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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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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무사 대표인 요조가 쓴 떡볶이에 관한 썰이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62)'고 한다. 떡볶이 '양념은 정 많은 사람처럼 진득하고 달큰(40)'하니까. 떡볶이에도 이념이 흐른다. 제주도 '모닥치기의 이념이 '무질서'에 있다고 한다면, '브라질 떡볶이'의 모듬떡볶이 접시 위에는 '질서'라는 이념이 흐르고 있(79)'다. '의미와 무의미는 정말이지 뫼비우스의 띠 같다. 경계를 도무지 나눌 수가 없다. 무의미한가 싶으면 의미하고 의미한가 싶으면 무의미(138)'하지만 '난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오늘도 요조는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으로 '단란한 기쁨'을 얻으며 떡볶이 맛의 신비를 찾고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윷을 던질 때랑 사인할 때는 휘갈길 수 있을 때까지 휘갈(16)'기는 게 좋다는 요조가 더 많은 계약서에 사인을 휘갈기며 오래오래 떡볶이를 과잉 섭취했으면 싶다. 아무튼, 떡볶이/요조/위고 20191125 148쪽 9,900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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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타인을 침묵시키고, 타인의 목소리와 신뢰성을 부정하고, 내게 타인이 존재할 권리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방법이다. (18)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중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하나는 무엇이 되었든 문제의 주제에 관한 싸움이 벌어지는 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 사실과 진실을 안다고 인정받을 권리, 가치를 지닐 권리, 인간이 될 권리를 얻기 위해서 싸우는 전선이다. 오늘날은 예전보다 좀 사정이 낫지만, 그래도 이 전쟁은 내 생애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24) 여성도 생명권, 자유권, 문화와 정치에 관여할 권리를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려는 싸움 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31) 이 나라와 이 지구에서는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지만, 그 사건들이 시민권 문제나 인권 문제로, 혹은 위기로, 혹은 하나의 패턴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37) (성폭행이라는) 용어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성'을 지우고 '폭행'에만 집중해보라. (75) 최근에 많은 미국인들은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이란 어색한 용어를 '평등결혼'(marriage equality)으로 바꾸었다. 원래 이 용어는 동성 커플도 이성 커플이 누리는 권리를 전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렇지만 이 용어는 결혼이란 평등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는 뜻도 될 수 있다. 전통적인 결혼을 그렇지 않다. (92)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세상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운명을 다스리는 것,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호명하는 것, 직선만이 아니라 그물을 그리는 것, 청소부만이 아니라 제작자가 되는 것, 침묵당하지 않고 노래하는 것,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빨랫줄에 너는 현수막들이다. (118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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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함석헌), "참으로 거짓말같이 그날은 오고 말았다"(홍윤숙), "대중적 반전 투쟁도 이루지 못한 채로 8월 15일 아닌 밤중에 찰시루떡 받는 격으로 해방을 맞이하였소"(박헌영). 이들의 진술은 '해방'의 모순적 성격을 보여준다. (20) 1945년 8월 15일 이후로 사태는 바로 양대 각국 사이에 나타난 냉정이 중심이 됐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냉정은 제국주의 지배라는 진정한 본질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 구실을 하게 됐다. (26) 해방 공간에서는 미국과 소련 양쪽에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열망이 강력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압도 다수가 대안 체제로 사회주의를 선호했음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50) 북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론(나중에는 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은 노동자들의 독립적 진출을 억제했다. 대신 국가권력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공산당 관료가 장악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성립시켰다. 