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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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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산행이 지리산 종주였다니 타고났습니다. 한 달을 일한 대가로 월급을 받고 주말에 산에 올랐지만 아메리카노 같은 삶이었습니다. '잠시는 잊을 수 있고 벗어날 수 있지만 그저 그때뿐인 것들(33)'이 두려워 퇴사하고 네팔행을 택했습니다. 히말라야 설산에서 6개월을 보내고, 그 인연으로 산악 잡지사에 취업하는 성덕을 이뤘습니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가벼워질수록 가격은 무거워지는 현실(95)'에서 산에 높이 오르면 오를수록 산은 나를 낮춥니다. '누군가가 산에서 전성기를 맞았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됐을 때 산으로 향했을지도 모(46)'릅니다. '산행의 본질은 정상을 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있다(92)'고 합니다. 산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문제는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라고 말한 앨버트 머메리(91)'. 그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머메리즘이란 '어떤 방법을 택하든 정상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등정주의(登頂主義)가 아닌 매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등반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등로주의(登路主義)(101)'를 뜻합니다. 점점 탐험이나 모험 너머의 가치와 윤리를 지향하는 산행인이 늘어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산행은 From Home to Home(집에서 집으로)이라는 말'처럼 '살아 있는 동안 늘 산과 함께할 수 있는 삶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삶(105)'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아무튼, 산/장보영/코난북스 20200615 148쪽 9,900원

내가 만난 북유럽 - 신화가 살아 숨 쉬는 북유럽 인문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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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과 함께 오딘, 토르, 트롤이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를 둘러본 느낌입니다. 덴마크의 사랑도 못 해본 안데르센, 노르웨이의 인형의 집에 사는 입센과 절규하는 뭉크, 핀란드의 국민 음악가 시벨리우스 등 수많은 예술가의 흔적을 엿본 것은 덤이었습니다. 스칸디나비아는 덴마크,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지칭하지만 아이슬란드와 핀란드를 포함해서 노르딕 국가라고 부릅니다. '핀란드를 제외하고 모두 똑같은 북유럽 신화를 건국 설화로 삼고 있(6)'습니다. 노르드 신화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소재로 쓰였습니다.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으로 얽히고설킨 역사적 사실은 흥미로웠습니다.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사미인들의 아픔도 알았습니다. '덴마크는 휘게, 스웨덴은 피카 그리고 핀란드는 휘바라는 말로 자국을 홍보하고(228)' 있는데 우리나라도 '새참'이라는 말을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가 주소를 쓰지 않고 산타에게 편지를 보내면 도착하는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은 산타 마케팅을 오래 해온 덕분에 핀란드를 산타 종주국으로 만들었다는 대목은 의외였습니다. 방구석에서 '신화가 살아 숨 쉬는 북유럽 인문학 여행'을 하다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상상을 했습니다. 내가 만난 북유럽/박종수/황금부엉이 20190313 354쪽 16,500원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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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 대한 현대의 태도는 인류가 대자연을 더 이상 신성시하지 않고 기계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였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집단적 결정은 최근 여러 각도에서 재평가되고 있는데, 어쨌든 그 당시 인류는 과학기술을 신봉하기 시작했고, 기이하거나 불가사의한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을 아예 절대적 신념으로 삼았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기이하거나 불가사의한 것에는 악의까지 있다고 믿게 되었다. 따라서 기이하게 생긴 곤충을 보면 의심을 품고 자기방어를 위해 무장하려드는 우리의 반응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31) 모든 곤충을 익충 아니면 해충으로 구분해놓고, "이 곤충은 어떻게 유익한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그 곤충을 바라보는 눈이 되고, 해충으로 판명된 곤충은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보는 즉시 죽임을 당하는 표적이 된다. (39) "좋은 벌레는 죽은 벌레밖에 없다"고 선전하는 조직의 가르침만 따른다면,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곤충 유령과 싸우는 데 진을 뺄 것이다. 곤충과의 전쟁이 35억 달러에 이를 거대 산업이 되어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44) 파리의 역할 중에 하나가 가루받이, 곧 꽃가루를 옮기는 일이다. 그 밖에도 파리는 죽은 동식물이 잘 썩게 해주고 많은 생물의 먹이가 된다. 파리는 또한 여러 곤충을 잡아먹는데, 파리가 없으면 이런 곤충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동물과 식물의 균형을 깨트리게 될 것이다. (84) 구더기는 대개 쓰레기, 똥, 동물 시체 같이 죽은 것이나 단백질이 풍부한 것을 먹는데, 인간을 포함한 살아 있는 동물의 방치된 상처나 죽은 표피도 구더기에게는 좋은 먹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추잡한 식성 때문에 구더기를 혐오하지만, 썩은 살이나 오물을 효율적으로 분해하고 순환시키는 바로 그 식성 때문에 구더기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구더기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온갖 썩은 오물의 악취에 질식해 장미 향기는 맡지도 못할 것이다. (84) 거대한 하나됨

