'을 충족해 가석방이 이뤄지는 사례는 드물다. 법무부 집계가 이뤄진 2019년부터 보면 형 집행률 70% 미만 수형자가 전체 가석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0.2%, 2018년 1.3%, 2019년 0.9% 수준으로 100명 중 1명 정도였다. 차라리 사면을 하면 됐지만, 문재인은 사면할 용기도 없어 보인다. 경찰은 9월 2일 오전 6시 10분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구속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0일 만이자 첫번째 구속영장 집행이 무산된 지 15일 만이다. 양경수 위원장은 서울 도심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일반도로교통 방해죄)를 받고 있다. 8월 14일 국제노총(ITUC)은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부당하고 과도한 조치"라며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사법절차를 중단할 것과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문재인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대통령 취임 후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했고, 반려견과 있을 때 만 행복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재벌은 풀고 노동은 가뒀다. 문재인 정부가 재벌과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풍경이다.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Image
1991년 소비에트 연합의 몰락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승리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보였고, 이는 국가사회주의의 해체 그리고 전 세계에 걸친 시장 및 민주적 개혁의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결코 헤게모니의 저거너트 1 가 아니며, 오히려 그것이 공격했던 바로 그 사회주의라는 대안적 체제에 붙어 기생하며 자라난 것임을 시사하고자 한다. (19) 나는 신자유주의를 시장, 국가, 기업, 인구 등을 조직하는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을 형성하는 아이디어들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23) 훗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가 되는 로널드 코스가 1930년 LSE의 한 수업에 들어왔고, 그 수업에서 그는 신고전파 경제학 그리고 그것이 자유시장 경쟁을 옹호하는 논리를 처음으로 배우게 된다. 그 과목의 교수였던 아널드 플랜트는 모든 종류의 경제계획에 반대했으며 시장의 가격 결정 시스템이야말로 최적의 조정 메커니즘이라고 이해했다. 코스는 아주 먼 훗날 그 당시 자신이 '사회주의자'였음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나의 공감과 플랜트 교수의 접근법을 어떻게 화해시켰는지 궁금할 것이다. 짧게 대답하자면, 나는 그 둘을 화해시킬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는 미국에서 연구로 1년을 보내는 동안 기업 자체가 "작은 계획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교수들이 가르친 대로 정말 가격만 있으면 경쟁적 시장경제가 기능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비시장적인 권위적 위계조직인 기업들이 존재하는 것인가? (71) 신고전파 경제학은 1870년대의 시작부터 순수한 경쟁적 시장이 최적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전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890년대가 되면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순수한 자유시장과 중앙계획이 수학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시장과 사회주의국가는 둘 다 신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Image
정체성은 항상 '당사자'와 넓은 환경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산물이요 구조이다. 형식적으로 하나의 정체성은 꽉 차거나 텅 빌 수 있고, 개방적이거나 패쇄적일 수도 있고, 안정되거나 불안할 수도 있다. 정체성의 내용은 한 집단이 공유하는 견해와 이데올로기, 전문 용어로 '특정 문화의 더 큰 서사'에서 나온 규범과 가치가 다소간 연관된 전체이다. 이 전체가 결정적으로 변화할 경우 이에 바탕을 둔 정체성 역시 변화할 것이다. (44) 삶을 힘들게 하는 온갖 구질구질한 규정들 탓에 우리는 윤리의 원래 의미를 놓치고 있다. 정확히 말해 규범과 가치는 자신의 신체 및 타인의 신체를 대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기에 우리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보아야 한다. (49) 진화가 곧 진보라는 가설의 주요 논리는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이 우리 조상들과 비교할 때 개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논리가 무엇보다도 기술 진보만을 고려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 진화는 근본적으로 진보가 아니며, 적자(적자생존)는 성공과 동의어가 아니다. (71)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흔히 다윈이 처음 쓴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윈의 진화론을 상당히 좋은 말로 바꾸어 사회에 적용한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말이다. 진보로 이해된 진화는 우연히 변화에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우연에만 목을 맬 이유는 없다. (...) 이로써 진화 사상에서 중요한 측면이 보강된다. 우리가 변화를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주로 올바른 방향으로 말이다. 이것이 19세기 말에 등장한 이데올로기, 사회진화론의 의미와 목표다. (...) 다윈이 말한 적자는 "가장 환경에 잘 적응한" 자였다. 그런데 스펜서를 거치면서 "가장 성공한", "가장 강한" 자로 의미가 변했다. (73) 사회진화론의 최신 버전인 신자유주의는 자연 대신 '시장