남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론은 노동계급의 힘을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운동이 몰살하게 함으로써 이후 부르주아 체제가 확립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길을 열었다. (105) 북한의 남한 점령이든 그 반대든 한국전쟁은 평범한 민중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남한 내 빨치산을 토벌했던 제5사단장 백선엽이 일반 농민들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은 한국전쟁 기간 중 민중의 반응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험한 세파를 겪은 이들이 얻은 지혜는 강한 자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114) 미군은 친일·친미·반공주의자들을 지배 파트너로 삼았다. 이것은 당시 남한 민중이 정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새 국가를 건설하는 데 친일파가 끼어드는 것을 말도 안 된다고 여겼다. 또한 80퍼센트 가까운 사람들이 새 국가의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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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맨이라는 이름은 사람 형상을 한 조형물(man)을 불태우는(burn) 의식에서 나왔다. 해가 가장 긴 하지에 모닥불을 피워 태양을 찬양하는 유럽과 미국의 전통 의식에서 유래했다. 버닝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버너(Burner)라 불린다. 그들은 세상을 둘로 나눠 구분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속한 세상, 즉 내가 선택하지 않았으나 저절로 일원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인 '디폴트 월드(Default World)'와 내가 스스로 선택해 진짜 나로 살아가는 세상 '리얼 월드(Real World)'다. (11) 명함에 적힌 타이틀 하나로 자기소개가 압축되는 현대 사회에서 나는 무엇이어야 할까. 이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사막으로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예술가이자 과학자,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는 한 단어로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그해 여름 사막에서 나는 현대의 수많은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만났다. (15) 사람들은 버닝맨을 페스티벌이라 부르지만, 오거나이저와 버너들은 페스티벌이 아닌 커뮤니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버닝맨을 커뮤니티로 만드는 핵심 요소가 있는데 바로 테마 캠프의 존재다. 테마 캠프는 특별한 관심사나 철학, 원하는 주제를 기반으로 모인 버너들의 그룹이다. (48) 10개의 핵심 철학 (77) ① 근본적 포괄성 (Radical Inclusion) ② 기프팅 (Gifting) ③ 비상업화 (Decommodification) ④ 근본적 믿음과 자립 (Radical Self-reliance) ⑤ 근본적 자기표현 (Radical Self-expression) ⑥ 공동의 노력 (Communal Effort) ⑦ 시민의 책임 의식 (Civic Responsibility) ⑧ 흔적 남기지 않기 (Leaving No Trace) ⑨ 참여 (Participation) ⑩ 즉시성 (Immediacy) 버닝맨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갖지 못한, 선한 영향

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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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에서, 그리고 동시에 그 선택을 이끌어 준 잠정적인 해석-그 해석이 그 자신의 것이건 다른 사람의 것이건 간에-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 선택 및 정돈, 이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하고도 얼마간 무의식적일 수 있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이다. 자신의 사실을 가지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역사가를 가지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하다. 따라서 '역사라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 이다. (46) 역사가는 역사의 일부이다. 그 행렬 속에서 그가 있는 그 지점이 과거에 대한 그 시각을 결정한다. (53)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하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64) 역사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전투를 벌이지도 않는다.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은,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다. - 마르크스 (71)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과정, 즉 내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불렀던 그 과정은 추상적이고 고립적인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 사이의 대화이다 .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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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기존 경제의 낡은 지붕이 무너지기 전에 새로운 지붕을 얹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16)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연을 훼손한다. 예를 들면, 한 개의 결혼 금반지를 만드는데 무려 20톤의 광산 폐기물이 배출된다. 