진실의 흑역사 -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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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는 말에 어폐가 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면 이전에 언젠가는 '진실 시대'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17) 거짓말이란 진실이 무엇인지 본인이 안다고 확신해야만 할 수 있다. 개소리는 그런 확신이 전혀 필요치 않다. (31) 거짓은 진실보다 수적으로 우세할 뿐 아니라,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로 진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계속 확인하게 되겠지만, 허위 사실이 퍼져나가고 굳어지는 이치는 크게 보아 일곱 가지가 있다. 노력 장벽 '노력 장벽'이란 어떤 사안의 중요도에 비해 그것의 진위 확인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우를 가리킨다. 정보 공백 어떤 주제에 관해 좋은 정보가 없을 때에는 언제나 형편없는 정보가 몰려들어 공백을 메우기 마련이고, 그런 식으로 우리 뇌리에 각인된 정보는 나중에 더 질 좋은 정보가 출현해도 꿈쩍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개소리 순환고리 뭔가 수상쩍은 정보가 반복하여 출현할 때, 누군가의 주장이 검증 없이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현상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 정보가 옳다는 확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 우리가 무언가를 참이라고 믿고 싶으면, 우리 뇌는 그 진위를 가리는 일에 굉장히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이유는 우리의 정치관과 잘 맞아서일 수도 있고, 우리가 가진 편견에 들어맞아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소망을 충족해줘서일 수도 있다. 자존심의 덫 우리는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정말 싫어한다. 우리 뇌가 그걸 질색한다. (...) 구라의 마수에 일단 걸려들고 나면 빠져나오려는 의지를 잃기 쉽다. 무관심 우리는 허위 사실을 몰아낼 기회가 있어도 그 기회를 꼭 택하지는 않는다. 진위 자체가 중요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상상력 부족 거짓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하는 다종다양한 모습을 띨 수 있는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4

자연의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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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대칭 : 왼쪽과 오른쪽이 닮은 듯 다른 이유 도대체 패턴이란 무엇일까? 보통 우리는 그것을 계속해서 반복되는 어떤 것으로 생각한다. 대칭성의 수학은 이러한 반복이 어떤 모습인지 기술한다. 또한 왜 어떤 모양이 다른 모양보다 더 질서 있는지 이야기해 준다. 그렇기에 대칭성은 패턴과 형태를 설명하는 근본적인 과학 '언어'인 것이다. (14) 2장 프랙탈 : 산이 두더지가 파 놓은 흙 두둑처럼 보이는 이유 들쭉날쭉한 해안선을 척도(scale) 없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것이 1킬로미터에 걸쳐 길게 뻗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10킬로미터, 100킬로미터를 뻗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서로 다른 척도에서 구별할 수 없는 배열의 성질을 프랙탈(fractal)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연의 패턴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48) 프랙탈 연결망은 정확히 말해서 '사이 차원(between dimension)'이므로 어떤 생물의 몸 전체를 채우지 않으면서 몸 전체에 퍼질 수 있어 특히 좋다. 또한 이러한 분지망은 에너지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라는 것이 밝혀졌다. (54) 3장 나선 : 달팽이와 해바라기의 비밀 수학 자연의 도처에서 나선을 볼 수 있다. 앵무조개의 껍데기에서부터 소용돌이치는 기체, 나선 은하의 별들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그것들이 서로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전체적으로 그렇다. 자연의 나선 대부분은 로그 나선이라 불리는 모양을 가진다. 이것은 프랙탈처럼 작은 부분이 큰 부분과 똑같아 보인다는 뜻이다. (...) 이것은 자연의 보편적인 디자인 중 하나이다. (80) 4장 흐름과 혼돈 : 숨은 질서를 찾아서 우주는 역동적이다. 항상 움직이고 있다. 기체와 먼지 구름이 휘돌아 뭉쳐 별들이 탄생한다. 물은 큰 고리를 그리고 소용돌이치면서 바다를 순환한다. 이것은 온도와 염도의 차이가 만드는 움직임이다. 대류 흐름이 공기를 휘저어서 구름과 제트 기류를 일으킨다. 강은 상류에서 하류로 흐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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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국 대선 역사상 트럼프는 가장 충격적인 블랙 스완 1 이었다. (32) 트럼프는 이 문명 충돌론의 시대 분위기를 타고 과거로 가는 역주행의 대변자에 불과하다. 국내적으로는 권위주의적 정치와 문화, 타자에 대한 폭력적 정서가 강화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와 서구 문명의 배타적인 블록이 강조된다. 1930년대의 미국은 자신감을 가진 상승기였기 때문에 파시즘이 아니라 뉴딜을 택했다. 