사람을 갈아 넣는 공공의료를 멈출 때다

(단위 : 명, 개/인구 1,000명) 한국 독일 OECD 평균 비고 간호사 4.2 11.8 7.9 간호인력 7.9 14.0 9.4 간호사+간호조무사 임상 의사 2.5 4.4 3.6 한의사 포함 의료기관 병상수 12.4 7.9 4.4 공공의료 병상수 1.3 3.3 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1 〉에 나타난 우리나라 보건의료 현황이다. OECD 평균 대비 간호사는 절반이고 병상수는 3배이다. 간호인력에서 간호조무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인건비를 줄이고자 간호조무사로 대체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의사를 포함한 임상 의사도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공공의료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의료기관 병상수는 많지만 90%가 민간병상이다. 전체 병상 중 공공의료기관이 보유한 병상 비율은 10.2%(OECD 평균 70.8%)에 불과하다. 인구 천 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개로 OECD 평균 3.0개에 턱없이 못 미친다. 1 보건의료노조는 주요 쟁점 현안에 합의하며 예고했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평상시에도 사람을 갈아 넣는 노동강도인데 코로나19로 인하여 10% 남짓한 공공병원이 80%가 넘는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K-방역 최전선에서 활약한다고 입으로만 칭송하며 희생과 헌신만 강요하고 있다. 파견 나온 외부 간호사는 하루 30~50만원 수당을 받는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땜질식 임시방편으로 버티라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 위드 코로나로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문재인 정부는 진작에 글렀고, 다음 정부는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에 담대하길 기대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을 통해 살펴본 감염병과 공공보건의료

독보적인 저널리즘

Image
뉴욕타임스는 보다 내실 있는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기꺼이 유료로 우리의 콘텐츠를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사업방식이라고 믿는다. 이런 방식이 뉴욕타임스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저널리즘의 가치와 더 부합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성과가 뉴욕타임스를 더욱 돋보이는 언론사로 거듭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17)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저널리즘에 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오직 한 가지 길만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미래에 대한 구상을 게을리한다면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19) 독자가 외면하는 콘텐츠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①경쟁사와 차이가 미미한 기사 ②시급하지 않은 기획 기사와 칼럼 ③명쾌하지 못하고 난해하며 원론적인 글 ④사진·동영상·표로 대체해야 할 긴 글로 구성된 기사 (26) 가장 가독성이 떨어지는 기사는 '뻔한' 기사들이다.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고 시각적 효과는 없으며 경쟁사 기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기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뻔한 기사들은 다른 언론사에서도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굳이 이런 기사를 보기 위해 구독료를 낼 리는 없을 것이다. (26) 과거엔 뉴욕타임스가 일부 분야에서만 경쟁사보다 우위를 보여도 큰 상관이 없었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을 것이다. 인터넷 중심의 저널리즘은 진부함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42) 뉴욕타임스의 목표는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콘텐츠를 제공해서 이에 매혹된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모여드는 '뉴스의 종착지'가 되는 것이다. (43) 다양성이란 다인종, 여성, 지방 인재, 젊은 인재, 외국인 등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다양성을 보유한 구성원들을 받아들여 편집국 전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44) 기사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Image
김혼비 작가의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를 재미있게 읽고 팬이 됐습니다. 축구에 이어 술 이야기를 쓴 《 아무튼, 술 》을 읽고 다음 글을 기다렸습니다. 이 책은 일곱 명의 작가가 쓴 글이지만 김혼비 작가가 쓴 글을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고양이 토토를 잠시 맡긴 친구가 토토를 잃어버리자 '슬픔과 원망과 분노를 누르고 친구가 가진 죄책감의 무게와, 그 무게를 유독 혹독히 짊어지고 살 게 분명한 친구의 성정을 헤아리'며 '경계선을 넘지 않고 그 바깥에 단단하게 서서 호흡을 고르며 다른 걸 볼 줄 아는(21)' 어른이 되자는 일화는 닮고 싶습니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인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55)'인 김솔통을 보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적어도 내게는 김솔통 그 이상의 작가입니다. '관심이란 달짝지근한 음료수 같아서 한 모금만 마시면 없던 갈증도 생긴다는 것을, 함께 마실 충분한 물이 없다면 건네지도 마시지도 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96)'는 말을 곱씹어 봅니다. 너랑 나랑 합치면 우주가 된다며 궁합을 해석하거나 캐리어가 두 개로 늘어나게 만든 반려인 T에게는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커피의 쓴맛을 보려다가 자전거의 단맛까지 알게 되어 '술이 삶을 장식해 주는 형용사라면 커피는 삶을 움직여 주는 동사'로서 '형용사는 소중하지만 동사는 필요(294)'하다고 했으니 조만간 《아무튼, 커피》라는 글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김혼비는 우아하고 호쾌한 비유로 휘몰아치는 재미를 주는 작가입니다. 늘 다음을 기다립니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김혼비 외/웅진지식하우스 20200701 364쪽 15,000원