우리 생활과 더 가까운 예를 들면, 파타고니아 폴로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기농 면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무려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보통 하루 석 잔의 물을 마신다고 할 때 2700리터의 물은 총 900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또한, 폴로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목화농장에서 창고까지 이동될 때 완제품 무게의 3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생산과정에서는 완제품의 세 배에 달하는 폐기물이 배출된다. (28) 책임이란 우리가 추구하는 그 길을 가는 데 있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하면서도 겸손한 단어이다. 책임을 통해 비즈니스가 자연으로부터 그 이상의 것을 취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0) 우리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 지구에 해를 입히는 활동을 지금보다 훨씬 자제해야 하며, 지구 상에서 벌이고 있는 모든 활동에 우리 자신이 깨어 있어야 한다. (33) 우리는 되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연으로부터 빌려 쓴다고 말한다. (35) 인간이 만들었으나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세계화' 때문에, 우리의 삶 전체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화의 빠른 진행만큼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지구 자원의 소비도 빠르게 진행됐다. (37) 우리는 먼저 덜 만드는 노력을 통해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상쇄시켜나가야 하며,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의 품질을 높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2) 이익은 서로를 이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얻어지는 효율의 대가이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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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의 메인주에서 1938년 11월 9일에 태어났습니다. 수학이나 역사 시간은 지루했지만 자동차 기술을 배우는 시간은 열중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1957년 '고철상에서 석탄을 때는 중고 화덕과 60킬로그램이 넘는 모루, 집게와 해머들을 구입해 대장간 일을 독학(41)'하며 등반 장비를 만드는 '쉬나드 이큅먼트'를 시작하며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장비를 만드는 일은 '그저 등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비용을 마련하는 수단(63)'이었습니다. 1970년 쉬나드 이큅먼트는 미국 최대의 등반 장비 공급업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중추였던 피톤(Piton)이 암벽들을 훼손하는 것을 목격하고 피톤 제작 사업을 접고, 암벽의 홈 사이에 끼워 넣어 바위에 변형을 주지 않는 알루미늄 초크(aluminum chocks)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쉬나드는 1972년부터 카탈로그에 알루미늄 초크를 처음 소개했습니다. 이 일은 파타고니아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첫 시작이었습니다. 등반 장비 시장의 7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었지만 남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쉬나드는 1973년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를 설립합니다. '험준한 남부 안데스와 케이프 혼(Cape Horn)의 환경에 맞는 의류를 만드는 것을 목표(78)'로 해서 회사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진짜 파타고니아와의 강한 연계를 위해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 피츠로이산(Fitz Roy Mt.)의 스카이라인을 기초로 한 삐죽삐죽한 봉우리, 푸른 바다가 있는 상표(78)'를 만들었습니다. 쉬나드는 '일터로 오는 길에는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85)'오를 정도로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진화한 1980년대에 회사의 성장세가 지속되어 10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雪 -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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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집은 '그의 집'임과 동시에 '우리들의 집'이어야 한다. 벌레나 새의 집처럼 말이다. 자기 집만 생각하고 자기 집만 잘 짓고 홀로 잘 살면 그처럼 무서운 집도 없겠기에 말이다. (42)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은 인사를 잘 하라는 말과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는 말이었다. (...) 나는 이 두 마디 말 중에서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는 말을 내 삶의 지침으로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했다. 그 말은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세상 사는 일이 팍팍해도 절대로 사람으로서 도리를 어기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64) 짐승만도 못하다고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아무 죄 없는 짐승을 들먹이지 말라. 소가, 개가, 돼지가, 산토끼가, 강물 속 쉬리가, 큰 산 호랑이가 어디 가만히 있는 사람을 물어뜯던가, 배가 터지게 부른데도 다른 짐승의 밥을 빼앗아 가고, 남의 밥통을 깨뜨리던가. 세상에서 가장 포악한 동물은 사람이다. (74) 雪(설) -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 겨울/김용택/늘푸른소나무 20041105 136쪽 8,000원 벌레나 새처럼 스스로 집도 짓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포악하다. 짐승들을 욕되게 하며 살았는지 뒤돌아본다.