하지만 오늘날 하강하는 미국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 더 나아가 지구 환경 파괴 문제는 경쟁의 격화 및 새로운 파시즘의 토양이다. 트럼프의 파시즘에 대한 충동은 이러한 시대 분위기를 배경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34) 사실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미국 체제의 누적된 위선을 더 잘 드러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44) 미국 체제의 작동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미국이 때로는 엘리트들의 음모와 때로는 엘리트들의 바보 같은 착각으로 움직인다는 거을 깨닫게 된다. (45) 나는 트럼프를 포퓰리즘의 유형 이론에 근거해 '반동적 포퓰리즘'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반동적이란 시대의 흐름과는 거꾸로 가는 담론이란 의미다. (47) 애런 제임스는 2016년 출간한 《개자식-도날드 트럼프 이론》에서 트럼프의 성격 유형을 개자식 이론으로 개념화했다. 이는 저속한 비난이 아니라 진지한 학문적 개념 정의다. 제임스에 따르면 개자식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아주 일관되게 자신의 특권을 추구한다. 둘째, 자신은 애초부터 특별한 자격을 지닌 인간이라는 왜곡된 관념에 의해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고 사과할 줄 모른다. (56) 남성 사춘기의 충동성과 폭력성에 자본주의의 부정적 기질이 결합한 셈이다. 제임스는 이를 '개자식 자본주의'라 명명한다. (58) 당적을 떠나 클린턴, 부시 2세가 제국의 번영에 대한 낙관주의 계보라면 오바마, 트럼프는 제국의 퇴조에 대한 비관주의 계보다. 전자가 현상 유지파라면 후자

역사는 스스로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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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세상이다. 모두가 자본 앞에 무릎 끊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자본의 위세에 감히 덤벼들 엄두조차 못 내는 듯하다. 하기는 자본이 세상에 나온 이후 제대로 도전을 받아 본 적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자본은 인간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면서 힘을 보여 주었다. 짧은 시간에 이토록 세상을 변화시킨 자본은 대단한 '괴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자본은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바뀌니 따라잡기도 벅차다. 자본의 역사를 들여다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본이 여기까지 오는 데 신세(?)를 진 것이 있다면 바로 맑스주의와 공황이다. 맑스의 지적처럼 자본은 세상에 나올 때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고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억압과 착취를 먹고 산다는 게 알려졌다. '자본 사냥꾼'이 나타난 것은 당연하다. 바로 맑스주의다. 사냥꾼은 무기를 살피고 신발 끈도 단단히 맸다. 자본이 어떤 녀석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밤새워 공부도 했다. (...) 자본은 경쟁하면서 살기 때문에 매일매일 단련된다. 또 변신에도 귀신이다.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경쟁하고 변신하기 때문에 자본 스스로도 숨이 턱턱 막힐 것이다. 하지만 자본은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편 사냥꾼과 몰이꾼에게 항상 쫓기는 형편이기 때문에, 강한 체력과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자본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허점이 보이면 사냥꾼에게 발견되기도 전에 동료들에게 잡아먹히거나 산 아래로 쫓겨 날 수도 있는 것이다. 자본을 강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계기는 주기적으로 체력을 보강해 주는 공황이다. 유기체가 생명을 이어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가끔 몸져누워서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골골 팔십이라더니, 주기적으로 폭발하는 공황은 자본이 숨기고 싶은 고질병이지만 공황 덕분에 몸도 추스리고 군더더기도 정리하게 된다. 공황이 폭발한다고 자본 때문에 사냥꾼이 신날 것은 없지만, 자본의

개의 사생활 - 우리 집 개는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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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관점을 이해하려면 개가 사는 낯선 세상의 인류학자가 되어야만 한다. 으르렁대는 소리나 꼬리치는 행동 모두를 완벽하게 해석하지는 못할지라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그 의미를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다. (44) 개 훈련 교본은 대개 '개는 동물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완전한 진실도 아니다. 개는 '가축화된' 동물이다. '가축'이라는 단어에는 '집에 속하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개는 집에 속한 동물이다. 가축화는 자연 대신 인간이 개를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들이겠다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진화 과정의 변주라 할 수 있다. (49) 개와 함께하는 생활은 서로를 알아가는 기나긴 과정이다. (81) 개는 우리가 그들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우리를 통해 학습한다. 어떻게 보면 모든 인간은 개와 마찬가지로 가축화된 존재다. (83) 우리가 꽃잎이 시들어 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개는 그 부패와 시간의 흐름을 냄새로 맡을 수 있는 것이다. (93) 당신 개가 당신에게 코를 킁킁거린다면 지금 그는 당신 냄새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당신이 당신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그런 그만의 방식으로 개는 세상을 이해한다. (96) 개의 의사소통 범위와 규모가 경이로울 만큼 다양함에도 우리는 개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 때문에 개가 더 사랑스럽다. 