지금 우리가 필요한 노동은 누구의 노동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용의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재용이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이므로 현재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건 취업제한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다름이 없는 괴변이다. 6년 전 최태원에 대한 가석방 논란 때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과 명백히 달랐다. "이미 형량에서 많은 특혜를 받고 있는데 가석방 특혜까지 받는다면 그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경제정의라는 관점에서 더 분명한 원칙이나 기준들을 세워야 경제정의가 살면서 기업도 발전하고 국민들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단 하나의 유령이 지배하고 있다. 세상은 신자유주의와 혐오주의가 득세하고 있지만, 한국은 오직 삼성이 지배하고 있다. 촛불로 만든 문재인 정부마저 자처해서 증명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재용을 국익으로 포장하여 가석방함으로써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돈이 먼저라며 변절했다. 신자유주의는 사람의 가치를 시장에서의 성과에 따라서만 평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오로지 기업 소유자와 천민자본주의만 지지한다. 신자유주의는 팬데믹을 만나자 오랜 기간 누적된 불평등과 양극화를 노골적으로 심화시켰다. 고임금 노동자는 재택근무로 소득이 줄지 않았지만, 저임금 노동자는 일을 계속하지 못해서 소득이 줄었거나 없어졌다. 지금 시민의 삶을 지속시키는 수많은 서비스 활동을 한 노동자는 누구인가? 돌봄 종사자, 환경미화원, 택배 종사자, 편의점 알바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성이 더 높다. 신자유주의가 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는 부도덕하고 잘못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건의료노조는 신념과 사명감만으로 노동력을 갈아 넣는 상황이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하며 136개 의료기관이 동시 쟁의조정을 신청 했다. 공공의료와 의료인력 확충, 처우 개선을 내걸고 협상이 제대

휴머니멀

Image
어린 코끼리를 작은 나무 우리에 가둔 뒤 꼬리와 귀, 다리를 꽁꽁 묶고 24시간 내내 때리거나 송곳으로 찌르며 고통을 가하는 학대나 고문에 가까운 훈련 과정을 '파잔'이라고 한다. '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13개 국가가 파잔으로 코끼리를 조련한다(27)'. 이렇게 조련된 코끼리는 쇼나 노역에 동원된다. 이런 코끼리는 '인간의 학대에 길들여져 오히려 동족을 두려워하게 된(36)'다. '아시아 코끼리와 인간의 관계를 학대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면, 아프리카 코끼리의 경우는 밀렵이다(45)'. 밀렵꾼은 총을 쏴 코끼리에게 부상을 입힌다. 그리고 척추부터 전기톱으로 끊는다. 코끼리의 신경을 마비시켜 항거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코끼리에게 덜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하는 자비 따위는 베풀지 않는다. 코끼리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전기톱으로 코끼리의 머리를 통째로 잘라내 버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아를 조금이라도 길게 뿌리까지 꺼내기 위해서(57)'이다. 마찬가지로 코뿔소도 얼굴 윗부분까지 깊숙이 베어 간다. '식용이나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레저와 전시를 목적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행위를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이라고 한다(89)'. '트로피 헌터들은 헌팅이 단순한 쾌락을 위한 게 아니라 야생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한다(123)'. 그들이 사냥하기 위해 낸 돈이 정부와 지역사회로 흘러 들어가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데 사용된다는 논리다. '2013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의 보고서에 따르면, 헌팅 관광으로 발생한 전체 수입 중 지역사회로 유입된 비율은 고작 3%에 불과하다(144)'고 밝혔다. 사자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은 사자를 직접 죽이기 시작했다. 인간이 동물 서식지를 침범해 가축을 키우자 야생 동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났다. 사냥감이 줄어든 사자는 쉽게 잡을 수 있는 소를 사냥하기 시작하자