안녕 주정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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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과 소주 한 병, 수제버거와 맥주, 돌게장과 소주, 골뱅이무침과 생맥주, 커피잔에 소주, 등심과 레드와인, 고추장찌개와 위스키... 술 마시는 사연이 구구절절합니다. '지나가는 말이든 무심코 한 행동이든, 일단 튀어나온 이상 돌처럼 단단한 필연(136)'을 삶에서 취소하고 싶어서 마십니다. '매번 말과 시간을 통과할 때마다 살금살금 움직이고 그 자리를 바꾸도록 구성(106)'된 기억을 지우려고 마십니다. '신도 없는데 이런 나쁜 친절(173)' 덕분에도 마십니다. '어떤 불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감지되고 어떤 불행은 지독한 원시의 눈으로만 볼 수 있으며 또 어떤 불행은 어느 각도와 시점에서도 보이지 않'고, '어떤 불행은 눈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곳에 있지만 결코 보고 싶지가 않(176)'아서 취합니다. 무서운 타자이고 이방인입니다. 과거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도 수정이 안되는 끔찍한 오탈자, 씻을 수 없는 얼룩,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거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이물질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기억이 그렇게 엄청난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진화했는지 모릅니다. 부동의 과거를 조금이라도 유동적이게 만들 수 있도록, 육중한 과거를 흔들바위처럼 이리저리 기우뚱기우뚱 흔들 수 있도록, 이것과 저것을 뒤섞거나 숨기거나 심지어 무화시킬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정확성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그렇다고 완전한 부정확성은 아닌 방향으로 기괴하게 진화해온 것일 수 있어요.(168) '항상 목이 마른 듯 칼칼한 비정규직의 표정(101)'으로 과거를 지우려고 취합니다. '분자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놓(25)'아서 1보다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마십니다. 사연없는 주정뱅이는 없습니다. '어떤 술자리에서도 결코 먼저 일어나자는 말(271)'을 하지 않는 작가는 소설판에서도 먼저 일어나자는 말을 하지 않으며 끝

개소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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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bullshit'을 헛소리나 빈말로 옮기면 무의미하기 때문에 '개소리'로 번역했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를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7)'. 개소리와 거짓말하기는 어떻게 구분할까. '본질적으로 거짓말쟁이는 참이 아닌 것을 계획적으로 퍼뜨리는 사람(49)'이라서 '불가피하게 진릿값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거짓말이란 것을 지어내기 위해서 거짓말쟁이는 무엇이 진실인지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54)'. 반면에 개소리쟁이는 '자기 말이 맞든 틀리든 그 진릿값은 그에게는 중심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57)'.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편도 아니고 거짓의 편도 아니다. 정직한 사람의 눈과 거짓말쟁이의 눈은 사실을 향해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사실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다(58)'.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63)'. 개소리쟁이는 '게으른 장인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어떤 종류의 부정확함이 있어서, 객관적이고 엄격한 규율의 요구에 저항하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한다(27)'. 개소리는 '정확성이라는 이념에 대한 헌신이 요구하는 규율'을 후퇴시켜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심없이 노력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66)'을 약화시키고 무너트린다. '우리는 개소리와 거리를 두려고 할 수