그들의 침묵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특징이다.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인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다. 개와 조용히 방구석에서 나를 바라보는 개의 시선을 느낄 때도, 나란히 누워 꾸벅꾸벅 졸 때도 우리 사이에는 어색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언어가 멈췄을 때 우리는 가장 온전히 연결되니까. (151) 개는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지금 이 순간 눈에 보이는 사소한 것들에 훨씬

선택받지 못한 개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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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반려견은 약 660만 마리로 추산된다. 연간 46만 마리의 반려견이 생산·유통된다. 2018년 발생한 유기동물은 12만 마리가 넘고 이 가운데 44퍼센트는 안락사당하거나 자연사했다.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14만 마리였지만 9만여 마리가 다시 버려진다. 매일 200여 마리가 넘게 다시 유기되고 있다. 2018년 구조된 유기동물 가운데 반려인에게 분양된 비율은 27.6퍼센트로 매해 줄어들고 있다. 2018년 전국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된 개는 2만 2,635마리였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동물생산업 등록업체는 1,477곳이다. 생명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번식장에서 개들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20일만 젖을 먹이거나, 밥알을 세어서 주며 몸집을 작게 만든다. 합법과 불법의 차이는 있지만 반려견 농장이건 식용견 농장이건 개들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철장에 갇혀 태어나고 길러진다. 번식장은 208년 3월 이전에는 자진등록을 통해, 이후에는 허가의 방식으로 합법화되었지만, 동물단체들은 전국의 번식장이 3~4천여 곳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무허가 업체가 적발되더라도 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전부다. 유기견이 많은 나라의 특징은 개 번식장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강아지 경매장은 열여덟 곳이다. 매주 전국에서 출하되는 반려동물은 약 5천 마리에 이른다. 대규모 경매장에서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200여 마리의 강아지를 사고판다. 작고 어린 개를 선호하는 구매자에 맞춰 더 좋은 가격을 받으려고 어리고 작은 강아지를 팔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판매업자는 생후 2개월 미만의 개와 고양이를 팔아서는 안 되지만, 생후 40~45일에 경매장에서 팔려야 팻숍에서 생후 2개월경에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누군가 낙찰받아 강아지를 데리고 가지만 몇 차례 유찰 또는 반품이 반복되면 강아지는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고 그새 몸집만 자란다(90)'. 가치 없는 개에게 내일은 없다. '생후 5~7개월이 되도록 팔리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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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9월 9일 중국 혁명을 이끌고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마오쩌둥이 83세로 사망했다. (20)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은 맞춘다. (46) 1978년 3중전회를 시작할 때의 GDP는 1,5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덩샤오핑이 죽은 다음 해인 1998년 GDP는 1조 달러를 넘겼다. 덩샤오핑이 죽은 지 20년이 지난 지난 지금 중국의 GDP는 12조 달러가 넘는다. 역사상 이렇게 장기간 정치 안정을 제공하면서 밑바닥부터 거대한 성장을 이루어낸 나라는 없었다. (60) 요즈음 중국 정치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찾을 수 있는 주제는 세 가지다. 첫째, 당국이 제시하는 매우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대책'이다. 둘째, 당 중앙에서 제시하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공식 노선'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대책과 공식 노선 뒤에서 어떤 거래가 오갈지 살펴보는 '추측성 기사'다. 하지만 중국 정치인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혹은 어떤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하는지의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104) 시진핑 시대는 덩샤오핑 시대와의 단절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가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국의 지도부가 하나의 목표와 전제를 공유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유해져야 하며 강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룩할 능력을 갖춘 유일한 세력이자 정당성을 갖춘 유일한 세력은 중국공산당이다." (138)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거대한 코끼리인 중국을 각자의 시각에서 만져본 장님들의 활발한 대화다. 그래야만 집단사고의 함정을 피하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객관적인 모습의 중국을 재구성할 수 있다. 결국 코끼리 옆에서 잘살기 위해서는 코끼리가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어디로 걸어가고 있는지 군더더기 없이 알아야 한다. (222) 거대