케이채의 모험

Image
사진 한 장 없는 책이지만 오히려 사진작가 케이채의 모험이 눈 앞에 선하다. 모기가 없어 택한 아마존의 검은 강 지역에는 동물도 없었다. 하얀 강가는 검은 강가에 비해 동물이 많았지만, 모기만큼 많지는 않았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며 나무늘보를 찾아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 정작 나무늘보는 아마존을 떠나기 전날 숙소 창문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난 여기 있는데 어딜 쏘다니다가 이제 온 거야?(20)" 창문 앞에 나타난 나무늘보가 말하는 것 같았다. '언론 혹은 정치인들이 위험한 곳이라고 색칠해놓은 곳에도 보통 사람들의 삶이 존재한다(26)'. 분쟁 지역인 파키스탄 페샤와에서 아이폰을 도둑맞았기 때문에 눈부신 장면을 만났다. '좋은 일은 물론 나쁜 일들까지 모두 다 하나도 빠짐없이 차곡차곡 쌓여(31)' 특별한 한 장을 찍었다. '국경은 인간을 나누려 하지만 우리가 마음을 나누는 것까지 막을 수 없을 것이다(39)'. '아프리카처럼 오해를 많이 받는 대륙(42)'은 없다. 세상을 여행하며 만난 잊지 못할 밤들은 '대부분 무엇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 어둠 속에 존재했기 때문(51)'에 아름답다. 모리타니에서 철광석을 싣고 열두 시간을 달리는 기차를 탔다. 내릴 때 철가루가 몸에서 날렸지만 완벽하고 완전한 자유를 느꼈다. 무장경찰 두 명의 경호(?)를 받으며 떠났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한 팀북투 여행이지만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펭귄을 만나러 떠난 남극, 솔렙 신전에 있던 두 마리 사자를 찾아 대영 박물관에서 안부와 함께 수단 소식을 전했던 일 그리고 북극곰을 만나러 떠난 알래스카는 그대로 따라하고 싶다. 100개국을 사진에 담고 싶어 지금까지 85개국을 여행한 겁이 많은 사진작가, 케이채. '사진가는 사진을 찍을 때보다 사진을 찍지 않아야 할 때를 아는 사람(52)'이라던가 '어떤 사람들은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Image
여자는 언제나 자기가 면도하는 최초의 시신을 기억하게 마련이다. (27) 오늘날, 시체를 억지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만 누리는 특권이다. (...)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망자와의 달갑잖은 만남을 막는 체계를 만들어놓았다. (89) 문화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충격적이고 우리의 개인적인 의미망에 도전하는 힘을 지닌 죽음 의례가 있다. (130) 나는 일종의 우주의 대출 프로그램에서 내 심장이며 발톱, 간과 뇌를 이루는 원자들을 부여받은 것으로 이해했다. 언젠가는 내가 이 원자들을 돌려줘야 할 때가 올 것이며, 내 미래의 시신을 화학적으로 보존함으로써 그 원자에 매달리려는 시도를 하고 싶지 않다. (236) 여러모로 여자들은 죽음의 자연스러운 벗이었다. 여자가 아기를 낳을 때마다 그 여자는 한 생을 창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 죽음을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했다. (245) 문화는 인간의 커다란 질문인 사랑과 죽음에 대해 답해주기 위해 존재한다. (273)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시체들을 눈에 띄지 않게 숨기면, 죽음이라는 디스토피아에 한 발 더 들어가 헤매는 셈이다.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죽음 때문에 겁먹고 죽음에 무지한 채로 계속 살아갈 것이라는 뜻이다. (326) 나는 육체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할 수 없고, 오로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죽을지만 선택할 수 있다. (336)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Smoke Gets in Your Eyes, 2014 /케이틀린 도티 Caitlin Doughty /임희근 역/반비 20200122 360쪽 18,000원 20대에 장의사 일을 했던 저자가 서로 다른 장의 문화와 산업이 된 장의사 세계를 알려준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신랄하게 죽음을 안내한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면 어떻게 죽을지 미리 생각하게 만든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적어도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153)'되는 죽음은 피하련다.