아무튼,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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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에 관한 추억은 누구나 하나씩 있을 겁니다. 국딩 시절, 학교앞 문방구에 진열된 조립식 장난감을 사려고 50원을 삥쳤습니다. 중딩 시절, 명함 크기로 나온 영화 포스터를 모으려고 하교길에 꼭 문방구에 들렀습니다. 시리즈 영화 포스터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대딩 시절, 설계제도에 쓸 용품을 남대문 시장에 있는 알파문구에서 샀습니다. 대형 문방구가 동네 문방구를 대체하지 못하는 따뜻한 추억을 문구인 김규림이 소환했습니다. 남대문의 알파문구가 여전히 영업을 계속한다니 반가웠습니다. 이제는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만 있으면(94)' 되지만 문방구가 단지 실용성만으로 돌아가지 않는 문구의 세상을 알려줍니다. '문구의 진짜 가치는 실용성과는 별개의 문제'여서 '저걸 사면 오늘 하루가 더 나아질 것 같아서(96)' 산다면 분명 취향입니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에서 본 문구의 미래는 인간적이고 좋습니다. 폰트와 손글씨의 차이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차이쯤(129)'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기계로 만든 것들이 많아질수록 손으로 만든 핸드메이드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질 것(147)'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인간적인 손맛은 대체하기 어려우니까요. 문구인 김규림은 '어떤 걸로 쓸까'와 '어디에 쓸까'로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대부분 비효율적 시간들(65)'에 있다며 노트가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죽으면 수백 권의 노트를 남길지도 모릅니다. 훗날 문구점 주인이 된 문구인을 상상하니 같이 흐뭇해집니다. 아무튼, 문구/김규림/위고 20190724 156쪽 9,900원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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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나 현명한 소비의 반대말로 통하는 돈지랄에 관한 고정관념을 단박에 깨버린 책입니다.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좋은 걸로 써야 한다(16)'든가, '아낄 물건은 아끼고, 후딱 써야 할 물건은 얼른 써야(29)'지 아끼다 똥 된다는 걸 수많은 실패담으로 알려줍니다. '미니멀리스트란 좋다는 걸 두루두루 써본 다음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 딱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사람(101)'이라는 정의는 신선합니다. '내 기분 좋으려고 사는 물건은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오만가지 제품을 쫙 깔아놓고서 그중 가장 가성비 좋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첫눈에 확 꽂히는 걸 집어야 한다(21)'는 말은 정말 옳은 말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 책상, 의자 같은 '21세기 문방사우(66)'는 '똥 한번 밟지 않고 귀신같이 좋은 것만 쏙쏙 골라 사긴(119)' 어렵습니다. 좋은 물건을 사야 후회가 없고 몸이 괴롭지 않다는 걸 다시 배웁니다. '창문을 열고 왼쪽 팔꿈치를 창틀에 턱 걸친 채 겨드랑이를 식히며 달리는 맛(96)'이라는 표현은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습니다. 그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을 찾고 있었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지랄이 있고 그중 최고는 단연 돈지랄(11)'이라는 걸 '쇼핑 비평가이자 상품 감식가(7)'인 저자가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작가는 아니더군요. 20여 년간 가계부를 쓰고 있고, 하루 1,500원짜리 적금도 붓고 있습니다. 헛돈을 쓰고, 낭비한 덕분에 진짜를 찾았다는 작가 신예희가 권하는 제품 을 찾고 있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겁니다. 돈지랄, 기쁘게 지릅시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신예희 /드렁큰에디터 20200525 178쪽 12,000원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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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왁(luwak)은 사향고양이과 동물의 서식지인 인도네시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루왁 커피는 18세기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가난한 농장 일꾼들이 커피를 맛볼 수가 없어 사향고양이 배설물에 섞인 커피 열매로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는데 소문이 나면서 네덜란드인들까지 마시게 되었다. 1990년대 초 서구사회에 알려지면서 사향고양이를 따라다니며 분변에서 커피를 채취하는 방법 대신 사향고양이를 포획해 가두고 강제로 커피 열매를 먹이는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루왁 커피가 점점 인기를 끌자 소규모 농장이 점점 대형화되었고, 베트남에서는 사향고양이 대신 족제비를 사육해서 커피를 생산한다. 닭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처럼 사향고양이는 철창에 갇혀 강제로 커피 열매만 먹고 배설하는 일만 한다. 인도적인 기준에 맞는 사향고양이 농장이나 이를 인증하는 인증마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야생 사향고양이는 평균 17제곱미터(500만 평)의 영역에서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광대하고 다양한 서식환경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는 북극곰은 코끼리, 유인원, 돌고래와 함께 인공시설에서 사육하기에 가장 부적절한 야생동물로 꼽힌다. 북극곰을 사육하는 동물원의 공간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공간의 100만분의 1 크기다. 영하 40도의 기온에 적응하도록 태어난 북극곰이 영상 40도가 넘는 아르헨티나의 동물원에서 사육되다 죽었다. 쓸개즙을 얻으려고 곰 농장이 합법인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다. 쓸개즙을 쉽게 착취하기 위해 작은 철장에 수년 동안 갇힌 곰은 쓸개즙을 빼기 위해 사람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배를 쇠창살에 갖다 댄다. 방송에서는 방사한 반달곰이 건강하다는 소식을 전한다. 야생에서 돌고래는 하루에 100킬로미터 이상을 헤엄치고 무리를 이루며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아서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돌고래가 재주를 부리는 것은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서이다. 돌고래를 가둔 수족관은 돌고래에게는 욕조만도 못한 크기다. 숲을 불태우며 만드는 팜유