기본소득 시대 - 생존 이상의 가치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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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은 궁핍에 처한 이들을 사회가 돕는다는 도덕 경제(moral economy)의 원리를 배경으로 한 공공 부조(public aid)와 분명히 다르며, 수혜 당사자들이 자신들이 미래에 당하게 될 각종 리스크를 공유하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마련하는 사회보험(social insurance)과도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는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 혹은 미래의 불안에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것 등의 목적이 아니라 말 그대로 ‘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확장하는 것 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정책 범주이다. (22) 현재의 기술혁신은 2차 산업혁명 당시 만들어지고 정착한 자본-노동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새로운 일자리들을 양산하였다. 종신 고용은커녕 하루 단위로 고용계약이 갱신되고, 고용의 주체도 애매하며, 업무의 성격이나 일하는 사람의 지위도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상태인 데다 심지어 피고용자로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못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7) 보통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구의 대다수는 자본가에게 고용되어 노동을 행하고, 그 반대급부로써 얻는 임금으로 자신과 가족의 재생산을 책임진다.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표준적 모형은 기계화와 자동화의 극단적인 진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 관계가 다변화하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나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 그 증거다. (58) 자본주의 발전 초기에 기본소득론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자본주의 이전의 소농적 기반의 해체였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반이 필요했다. 보편적 임노동 체제가 그것이다. (...) 임노동 체제 안에서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할 수 있었던 노동자들은 스스로 조직을 결성함으로써 자신들의 소득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갔다.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임금이야말로 '기본소득'이었던 셈이다. (73) 오래된 담론인 기본소득이 최근에 부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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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앱의 느슨한 집합체인 공유경제는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하겠다고 약속한다. 공유경제 찬성론자들은 주문형 경제, 플랫폼 경제, 긱경제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경제적 움직임이 공동체를 만들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태계 파괴를 저지하고, 물질주의를 혁파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하고, 저소득층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하고,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21) '공유경제'는 "재화와 서비스를 분배, 공유, 재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P2P 업체"를 통칭하는 용어다. (54) 공유경제는 이처럼 '신뢰'와 '공유' 같은 긍정적인 용어를 마케팅의 필수 요소로 사용하며, 노동자와 임시 고용주의 관계를 믿음직한 친구라는 이미지로 포장한다. '혁신'이라는 말도 공유경제 기업에서 많이 쓰지만 실제로 그 말이 무색한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획기적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를 불러오는 게 아니라, 단순히 기존에 있던 서비스를 앱으로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61) 과거에는 신기술이 생산성을 향상시켜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고, 그 인상분이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에게,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 소비자에게 고루 분배됐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은 유능한 사람들에게 전에 없이 강한 힘을 실어 주고 있고, 그에 따라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자본가와 노동자의 소득 격차가 무섭게 벌어지고 있다. (...) 그로 인해 불완전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77) 공유경제는 탄력성 없는 업무 환경, 인간적 교류 약화, 불평등 심화, 부실한 사회안전망 등 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포장되곤 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면 긱경제가 위험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비롯해 미국에서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긱경제는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기보다는 신기술로