이상한 대학

Image
ⓒ St. John’s College 세인트 존스 칼리지(St. John’s College)는 4년간 고전 100권만 읽는 대학 으로 알려졌지만, 4년간 고전 100권을 읽으며 그 외 등등의 공부를 하고 졸업하는 대학 이다.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는 강의와 교수가 없다. 100% 토론 수업이다. 시험이 없다. 학기가 끝나기 전 시험 대신 혹독한 학생평가제도를 통해 다음 학기 진급을 결정한다. 수강신청도 없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수업 스케줄이 이미 짜여 있기 때문이다. 학년별로 짜인  READING LIST 는 철학, 문학, 정치학, 심리학, 역사, 종교, 경제학,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천문학, 음악, 언어에 관한 고전 작품이다. 입이 쩍 벌어진다. 평생 한 번 마주치기도 힘든 책들이다. 이렇게 이상한 대학이 미국에서 가장 지성적인 최고의 대학으로 꼽힌다. 작지만 특별한 대학이다. 우리도 이런 대학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다가도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오늘만 사는 여자

Image
'술에 취하면 기억이든 고통이든 잘 사라지는데 이게 극한까지 가면 객사(24)'한다. 객사가 꿈인 직장인은 '잘못을 안 하는 것보다 잘못을 인정하기(56)'가 더 어려운 나이가 됐지만 아침마다 대출 이자를 벌려고 출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아름다우면 밤이 될 때까지 놓아주지 못하고 부여잡고 있겠느냐(68)'며 낮술을 마신다. 팬보다 편이 점점 적어지는 나이지만 '음주는 생활이요, 노래방은 취미(146)'이다. 통장은 일품진로처럼 투명하지만 걸스, 비 앰비셔스를 외친다. 더이상 죽어라 일하지 말고, 죽어라 술은 먹자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스페인에 시에스타가 있고, 이탈리아에 한 달 유급휴가가 있으니 대한민국 직장인에게는 낮술을 주자는 제안은 솔깃하다. 한 달 벌어 한 달 사느라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 오늘만 사는 술꾼은 '말 통하는 친구와 말 안 통하는 나라에서 허술한 민박집을 하며 종일 취해 있는 미래'를 꿈꾼다. 오늘도 달리는 술꾼들이여, 비 앰비셔스! 오늘만 사는 여자/성영주/허들링북스 20200615 208쪽 13,800원

樂書 꼰대는 죽지 않는다

꼰대 꼰대 는 죽지 않는다. 다만 젊어질 뿐이다. 여가(餘暇) 고대 이래 전통적으로 사회의 지배계급 혹은 귀족계층이 누려온 '여가'는 기본적으로 그들의 억압적인 지배하에 있었던 하층민의 노동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이 기본적인 사실을 은폐하고자 지배세력이 꾸며낸 허구적인 아이디어가 '노동의 신성함' 혹은 '노동의 존엄성'이었고, 그것을 기초로 '노동윤리'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 김종철 짝수 짝수를 좋아한다면 책도 좋아할 겁니다. 책은 홀수로 끝나지 않거든요. 차별금지법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어떤 차별을 금지해야 할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람들이 성소수자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이주민, 무슬림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면, 인종, 민족, 피부색, 출신 국가, 종교 등으로 인한 차별이 존재하는 게 분명하므로 그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 - 김지혜 신 신은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기에 엄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가 신은 모든 곳에 존재하려고 아기를 내려보냈다. 꼴값 꼴값의 사전 의미는 '얼굴값'이라고 하지만, 소에게 먹이는 풀을 ' 꼴 '이라고 했던 시절에 꼴을 베는 값어치도 못 했다는 뜻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꼴값을 못한다는 말은 아주 예전에 거창하게 모욕적인 말이었습니다. 꼴값을 합시다. 상징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 혹은 기억에 남는 인상은 무엇인가? 나는 산이라고 생각한다. - 정석 선진국 사상 이 탄생하는 곳이 선진국이다. 수오지심 연예계와 체육계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으뜸인 직업군이지 싶다. 미성년 시절에 저지른 학폭으로 은퇴나 그에 따르는 처벌을 자처한다. 그 대척점에는 정치계라는 직업군이 있다. 어떤 반성이나 은퇴도 없다. 팬데