페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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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멘은 반라의 몸에 슬로건을 쓰고 머리에는 화관을 쓴 정치 활동가들의 국제 운동 단체이다. 우리의 슬로건은 간결하고 자극적이며, 우리의 가슴은 우리의 깃발이다. 투쟁의 필요로부터, 강력하고 도발적이나 언제나 비폭력적인 행동의 실천이 완수된다. (37) 정치의 자각으로부터 참여가 생겨나고, 참여로부터 행동이 생겨나며, 행동으로부터 혁명이 생겨난다. (40) 페멘은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의해 착취당하는 것에 대해 투쟁하는 여성주의, 즉 인간주의 운동이다. 권력관계가 주어지고 그것이 정당화되는 즉시, 폭력적인 힘의 관계가 생겨나 견딜 수 없는 불평등을 불러온다. (41) 우리가 간절히 부르짖는 정치적 자각을 통해 이러한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우리는 투쟁해야 할 세 가지 대상을 확정하였다. 그것은 바로 독재, 성 산업, 종교이다. 또한 '대리모 출산' 문제를 투쟁의 대상에 추가하기로 한다. (45) 독재는 사회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며 폭력적인 위계 구조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최초의 힘의 관계에 기반한 독재는 무엇보다 가부장제 이념 덕분에 그 정치적 힘을 뿌리내리게 된다. (46) 성 산업은 그 형태가 어떤 것이든 간에 한쪽 성이 무력과 협박, 조작을 통해 다른 한쪽 성을 착취하는 도구이다. (50) 종교가 시작되는 곳에서 페미니즘이 중단된다. (56) 대리모 출산은, 그것이 돈을 주고받는 행위라면, 착취이다. (...) 반면 우리는 자유의 원칙에 따라 그것이 기증의 형태, 즉 장기 기증으로서 고려되는 경우에는 대리모 출산에 반대하지 않는다. (60) 우리는 가부장제가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것을 가지고 맞서 투쟁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여성이다. 우리를 향한 억압이 몸을 통해 이루어졌다면, 이제 몸은 우리의 투쟁의 도구가 될 것이다. (66) 페멘 운동이 주로 사용하는 상징인 우리의 로고는 키릴 자모의 F에 해당하는 Ф를 변형한 형상이다. 이것은 여성의 가슴 형태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 조직의 확고한 상징이다. (75)

신자유주의의 좌파적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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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비에트 연합의 몰락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승리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보였고, 이는 국가사회주의의 해체 그리고 전 세계에 걸친 시장 및 민주적 개혁의 실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결코 헤게모니의 저거너트 1 가 아니며, 오히려 그것이 공격했던 바로 그 사회주의라는 대안적 체제에 붙어 기생하며 자라난 것임을 시사하고자 한다. (19) 나는 신자유주의를 시장, 국가, 기업, 인구 등을 조직하는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을 형성하는 아이디어들의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23) 훗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가 되는 로널드 코스가 1930년 LSE의 한 수업에 들어왔고, 그 수업에서 그는 신고전파 경제학 그리고 그것이 자유시장 경쟁을 옹호하는 논리를 처음으로 배우게 된다. 그 과목의 교수였던 아널드 플랜트는 모든 종류의 경제계획에 반대했으며 시장의 가격 결정 시스템이야말로 최적의 조정 메커니즘이라고 이해했다. 코스는 아주 먼 훗날 그 당시 자신이 '사회주의자'였음을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나의 공감과 플랜트 교수의 접근법을 어떻게 화해시켰는지 궁금할 것이다. 짧게 대답하자면, 나는 그 둘을 화해시킬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는 미국에서 연구로 1년을 보내는 동안 기업 자체가 "작은 계획사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약 교수들이 가르친 대로 정말 가격만 있으면 경쟁적 시장경제가 기능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째서 비시장적인 권위적 위계조직인 기업들이 존재하는 것인가? (71) 신고전파 경제학은 1870년대의 시작부터 순수한 경쟁적 시장이 최적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전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890년대가 되면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순수한 자유시장과 중앙계획이 수학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결과 시장과 사회주의국가는 둘 다 신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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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항상 '당사자'와 넓은 환경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산물이요 구조이다. 