아무튼,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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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무사 대표인 요조가 쓴 떡볶이에 관한 썰이다. '맛없는 떡볶이집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나는 좋다. 대체로 모든 게 그렇다. 뭐가 되었든 그닥 훌륭하지 않더라도 어쩌다 존재하게 되었으면 가능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62)'고 한다. 떡볶이 '양념은 정 많은 사람처럼 진득하고 달큰(40)'하니까. 떡볶이에도 이념이 흐른다. 제주도 '모닥치기의 이념이 '무질서'에 있다고 한다면, '브라질 떡볶이'의 모듬떡볶이 접시 위에는 '질서'라는 이념이 흐르고 있(79)'다. '의미와 무의미는 정말이지 뫼비우스의 띠 같다. 경계를 도무지 나눌 수가 없다. 무의미한가 싶으면 의미하고 의미한가 싶으면 무의미(138)'하지만 '난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오늘도 요조는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으로 '단란한 기쁨'을 얻으며 떡볶이 맛의 신비를 찾고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윷을 던질 때랑 사인할 때는 휘갈길 수 있을 때까지 휘갈(16)'기는 게 좋다는 요조가 더 많은 계약서에 사인을 휘갈기며 오래오래 떡볶이를 과잉 섭취했으면 싶다. 아무튼, 떡볶이/요조/위고 20191125 148쪽 9,900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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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타인을 침묵시키고, 타인의 목소리와 신뢰성을 부정하고, 내게 타인이 존재할 권리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방법이다. (18)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중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하나는 무엇이 되었든 문제의 주제에 관한 싸움이 벌어지는 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 사실과 진실을 안다고 인정받을 권리, 가치를 지닐 권리, 인간이 될 권리를 얻기 위해서 싸우는 전선이다. 오늘날은 예전보다 좀 사정이 낫지만, 그래도 이 전쟁은 내 생애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24) 여성도 생명권, 자유권, 문화와 정치에 관여할 권리를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려는 싸움 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31) 이 나라와 이 지구에서는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지만, 그 사건들이 시민권 문제나 인권 문제로, 혹은 위기로, 혹은 하나의 패턴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37) (성폭행이라는) 용어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면, '성'을 지우고 '폭행'에만 집중해보라. (75) 최근에 많은 미국인들은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이란 어색한 용어를 '평등결혼'(marriage equality)으로 바꾸었다. 원래 이 용어는 동성 커플도 이성 커플이 누리는 권리를 전부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렇지만 이 용어는 결혼이란 평등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는 뜻도 될 수 있다. 전통적인 결혼을 그렇지 않다. (92) 그물을 짜되 그물에 걸리지 않는 것, 세상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것, 자신의 운명을 다스리는 것, 아버지들만이 아니라 할머니들을 호명하는 것, 직선만이 아니라 그물을 그리는 것, 청소부만이 아니라 제작자가 되는 것, 침묵당하지 않고 노래하는 것,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내가 빨랫줄에 너는 현수막들이다. (118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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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은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함석헌), "참으로 거짓말같이 그날은 오고 말았다"(홍윤숙), "대중적 반전 투쟁도 이루지 못한 채로 8월 15일 아닌 밤중에 찰시루떡 받는 격으로 해방을 맞이하였소"(박헌영). 이들의 진술은 '해방'의 모순적 성격을 보여준다. (20) 1945년 8월 15일 이후로 사태는 바로 양대 각국 사이에 나타난 냉정이 중심이 됐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냉정은 제국주의 지배라는 진정한 본질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 구실을 하게 됐다. (26) 해방 공간에서는 미국과 소련 양쪽에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열망이 강력했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압도 다수가 대안 체제로 사회주의를 선호했음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50) 북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론(나중에는 인민민주주의 혁명론)은 노동자들의 독립적 진출을 억제했다. 대신 국가권력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공산당 관료가 장악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성립시켰다. 남한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론은 노동계급의 힘을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운동이 몰살하게 함으로써 이후 부르주아 체제가 확립되고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길을 열었다. (105) 북한의 남한 점령이든 그 반대든 한국전쟁은 평범한 민중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남한 내 빨치산을 토벌했던 제5사단장 백선엽이 일반 농민들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은 한국전쟁 기간 중 민중의 반응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험한 세파를 겪은 이들이 얻은 지혜는 강한 자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114) 미군은 친일·친미·반공주의자들을 지배 파트너로 삼았다. 