제주 걷기 여행

Image
제주 올레가 어떠냐고 건축가 김진애 박사가 툭 던지며 제주 올래?라는 의미도 있다는 말에 길 이름이 정해졌다. '밀실에서 광장으로 확장되는 변곡점, 소우주인 자기 집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최초의 통로가 올레다. 자기네 집 올레를 나서야만 이웃집으로, 마을로, 옆 마을로 나아갈 수 있다. 올레를 죽 이으면 제주뿐만 아니라 지구를 다 돌 수도 있다. 제주를 걷는 길에 딱 들어맞는 이름이었다(41)'. '몇 시까지 어디에 반드시 당도해야 한다는 속박에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올레꾼, 진정한 간세다리(게으름뱅이)가 될 수 있다. 당신,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가. 그렇다면 아직도 숙제하듯 여행한다는 증거다. 무릇 여행자라면 그 공간 그 시간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100)'. 재기재기(빨리빨리) 걷지 말고 늘짝늘짝(느릿느릿) 걸으며 간세다리가 돼야 진정한 올레꾼이다. 제주 걷기 여행/서명숙/북하우스 20080901 440쪽 15,000원

이제 거부해야 할 것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최저임금 일만원 1 '과 '노동회의소 설립'을 눈여겨봤다. 최저임금 공약은 지키지 못하겠다며 진작에 사과 했고, 노동회의소 설립은 아예 언급되지도 않는다. 후보 시절에는 친노동을 표방했지만, 당선 후의 행보는 노동을 지우고 친재벌로 기울었다. 코로나19로 양극화는 더 심해졌는데 빈자와 약자에게만 가혹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했지만 서민의 삶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재벌개혁, 노동문제에서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 양극화는 역대 최악이다. 문재인 정부의 숫자로 본 경제 성과를 차치하고 최악평을 한마디로 하면 이렇다. "정권 전반기는 김정은과 악수만 했고, 후반기는 마스크만 착용했다." 2 21대 총선에서 시민은 민주당에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몰아줬다.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준 이유는 눈치를 보지 말고 개혁하라는 촛불의 명령이었다. 개혁하는 민주당을 바랬지만,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법률 앞에서는 합의처리를 핑계로 우물쭈물하거나 타협하며 개악을 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차선도 아니고, 이렇게 개판을 쳐도 저쪽은 찍지 못할 거라며 배짱을 튕기고 있다. 이렇게 무능하면서 바쁜 정당은 사회공적(社會公敵) 이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꼬라지를 봐서는 저쪽과 별반 차이가 없는 오른쪽이 다수로 보인다. 민주당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쪼개져야 한다. 오른쪽 민주당이 건전한 보수를 표방하며 저쪽과 차악과 최악을 다투어야 한다. 저쪽은 저절로 불량 보수가 되어 쪼그라들다 자민련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이 순리이다. 넓어진 왼쪽은 더 많은 진보정당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종자 가 원래 그런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서 하는 쓴소리가 더 아프겠지만,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정확하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우리가 단호하게