형식적으로 하나의 정체성은 꽉 차거나 텅 빌 수 있고, 개방적이거나 패쇄적일 수도 있고, 안정되거나 불안할 수도 있다. 정체성의 내용은 한 집단이 공유하는 견해와 이데올로기, 전문 용어로 '특정 문화의 더 큰 서사'에서 나온 규범과 가치가 다소간 연관된 전체이다. 이 전체가 결정적으로 변화할 경우 이에 바탕을 둔 정체성 역시 변화할 것이다. (44) 삶을 힘들게 하는 온갖 구질구질한 규정들 탓에 우리는 윤리의 원래 의미를 놓치고 있다. 정확히 말해 규범과 가치는 자신의 신체 및 타인의 신체를 대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기에 우리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보아야 한다. (49) 진화가 곧 진보라는 가설의 주요 논리는 우리가 누리는 삶의 질이 우리 조상들과 비교할 때 개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논리가 무엇보다도 기술 진보만을 고려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 진화는 근본적으로 진보가 아니며, 적자(적자생존)는 성공과 동의어가 아니다. (71)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흔히 다윈이 처음 쓴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윈의 진화론을 상당히 좋은 말로 바꾸어 사회에 적용한 당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허버트 스펜서의 말이다. 진보로 이해된 진화는 우연히 변화에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우연에만 목을 맬 이유는 없다. (...) 이로써 진화 사상에서 중요한 측면이 보강된다. 우리가 변화를 조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주로 올바른 방향으로 말이다. 이것이 19세기 말에 등장한 이데올로기, 사회진화론의 의미와 목표다. (...) 다윈이 말한 적자는 "가장 환경에 잘 적응한" 자였다. 그런데 스펜서를 거치면서 "가장 성공한", "가장 강한" 자로 의미가 변했다. (73) 사회진화론의 최신 버전인 신자유주의는 자연 대신 '시장

독보적인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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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보다 내실 있는 뉴스 콘텐츠를 제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기꺼이 유료로 우리의 콘텐츠를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사업방식이라고 믿는다. 이런 방식이 뉴욕타임스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저널리즘의 가치와 더 부합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성과가 뉴욕타임스를 더욱 돋보이는 언론사로 거듭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17)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저널리즘에 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오직 한 가지 길만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미래에 대한 구상을 게을리한다면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19) 독자가 외면하는 콘텐츠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①경쟁사와 차이가 미미한 기사 ②시급하지 않은 기획 기사와 칼럼 ③명쾌하지 못하고 난해하며 원론적인 글 ④사진·동영상·표로 대체해야 할 긴 글로 구성된 기사 (26) 가장 가독성이 떨어지는 기사는 '뻔한' 기사들이다.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고 시각적 효과는 없으며 경쟁사 기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기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뻔한 기사들은 다른 언론사에서도 공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굳이 이런 기사를 보기 위해 구독료를 낼 리는 없을 것이다. (26) 과거엔 뉴욕타임스가 일부 분야에서만 경쟁사보다 우위를 보여도 큰 상관이 없었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을 것이다. 인터넷 중심의 저널리즘은 진부함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42) 뉴욕타임스의 목표는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콘텐츠를 제공해서 이에 매혹된 수백만 명의 독자들이 모여드는 '뉴스의 종착지'가 되는 것이다. (43) 다양성이란 다인종, 여성, 지방 인재, 젊은 인재, 외국인 등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다양성을 보유한 구성원들을 받아들여 편집국 전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44) 기사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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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혼비 작가의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를 재미있게 읽고 팬이 됐습니다. 축구에 이어 술 이야기를 쓴 《 아무튼, 술 》을 읽고 다음 글을 기다렸습니다. 