이것은 당시 남한 민중이 정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새 국가를 건설하는 데 친일파가 끼어드는 것을 말도 안 된다고 여겼다. 또한 80퍼센트 가까운 사람들이 새 국가의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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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맨이라는 이름은 사람 형상을 한 조형물(man)을 불태우는(burn) 의식에서 나왔다. 해가 가장 긴 하지에 모닥불을 피워 태양을 찬양하는 유럽과 미국의 전통 의식에서 유래했다. 버닝맨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버너(Burner)라 불린다. 그들은 세상을 둘로 나눠 구분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속한 세상, 즉 내가 선택하지 않았으나 저절로 일원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인 '디폴트 월드(Default World)'와 내가 스스로 선택해 진짜 나로 살아가는 세상 '리얼 월드(Real World)'다. (11) 명함에 적힌 타이틀 하나로 자기소개가 압축되는 현대 사회에서 나는 무엇이어야 할까. 이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사막으로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예술가이자 과학자,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는 한 단어로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그해 여름 사막에서 나는 현대의 수많은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를 만났다. (15) 사람들은 버닝맨을 페스티벌이라 부르지만, 오거나이저와 버너들은 페스티벌이 아닌 커뮤니티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버닝맨을 커뮤니티로 만드는 핵심 요소가 있는데 바로 테마 캠프의 존재다. 테마 캠프는 특별한 관심사나 철학, 원하는 주제를 기반으로 모인 버너들의 그룹이다. (48) 10개의 핵심 철학 (77) ① 근본적 포괄성 (Radical Inclusion) ② 기프팅 (Gifting) ③ 비상업화 (Decommodification) ④ 근본적 믿음과 자립 (Radical Self-reliance) ⑤ 근본적 자기표현 (Radical Self-expression) ⑥ 공동의 노력 (Communal Effort) ⑦ 시민의 책임 의식 (Civic Responsibility) ⑧ 흔적 남기지 않기 (Leaving No Trace) ⑨ 참여 (Participation) ⑩ 즉시성 (Immediacy) 버닝맨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갖지 못한, 선한 영향

역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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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는 사실의 잠정적인 선택에서, 그리고 동시에 그 선택을 이끌어 준 잠정적인 해석-그 해석이 그 자신의 것이건 다른 사람의 것이건 간에-에서 출발한다. 그가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그리고 사실의 선택 및 정돈, 이 두 가지는 이러저러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미묘하고도 얼마간 무의식적일 수 있는 변화들을 겪는다. 그리고 이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관계도 포함되는데, 왜냐하면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하기 때문이다. 역사가와 역사의 사실은 서로에게 필수이다. 자신의 사실을 가지지 못한 역사가는 뿌리가 없는 쓸모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역사가를 가지지 못한 사실은 죽은 것이며 무의미하다. 따라서 '역사라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 이다. (46) 역사가는 역사의 일부이다. 그 행렬 속에서 그가 있는 그 지점이 과거에 대한 그 시각을 결정한다. (53)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또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64) 역사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전투를 벌이지도 않는다.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은,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다. - 마르크스 (71)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과정, 즉 내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불렀던 그 과정은 추상적이고 고립적인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어제의 사회 사이의 대화이다 . 부르크하르트의 말을 빌리면,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는 것, 이것이 역