민주에서 진보로

Image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다시 말해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바람직한지,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일이다. 선거는 그 일을 잘할 것 같은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22)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 안전의 중요성에 대하여 새삼 주목하게 된다. '인간 안보'(human security)에 대한 자각이다. 인간 안보의 개념은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를 통해 국제 사회에 통용되기 시작했다. 유엔개발계획은 인간 안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인간 안보란 지속적인 기아, 질병, 범죄, 억압 등으로부터의 안전이며, 가정이나 직장 등 사람들의 일상을 갑작스럽고 고통스럽게 파괴하는 위협으로부터의 보호이다." (26)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부의 불평등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코로나19 다음 팬데믹은 불평등'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는데 단 3개월이 걸렸지만,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이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2) 피케티는 불평등이 자연적인 원인에서 비롯됐다거나 기술변화에 따라 축적된 것이 아니라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통하여 심화됐다고 지적한다. 모든 체제는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동원해 불평등을 제도화·정당화시켰고 법과 세금, 사유재산, 교육 체계를 통해 불평등을 심화시켜 왔다. 그는 모든 불평등 사회란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를 생산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정당화는 사유재산의 신성화로 귀결되며, 사유재산권을 신성불가침의 금기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불평등이란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된다. (44) 오늘날의 주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대량 감시를 기반으로 한다. 감시 자본주의는 대량 감시를 통해 획득한 빅데이터를

누구에게 장학금을 주어야 할까요?

여기 성적이 좋은 학생과 가난한 학생이 있다고 칩시다. 장학금은 누구에게 주어야 할까요?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생 가운데 51%가 연소득 1억 1천만원 이상인 소득구간 8~10구간 가정의 자녀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구간 자녀 비율의 경우 2016년 41.4%에서 지난해 51%로,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연 소득 1억7000만원이 넘는 10구간의 비율도 25%에 달해 전체 대학 평균 10.3%에 비해 2.4배 높았고, 기초 차상위 가정은 5.8%에 불과했습니다. 1 장학금은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가? 답은 명확하다. 가난한 학생에게 주어야 한다. 그것이 원래 장학금의 취지이고, 교육경제학에서 확립된 이론이며, 선진국 대학의 오랜 관행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장학금은 의례히 성적 좋은 학생들에게 주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운영되어 왔다. 2 성적이 좋은 가난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면 이견이 없겠죠. 이 경우가 아니라면 공정과 공평을 따지며 갑론을박이 이어질 겁니다. 공정과 공평 문제로 따따부따하기 전에 장학금을 끼니 로 생각하면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더 명확하지 않을까요. 기본권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기본권은 시대마다 변해왔지만, 차별적으로 적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끼니가 선택권이 아니라 기본권입니다. 장학금은 가난한 학생이 학업을 이어갈 끼니입니다. 그렇다면 장학금은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가난한 학생에게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살아온 세월이 50년이 넘어서야 장학금을 끼니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집도 끼니로 생각합니다. MBC, 2020.09.28, 이탄희 "서울·연세·고려대생 중 고소득층 가정 비율 증가" 이정우, 《약자를 위한 경제학》, 개마고원, 2014년, 302~303쪽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Image
주인공 M은 마흔여덟 번째 면접을 본다. '지금은 과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과자 회사가 사원 모집 공고를 낸 이상 거기에 지원하는 것이 의무가 된 세상(24)'이라 취향에 따라 입사 지원서를 낼 수는 없다. 책은 한 편의 소설이자 연극이다. 주인공 M에게 남은 건 '부모 세대가 증명해 줄 수 있는 것이 애매한 과거라면 자식 세대가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더 애매한 미래(30)'뿐이다. '그림을 그릴 능력은 있어도 그림을 살 능력은 없(226)'는 M이 관객에게 묻는다. - 도대체 왜 나 혼자만 절규하는 거야?(252) 언제든지 '집을 지어 주면서 동시에 집을 빼앗(74)'을 수 있는 면접관이자 관객은 이렇게 대답한다. - 이게 면접이기 때문입니다.(45) 면접에 합격 한 M은 연수원에 입소했다. M은 우연히 발견한 평가 파일을 보면서 돌발행동을 보인다. 연수원 합숙이 3차 면접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평가 파일을 훔쳐보다 살인까지 하는데... M은 살인자일까 도둑일까? 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박지리/사계절 20171215 264쪽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