이 책은 일곱 명의 작가가 쓴 글이지만 김혼비 작가가 쓴 글을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고양이 토토를 잠시 맡긴 친구가 토토를 잃어버리자 '슬픔과 원망과 분노를 누르고 친구가 가진 죄책감의 무게와, 그 무게를 유독 혹독히 짊어지고 살 게 분명한 친구의 성정을 헤아리'며 '경계선을 넘지 않고 그 바깥에 단단하게 서서 호흡을 고르며 다른 걸 볼 줄 아는(21)' 어른이 되자는 일화는 닮고 싶습니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인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55)'인 김솔통을 보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적어도 내게는 김솔통 그 이상의 작가입니다. '관심이란 달짝지근한 음료수 같아서 한 모금만 마시면 없던 갈증도 생긴다는 것을, 함께 마실 충분한 물이 없다면 건네지도 마시지도 않는 편이 좋을 수 있다(96)'는 말을 곱씹어 봅니다. 너랑 나랑 합치면 우주가 된다며 궁합을 해석하거나 캐리어가 두 개로 늘어나게 만든 반려인 T에게는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커피의 쓴맛을 보려다가 자전거의 단맛까지 알게 되어 '술이 삶을 장식해 주는 형용사라면 커피는 삶을 움직여 주는 동사'로서 '형용사는 소중하지만 동사는 필요(294)'하다고 했으니 조만간 《아무튼, 커피》라는 글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김혼비는 우아하고 호쾌한 비유로 휘몰아치는 재미를 주는 작가입니다. 늘 다음을 기다립니다.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김혼비 외/웅진지식하우스 20200701 364쪽 15,000원

휴머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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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코끼리를 작은 나무 우리에 가둔 뒤 꼬리와 귀, 다리를 꽁꽁 묶고 24시간 내내 때리거나 송곳으로 찌르며 고통을 가하는 학대나 고문에 가까운 훈련 과정을 '파잔'이라고 한다. '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13개 국가가 파잔으로 코끼리를 조련한다(27)'. 이렇게 조련된 코끼리는 쇼나 노역에 동원된다. 이런 코끼리는 '인간의 학대에 길들여져 오히려 동족을 두려워하게 된(36)'다. '아시아 코끼리와 인간의 관계를 학대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면, 아프리카 코끼리의 경우는 밀렵이다(45)'. 밀렵꾼은 총을 쏴 코끼리에게 부상을 입힌다. 그리고 척추부터 전기톱으로 끊는다. 코끼리의 신경을 마비시켜 항거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코끼리에게 덜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사하는 자비 따위는 베풀지 않는다. 코끼리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전기톱으로 코끼리의 머리를 통째로 잘라내 버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아를 조금이라도 길게 뿌리까지 꺼내기 위해서(57)'이다. 마찬가지로 코뿔소도 얼굴 윗부분까지 깊숙이 베어 간다. '식용이나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레저와 전시를 목적으로 동물을 사냥하는 행위를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이라고 한다(89)'. '트로피 헌터들은 헌팅이 단순한 쾌락을 위한 게 아니라 야생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한다(123)'. 그들이 사냥하기 위해 낸 돈이 정부와 지역사회로 흘러 들어가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데 사용된다는 논리다. '2013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IFAW)의 보고서에 따르면, 헌팅 관광으로 발생한 전체 수입 중 지역사회로 유입된 비율은 고작 3%에 불과하다(144)'고 밝혔다. 사자의 영역을 침범한 인간은 사자를 직접 죽이기 시작했다. 인간이 동물 서식지를 침범해 가축을 키우자 야생 동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났다. 사냥감이 줄어든 사자는 쉽게 잡을 수 있는 소를 사냥하기 시작하자

케이채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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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없는 책이지만 오히려 사진작가 케이채의 모험이 눈 앞에 선하다. 모기가 없어 택한 아마존의 검은 강 지역에는 동물도 없었다. 하얀 강가는 검은 강가에 비해 동물이 많았지만, 모기만큼 많지는 않았다. 모기와 사투를 벌이며 나무늘보를 찾아다녔지만 소득이 없었다. 정작 나무늘보는 아마존을 떠나기 전날 숙소 창문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난 여기 있는데 어딜 쏘다니다가 이제 온 거야?(20)" 창문 앞에 나타난 나무늘보가 말하는 것 같았다. '언론 혹은 정치인들이 위험한 곳이라고 색칠해놓은 곳에도 보통 사람들의 삶이 존재한다(26)'. 분쟁 지역인 파키스탄 페샤와에서 아이폰을 도둑맞았기 때문에 눈부신 장면을 만났다. '좋은 일은 물론 나쁜 일들까지 모두 다 하나도 빠짐없이 차곡차곡 쌓여(31)' 특별한 한 장을 찍었다. '국경은 인간을 나누려 하지만 우리가 마음을 나누는 것까지 막을 수 없을 것이다(39)'. '아프리카처럼 오해를 많이 받는 대륙(42)'은 없다. 세상을 여행하며 만난 잊지 못할 밤들은 '대부분 무엇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 어둠 속에 존재했기 때문(51)'에 아름답다. 모리타니에서 철광석을 싣고 열두 시간을 달리는 기차를 탔다. 내릴 때 철가루가 몸에서 날렸지만 완벽하고 완전한 자유를 느꼈다. 무장경찰 두 명의 경호(?)를 받으며 떠났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한 팀북투 여행이지만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펭귄을 만나러 떠난 남극, 솔렙 신전에 있던 두 마리 사자를 찾아 대영 박물관에서 안부와 함께 수단 소식을 전했던 일 그리고 북극곰을 만나러 떠난 알래스카는 그대로 따라하고 싶다. 100개국을 사진에 담고 싶어 지금까지 85개국을 여행한 겁이 많은 사진작가, 케이채. '사진가는 사진을 찍을 때보다 사진을 찍지 않아야 할 때를 아는 사람(52)'이라던가 '어떤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