리스판서블 컴퍼니, 파타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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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기존 경제의 낡은 지붕이 무너지기 전에 새로운 지붕을 얹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16)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어떤 형태로든 자연을 훼손한다. 예를 들면, 한 개의 결혼 금반지를 만드는데 무려 20톤의 광산 폐기물이 배출된다. 우리 생활과 더 가까운 예를 들면, 파타고니아 폴로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기농 면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무려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보통 하루 석 잔의 물을 마신다고 할 때 2700리터의 물은 총 900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또한, 폴로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목화농장에서 창고까지 이동될 때 완제품 무게의 3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생산과정에서는 완제품의 세 배에 달하는 폐기물이 배출된다. (28) 책임이란 우리가 추구하는 그 길을 가는 데 있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하면서도 겸손한 단어이다. 책임을 통해 비즈니스가 자연으로부터 그 이상의 것을 취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0) 우리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 지구에 해를 입히는 활동을 지금보다 훨씬 자제해야 하며, 지구 상에서 벌이고 있는 모든 활동에 우리 자신이 깨어 있어야 한다. (33) 우리는 되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연으로부터 빌려 쓴다고 말한다. (35) 인간이 만들었으나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세계화' 때문에, 우리의 삶 전체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세계화의 빠른 진행만큼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지구 자원의 소비도 빠르게 진행됐다. (37) 우리는 먼저 덜 만드는 노력을 통해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상쇄시켜나가야 하며,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의 품질을 높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2) 이익은 서로를 이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를 이해하고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줌으로써 얻어지는 효율의 대가이다.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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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의 메인주에서 1938년 11월 9일에 태어났습니다. 수학이나 역사 시간은 지루했지만 자동차 기술을 배우는 시간은 열중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1957년 '고철상에서 석탄을 때는 중고 화덕과 60킬로그램이 넘는 모루, 집게와 해머들을 구입해 대장간 일을 독학(41)'하며 등반 장비를 만드는 '쉬나드 이큅먼트'를 시작하며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장비를 만드는 일은 '그저 등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비용을 마련하는 수단(63)'이었습니다. 1970년 쉬나드 이큅먼트는 미국 최대의 등반 장비 공급업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중추였던 피톤(Piton)이 암벽들을 훼손하는 것을 목격하고 피톤 제작 사업을 접고, 암벽의 홈 사이에 끼워 넣어 바위에 변형을 주지 않는 알루미늄 초크(aluminum chocks)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쉬나드는 1972년부터 카탈로그에 알루미늄 초크를 처음 소개했습니다. 이 일은 파타고니아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첫 시작이었습니다. 등반 장비 시장의 75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었지만 남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쉬나드는 1973년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를 설립합니다. '험준한 남부 안데스와 케이프 혼(Cape Horn)의 환경에 맞는 의류를 만드는 것을 목표(78)'로 해서 회사 이름이 정해졌습니다. '진짜 파타고니아와의 강한 연계를 위해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 피츠로이산(Fitz Roy Mt.)의 스카이라인을 기초로 한 삐죽삐죽한 봉우리, 푸른 바다가 있는 상표(78)'를 만들었습니다. 쉬나드는 '일터로 오는 길에는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85)'오를 정도로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진화한 1980년대에 회사의 성장세가 지속되어 10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雪 -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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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집은 '그의 집'임과 동시에 '우리들의 집'이어야 한다. 벌레나 새의 집처럼 말이다. 자기 집만 생각하고 자기 집만 잘 짓고 홀로 잘 살면 그처럼 무서운 집도 없겠기에 말이다. (42)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은 인사를 잘 하라는 말과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는 말이었다. (...) 나는 이 두 마디 말 중에서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는 말을 내 삶의 지침으로 생각하며 살려고 노력했다. 그 말은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세상 사는 일이 팍팍해도 절대로 사람으로서 도리를 어기면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64) 짐승만도 못하다고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아무 죄 없는 짐승을 들먹이지 말라. 소가, 개가, 돼지가, 산토끼가, 강물 속 쉬리가, 큰 산 호랑이가 어디 가만히 있는 사람을 물어뜯던가, 배가 터지게 부른데도 다른 짐승의 밥을 빼앗아 가고, 남의 밥통을 깨뜨리던가. 세상에서 가장 포악한 동물은 사람이다. (74) 雪(설) - 김용택 시인의 풍경일기 겨울/김용택/늘푸른소나무 20041105 136쪽 8,000원 벌레나 새처럼 스스로 집도 짓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포악하다. 짐승들을 욕되게 하며 살았는지 뒤돌아본다.